이전

리뷰 (7)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43%
  • 리뷰 총점8 43%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14%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8.0
  • 50대 8.0

포토/동영상 (2)

리뷰 총점 종이책
저녁별, 새벽별이 될 때까지
"저녁별, 새벽별이 될 때까지" 내용보기
삼 학년 때인가, 처음으로 샤프펜슬을 갖게 되었다. 머리를 누를 때마다 경쾌한 음을 내며 가느다란 심이 나오면 환호성이 절로 나오곤 했다. 공책과의 미끈한 마찰음에, 늘씬하게 써지는 글자에 익숙해질수록 연필과 멀어졌는데, 그 무렵에 만난 동시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전과 자투리 공간에 실린 동시였다. 몽당연필 깎다가 손을 벤 아이는 홧김에 버렸으나 이내 다시 줍게
"저녁별, 새벽별이 될 때까지" 내용보기


  삼 학년 때인가, 처음으로 샤프펜슬을 갖게 되었다. 머리를 누를 때마다 경쾌한 음을 내며 가느다란 심이 나오면 환호성이 절로 나오곤 했다. 공책과의 미끈한 마찰음에, 늘씬하게 써지는 글자에 익숙해질수록 연필과 멀어졌는데, 그 무렵에 만난 동시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전과 자투리 공간에 실린 동시였다. 몽당연필 깎다가 손을 벤 아이는 홧김에 버렸으나 이내 다시 줍게 되었다는 짧은 내용이었다.

  연필의 깎인 부분이 손때로 시커멓고 군데군데 칠이 벗겨져 볼썽사나워진 연필들은 긴장했다. 샤프펜슬의 등장으로 찬밥 신세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때 만난 동시는 함께 한 시간과 비례해서 형성된 애착과 마주하게 했다. 연필 쓸 일 없는 요즘도 내 책상 연필꽂이에 한 자루가 장승처럼 서 있는 까닭인지도.

  참 오랜만에 동시집을 펼쳤다. 지금까지 내 손으로 구입한 세 번째 동시집은 송찬호 시인의 <저녁별>이다. 이 책을 펼치면서 문득 깨달았다. 어렸을 때 책을 펼치면 그림부터 찬찬히 감상했는데, 지금은 활자를 다 읽은 후 설렁설렁 확인하게 되었다는 것을. 동시란 아이의 눈으로 봐야 감응할 수 있을 텐데, 안 되겠다. 보다 아이 같은 눈으로! 그렇게 해서 몇 편이 ‘시가 내게로 왔다.’


부끄럼 많은 민주는

늘 얼굴이 빨개서

우리는 딸기라 놀렸다


그런데 민주도 딸기를 먹다가

우리를 생각할까?

사이좋게 지내던 우리 얼굴 생각할까

딸기라 놀리던 우리 미운 얼굴 생각할까

- ‘딸기야, 미안해’ 부분

   전학 와서 6개월 동안 사귀었던 친구들과 헤어지고 서울로 전학 가던 날이 어제인 듯 선명하게 건져진다. 자기네들은 아까워서 차마 사용할 수 없었던 향기 나는 수첩, 학용품이라기보다는 자그마한 인형에 가까운 것들로 채워진 상자를 받았다. 달력 뒷면으로 포장한 공책 몇 권도 받았다. 나랑 친하게 지내던 무리는 훌쩍이기까지. 학교 파하면 운동장에서 어슬렁거리다 빈 교실로 들어와 조용히 함께 놀던 친구들. 남자애 몇, 여자애 몇은 늘 그렇게 뭉쳐서 다툼 없이 지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농도 짙은 시간을 공유한 탓에 멤버 한 명의 부재와 무리에서 떨어지는 슬픔은 짐작보다 컸다. 그만큼 그들을 자주 생각나던 지난날들.

돌이가 죽고 나서

개 밥그릇과 물그릇

사이가 좋아졌다

돌이가 있을 땐

둘이 서로 부딪쳐 싸우느라

만날 깨지고 찌그러져 덜어져 있었는데


돌이가 없으니까

둘 다 빈 그릇 되어

개집 옆에 나란히 놓여 있다

사이좋게 나란히 엎어져 있다

- ‘개 밥그릇 물그릇’ 전문

  헤어짐에 서툰 아이의 마음을 담은 또 다른 동시. 달그락거리며 힘차게 밥을 먹는 개의 모습이 그려진다. 바닥이 반질반질해질 때까지 먹다 놀라운 혀 놀림으로 물을 흡입하는 장면도. 요란한 식사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는 안타까움이 찌그러진 두 개의 빈 그릇으로 고요히 표현하고 있다. 사이가 좋아졌다는 말이 이토록 슬픈 뜻인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파리도 학교에서

파리채 피하는

방법을 배웠나


- ‘꾀 많은 파리’ 부분

  반면에 ‘꾀 많은 파리’처럼 시의 여운을 흥미롭게 처리하여 일상을 유쾌하게 바라보도록 유도하는 작품도 많았다. 이 시집의 표제작인 ‘저녁별’은 아이의 무구한 눈을 통해 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노래하고 있다. 경계 지을 수 없는 것들이, 구분할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에 참 많다는 것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찬란한 선물이다. 저녁별이 상징하는 것이다.

  차분하게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슬픔의 정서와 나름대로 각자가 추구하는 즐거움을 찾아주는 시선이 요구되는 요즘의 아이들에게 저녁별 같은 책이다. 저녁별은 새벽별이 될 때까지 반짝일 것이다.


서쪽 하늘에

저녁 일찍

별 하나 떴다

깜깜한 저녁이

어떻게 오나 보려고

집집마다 불이

어떻게 켜지나 보려고

자기가 저녁별인지도 모르고

저녁이 어떻게 오려나 보려고


- ‘저녁별’ 전문



YES마니아 : 플래티넘 a*****4 2011.08.30. 신고 공감 2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수박씨를 뱉을 땐 달고 시원하게 풋,"
""수박씨를 뱉을 땐 달고 시원하게 풋,"" 내용보기
수박씨를 뱉을 땐 수박을 먹고 수박씨를 뱉을 땐 침처럼 드럽게 퉤, 하고 뱉지 말자 수박을 먹고 수박씨를 뱉을 땐 달고 시원하게 풋, 하고 뱉자 2013년 5월 30일(목), 어린이책 작가들은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여름밤, 어린이를 노래하다’라는 이름으로 낭독극장을 열었다. 시인은 초대 손님으로 나와 자신의 동시를 낭독했다. 시집의 맨 앞에 실린 서
""수박씨를 뱉을 땐 달고 시원하게 풋,"" 내용보기

수박씨를 뱉을 땐



수박을 먹고

수박씨를 뱉을 땐

침처럼 드럽게

퉤, 하고 뱉지 말자


수박을 먹고

수박씨를 뱉을 땐

달고

시원하게

풋, 하고 뱉자



2013년 5월 30일(목), 어린이책 작가들은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여름밤, 어린이를 노래하다’라는 이름으로 낭독극장을 열었다. 시인은 초대 손님으로 나와 자신의 동시를 낭독했다. 시집의 맨 앞에 실린 서시, 바로 「수박씨를 뱉을 땐」을 낭독했다. 배추머리 아저씨가 차렷 자세 진지한 표정으로 퉤, 풋, 하며 시를 낭독하자 웃음이 터졌다. 웃음을 주는 동시인 셈이다. 위와 같이 웃음이 바로 튀어나오는 시도 있지만 대부분은 슬며시 웃게 만드는 시들이다. 시인이 동시를 쓰고 있다는 조짐은 네 번째 시집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문학과지성사, 2009년)에서부터 나타났다. 그러고는 마침내 동시집을 엮기에 이르렀다. 동시집은 어른 시를 오래 쓴 시인답게 어린이만 독자로 상정하지 않은 듯하다. “서쪽 하늘에 / 저녁 일찍 / 별 하나 떴다 // 깜깜한 저녁이 / 어떻게 오나 보려고 / 집집마다 불이 / 어떻게 켜지나 보려고 // 자기가 저녁별인지도 모르고 / 저녁이 어떻게 오려나 보려고”(「저녁별」), 「노루꼬리약속」 같은 뛰어난 시편들은 어른이 더 공감할 시편들이다.



거짓말


우리 집 개, 돌이가

고삐를 풀고

집을 나갔다가

사흘 만에 돌아와 죽었다


누구한테 맞았나?

밖에서 나쁜 걸 먹었나?


아빠는 이제 개똥을 치우지 않아 좋다 하고

엄마는 시끄럽게 짖는 소리 듣지 않아 좋다 하고

나는 개밥 당번을 하지 않아 좋다


다 거짓말이다



어린이가 작품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작품들도 있다. 실상 동시 읽는 재미를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시편들이다. 이를테면 “저수지가 얼마나 깊은가 보려고 / 저수지 한가운데 / 돌멩이를 던졌는데요 // 돌멩이가 날아가 / 물에 쏘옥, 들어간 곳에 / 저수지 배꼽이 생겼어요 // 점심때도 잊고 노는 / 우리들처럼 / 배가 고픈지 // 저수지 배꼽 아래 / 꼬르륵 소리도 들렸어요”(「저수지 배꼽」), “비 온 다음 날 / 엉금엉금 두꺼비가 기어 나와 / 마당 한가운데에서 나랑 딱 만났다 // 두꺼비와 나는 / 누가 먼저 길 비켜 주나 / 내기했다 // 그런데 두꺼비 얼굴을 찬찬히 보니 / 울퉁불퉁한 게 / 여드름 많은 / 우리 형처럼 생겼다 // 헤이, 형이라면 내가 지지 뭐 / 두꺼비 앞에서 / 내가 길을 비켜 주었다(「두꺼비형」), “폐교가 된 / 산골 학교에 / 아침 일찍 / 노루가 등교했다 // 텅 빈 운동장 / 울타리에 / 머루만 까맣게 익어 // 아무도 보지 않아도 / 그걸 따 먹을까 말까 / 망설이는 // 아무래도 / 노루는 / 혼자 5학년”(「노루」) 같은 시들이 그렇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13.06.17.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추억과 감성을 자극하는 동시집,저녁별
"추억과 감성을 자극하는 동시집,저녁별" 내용보기
정말 동시집을 언제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이다. 시골에서 자라서인지 왠지 책을 접하면서 '훗 후웃~~' 하고 웃음이 나왔다. 내 지난 추억이 짙게 묻어나며 왠지 올망졸망 친구들과 어울려 마당에서 한 판 질펀하게 땀을 줄줄 흘리며 놀고 난 후 시원한 물로 우물가에서 등목을 하고 난 느낌이다.내가 살던 시골에서는 마당마다 놀이가 하나씩 그려져 있었다. 농사일 나가시는 부모
"추억과 감성을 자극하는 동시집,저녁별" 내용보기



정말 동시집을 언제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이다. 시골에서 자라서인지 왠지 책을 접하면서 '훗 후웃~~' 하고 웃음이 나왔다. 내 지난 추억이 짙게 묻어나며 왠지 올망졸망 친구들과 어울려 마당에서 한 판 질펀하게 땀을 줄줄 흘리며 놀고 난 후 시원한 물로 우물가에서 등목을 하고 난 느낌이다.내가 살던 시골에서는 마당마다 놀이가 하나씩 그려져 있었다. 농사일 나가시는 부모님을 따라 아침을 일찍 먹고 친구들과 어울려 동네 마당을 한바퀴 돌며 공기놀이도 하고 땅따먹기도 하고 비사치기도 하고 오징어점도 하고 갖가지 놀이를 하면 해가 언제 졌는지도 모르게 지곤 하던 추억,그 추억속을 다시금 거닐고 온 느낌이다.

왜 어른이 동시를 쓰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을 할까. 동시가 아닌 시를 써야만 할 것 같은데 점점 어린이소설과 동시가 좋아진다. 나이를 먹는다는 증거인지. 책 머리글처럼 '몇 년 전 어느 날,나는 그날부터 동시를 쓰기를 결심했습니다. 그전부터 동시를 쓰고 싶었지만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가, 그즈음 나온 어떤 좋은 동시집이 내 게으름을 채찍질한 것입니다.' 마음에 담고 있던 일을 누군가의 아니 무엇인가의 채찍질에 움찔하며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멋진 일인듯 하다.그렇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열정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선 나부터 '다음에 하지 뭐..' 하며 포기하듯 하고 말았을텐데 이런 멋진 동시집을 낼 정도로 써냈다는 것이 우선 정말 대단한 일인 듯 하다. 그리고 우선은 그가 시골이라 할 수 있는 청정자연에서 살고 있기에 시들은 더욱 맑고 깨끗하게 다가왔다.

<수박씨를 뱉을 땐>, 수박을 먹고/ 수박씨를 뱉을 땐/ 침처럼 드럽게/ 퉤, 하고 뱉지 말자// 수박을 먹고/ 수박씨를 뱉을 땐/ 달고/ 시원하게/ 풋, 하고 뱉자// 얼마나 정겨운가. 툇마루에 앉아 가족이 모두 둘어 앉아 수박을 먹어가며 풋, 풋, 풋 하고 수박씨를 뱉는 풍경을 그려 보는 것만으로도 참 정겹다. 침처럼 퉤,하고 뱉으면 멀리 가지 못하고 내 옷 어딘가에 떨어져 내릴것만 같은 수박씨, 그 하나에도 멋진 풍경을 그려 냈으니 정말 맑고 깨끗하다.모여 앉아서 수박을 먹다 보면 풋,하고 수박씨를 뱉기도 하지만 좀더 세게 '풋웃~~' 하고 뱉어 누가 멀리 수박씨를 뱉나 내기 시합도 한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한다. 그런가 하면 고개를 살짝 뒤로 젓히고 '푸웃~' 불어 얼굴 어딘가에 수박씨가 붙게 하고는 '훗 훗 ' 불어서 수박씨 떨어뜨리기 시합도 해 보았을 것이다. 그 풍경들이,추억들이 모두 이 시를 읽어가며 기억나는 것은 정겨운 그림들과 함께 첫 장부터 '훗~~' 하고 웃을 수 있는 맑은 시가 날 붙잡는다.

<상어>, 앗!/ 상어에게/ 선물을 잘못 보냈어요// 상어에게/ 구두를/ 보내다니요// 상어가/ 발이 생겨/ 바다를 쿵쿵 뛰어다닌다면 몰라도!// 하 하 하~~ 정말 재밌다. 그 상상만으로도 재밌다. 상어가 두발에 새 구두를 신고 좋아서 바다를 쿵쿵 뛰어다니는 상상을 해 보시라. 정말 웃기지 않는가.상어는 부레가 없어서 계속적으로 지느러미를 저어야 한단다. 그런 상어에게 구두를 선물하면 상어는 어떻게 받아 들일까? 그 상상만으로도 재밌는데 구두를 신고 쿵쿵 뛰어다닐 상상을 하니 정말 재밌다. 한 줄정도 되는 짧은 동시로도 아이들에게 아니 시를 읽는 모든이에게 '상상력' 이란 정말 좋은 선물을 해주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그의 시를 읽으면 곧 그림을 그리 수 있다. 아니 그런 재미난 그림들이 있어 더욱 재밋게 읽을 수 있다.

<사슴 뿔 숙제>, 사슴을 그리다/ 뿔을 잘못 그려/ 지우개로 지웠다// 뿔을 다시 그리면서/사슴에게/ 내는 숙제// 너에게 꼭 맞는/ 작은 뿔을 그려 줄 테니까/ 앞으로 네가 튼튼하고 크게 키워// 푸하하하~ 정말 기발하다. 그림을 그리면서 사슴에게 숙제를 내주고 있다. 작은 뿔을 크게 키우라니, 아니 시인은 독자에게 숙제를 대신 내주고 있다. 자신의 상상력은 여기지만 더 많은 상상력으로 발전시키라고 말이다. 얼마나 좋은가.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동시와 함께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좋은 숙제가 될 듯 하다.작은 뿔을 그려준 사슴이 있는가하면 그 사슴 옆에는 더 많은 가족이 있을 수 있고 친구가 있을 수 있고, 그렇게 상상력을 키워 나가다보면 더 좋은 그림 더 좋은 시를 쓸 수 있으리라. 그 모든 것은 독자의 몫이다.아니 숙제이다. 사슴이 작은 뿔을 키워야 하는 숙제처럼 어느 독자가 되었든간에 좀더 다양회 시킬 수 있는 것은 독자의 숙제이다.

<저녁별>, 서쪽 하늘에/ 저녁 일찍/ 별 하나 떴다// 깜깜한 저녁이/ 어떻게 오나 보려고/ 집집마다 불이/ 어떻게 켜지나 보려고// 자기가 저녁별인지도 모르고/ 저녁이 어떻게 오려나 보려고// 저녁 일찍 서쪽 하늘에 저녁별이 떴다.분명 저녁별인데 자신이 저녁별인지도 잊고 저녁은 어떻게 오는지 집집마다 불은 어떻게 켜지는지 지켜보는 대상이 되고 있다.시인은 그렇게 나이를 먹고 '나는 지난 몇 년간 동시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동시를 읽고 쓰면서 나는,허겁지겁 어른이 되느라 미처 작별 인사도 못 하고 떠나온 내 안의 작은 아이와 만나기도 하고 또 요즈음 아이들의 사금파리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즐거움도 얻었습니다.' 책머리의 말처럼 어른이 되고나서 자신 안에 숨어 있는 작은 아이와 작별인사를 하듯 아니 다시 그 추억을 되새김질 하듯 그렇게 저녁별이 되어 모든 시간들을 아우르고 있다. 그렇게 하여 지난 시간들을 오롯 이 <저녁별>이라는 동시집에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한다.

모든 시들이 정말 한번씩 생각을 해보게 하고 잊었던 아니 잊고 있었던 웃음을 웃게 만든다. 그가 가져다주는 반전이 좋아 책을 받자마자 앉아서 기쁜 마음으로 모두 읽고 또 다시 읽었다. 다시 읽어도 정말 재밋고 풋풋하고 맑다. 그리고 나 또한 무언가 추억속 기억들을 따라가게 만든다. 내 속의 작은 아이는 잘 있는가 묻고 싶다. 어린이의 눈높이서 보는 시가 있다면 때론 어른의 눈높이의 반전이 있다. <밤에 우는 매미> 환환 가로등 아래/ 전봇대에서 / 매미가 운다/ 밤 열 시가 넘었는데도/매미가 운다// 할아버지가 말씀하신다/ 매미야,/낮에 열심히 울고/ 밤에는 일찍 자야지/ 이제 그만 울거라/ 전기세 많이 나간다// 칠년 간 땅 속에서 겨우 탈피를 거듭하여 세상에 나온 매미는 정말 바쁘다. 그런 매미에게 밤시간도 아깝다. 아니 그만큼 우리네 사는 세상이 밤에도 환하다. 그런 매미가 밤에 울면 우린 시끄럽다고,소음공해라고 하는데 시인은 '전기세 많이 나간다' 라고 했다. 왜 갑자기 이 대목에서 친정아버지가 생각나는지...

내 마음에 때가 낄 때쯤에 다시 한번 꺼내서 읽어야겠다. 아니 한번이 아니고 두번 세번 계속 읽어도 재밌을 동시들이다. 어느 것하느 사소한것이 없다. 땅콩 하나 그냥 보아 넘기는 것이 아니라 그에겐 하나의 세상이 되었다. 넘 재밌는 <땅콩>이란 시,땅콩을 먹을 때 떠올릴것만 같다. 땅 콩 땅 콩...그리고 나팔꽃이 활짝 핀 모습은 '충치 검사'를 한다고 표현해 놓았다.아이들이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동시 하나를 탄생시키기 위하여 시인이 자연과 사물을 무심히 넘겨버리지 않고 얼마나 오랫동안 관찰하고 친구처럼 자연과 벗하며 살았는지 동시속에는 모두 담겨 있다.시가 곧 일상이고 그의 생활이다. 그래서 더욱 좋다. 자신이 살고 있는 맑은 자연을 그대로 동시로 옮겨 놓은 것처럼 그의 추억과 일상이 오롯 <저녁별>에 담긴 동시에 모두 담겨 좋다. 이런저런 말을 쓴다는 것 자체가 흠이 될 것만 같다.아이와 함께 읽어보면 더욱 좋을 동시들이고 아이와 함께 읽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이다.

 
 

y******2 2011.07.29.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수박을 먹으며
"수박을 먹으며" 내용보기
저녁별 문학동네 동시집(19) 송찬호 시 / 소복이 그림 문학동네   제비가 돌아왔다   우리 동네에 이십 년 만에 다시 제비가 돌아왔다고 아빠가 말했다   나는 버스 정류장 전깃줄에 나란히 앉아 있는 제비를 태어나 처음 보았다   너희는 먼 남쪽 나라 강남에서 돌아오는데   나는 지금 버스 타고 읍내 강남학원에 영어 공부 하러 간다   제비는 강남에서 돌아
"수박을 먹으며" 내용보기

저녁별

문학동네 동시집(19)

송찬호 시 / 소복이 그림

문학동네

 

제비가 돌아왔다

 

우리 동네에 이십 년 만에

다시 제비가 돌아왔다고

아빠가 말했다

 

나는 버스 정류장 전깃줄에

나란히 앉아 있는 제비를

태어나 처음 보았다

 

너희는

먼 남쪽 나라

강남에서 돌아오는데

 

나는 지금 버스 타고

읍내 강남학원에

영어 공부 하러 간다

 

제비는 강남에서 돌아오고 '나'는 강남(물론 학원이름이지만)으로 간다는 것이 재미있다.

 

나팔꽃

 

아--, 하고 입 벌린

나팔꽃 속

꿀벌이 붕붕거린다

 

나팔꽃,

충치

검사하는가 보다

 

아--, 하고 입 벌린 나팔꽃

목젖이 다 보인다

 

나팔꽃이 '충치검사'를 한다고 하는 표현이 마음에 들어서 이 동시를 골랐다.

 

양떼구름

 

양떼구름은 겁이 참 많은가 봐

 

우리 동네 개가 짖으면

 

양떼구름은

 

그 개가

 

양을 모는

 

양치기개인 줄 알고

 

둘레둘레

 

산 넘어 간다

 

양떼구름을 진짜 양으로 비유한 표현이 마음에 들어서 이 동시를 골랐다.

2011.10.30. 이은우( 초등4)

 

비가 무섭게 내리다 지금은 오랫만에 해가 다 나왔네요^^

이 무더운 여름철에는 수박만한 과일도 없지요?

 

<수박씨를 뱉을 때>

수박을 먹고

수박씨를 뱉을 땐

침처럼 드럽게

퉤, 하고 뱉지 말자

 

수박을 먹고

수박씨를 뱉을 땐

달고

시원하게

풋, 하고 뱉자

 

1부 수박씨를 뱉을 땐 중에서도 제일 처음 나오는 동시네요^^

우리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일까? 수박씨를 잘 뱉지 못하더라구요..

그래서 아이들은 씨없는 수박을 좋아하나봐요^^

아이들에게는 '퉤'도 '풋'도 어려운 걸까요?

하지만 점점 수박먹는데 익숙해지면, 정말 '풋'하고 뱉어내면 좋겠어요^^

<달팽이>는 등 뒤에 짐을 지고 다니는 달팽이를 보고, 학교 가고, 학원 가고, 이사 간다고 표현한 시인의 마음이 재미있네요~

 

2부 제비가 돌아왔다에서는

저수지에 돌멩이를 던져놓고 돌멩이가 빠지는 그 자리를 <저수지 배꼽>이라고 표현해서 '아하!'했어요..그래요..가끔 "꼬르륵"하고 소리를 내기도 하지요.

<양떼구름>은 읽기고 좋지만 우선, 한 행씩 띄엄띄엄 인쇄된 것이 보기도 재미있고 인상적이라 좋았어요^^

 

3부 느티나무에서 매미가 더 세게 우는 이유 중에서는

<벌 받는 시간>이라는 동시는 우리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읽게 해 줘야 겠다는 생각에 메모지를 끼워 놓았어요^^ 자꾸자꾸 읽어줘서 벌받는 행동을 좀 줄이도록 훈계할까봐요.

<뭉게구름> 도 보기에 참 이쁜 동시예요. 시각적인 효과가 듬뿍 들어있네요^^  이제는 디자인 공부도 해야 시를 맛깔나게 쓰겠는데요~

 

4부 딸기야, 미안해를 읽다 보니

<반달곰 시험 보는 날>도 재미있게 읽었구요.

<꾀 많은 파리>를 읽으면서, 파리를 쫓는다고 낮잠자는 아빠의 얼굴을 파리채를 날리는 모습이 연상되서 자꾸 피식거리고 웃게 되구요..

<노루>는 폐교 된 학교에 아침 일찍 찾아 온 노루를 보고 5학년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무얼까요?  그래서 5학년 교과서에 실리게 된 걸까요?

생긴 것도 다 동글고 똑같은데 그 하나하나의 마음을 어찌 알까? 하고 표현한 <포도>도 그림과 더불어 이쁘게 읽었어요.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이나 자연물을 소재로 이렇게 다양하게 동시를 쓸 수 있다니, 아마 우리도 시도를 해보면 멋진 작품을 쓰기는 어렵겠지만, 우리 마음을 표현할 동시를 소소하게나마 써 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얻고 갑니다^^

송찬호 시인님 고맙습니다~

더운 여름날, 수박 드시고 힘 많이 내세요^^

i***2 2011.07.2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찌든 나를 씻겨주는 동시
"찌든 나를 씻겨주는 동시" 내용보기
어린이가 쓴 동시인가...처음 읽어 나갈때 드는 생각이었다.그만큼 아이의 눈높이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동시였기에그런 생각이 들었으리라.어릴적에 학교에서 써 본 이후 '동시'라는걸 쓴 적도 읽은 적도 없다가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어느새 동시집의 매력에 빠져버렸다.요즘 동시는 예전 내가 접했던 동시와 많이 달라져서(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쉽게 써서 그런것 같다)
"찌든 나를 씻겨주는 동시" 내용보기

어린이가 쓴 동시인가...
처음 읽어 나갈때 드는 생각이었다.
그만큼 아이의 눈높이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동시였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으리라.

어릴적에 학교에서 써 본 이후 '동시'라는걸 쓴 적도 읽은 적도 없다가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어느새 동시집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요즘 동시는 예전 내가 접했던 동시와 많이 달라져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쉽게 써서 그런것 같다)
우리집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며 장난치는 중간에도 
재미삼아 그 상황에 맞는 동시를 재잘재잘 거린다.
자기들 일상에서 느꼈던 것들이 동시가 고스란히 잘 표현해주어서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저절로 외우게 되는게 아닐까.

송찬호 시인을 본 적도 만난 적도 없지만 
동시를 읽다보면 그분은 아이와 같은 순수한 눈동자를 가진
분일거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시란 멋진 말로 그럴듯하게 써야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었다.
송찬호님의 시를 읽다보면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며 
참 자연스럽게 동시의 참맛을 온전히 전달해준다. 

**  두꺼비형  **

비 온 다음 날
엉금엉금 두꺼비가 기어 나와
마당 한가운데에서 나랑 딱 만났다

두꺼비와 나는 
누가 먼저 길 비켜주나
내기했다

그런데 두꺼비 얼굴을 찬찬히 보니
울퉁불퉁한 게
여드름 많은 
우리 형처럼 생겼다

에이,형이라면 내가 지지 뭐
두거비 앞에서 
내가 길을 비켜주었다

누나에게 늘 당하고 사는 우리집 아들녀석을 보는듯 하다.
대항해봤자 나만 당하고 자기 맘대로 해석하는 누나랑은 맞서지 않는게 상책인데,
두꺼비가 화자의 형처럼 보이나보다.ㅋ

이처럼 송찬호 시인은 혼자서 뭔가를 관찰하고 듣고 독백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물과 시인의 마음이 혼연일체, 이심전심, 통하는게 보인다.
꾸미지 않고 내보인다는것은 대단한 용기가 아니면 하기 힘들다.
천진난만한 시인의 내면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저녁별]이다.

 


 

y*****1 2011.08.0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동시를 읽는 시간.
"동시를 읽는 시간." 내용보기
문득 시가 읽고 싶어졌다. 책장을 서성이며 이런 저런 시집을 뒤적거리며 고르고 있는데 내 마음에 착 와 감기는 시집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동시를 모아놓은 책장에 시선이 갔고 이 책을 꺼내들었다. 마치 서점처럼 그 자리에 서서 동시를 읽고, 그림이 귀엽다며 혼자 감탄 하면서 순식간에 읽어 버렸다.  동시를 읽으면 늘 유년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뭔가 아련했다. 아이의 눈으로(
"동시를 읽는 시간." 내용보기

문득 시가 읽고 싶어졌다. 책장을 서성이며 이런 저런 시집을 뒤적거리며 고르고 있는데 내 마음에 착 와 감기는 시집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동시를 모아놓은 책장에 시선이 갔고 이 책을 꺼내들었다. 마치 서점처럼 그 자리에 서서 동시를 읽고, 그림이 귀엽다며 혼자 감탄 하면서 순식간에 읽어 버렸다.


  동시를 읽으면 늘 유년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뭔가 아련했다. 아이의 눈으로(혹은 가정 하에) 사물을 보고 느끼는 시선이 좋았다. 어떻게 이런 시선을 가질 수 있고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는지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어릴 적에 동시집을 읽고 흉내를 내면서 한 번 써봤다면 과연 싱그럽고 순수한 마음이 드러날지 너무 궁금해진다.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아줌마인 현재의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 시절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아득해져서 그런가보다.


  역시나 이 동시집을 읽는 동안 괜히 내가 순수한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어릴 적 나의 모습을 꾸역꾸역 끄집어내어 동시에 대입해 보면서 나는 이러지 못했음을 깨닫고도 전혀 괴롭지 않았다. 대리만족을 하게 되었고 어디선가 이런 마음들이 계속 솟아나고 있을 거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마음과 어른의 마음에서 피어난 시심이 독자들에게 많이 전달되길 바랐다.

 

  그렇다고 이 시집에 쓰인 시들이 모두 기분 좋거나 아련한 추억만 떠올리게 만드는 건 아니다. 때 묻지 않은 혹은 있는 그대로 보거나 거기에 무조건적인 아이의 시선이 있다고 생각했다. 동시를 읽으면서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느냐고 할 수 있지만 언뜻언뜻 어른의 시선으로 보이는 시들이 보였다. 그런 시가 나쁘다 좋다가 아닌, 어른이 동심의 마음으로 쓴 시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말이다. 이를 테면 ‘미국 메이저리그/야구 경기를 보는데/콧수염을 기른 감독이’라는 부분에서 어른의 시선이 느껴졌지만(아이라고 해서 이런 시선을 가질 수 없는 것도 아니지만) 초조해서 해바라기씨를 자꾸 까먹는 감독을 보면서 까맣게 익은 마당의 해바라기씨도 초조한가보다며 말하고 있는 시가 그랬다. 야구 경기를 보면서 마당의 해바라기씨가 초조한가보다고 감정이입을 한 적이 내게 있었을까? 갑자기 내 주변 사물들이 살아 움직인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현실 도피를 위해 소설을 읽는다고 말하면서도 동시를 읽는 순간 잠시 나를 잊었다. 하지만 그런 잊음이 현실 도피가 아니라 내가 살아온 과거를 반추하게 되어 뭔가 좀 더 아련한 기분이다.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고 하면 너무 오글거릴까? 짧은 시간이었지만 과거를 돌아보면서 현재의 나를 마주할 수 있어서 생각지도 못한 시간을 갖게 된 것 같다.

s****m 2016.04.0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노래책시렁 527 저녁별 (송찬호)
"노래책시렁 527 저녁별 (송찬호)" 내용보기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12.25.노래책시렁 527《저녁별》 송찬호 글 소복이 그림 문학동네 2011.7.25.  시골에서 살더라도 들숲메바다를 다 바라보거나 받아안지는 않습니다. 서울에서 살지만 들꽃과 나무를 품으면서 조용히 골목집을 돌보는 분이 있습니다. 시골집을 누리되 별을 멀리하면서 불빛이 환한 집이 있습니다. 서울에 깃들어도 불빛이 적은 기스락에서 호젓이
"노래책시렁 527 저녁별 (송찬호)" 내용보기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12.25.

노래책시렁 527


《저녁별》

 송찬호 글

 소복이 그림

 문학동네

 2011.7.25.



  시골에서 살더라도 들숲메바다를 다 바라보거나 받아안지는 않습니다. 서울에서 살지만 들꽃과 나무를 품으면서 조용히 골목집을 돌보는 분이 있습니다. 시골집을 누리되 별을 멀리하면서 불빛이 환한 집이 있습니다. 서울에 깃들어도 불빛이 적은 기스락에서 호젓이 지내며 오래오래 즐거이 걷는 분이 있습니다. 저녁별을 보려면 낮구름을 보아야 하고, 풀꽃나무가 햇볕을 넉넉히 누려야 합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살림일 적에 밤낮을 푸르게 가꿉니다. 《저녁별》을 읽으며 내내 아리송했습니다. “침처럼 드럽게(13쪽)”는 뭔 소리이지요? 어떻게 침이 더러울까요? 난데없이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22쪽)”는 왜 튀어나오나요? 멧돼지가 “사진도 찍고 뒹굴고(43쪽)” 한다니, 마치 사람처럼 엉뚱하게 쳐다봅니다. 멧돼지가 살아갈 땅을 자꾸 잡아먹으면서 멧돼지한테 고개숙일 줄 모른다면 노래로 나아가지 못 합니다. 겨울잠에 들 곰이 “허리 재기(80쪽)”는 왜 하나요? 살빼기를 에둘러 나무라려는, 또는 우스개로 바꾸려는 글재주는 하염없이 가볍습니다. 날개를 단 새처럼 바람을 탈 만큼 가벼운 글결이 아니라, 날개흉내로 하늘을 난다고 꾸미는 겉치레라서 가벼워요. 구경하면서 멋부리고 치레하고 웃어넘기는 꾸밈글은 내려놓기를 빕니다. 그저 시골을 그리고, 논밭을 말하고, 풀꽃나무와 들숲메바다를 얘기하면 됩니다.


ㅍㄹㄴ


수박을 먹고 / 수박씨를 뱉을 땐 / 침처럼 드럽게 / 퉤, 하고 뱉지 말자 (수박씨를 뱉을 땐/13쪽)


미국 메이저리그 / 야구 경기를 보는데 / 콧수염을 기른 감독이 / 엄청나게 / 해바라기씨를 / 까먹어 댄다 // 엄청 초조한가 보다 / 저렇게 쉬지 않고 / 까먹어 대면 / 해바라기씨도 엄청 들겠다 (해바라기씨/22쪽)


골짜기 너머 / 고구마밭을 / 멧돼지들이 다 파헤쳐 놓았다 // 엄마가 말했다. 내년에 여기다 / 메밀을 심어야겠다 / 메밀은 멧돼지들한테 먹을 게 못 되니 / 지들도 어쩌지 못할 거다 … 그런데, 멧돼지들이 / 메밀꽃을 좋아하면 어떡하지? // 하얗게 핀 / 메밀밭에 들어가 / 사진도 찍고 뒹굴고 놀면 어떡하지? (어떡하지?/42, 43쪽)


겨울잠을 자기 위해 / 도토리를 먹고 / 얼마나 살을 찌웠는지 / 반달곰 허리를 재어 보는 날 (반달곰 시험 보는 날/80쪽)


+


《저녁별》(송찬호·소복이, 문학동네, 2011)


붕― 붕― 큰 소리를 내면서

→ 붕! 붕! 큰소리를 내면서

→ 부웅 부웅 큰소리 내면서

37쪽


쪼끄만 꽁지를 가진 굴뚝새

→ 쪼끄만 꽁지인 굴뚝새

→ 꽁지가 쪼끄만 굴뚝새

→ 굴뚝새는 꽁지가 쪼끄맣고

38쪽


심심해진 나도 그냥

→ 심심한 나도 그냥

40쪽


겨울잠을 자기 위해 도토리를 먹고

→ 겨울잠을 자려고 도토리를 먹고

→ 겨울에 자려고 도토리를 먹고

80쪽


도토리 백 개만 더 달라고 조르는 중이다

→ 도토리 온 알만 더 달라고 조른다

→ 도토리 온 톨만 더 달라고 조른다

80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h*******e 2025.12.2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