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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는 유미가 인규와 무엇 때문에 비밀 공동체가 되었는지 살짝 언급만 했었는데, 그 비밀과 관련된 ‘사건’의 윤곽이 2권에서 비로소 드러난다. 본격적으로 추리적 요소가 가미되는데, <4월의 물고기>보다는 덜 하지만 여전히 좀 헐겁고 긴장감이 없다. 그런데 또 따지고 보면 어차피 인생이라는 건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감질나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것 같은데도 사건들은 제 스스로의 생명력을 가지고 제멋대로 터진다. 일이 밀어닥칠 땐 쓰나미처럼 걷잡을 수 없이 덮쳐오기도 한다. 심심하고 무료할 땐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이기도 하다. 그러니 그 누군가가 유미에게 협박편지를 띄엄띄엄 보낸다고 탓할 수는 없겠지. 유미가 거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고 답답해할 것도 없다. 2권의 3장 제목처럼 “카르페 디엠!”이라면 할 말이 없다. 드라마나 영화처럼 모든 게 딱딱 들어맞는다는 게 어쩌면 더 이상한 걸 수도 있으니깐. 각본을 짠 것처럼. 하지만 굳이 일상의 재현을 보려고 시간을 들여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건 아니니깐. 암튼, 2권의 주제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뿌린대로 거둔다.” 정도가 되겠다. 인규와 도모했던 모종의 살인사건과 관련된 복수가 시작된다. 알 수 없는 사건 뒤 인규는 정신이 피폐해지면서 급격히 몰락한다. 재벌2세 윤동진을 만나 신분 상승을 위한 결혼까지 생각하지만 지지부진한 신경전만 계속될 뿐이다. 더욱이 윤 이사의 아버지인 윤 회장이 걸림돌이다. 그가 유미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윤회장은 유미가 과거에 포르노 비디오를 찍었다는 것과 유미의 복잡한 남자관계를 이미 알고 있다. 그는 자신의 가문에 맞는 품격의, 그리고 자기 사업에 도움이 될만한 집안의 며느리를 원한다. 이에 대한 반발로 유미는 미술관 재개관을 앞두고 마지막 카드를 꺼낸다. 사직서를 낸 것이다. 교수 자리는 요원하고 큐레이터 자리도 위태롭다. “윤동진과의 관계가 잘못되면 일과 연애, 두 마리 토끼를 다 놓”(p. 203)친다. 이상한 협박 메일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야금야금 유미의 일상을 조여온다. 안전하고 탄탄하다고 생각했던 삶에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고 모래 위에 세운 집처럼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미 모든 것들이 이미 시작되었는데, 정작 유미는 심각성을 모른다. 유미는 이미 지칠대로 지쳤지만 문제의 근원을 진지하게 고민하기보다는 또 다른 남자(어느날 샘물처럼 다가온 고수익)와 그와의 섹스를 통해 복잡한 심경을 풀려 할 뿐이다. 유미는 여전히 모든 선택은 자기 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감(혹은 자만감) 때문이다. 아니, 결정적으로 욕망이라고 불려지는 욕심이 그녀의 눈을 가린 것이다. 인간은 가면을 쓴 동물이다. (중략) 삶이 인간을 속이는 게 아니라 인간이 삶을 속이는 것이다. 불안한 인간일수록 더욱더 가면을 쓰고 삶을 연기한다. (p.50)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유미는 아득한 절망을 느꼈다. 유미를 막고 있던 바람벽 하나가 소리 없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인규라는 남자가 무너지고 있다. 그는 말했다. 유미가 단 한 번도 자신을 사랑한 적이 없다고. 유미는 핸들에 고개를 묻었다. 열심히 살고 누군가를 늘 열심히 사랑했던 같은데, 그런데…… 남겨진 것은 늘 외로움에 전 육신과 불안한 영혼뿐이다. 사랑하는 순간은 열정과 최선을 다해 사랑했지만, 누구는 중이 되고, 누구는 죽고, 누구는 이렇게 정신이 피폐해지고 있다. 윤동진의 농담처럼 자신은 정말 ‘팜 파탈’일까? 정말 남자를 멸망시키는 요물인 걸까? (p.106) 그동안 미술관 일에 쏟아부은 애정은 윤동진도 잘 알고 있다. 그만두는 것에 미련이 있기도 하지만, 어제 일 같은 핍박과 모욕에 대한 유미 나름의 저항을 일단 표하고 싶었다. 상처받은 자존심 때문인지도 모른다. 마음 한편으로는 오기가 생기기도 했다. 일단 그에게 간 쓸개 다 내놓고 매달려서 이 일을 없던 일로 무마하고, 어떡하든 결혼에 골인해서는 윤 회장과 윤동진을 보란 듯이 쥐고 흔들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 결혼이 세속적 욕망의 엘리베이터일지라도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다. 솔직히 유미는 결혼과 자유, 두 개의 떡을 양손에 쥐고 싶었다. (p.188) 유미는 ‘唯美’가 아니라 ‘由美’다. 모든 것은 아름다움 까닭이다. 아름다움에서 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탐스러운 선악과와 그것을 따먹은 이브와 그 유혹에 빠진 아담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넌 누구니?” “난 유미(由美)야.” “나쁜 년!” “난 죄 없어. 모든 건 유미(由美), 아름다움에서 말미암은 거야.” “아름다움이라고?” “응.” “넌 세상에서 가장 위태로운 무기를 가졌을 뿐이야.” “그건 타고난 재능이지, 내가 선택한 건 아니야.” “잘난 척하긴!” 유미는 거울 속의 여자를 주먹으로 한 대 쳤다. 속이 좀 후련해졌다. (p.50) 그런데 작가가 보여주는 이런 일련의 행태와 모습들은, 작가가 ‘선포’했던 이상적인 여성상에서 한참 벗어난다. 동진에게 다른 남자들의 존재가 탄로(?)나자 유미는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거짓말로 그 순간을 모면하려고 한다. “이 사진에 나온 남자들을 모른다고 하진 않겠어요. 일 때문에 만나기도 했고요. 하지만 맹세코 이 남자들을 사랑하진 않았어요.” 유미는 이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최선이었다. 따져 보면 인규는 옛 애인에 불과하고, 용준은 동진이 대타이며, 김 교수는 부정(父情)을 채워주는 대상일 뿐이다. (p.184) 결국 유미는 자기 스스로 말한 것처럼 성냥팔이 소녀의 운명일 따름이다. “나 너무 추워요. 성냥팔이 소녀처럼…… .” “오, 불쌍해라. 성냥팔이 소녀라…… 가진 건 성냥밖에 없는데 아무도 성냥을 사 주진 않죠. 그래서 소녀는 남은 성냥을 하나씩 켜면서 따스한 환상을 보죠.” “그래요. 그건 동화고. 한때는 너무 화가 나서 가진 성냥으로 온 세상을 싹 불 질러 버리고 싶은 생각이 많았어요.” “어, 그건 성냥팔이 소녀가 아니라 무시무시한 또라이 방화범인데…… 유미씨가 설마…… .” “한때 그런 심정으로 살았다고요. 내가 가진 건 성냥 밖에 없었어요. 잠깐 불을 밝히면 순간적으로 따스해지지만, 자꾸 성냥을 켜다 보면 언젠가는 성냥이 동나 아무것도 남지 않고 더 추워지죠. 결국 성냥팔이 소녀는 얼어 죽은 채 발견되잖아요. 내게 성냥이란 뭐냐면…… 으음…… .” 유미는 말을 멈췄다. 자신에게 성냥이란, 남보다 더 뜨거운 몸이었다. 한마디로 성능 좋은 내연 기관을 타고난 덕에 뜨거운 몸을 불사르며 버텨 온 인생이었다. 그러나 유미의 그 성냥은 언젠가 고갈될 것이다. 한때는 그 성냥을 아무 곳에서나 아무 때나 그으며 추위와 배고픔을 이긴 적이 있었다. 성냥 팔이 소녀처럼 성냥을 하나씩 그어대며 하루하루를 버틴 과거가 가슴 아프게 떠오르자 유미는 더 이상 말을 하기 싫었다. 하지만 어쩌면 지금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어쩌면 유미가 지금 욕망하고 있는 것들은 성냥팔이 소녀의 환상 같은 게 아닐까? 그건 유미의 환상이지 유미에게 다가올 현실은 아닐지 모른다. 어쩌면 환상에서 깨어난 유미는 자신이 걸친 옷가지를 태운 잿더미를 보아야 할지 모른다. (pp.23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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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엄마를 닮아간다고 했던가? 유미의 엄마는 혼자의 몸으로 딸 유미를 낳아키웠고, 유미는 어렵게 들어간 대학에서 정효수와 불장난으로 딸 설희를 가졌을때 엄마가 강제로 밀어부쳐 대학도 졸업못하고 결혼을 했지만 끝내 딸은 남편에게 맡겨두고 이혼을 하게 된다. 유미의 생부는 누구일까? 엄마의 일기장에 쓰여있는 Y, 엄마가 몸을 위탁했던 남자 조두식은 유미의 생부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을텐데 무슨 이유인지 유미에게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 정효수가 다른 여자와 재혼 둘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으며, 딸 설희는 새엄마를 인정하지 못하고 밖으로 떠돌고 있다. 그렇다고 생모인 유미가 딸을 신경쓰는 것도 아니고, 생각해보면 설희의 삶도 참 힘들겠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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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잡아 놓은 물고기에는 떡밥을 주지 않는다고... 유지완의 남편 황인규는 갑자기 취소된 술 약속으로 연락도 없이 일찍 퇴근하게 된다. 그가 들어온 집의 모양은 평소처럼 단정한 아내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아내 지완은 집안 살림을 팽개치고 옷을 챙겨 입은 띠를 내고 한밤중에 외출한 것이다. 그는 자신이 저지르는 불륜보다 정숙하다고 믿었던 아내의 불륜을 도저히 받아 들이기 힘들다. 화가 난 인규는 오유미의 아파트로 가고 때마침 이곳에서 재벌 2세 동진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유미의 고성에 그만 조용히 문을 닫고 나오게 된다.
유미는 지완의 남편 인규가 한밤중에 모르는 사람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고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인규를 면회 간 유미는 인규의 눈빛에서 예사롭지 기운을 보게 된다. 인규의 연락을 받고 만난 유미는 인규에게서 지완과의 이혼 이야기를 듣게 되고 인규는 유미와 관계되어 파리에서 있었던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가장 높은 자리로의 비상을 꿈꾸는 유미를 제어하려는 동진의 아버지의 등장은 유미를 더욱 자극시킨다. 유미 자신에게 오는 의문의 메일과 동진의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비디오테이프와 사진들은 그녀의 과거를 드러내지만 유미는 이런 사실 속에서도 동진이 자신을 떠나지 못할거라 믿으며 그를 자신안에 잡아두려고 한다.
2권은 특별한 스토리는 없다. 지완과 인규 부부의 맞바람과 재벌 2세 동진과의 변태적인 사랑 방식에 맞을 들이는 유미.. 여기에 유미를 둘러싼 남자들의 계속된 집착과 애정행각은 책을 거의 메우고 있다.
의문으로 남아 있는 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희미한 그림자만 엿보이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여전히 유미의 과거속에 지워진 남자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증거들이 오유미 앞에 하나둘씩 나타나지만 그것을 보낸 사람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유미의 새로운 남자로 나오는 고수익이란 의문의 남자가 주는 암시적인 느낌이 이 사람이지 않나?하는 의문을 갖게 할 뿐이다.
옛말에 엄마의 팔자를 딸이 닮는다는 말이 있다. 물론 이 말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유혹'에서는 미모의 여인으로 어린나이에 유미를 가진 유미엄마처럼 유미 역시도 어린 나이에 딸을 나아 결혼하고 이혼했으며 유미의 딸도 17살에 남자를 알게되고 아이까지 떼게되는 상황은 똑같이 반복한다.
21세기 여성상이 성적인 자유로우며 남자들처럼 여자도 성적으로 문란한 행위나 과거를 가지고 있어도 전혀 꺼리낌 없이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 있는 힘을 가질수 있다는 말을 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허나 아직은 자유연애가 아무리 요즘 보편화되고 아무 상관이 없다고해도 오유미란 여성이 꿈꾸는 생활이 과연 가능할지.. 저자의 나머지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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