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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바라는 자녀의 장래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자녀가 부모님이 바라는 대로 꿈을 꾸어주면 좋은데, 다를 경우가 다반사니 문제다. 더구나 자녀의 적성조차 고려하지 않은 채 부모가 자녀에게 막무가내로 밀어부칠 경우엔 더 큰 문제가 일어나기 일쑤다. 그렇다고 부모가 되어서 자녀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도 없고, 걱정을 하자니 자꾸 문제가 불거지기만 하고...답답할 노릇이 참으로 많이도 벌어진다.
이 책의 주인공도 그렇다. 주인공의 부모님은 수학에 천부적인 소질을 타고났고, 그 덕분에 자신들의 꿈을 이루었음은 물론 사회에도 훌륭한 보탬이 되는 보람찬 삶을 살고 있다. 그렇기에 자녀인 주인공에게도 수학 교육을 남다르게 생각하고 수학 성적만큼은 엄격하게 관리(?)하였다. 이럴 경우, 자녀가 수학에 큰 관심은 없어도 보통 정도의 실력만 갖추어도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수학에 영 젬병이다. 아니 실력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수학적 재능이 거의 없다시피 한다. 그러니 부모님이 수학에 큰 관심을 보일 때마다 주인공은 정말이지 죽을 맛이다.
그렇다고 주인공에게 재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은 '언어적 재능'이 탁월하여서 장래에 <언어 탐구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직업으로 고른다면 '시인'이 되고 싶다. 왜냐하면 낱말의 뜻을 찾고, 사물과 상황에 딱 알맞는 낱말을 골라 표현하는 것이 정말 재밌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인공은 손이 닿는 곳에 사전을 여러 권 놓아두고 모르는 낱말이 나올 때마다 사전을 뒤적거리며 뜻을 알아내 자기만의 비밀 수첩에 옮겨 적고 쓸 수 있을 때 적절하게 쓸 만반의 준비를 해놓는 것이다. 그런데도 주인공은 자신의 재능이 '수학'이 아니라 '언어'쪽이라는 사실을 부모님에게 말하지 못한다. 주인공의 내성적인 면 때문이기도 하지만 부모님이 대단히 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아빠가 말이다.
내성적인 주인공은 학교 생활도 만만치 않다. 말수가 적은 탓에 친구도 많지 않은데다가 체구까지 조그마해서 짓궂은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기 일쑤기 때문이다. 더구나 성적까지 그닥 높지 않아서 반친구들 사이에서조차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 아이이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이 글짓기 과제를 내주었다. 책을 읽고 독후감 과제를 쓰는 것인데 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짝을 지어서 함께 해오는 과제다. 주인공은 늘 혼자 지내기 때문에 과제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에 쑥쓰럽기도 하고 부담스러웠지만 남자 친구라면 괜찮겠다 싶었다. 그런데 여자 친구랑 짝이 지어졌다. 주인공은 이래저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었지만, 조금씩조금씩 바뀌는 상황 속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면서 점점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고 당당하고 멋진 남자 아이로 성장해 가는 줄거리다.
전형적인 <청소년 성장 소설>이다. 그렇지만 작위적인 느낌은 없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일상에서 겪을 법한 사건들이 얼기설기 얽힌 까닭에 웬만한 <성인 소설> 못지 않다. 그리고 주인공이 사건을 하나하나 겪으면서 자신의 장점을 발견해가고, 그 장점을 통해 자신감과 자존감을 찾아가는 모습에 절로 흐믓해지는 소설이다. 그리고 제목에 '수학'이 들어 있긴 하지만 어려운 수학공식 따위는 하나도 나오지 않는 책이다. 재미와 교훈이 적절히 버무려진 좋은 책인데, 책 내용과 삽화가 딱 들어맞지 않는 점이 '옥에 티'다. 그래도 거의 드러나지 않으니 책 읽는 재미를 느끼기에 아무 걸림돌이 없는 책임에는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