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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미인'인 여형사의 추리에 빠져들다. 무더운 여름은 아무래도 추리소설이 제 맛이다. 참신한 소재에서 우러나오는 지적 미스테리, 적당한 복선과 암시에서 느껴지는 서스펜스, 살인의 이면에 존재하는 인간 내면의 악마성, 허를 찌르는 의외의 반전 등이 잘 짜여진 추리소설은 더위를 잊게할 정도로 청량감을 준다. 이번에 손에 잡은 '하타 타케히코 はた たけひこ 秦 建日子'의 <언페어>는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는데 일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본 적은 없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추리소설' 속의 살인과 현실에서의 살인이 일치되는 예고 살인을 추적해가는 플롯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미모의 여형사이다. 유키히라 나츠미는 30대 후반 최상의 몸매를 가진 '쓸데없이 미인(표현 한번 마음에 든다)'이다. 7살짜리 이쁜 딸 '미오'가 있으나 이혼으로 떨어져 사는데 그 이유(비밀로 하고 싶은데 출판사에서 다 말해 버렸구나. 미성년 용의자를 사살한 사건의 충격으로 엄마를 살인자라 하며 외면한다)가 참으로 안타깝다. 그래서일까. 정신없이 일하는 그녀는 경시청 수사1과 검거율 넘버원이고 술고래이며 취하면 종종 알몸으로 잠을 잔다(이건 간간히 독자를 꼬시는 섹시코드 드라마적 양념이다). 방 같은건 치우지않을 뿐만아니라 '와트슨' 역할의 신참형사를 함부로 부리는 약간의 싸이코(그냥 개성적이라 하자) 같은 캐릭터가 상큼상큼하다. 비 오는 6월의 어느 날, 신주쿠의 한 공원에서 중년남자와 여고생이 처참하게 살해된 채로 발견된다. 목격자도, 결정적인 증거도 없는 가운데, 현장에 남겨진 것은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라고 쓰여 있는 작은 책갈피뿐.
중년남자와 여고생 사이의 연관성을 찾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수사가 계속되던 중, 한 출판사의 ‘문학신인상’ 수상 파티에서 또 하나의 살인 사건이 터진다. 뒤이어 각 출판사와 경찰서에 여태까지 일어난 살인 사건과 똑같은 스토리가 담긴 ‘추리소설’이라는 제목의 수상한 소설 원고가 배달된다. 소설에는 다음 편 원고를 낙찰하라는 요구 및 다음 살인의 예고와 T. H.라는 이니셜이 쓰여 있는데……. 과연 T. H.는 누구인가? 이 사람이 잔혹한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인가? 이 예고 살인 사건을 경시청 검거율 1위 미인 여형사 유키히라 나츠미와 그의 파트너 신참 형사 안도 가즈유키가 추적해간다. (출판사 제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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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은 가끔 가다 읽는데 요즘 들어 추리소설을 부쩍 읽는다. 여름이라 그런지 더욱 추리소설이 많이 나온다. 하루가 다르게 출판사에서 추리소설 신간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 말을 달리 표현한다면 추리소설이 출판사에 돈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익이 되지 않으면 쫓지 않는 것이 어쩌면 인지상정인지도 모른다. 그럼 출판사의 베스트 셀러에 대한 신뢰감 또는 공정성은 얼마나 될까? 절대 백프로의 공정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모두가 다 알고 있지만 모른 척 하는 것이 우리 사는 사회의 룰인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참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만났다.<언페어>는 앞의 그런 현실을 따끔하게 충고하면서도 공정과 불공정한 것에 대한 생각을 이번 기회에 정리해 보게 되기도 한 소설이기도 하다.
추리소설안의 추리소설이 들어가 있는 구성으로 등장인물들 개개인의 시점으로 되어 있다. 등장인물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장점은 바로 개개인의 심리묘사로 인하여 독자에게 리얼리티를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리얼리티 ! 이 소설의 장점은 전정한 리얼리티라는 것이다.
그럼 이 소설은 왜 리얼리티를 외치는가? 하는 것에 있는데 그것은 추리소설이 가지고 있는 정해져있는 틀을 깨버리고 싶은 저자의 바램이 아닐까 한다. 우선은 어떤 추리소설이던지 사건은 해결된다는 것과 범인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것, 독자들은 보수적이라 공정한 것을 원한다는 것이다. 독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항상 예정조화적 '대반전'을 말하면서 동시에 '리얼리티'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이 추리소설의 주인공 즉 범인은 독자들에게 진정한 리얼리티를 선사하기로 한 것이다. 복선도 없고 결말도 없고 범인이 밝혀지지도 않는 진정한 리얼리티를 위한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에 대한 글을 쓰기로 한 것이다. 범인은 그래서 소설을 쓰기로 한 것이다. 진정한 추리소설의 리얼리티를 위해, 독창성을 위해, 공정함을 위해 ... 소설을 쓰면서 동시에 살인을 한다.
사건을 추리하는 형사는 유키히라 여형사이다. 2년전 열일곱 살의 약물중독소년을 총으로 쏴 죽인 일로 딸에게 살인자로 불리워지는 유키히라. 그 사건으로 인해 이혼당하고 혼자 살면서 경찰청내 검거율 1위인 명성을 자랑하지만 뛰어난 미모와 달리 더럽게 생활하여 남자들에게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면서도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유키히라는 소설과 함께 일어난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중 이와사키 출판사 편집장 세자키를 살인사건의 관계자로 만나게 된다.세상에 마음을 닫고 산지 오래인 유키히라는 세자키에게는 이상하게 마음이 움직인다.
이어 계속되는 살인과 함께 밝혀진 범인인 히라이는 2년전 실종된 상태이고 히라이와 같은 대학 동아리 후배가 살해당하고 범인은 또 한번의 예고를 한다.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 를 말하는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 너무 공정하다고 불평하지만 결국은 일반 추리소설의 공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사건은 해결되고 범인은 밝혀지고 , 결국 범인의 소설은 팔리지 않는다. 여기서 웃음이 나는 건 범인의 소설을 사지 않는 대신 2년전 문학상에 공모했던 살인범의 원고를 출판하려고 하는 장면이었다. 출판사의 모리카와 부장이 제안한 것을 보면 출판사에서 이익이 되면 설령 공정하지 않다해도 세상의 이슈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면 불공정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살인마의 데뷔작품이란 타이틀만 붙이면 엄청난 매출을 일으킬 거라며 ... 세자키는 그런 부장에게 적어도 출판사가 작품을 세상에 내보낼 때는 최소한의 수준은 지켜줘야 한다고 ... 이 한마디가 마치 작금의 출판문화에 일침을 가한 느낌이 들었다. 얼마전 한 여성의 자전적인 소설을 쓰레기라며 항의한 글들을 본 적이 있다. 물론 그런 책을 낸 출판사도 같이 욕을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요즘 같이 떠오르는 이슈에 목말라 하며 트렌드면 무조건 따라가는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충고를 던져주는 듯하다.. 세상이 공정하지 않지만 그래도 아직은 공정한 룰을 지키며 사는 세상이기도 하다. 범인의 끊임없는 물음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 에 대해 어차피 세상에 진정한 공정은 없다고 본다. 단지 공정함을 가진 사람은 있다고 믿는다. 점점 공정과 불공정이 애매해지고 있는 시대에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할 우리의 사회의 공정성 ^^ 에 대한 생각을 던져주었던 소설이다.
불공정한 행위는 항상 '정의'의 이름으로 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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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는데 무언가 하나 툭 하고 떨어진다. 책갈피인가. 얇은 종이조각이다.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 종이에 쓰인 한 문장이다. 본문 속에서도 언급되는 종이다. 그것을 실체화 시켜서 책에 끼워 놓은 것이다. 생각보다 영리한 홍보전략이다. 예상치 못했기에 더욱 놀라게 되는 그러한 서프라이즈다. 공원에서 살해된 두 사람 한 명은 회사원이고 한 명은 고등학생이다. 두 명은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 그 둘이 아는 관계도 아니다. 이 사건을 맡은 것은 안도와 유키히라. 유키히라는 괴벽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녀를 감당해내는 것은 안도다. 그리고 그녀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은 그녀가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일 것이다. 시체가 있었던 자리에 거침없이 누워 보는 그녀의 행동을 누가 이해할 수 있으랴. 사체는 두 건이지만 전혀 다른 패턴을 지닌다. 더구나 피해자 중 한 명은 눈알까지 도려져 있는 상태였다. 이런 시체 훼손은 정말 큰 증오심이나 원한을 해결하려는 용도로 사용된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실제로도 그러할까. 그렇다면 고등학생은 왜 죽은 것일까. 그 아이가 그날 그곳으로 지나가지 않았더라면 그 아이는 살 수 있었을까. 단지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었던 것 뿐일까. 이야기는 중간중간 소설을 포함하고 있다. 범죄가 행해지는 장르소설이다. 그래서일까 실제로 이야기 속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사건과 이 소설 속의 이야기가 어디서 맞물리는 지점이 있을까 하고 궁금해지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발견된다. 내가 책에서 발견한 종이조각이다. 프린트로 인쇄해서 칼로 자른 책갈피. 본문에 하얀 종이에 간소한 인쇄라고 적혀 있는 것처럼 내가 손에 들고 있는 책갈피도 단지 하얀 종이에 글씨만 적혀져 있다. 불공정이라는 제목인 언페어와도 일치하는 내용이다. 이 사건을 저지른 사람은 누군가에 의해 굉장히 공정하지 못한 대접을 받았던 것일까를 의심해보게 된다. 추리소설이라는 제목의 이야기는 드디어 수면으로 떠오른다. 범인은 이 소설의 상권을 보내면서 돈을 요구하고 있다. 수락이 되지 않는다면 다음 사건이 벌어질 것을 예고하면서 말이다. 경찰은 당연히 이 범인에게 돈을 줄 생각이 없다. 출판사는 다르다. 도의적으로라면 당연히 돈을 주지 않아야 하고 범인을 잡아야 하는 것이 맞지만 아런 소설이 히트칠 것은 뻔한 바 어떻게 해서라도 판권을 사고 그 다음 이야기를 받고 싶어한다. 이런 경우 불공정한 것은 누구일까. 3백 페이지 정도의 아주 읽기 좋은 분량의 이야기는 시종일관 접점을 이루면서 달려간다. 이 이야기가 일본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진 이유를 알겠다.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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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다. 햇살도 어찌나 뜨거워지는지 한낮에는 돌아다니고 싶지 않다. 그래서였을까? 추리 스릴러 소설이 이렇게도 반가운 이유가? 도서관 가기 전에 여러 블로그를 돌아다니며 어떤 소설을 읽을까 검색을 했다. 아무래도 리뷰를 읽고 나면 선택할 때 보다 쉽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6월 신주쿠의 인적이 드문 공원에서 중년 남자와 여고생의 시신이 발견된다. 목격자도 증거도 없는 가운데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것은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 라고 쓰여 있는 책갈피 뿐. 어떤 단서도 잡지 못한 채 시간은 흐르고 한 출판사의 ‘문학신인상’ 수상 파티에서 또 하나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이어 출판사와 경찰서에 여태까지 일어난 살인사건과 똑같은 스토리가 담긴 ‘추리소설’이라는 원고가 배달된다. 소설에는 다음 편 원고를 낙찰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고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살인이 발생할 거라 경고 한다. 그리고 그 원고에는 T. H라는 이니셜이 새겨져 있다. 이 예고 살인을 담당한 형사는 검거율 1위인 유키히라 나츠미과 동료 신참 형사. 그들은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추리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 이런 소설을 읽다보면 드는 의문이 하나 있다. 살인을 저지르는 심리와 살인할 때의 자세한 심리 묘사를 어떻게 쓰는 것일까? 초조하고 긴박한 상황, 칼을 휘두르거나 총을 쓰는 그들은 타인의 살을 관통하는 그때 무슨 생각을 하게 되는지.. 경험하지 못한 상황을 어떻게 그렇게도 긴박하고 섬뜩하게 그릴 수 있는 것일까? 이 책에선 추리 소설을 쓰는 작가의 비틀린 욕망이 그려져 있다.
비범하길 원했지만 평범한 남자. 예술가가 되기를 꿈꿨지만 장사꾼밖에 될 수 없었던 남자. 잘 팔리면 된 거 아니냐고 큰소리 치고 대범한 척 행동하면서 밤이면 밤마다 인터넷 게시판에 오른 자기작품에 대한 비평에 가슴 아파하는 소심한 남자. 누구나 신음할 정도의 참신한 걸작을 쓰고 싶어 면서도 작풍을 바꾸면 매출이 떨어지지 않을까 매출이 떨어지면 지금 자기에게 아부를 떨며 벌벌 기는 인간들이 일제히 자신에게 등을 돌리지 않을까 그런 하찮은 걱정을 하고 그런 하찮은 걱정을 하는 자신을 혐오하는 남자 (113) 독자인 내 입장에서도 참신한 소재로 추리소설을 쓸 경우 열광한다. 도대체 이 작가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었기에 이런 소재로 글을 쓰는 것일까?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꾸준히 노력해서 재능을 갖게 되는 사람. 누가 누구를 더 부러워하게 되는 것일까? 상상으로만 추리 소설을 쓸 수 없는 작가는 살인 현장을 비디오로 담아 그 느낌을 책으로 쓰는 부분은 무섭기도 하고 잔인하기도 하다. 작품도 좋지만 상업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작가의 욕심과 욕망이 무서운 살인에도 타당성을 부여한 것은 아닌지 씁쓸해진다.
범인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지금 아무래도 상관없어. 문제는 이 소설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인가? 그 이익을 위해 얼마 정도까지 투자를 하면 될까? 하는 거야 (159) 몇 부 이상을 팔고 얼마 이상의 이익을 남겨야 하는 출판사의 압박. 편집자 입장에서 참신한 작가를 발굴하는 것도 쉽지 않다. 또한 출판사의 압박도 달갑지 않다. 사회적 이슈를 만들고 호기심을 자극하도록 만드는 스토리. 그리고 살인. 무시해야 하면서도 사람들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이어지는 살인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겁에 질릴 테니까... 이 책도 일본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영화에선 잔인한 장면을 어떻게 묘사했을지 궁금하지만 보고 싶지는 않다. 왜냐.. 무서울 것 같으니까. ^^
어떤 직업을 갖든 사람마다 각자의 스트레스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무능한 누구 때문에 혹은 압박하는 상사 때문에 심리적 압박이 올 수도 있겠지만 아무 죄 없는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란 생각이 든다. 불공정한 것은 과연 누구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언페어.. 공정한 것이 재미있는 것일까? 아님 불공정한 것이 재미있는 것일까? 리얼리티만 있다면 재미가 없어도 용서(?)되는 것일까? 재미와 작품성, 그리고 상업성까지.. 어떤 것을 가장 위에 두어야 할지...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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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 구 도야마 공원의 회사원 스즈키 히로무와 여고생 다츠이 마도카 살인 사건 현장에 떨어져 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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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독자 간의 두뇌 싸움”이라고 정의(定意)할 수 있는 추리소설에는 몇 가지 정형화된 공식(公式)이 있다고 한다. 등장인물 모두가 범인일 가능성이 있지만, 그중 전혀 의외의 인물이 범인이어야 하며, 범인의 정체와 범행 수법이 “탐정” 역할을 하는 사건 해결의 주체에 의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는, 즉 “완전범죄(完全犯罪)”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작가는 독자들이 추리할 수 있도록 충분한 단서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도 빠질 수 없는 공식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종종 이런 룰을 깨는 “파격적인” 시도가 있어 왔다고 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으로 범인의 정체를 전혀 눈치챌 수 없도록 만든 “어떤” 장치 - 스포일러 일 수 있어 생략한다 - 때문에 “공정성”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최근에는 작가가 아예 작심하고 등장인물의 말투, 이름, 성별, 연령 뿐만 아니라 사건의 교차 배치나 시간 순서를 바꿔 독자들을 오인시키는 “서술 트릭”이라는 장르까지 출현했으니 추리소설에서 "공정성“ 논쟁은 이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그런 논쟁이 되어 버린 것 같다. “하타 타케히코”의 <언페어; 예고된 살인 불공정한 게임이 시작된다(원제 推理小說/북스토리/2011년 8월)>는 이런 틀에 박힌 추리소설의 공식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예 제목을 “추리소설(원제)”이라고 붙이고는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라고 독자들에게 대놓고 묻는다.
비가 내리는 6월 14일(월) 신주쿠 구, 통금 시간에 늦어 집 인근의 “도야마 공원”을 가로 질러 귀가하던 여고생 “다츠이 마도카”가 산책로에 놓여 있는 장애물을 미쳐 보지 못해 넘어지고 만다. 그런데 바로 그 때 등 뒤의 수풀 속에서 괴한이 “이것이, 리얼리티, 그리고 독창성”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며 칼을 들고 마도카에게 다가온다. 겁에 질려 뒷걸음질 하던 마도카는 조금 전 걸려 넘어졌던 장애물이 바로 처참하게 살해된 중난 남자의 시체임을 알고 공포로 그만 작은 비명조차 지를 수 없는 처지에 처한다. 이 글 말미에 “T.H.『추리소설』상권, 제1장의 1에서 발췌.”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 것을 보니 어느 추리소설에서 발췌한 글인 듯 한데, 추리 소설 속 살인사건이 도야마 공원에서 “실제로” 일어난다. 피해자의 신원은 “회사원, 스즈키 히로무, 42세”와 소설 속 여고생이었던 “도립고등학교 3학년생 다츠이 마도카 양, 17세”로 밝혀지고 시신 곁에서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라는 의문의 책갈피가 발견된다. 경시청 수사 1과 검거율 넘버원인 “쓸데없이” 미인 여형사 “유키히라 나츠미”와 신참 형사 “안도 가즈유키”가 수사에 나서지만 목격자 하나 없고 서로 연관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두 시신 때문에 수사는 답보 상태에 빠진다. 그런데 며칠 후 “이와사키 출판사”의 “문학 신인상” 수상 파티에서 한 참석자가 독이 든 샴페인을 마시고 피를 토하며 죽는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는 경찰서와 각 출판사에 지금까지 일어난 살인 사건을 그대로 담고 있는, 즉 앞서 언급한 "T.H."라는 이니셜이 써 있는 추리소설 원고가 배달된다. 소설에는 다음 살인 사건을 예고하면서 살인을 막으려면 원고를 3 천만 엔이라는 고액에 낙찰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이러한 범인의 요구가 묵살이 되고 원고에 예고한 대로 이번에는 W대학 문학부 학생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범인에게서 다시한번 추리 소설 원고와 함께 자신의 원고를 1억엔에 낙찰하지 않으면 이번에는 7살 소녀를 죽이겠다는 살인 예고장이 날라온다. 유키하라 형사는 과연 자신의 명성에 걸맞게 이 연쇄 살인을 막아낼 수 있을까? 결말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여기서 줄인다.
실제 살인 사건을 그대로 담고 있는 책 속 추리소설, 예고 살인이라는 설정이 독특한 재미를 주는 이 책은 극작가이자 연출가,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동한 작가의 이력 탓인지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한 구성이 상당히 색다른데 실제로 11부작 드라마로도 제작이 되었다고 하며, 올 하반기에 영화로도 제작되어 개봉된다고 하니 아무래도 영상화(映像化)를 염두에 두고 썼다는 느낌이 물씬 풍겨난다.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는 명탐정 역할의 “유키히라 나츠미”라고 할 수 있는데, 수사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쓸데없이” 미인이라던가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집안 풍경, 알몸(全裸)으로 잠들지 않나 남자 못지 않게 술고래에 터프한 성격이라는 설정 등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런 캐릭터 설정이라 할 수 있겠다. 책 중반에 유키히라의 숨겨진 과거가 드러나지만 마지막 예고 살인의 대상이 유키히라의 딸일 수 있다는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 외에는 그다지 연관성이 없어 보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매력적일 수 도 있지만 뜬금없게까지 느껴지는 이런 주인공을 설정한 이유가 무엇일까? 앞에서도 언급한 “추리소설의 공식”, 즉 “공정성”에 대한 작가의 조롱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작가는 추리소설의 공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추리소설'처럼 따분한 소설은 없다. 왜냐고? 읽기 전부터 결말이 드러나 있으니까. 사건은 반드시 해결된다. 범인은 반드시 밝혀진다. 게다가 진범은 반드시 초반부터 등장하고,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반드시 맡고 있다. 복선은 항상 그럴듯하게 적혀 있고, 조금이나마 소설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때부터 사건의 진상을 추리할 수 있다. 초반에 등장하는 수상한 인물은 항상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기호거나, 제2, 제3의 피살자로 이미 정해져 있다. 독자는 보수적이라, 작가에게 항상 공정할 것을 요구한다. 공정하게 웃겨라. 공정하게 놀라게 하라. 예컨대 '반 다인의 20법칙'. 예컨대 '로널드 녹스의 10계'. 요구되는 것은 항상 예정 조화적 '대반전'. 그러면서 그것들을 동시에 '리얼리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독자는 말한다. 혹은 독자의 대리인인 편집자는 말한다." - P.89~90
이처럼 틀에 박힌 추리소설의 공식이 “따분하다”고까지 말하는 작가는 그동안의 추리소설 속 명탐정들이 일반인들과는 다른 천재성과 독특한 괴벽을 보여주는 것을 조롱이라도 하듯 추리소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상하기까지 한” 탐정 캐릭터를 선보인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야기의 전개는 철저하게 추리소설의 공식에 따라 전개한다. 즉 진범을 초반부터 등장시켜 나름 비중을 높게 하고, 몇 몇 힌트를 던져 주면서도 다른 등장인물로 오인하게끔 장치를 설정하면서 범인이 언급했던 "리얼리티”와 “독창성”을 여러 차례 강조한다. 이외에도 문하생이라는 허울아래 실제로는 대필(代筆) 작가로 부려 먹는 기성 인기 작가나 문학상 시상식을 출판사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고, 고액의 가격으로 낙찰하라는 요구에 손익 계산부터 따지는 출판사들의 행태 등을 통해서 장르적 한계 뿐만 아니라 출판 현실까지도 싸잡아 비판하기도 한다. 공정성을 비판하면서도 스스로는 공정성을 지키는 반어법적인 묘사가 인상적인 책이지만, 공정성을 스스로 위반하는 몇 장면도 담겨 있다. 즉 전혀 짐작할 수 없었던 범인의 정체 - 내가 추리력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범인을 짐작할 만한 단서들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느껴졌다 - 와 결말 부분에 이르러 유키히라가 범인에게 당신이 범인이냐고 묻자 부인하는 장면등이 그 예인데, 이 대목들도 작가의 계산된 설정 - 실제로 마지막 장면에서 범인이 자기 정체를 부인한 것은 의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 일 수 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이 추리소설의 공식을 조롱하고 비판한다고 “오해”하게 만드는 것도 작가의 의도일 수 도 있고 말이다.
독특하고 색다른 “추리소설”로 읽든 아니면 기존 추리소설에 대한 조롱과 비난이라는 “오해”로 읽든 어떤 식으로 읽어도 참 재미있는 이 책, 우선 “쓸데없이” 미인인 유키히라 역을 누가 맡고 있는지 궁금해서라도 이미 방영했다는 드라마부터 먼저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가을에 상영한다는 영화 또한 놓치지 않고 챙겨봐야겠다. 그래서 드라마, 영화로도 계속 만나게 될 이 책의 여운이 꽤나 오래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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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후지 TV에서 방영 된 드라마「언페어」를 재밌게 봤었기 때문에.. 원작 소설을 어떨지 궁금했는데.. 일단 여주인공 유키하라 나츠미의 캐릭터는 드라마와 같았지만.. 드라마와 소설의 내용이 다르니.. 드라마를 보고, 범인을 이미 알기 때문에 재미없을 거라는 걱정은 안해도 될듯 하다.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
이 소설은 내가 처음 접해보는 시점의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돼서.. 처음엔 뭐가뭔지 살짝~ 헷갈렸다. 소설 책의 내용이 등장했다가.. 여러 등장인물의 1인칭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 되다가... 3인칭 관찰자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국어시간에 배운 시점이란 시점은 총 출동(?) 한것 같았다. 그래서 누구의 말이 맞는지.. 누구의 시점이 정확한 사실인지를 파악하며 범인을 찾아내느라 머리도 많이썼고.. 그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긴장감을 유지하며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것 같다.
어느날 신주쿠 도마야 공원에서 서로 관련이 없는 인쇄회사 직원 스즈키 히로무와 고등학생 다츠이 마도카가 살해당한다. 범인은 사건 현장에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라는 책갈피를 남겨 두고.. 문학신인상 수상파티에서 두번째 살인을 저지른다. 그리고 경찰과 출판사에 자신의 살인을 직접 서술해 놓은 <추리소설>이라는 원고를 보내와 다음 살인을 예고한다.
경시청의 검거율 넘버원 유키히라 나츠미는 범인의 냄새를 맡고 그를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그는 마치 자신이 누구라는것을 알리려는듯 흔적을 남겨놓는다.
불공정한 자는 누구인가? 범인은 왜.. 무엇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는건가..?
스릴 넘치는 두뇌싸움과 리얼리티가 있는 추리 소설은.. 언제 읽어도 재밌다! ^^ 책을 읽는동안.. 드라마에서 멋진 활약을 보여줬던 나츠미가 생각나서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것 같다. 책의 마지막 장 표지에.. 하타 타케히코의 <여형사 유키히라의 살인보고서>란 책도 있던데.. 이 책도 구해서 읽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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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책중에 <소년탐정 김전일>을 즐겨 읽었던 때가 있었다. 추리는 소설로도 재미있지만 만화로 보는 재미도 무시할수 없다. 요즘엔 <명탐정 코난> 역시 나이를 구분하지 않고 큰 인기를 끌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도 일본에서는 꽤 유명한지 드라마로도 극장판 영화로도 제작되어 검색결과가 엄청나게 많다. 나는 이 책을 서평으로 먼저 알게 되었는데 호평과 더불어 특히 내 눈길을 끈것은 주인공이 미모의 여형사라는 점이었다. 엄청나게 아름다운 여형사가 주인공이어서 난 더 읽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검색결과에 나온 극장판 여주인공은 책에서 내가 상상한 만큼의 미모는 아니어서 조금 실망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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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을 예고한 후 그것을 그대로 재현한 [추리소설]을 낙찰하라. 아니 추리소설을 만들어두고 그대로 살인을 재현했나? 아무튼 무엇을 실체로 두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범인의 요구사항은 단순하다. 다음 살인을 막고 싶다면 자신이 쓴 글 [추리소설]을 높은 가격에 낙찰하라는 것이다. 이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질리 없으니 범인은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소설의 내용이 현실에서 똑같이 재현되었으니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자신의 소설은 높은 가격을 받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소설속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실제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했을 때 살아나는 리얼리티, 이것이 독자들에게는 흥미를 유발시킬진 모르나 범인의 의도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자신의 작품을 타인에게 단순하게 평가받기 위해서 실제로 살인을 저질렀다면 한마디로 이것은 '광기'나 다름없다. 범인이 사회에 묻는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의 질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범인은 '누구를 위해 이런 행동을 하는가?'에 먼저 답을 해야 한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들은 이렇게 대중들을 상대로 게임의 룰을 정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요즘 봇물터지듯 흘러나오는 것들은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대중매체와 사람들을 상대로 게임을 한다. 범인이 있고 이 범인을 잡기 위해 경찰과 법의학까지 동원되는 것이다. '언페어'에서는 쓸데없이 아름다운 경찰 유키히라 나츠미와 안도 가즈유키의 활약으로 범인이 잡히지만 경시청 수사 검거율 1위에 빛나는 미인 형사 유키히라의 활약은 미비하다. 탐문수사만으로 수사는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으니 경찰들은 오로지 유키히라에 의해 범인이 검거 되길 기다린다. 자신의 아픔을 견뎌내는 것조차 버거워 하는 유키히라에게 이 사건은 그녀를 더 궁지로 몰아 넣을 뿐이다.
'언페어'은 꼭 연극이나 드라마를 보는 듯 등장 인물들의 행동들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고 누군가 '컷'을 외치는 듯 장면마다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삐그덕, 삐그덕거리며 넘어간다. 이건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니라 연극이나 드라마 대본을 읽는 느낌이다. 범인이 누구인지에만 촛점을 맞춘다면 전체적인 윤곽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나 범인이 쓴 [추리소설]보다 흥미가 떨어진다. 이곳에서는 유키히라와 다른 등장 인물들은 물론이고 피해자들마저 지나가는 행인처럼 흐리게 보인다. 범인만이 선명하게 보일 뿐이다. 작가의 의도가 이것이라면 성공했다.
'언페어'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었다. 그냥 범인이 누구인지 알았을 때 그에게 이 한마디만 해주고 싶었다. "리얼리티가 없군". 그런데 마지막 책장까지 다 읽고 나니 마음이 바뀌었다. 결말이 명확한 것은 드라마나 영화, 소설속에서나 가능한 일. 불분명한 결말은 아직 살아가야 할 날이 남은 우리들에게 가장 현실성 있는 결말이니 범인이 상황에 맞게 바꾸어 놓은 결말이 진짜 리얼리티였다. 범인의 의도대로, 자신의 삶마저 자신이 만들어 놓은 대로 맞이한 그 결말이야말로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진짜 현실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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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2004년에 출간된 이 작품의 원제는 ‘추리소설’입니다. 두 가지 의미를 지닌 제목인데, 하나는 연쇄살인범이 자신이 저지른 살인과 앞으로 저지를 살인을 소재로 집필한 ‘소설 속 소설’의 제목이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역설적이게도 ‘기존 추리소설의 덕목에 대한 반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지어진 제목이란 점입니다.
피해자들 사이에 아무런 공통점도 없는, 마치 무차별 살인처럼 보이는 연쇄살인이 벌어집니다. 유일한 단서라곤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라는 선문답 같은 문장이 적힌 책갈피가 전부라 경찰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던 중 ‘추리소설 上’이라는 제목의 원고와 함께 그 원고를 3,000만 엔 이상의 가격에 낙찰시키지 않으면 또 다시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범인의 예고장이 날아듭니다. 터무니없는 요구에 대해 범인에게 절대 굴복할 수 없다는 의견과 살인을 막기 위해 거래를 해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의견이 충돌하지만 그 누구도 목소리를 높이진 못합니다. 수사에 나선 경시청의 유키히라 나츠미는 대담하거나 냉정하거나 기상천외한 의견을 내놓으며 자신만의 감으로 수사를 진행합니다.
정리된 줄거리만 보면 언뜻 혼다 데쓰야의 ‘히메카와 레이코 시리즈’와 닮은꼴로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실제로 읽기 전에 주인공 유키히라 나츠미의 캐릭터 소개글을 보곤 단번에 히메카와 레이코가 떠올라 남다른 기대를 하기도 했는데, 실은 ‘언페어’는 일반적인 미스터리 서사와는 거리가 아주 먼 독특한 작품입니다. 물론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을 쫓는 주인공 형사가 등장하므로 형식적으로는 미스터리, 즉 제목대로 추리소설로 보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미스터리에서 중요한 것은 리얼리티와 페어플레이라고 하는, 판에 박힌 평어(評語) 자체의 어눌함에 들이대는 풍자의 칼날”(p317)이라는 해설처럼 이 작품은 ‘추리소설을 이용하여 기존의 추리소설의 모든 것을 전복시키는’ 이야기에 더 가깝습니다. 가령, “사건은 반드시 해결된다.”, “범인은 반드시 밝혀진다.”, “초반에 등장하는 수상한 인물은 항상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기호거나 제2, 제3의 피살자로 이미 정해져 있다.” 등 미스터리의 기본 공식이나 다름없는 것들을 노골적으로 비난합니다. 또 “독자들은 보수적이라 항상 공정할 것을 요구한다. 공정하게 웃겨라. 공정하게 놀라게 하라.”, “대반전은 리얼리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독자는 말한다.”라며 불공정하거나 리얼리티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손가락질하는 독자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합니다.
물론 이런 주장은 모두 범인의 것입니다. 일반적인 소시오패스가 광기와 사념에 사로잡혀있다면 이 작품의 범인은 ‘리얼리티’와 ‘불공정’에 집착하는 소시오패스라고 할까요? 동기, 범행, 협박, 살인예고 등 모든 과정에서 ‘기존 미스터리 속 범인’들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는 범인은 “그런 범행이야말로 진짜 리얼리티이며 독창적이고 공정한 것!”이라고 믿습니다. 정해진 공식대로, 독자가 원하는 대로 전개될 뿐인 미스터리는 전부 개나 주라는 듯이 말입니다. 범인의 행적이 이러하니 경시청 검거율 1위 유키히라 나츠미도 도무지 실마리를 잡지 못한 채 헤맬 수밖에 없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범인은 기존 미스터리와 반대로 ‘공정한 게임’을 위해 의도적으로 단서를 흘려놓습니다. 물론 그 누구도 쉽게 눈치 챌 수 없는 고난이도의 단서였고, 유키히라 나츠미는 마지막 살인극을 앞두고 가까스로 범인의 정체를 파악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읽기가 무척 불편합니다. 수시로 화자가 바뀌고, 시간적 배경도 아무 설명 없이 툭툭 뒤바뀝니다. 시나리오 지문 같은 단편적인 문장이 자주 등장하고, 앞뒤 상황을 알 수 없는 모호한 장면들도 수시로 눈에 띕니다. 그나마 필요한 대목에서 글씨체라도 바꿔준 건 최소한의 친절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어쩌면 이런 불편함은 ‘범인 친화적인(?) 이야기’를 위한 의도적인 설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존의 추리소설 공식에 대입할 수도, 그 공식으로는 조금도 이해할 수 없는 범인의 기이한 행동과 사고를 은연중에 강조하기 위한 작가의 설계라는 것 외엔 달리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작품을 읽기 전에 가장 기대한 건 주인공 유키히라 나츠미의 캐릭터였습니다. ‘쓸데없이 미인’이란 별명에다 경시청 검거율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지만 동시에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는 30대 후반의 여형사. 그런데 워커홀릭에 냉정한 독설가에다, 틈만 나면 술을 마시고, 취하기만 하면 알몸으로 잠든 채 전화마저 받지 않아 후배 남자형사에게 곤혹스러운 ‘인간 알람’을 떠맡기곤 하는 괴짜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아마 기존의 전형적인 추리소설이었다면 무척이나 눈길을 끌었을 인물인데 하필 범인이 워낙 튀는 캐릭터라 오히려 소외당한 주인공이 된 느낌입니다. 다행히도 이 작품의 후속작인 ‘여형사 유키히라의 살인 보고서’(북스토리, 2010년)가 출간돼있어서 기회가 되면 찾아보려고 하는데, 부디 유키히라의 매력적인 면모가 부각된, 아주 일반적이고 ‘뻔한’ 추리소설이기를 바랄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