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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어깨가 무거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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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사석에서 벌어진 일이기는 했지만 여당 대표인 자신을 향해 그의 똘마니가 대놓고 욕을 했다는 사실에 그는 슬램덩크한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 충격으로 인해 그는 잠시 동안의 실어증에 걸린 듯 계속되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불구하고 아크로바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그의 똘마니는 자신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았다며 기자들을 향해 짐짓 윤동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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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사석에서 벌어진 일이기는 했지만 여당 대표인 자신을 향해 그의 똘마니가 대놓고 욕을 했다는 사실에 그는 슬램덩크한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 충격으로 인해 그는 잠시 동안의 실어증에 걸린 듯 계속되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불구하고 아크로바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그의 똘마니는 자신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았다며 기자들을 향해 짐짓 윤동주스러운 변명을 늘어 놓았다. 모르긴몰라도 그에게는 그게 더 자신의 화를 돋구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똘마니는 자신이 술에 취해 누구랑 통화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눈을 감으면 생각이 난다'고 말해야 하겠지만 천만에... 인공지능 '알파고'라면 모를까 요즘 사람들. 특히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은 어제 일어난 일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들은 예컨대 "너 어제 나에게 전화했었니?" 물을라치면, "모르겠는걸.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미안허이." 했을 때, "미안하기는 그게 오히려 인공지능스럽지 않고 인간다운 일이지." 하는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알파고 같으니라구!'라는 말은 그들에게 가장 참기 어려운 욕이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 박민규의 소설집 [더블 side B]를 읽는다는 건 멍한 기분으로 봄을 맞는 것과 다름없지만 하긴 뭐, 내가 총선에 출마할 것도 아니니... 아무튼. 얼마 전에 읽었던 [더블 side A]에 비하면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조금 더 정제된 느낌이었다. 부인과 사별한 후 모든 것을 정리하고 들어간 요양원에서 고등학교 시절의 첫사랑을 만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낮잠'을 비롯하여 '루디', '용용용용', '비치보이스', '아스피린',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 '별', '아치', 슬(膝)' 등 9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나른하고, 자꾸만 잠이 쏟아진다. 요새는 자꾸 낮잠이 온다. 오늘도 밤잠을 자긴 다 글렀군, 이선의 손등을 토닥거리며 나는 실없이 미소를 흘린다. 이선은 더욱 천진해졌고, 나도 조금은... 천진해졌다. 안 그런가 소년? 그런 목소리로 온몸을 쓰다듬는 듯한 봄볕이다. 나는 결국 눈을 감는다."    ('낮잠'- 2권 p.46)

 

잔혹한 폭력의 모습을 미국을 배경으로 현장감 있게 그린 '루디'와 다소 '무협지'스럽지만 무협지 속의 과장과 낭만이 사라진 현실에서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다시 태어난 '용용용용'의 주인공들은 현실과 동화되지 못한 채 이야기는 진행된다.

 

"혹시 컴퓨터도 써보셨습니까?  물론, 四룡 중 아마 내가 유일할 거외다. 천마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감옥을 나와 처음 컴퓨터를 배울 때 말입니다. 어느날 이런 메시지가 뜨는 것이었습니다. 예외정보: 개별 참조가 개체의 인스턴스로 설정되지 않았습니다. 그걸 처음 봤을 때의 기분... 그러니까 작금의 세계를 살아가는 제 기분이 딱 그런 것이었습니다."    ('용용용용'- 2권 p.109)

 

어려서부터 같은 동네에서 함께 자란 네 명의 청년이 입대를 앞두고 해변으로 놀러간 이야기를 다룬 '비치보이스'와 납작한 원통 모양의 거대한 아스피린이 도심 한가운데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의 현장을 오직 작가의 유머와 상상력으로 그린 '아스피린', 계약직 영업사원으로 밀려났을 뿐만 아니라 부부관계마저 소원해진 중년의 한 남자의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 명품에 빠진 여자를 사귀는 바람에 공금을 횡령하여 감옥에까지 가게 된 남자가 출소 후 대리운전을 하다가 그 여자를 다시 만난다는 줄거리의 '별', 아치에 올라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단속하는 어느 경찰관의 이야기를 다룬 '아치' 그리고 BC 17000년의 원시시대를 배경으로 쓰여진 '슬(膝)' 등 어는 것 하나 빅민규스럽지 않은 작품이 없었다, 아무튼.

 

여당 대표를 향해 욕설을 퍼부은 여당의 한 똘마니에서 보는 것처럼 세상은 온통 '진박'스러운데 이처럼 한가하게 박민규의 소설을 읽는 게 왠지 죄스럽거나, 미안하거나, 이세돌스러웠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을 상대로 2승을 거뒀다는 소식이 인간의 미래를 향해 암울함을 한 바가지 퍼부은 느낌이다. 한쪽 어깨에 또 다른 고민이 한 근 내려 앉은 듯 무거워지는 밤이다.

이달의 사락 s*****l 2016.03.10. 신고 공감 5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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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을 함께하며 읽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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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소설집.<side A>(http://blog.yes24.com/document/12808655)와 같이 9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디서든 한번 쯤 경험했던 것 같은 이야기와 완전 4차원스러운 이야기들이 한데 묶여 있는, 그러면서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기시감이 드는 이야기가 들어 있는 책이다.<side A>에 비해 좀 더 4차원적이다. '아, 그래. 이런 느낌도 박민규의 것이었어. 맘에 들진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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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소설집.
<side A>(http://blog.yes24.com/document/12808655)와 같이 9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디서든 한번 쯤 경험했던 것 같은 이야기와 완전 4차원스러운 이야기들이 한데 묶여 있는, 그러면서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기시감이 드는 이야기가 들어 있는 책이다.

<side A>에 비해 좀 더 4차원적이다. '아, 그래. 이런 느낌도 박민규의 것이었어. 맘에 들진 않지만 :)' 역시 오랜 만에 느껴본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지만 오랜 만에 읽어본 그의 글은 나쁘진 않네.

'아스피린', '아치', '슬(膝)'은 왜 이렇게 낯익지? 이 책을 전에 한번 봤을까? 그렇다고 하기엔 다른 글들이 너무 낯선데, 아니면 다른 책에서 봤던 글일까? 아직 잘 모르겠다. 박민규의 다른 책들을 다시 한번 들춰봐야겠다. 조만간...

아 참, 책의 형태가 조금 특이하다. 정사각형이고 책 제목도 <side A>, <side B>, 음반을 만들려고 했던 듯. 게다가 두툼한 속지까지. 속지에는 소설의 글 조금, 제목에 해당하는 그림, 그리고 그 소설에 대한 헌정글까지. 알차다. 마치 싹쓰리 앨범처럼 ???



글을 읽으면서 조금은 허황된 이야기들이었지만, 그러니깐 소설이지, 장면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오싹거리기도 했고 외롭기도 했고 땀에 젖어 끈적이기도 한 그런 장면들, 느낌들. 쉼표에 맞춰 같이 호흡하면서 읽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오랜 만에 읽은 박민규의 소설들. 책장을 보니 읽었었는지 불분명한 책이 한권 더 있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라고, 조만간 볼 책이 정해졌다.


사십년 가까이 아내와 살았는데 말입니다,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 겁니다. 돌이켜보니 살가운 표정 한번 제대로 지어준 적이 없어요. 신기하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그렇게 살아온 것이... 그런 기분이었던 겁니다. 산다는 게 원래 이런 거라는... 예, 돌이켜보면 그저 먹고살았던 거예요. 일하고... 벌고... 그저 먹고살고... 자식들한테 내 전부를 걸고, 바치고... 우리 내외는요... 중국집 가서 짬뽕을 한번 못 먹었어요. 왜? 더 싼 짜장면이 버젓이 보이니까... 그래서 내가 짜장면을 시키면 집사람이... 글쎄 이 바보도 짜장을 시키는 겁니다. 왜 그랬는지, 그렇게 모아서 뭘 하려고 했는지...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닌데...정말 산다는 게 뭔지 이 나이가 되어도 모르겠어요. 안 그렇습니까? (p.27)


YES마니아 : 골드 h******i 2020.08.0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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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고 아껴서 꺼내든 소설 II
"아끼고 아껴서 꺼내든 소설 II" 내용보기
Side B에서 맘에 드는 작품은 ‘낮잠’과 ‘슬(膝)’이란 작품이다.   ‘낮잠’이라는 소설은 아내를 자궁암으로 먼저 보내고 심근경색과 당뇨를 진단 받는 한 노인이 집을 정리한 돈은 자식들에 나눠주고 고향에 위치한 요양원에 들어가 생활하다가 학창 시절의 첫사랑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이다.   “아, 지나간 세월은 어쩜 저리도 아름다웠단 말인가, 나는 그만 눈시울이 시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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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 B에서 맘에 드는 작품은 낮잠()이란 작품이다.

 

낮잠이라는 소설은 아내를 자궁암으로 먼저 보내고 심근경색과 당뇨를 진단 받는 한 노인이 집을 정리한 돈은 자식들에 나눠주고 고향에 위치한 요양원에 들어가 생활하다가 학창 시절의 첫사랑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이다.

 

, 지나간 세월은 어쩜 저리도 아름다웠단 말인가, 나는 그만 눈시울이 시큰해진다. 지난 세월을 돌이키는 일은 어둠속에서 무성영화를 보는 일과 매우도 닮아 있었다. 대사는 사라져도 줄거리는 남아 있다. 여기내 가슴속에, 모든 게 사라진 삶이라지만 옛날은 남아 있다.”

 

()이라는 소설은 빙하기가 찾아오는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모두 먹을 것을 찾아 이동하지만 임신을 한 아픈 아내 곁을 떠날 수 없어 홀로 남은 우라는 남자가 아내와 갓난 아이를 위해 마지막으로 사냥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다른 박민규 작가의 소설들과는 달리 하드보일드하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놈은 더 다가서지 않았고 울부짖지도 않았다. 내뿜는 콧김을 우의 창끝이 휘저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우는 계속 으르릉거렸으나 먼 길을 달려온 바람만큼은 아니었다. 제풀에 지친 창을 우는 서서히 아래로 떨어뜨렸다. 거칠던 놈의 숨소리도 어느새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시간이 멎은 듯한 풍경이었다. 절벽 저편에서 이편을 바라보듯 놈은 미동도 않고 우를 바라만 보았다. 온몸이 떨려왔다. 이제 우는 자신의 죽음을 기다릴 뿐이었다. 너는 죽는다. 현명한 추의 말이 작은 눈사태처럼 우의 영혼을 덮쳐오기 시작했다. 여전히 눈은 쏟아지고 있었다. 죽은 것은 묻히고

 

산 것들은 눈을 털며

자리를 떠야 할 시간이었다.”

 

바닥을 더듬어 찾은 돌칼은 이미 반으로 쪼개져 있었다. 땀과 눈물, 피와 침을 삼켜가며 우는 생각을 거듭했다. 코끼리를, 또 사슴을 자를 때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어떤 돌칼로도 짐승의 다리뼈를 자를 순 없었다. 애당초 시작이 잘못되었음을 우는 비로소 깨닫기 시작했다. 숨을 헐떡이며 우는 창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자신의 뼈와 뼈 사이를무릎을 만져보았다. 그것은 따뜻했과 아직은 의 일부였다. 우는 힘차게

 

창을 치켜들었다.”

 

작가들도 사람이고 개인의 성향들이 있기 때문에 작품들 속에 흐르는 일정한 분위기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박민규 작가는 다르다. 장난기 가득한 소년의 감성과 인생을 모두 알아 버린 듯한 노인의 감성을 모두 갖고 있다. 그리고, 그 감성들이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이 번갈아 가면서 뛰쳐 나온다.

 

통달한 듯이 인생을 관조하는 그의 시선이 부럽고 한없이 자유로운 그의 영혼이 부럽다. 갑작스레 그의 나이가 어느 정도나 될까가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1968년 생이라고 나온다. 나보다 세살밖에 많지 않은 나이인데 통달한 듯이 인생을 관조하고, 나보다 세살이나 많은 나이인데 훨씬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다. 나도 삼년을 더 살면 그처럼 깊고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BOOK : 2014-004-118)

 

k******1 2015.02.1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