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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코믹하다. '역사를 바꿀 만한 외모'에 자뻑 기질에 더럽고 까칠한 성격까지 갖춘 남자주인공이 인생역전을 해보겠답시고 분연히 일어서지만 실제로 일은 주위 사람들이 다 처리한다. 특히 '오빠'를 위해서라면 한 몸 아끼지 않는 무수리 스타일 여주인공이 압권. 남자주인공은 제대로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잡일담당만 시키는 여주인공의 처지가 비참할만도 한데 여주인공의 마음속에 비참하다는 생각도 없고 '저를 이용하시는 대가로 오빠의 미모를 옆에서 보게 해주신다니 그러면 너무 수지가 안 맞잖아요? 너무 과분해요!' 라는 말을 외치며 튼튼한 팔다리로 오빠의 일을 돕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닌다.
오랜만에 소리를 내어 웃어가면서 볼 수 있는 만화를 만난 것 같다. 사실 너무 웃겨서 괴로웠다. 웃지 않으려고 해도 저절로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온다. 크흐흐흐흑. 여자들에게는 나름대로 진지하고 심각한 고충이자 컴플렉스까지 될 수 있는 굵은 종아리알. 그 굵은 종아리 근육을 가진 여주인공은 일명 글래디에이터 슈즈를 신으면서 자신의 다리가 글래디에이터 그 자체임을 깨닫고 깜짝 놀란다. 그러나 심각하게 비관하지는 않는다. 튀어나온 입, 숱없는 머리카락, 굵은 팔다리, 이상한 패션 센스로 인해 그녀는 몹시 해학적인 캐릭터가 되지만 그로 인해 보는 사람의 마음은 한층 편해진다.
한편 남자주인공은 덜 코믹하다. 남자주인공은 오히려 이 만화에 진지함과 감동을 불어넣어 주는 요소이다. 남자주인공 자체가 딱히 멋진 것은 아니다. 자기 외모가 잘난 것을 너무 잘 아는 데다가 예의는 엄마 뱃속에 놔두고 태어난 것 같다. 그게 적당한 선이면 매력일지 모르지만 여자주인공의 해학미가 살짝 도를 넘어있듯이(?) 남자주인공의 성품도 살짝 도를 넘었다. 그래서 캐릭터 자체가 크게 매력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남자주인공이 만나는 여자들은 매력적이다. 아니, 남자주인공과 다른 여자들 간의 상호작용이 매력적이다.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연애, 욕망이 아닌 그보다 더 깊은 것을 건져올려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인생철학이라든지 정이라든지 의리, 이런저런 진정성들 말이다. 그래서 웃다가 울게 되기도 하는 이상한 만화였다.
<예쁜 남자>. 역시 천계영스러운 만화라는 생각이 든다. 이 만화에서 작가는 등장 인물들의 입을 빌어서 스스로의 가치관을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를테면 '대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라'고 남자주인공에게 조언하는 여자(썸씽녀라 해야 할까?)가 있다. 시대의 패션 아이콘인 그녀의 눈에 비친 대중은 우매한 대중, 생각없이 몰려다니며 유행을 쫓는 대중이 아니다. 여자주인공 '보통이'처럼 때로는 바보스럽고 때로는 생각없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한없이 사랑스럽고 묘한 행동력도 있는 그런 보통 사람들,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의미하고 있다. 천계영 작가님의 시선 또한 그렇기에 이제껏 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멋진 작품들을 써 오신 게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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