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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닐때는 나는 아주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언제나 가방안에는 읽을 책을 한두권씩은 가지고 다녔는데 아이들을 사귀는데 서툰 나를 포장하는 일종의 연막작전이었던것 같기도 하다.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언제나 읽던 책을 마저 읽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자리에 앉아 책을 펼치곤했는데 그런 내가 선택할 특별활동반은 늘 정해져있었다. 이름만 문예반이었을뿐 어떤 수업도 이루어지지않았던 조용히 앉아 책을 읽을수있었던 문예반은 나에게는 더할나위없이 적합한 특별활동이었다. [부끄러움들]은 부산의 한고등학교의 글쓰기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무늬만 글쓰기반이 아니라 방과후수업의 일종으로 하는 수업이라 선생님도 열의를 가지고 있고 백일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느정도 물론 아이스크림에 눈이 멀어 글쓰기반을 계속 다닌다는 이야기도 등장하지만 열의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로 인해 글쓰기반의 수업은 목표를 가지고 진행이 된다. 글쓰기반의 선생님이 나눠주는 네편의 글을 읽으며 진행되는 수업이라 이책에는 글쓰기반의 학생들뿐 아니라 선생님이 나눠주는 글속의 이야기들이 툭하니 튀어나온다. 글쓰기반 아이들이 글을 읽고 나누는 대화들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글속의 소설 [침넘기기]편이 가장 인상적이고 강한 인상을 남겼다.
침넘기기편에 등장하는 연경이 아버지 우씨는 우리네 아버지와 혹은 우리네 남편과 너무도 닮은 모습으로 등장을 했다가 너무도 바스라진 모습으로 사라져간다. 며칠전부터 작은아이가 짬뽕이 먹고 싶다고 성화를 해댔다. 주말이 코앞이라 평일에는 그냥 있는 저녁을 먹고 짬뽕은 모든 식구가 있는 토요일저녁에 사주마약속을 했었는데 남편의 퇴근이 한시간정도 늦는다고 연락이 왔다. 원래 면종류를 좋아하던 사람이지만 지금은 면종류를 될수 있으면 안먹으려고 한다는걸 알기에 그럼 애들이나 먼저 중국집에서 시켜먹이고 나는 남편이 오면 함께 저녁을 먹을까하고 물었더니 수화기저편에서 구시렁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남편도 처음에는 나와같은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막상 자기입에서 그말이 나오기전에 내가 할말을 먼저하니 서운한 감정이 먼저 들었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것같지만 사람이 먹는다는 문제에 감정이 쉬이 상한다는것을 아는 까닭에 내가 생각이 짧았다고 사과를 하고 남편도 자기가 너무 성을 냈다며 마무리지었다.
연경이아버지 우씨는 시내음식점의 요리사였다. 공부 잘하는 딸 연경이의 존재만으로 힘든 어깨를 펴고 고단한 하루를 삭이며 사는 우리시대의 보통의 아버지였다. 지친하루를 마감하고 집에가서 잠든 아내와 딸을 보았을때 우씨는 자는 식구들틈으로 침이 넘어가는 소리를 들었다. 잠이 들지않았으면서 아내와 딸 둘중의 하나는 우씨와 말을 섞기 싫어서 그렇게 잠든 모양으로 있는것이었다. 우씨의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직업이 요리사인덕에 우씨는 집에서 음식을 먹을 일이 거의없었다. 음식점에서 손님이 남긴 음식을 먹거나 요리를 준비하면서 한두점씩 서서 해결할때가 많은 우씨에게 집안에서의 식사는 낯설기만 한 일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우씨의 존재를 인정하지않는다는 생각에서인지 우씨는 연경이의 아침이 차려진 식탁에 앉아 밥반공기를 떠서 쇠고기장조림을 먹었다. 평생 처음 먹는 쇠고기장조림이었지만 아내의 인상은 우씨가 장조림을 하나씩 집어먹을때마다 안좋더니 기어이 다가와 딸아이의 것을 먹으면 어쩌냐고 퉁박을 준다. 그날의 식사는 우씨가 생애 마지막으로 먹은 집에서의 끼니였다. 그런 아버지의 부음을 들었을때에야 연경은 아버지우씨가 들여다보았을때 침을 꼴깍 삼키던 자기자신을 떠올린다.
식단이 아이들위주로 꾸며진지는 생각해보면 꽤 오래된 일인것 같다. 남편과 둘이 있을때면 국에 김치하나면 놓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이 있으면 하다못해 계란이라도 올리고 소세지라도 올려서 젓가락질 한번이라도 더 가게 만들었음을 부인하지않는다. 그러나 보여지는 내행동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쇠고기장조림을 집는 우씨를 바라보던 우씨아내의 눈길처럼 사납지는 않았는지 그간의 내행동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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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다 [부끄럽따] 형용사 1.일을 잘 못하거나 양심에 거리끼어 볼 낯이 없거나 매우 떳떳하지 못하다. 2.스스러움을 느끼어 매우 수줍다.
부끄러움은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감정이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부끄러움은 외부에서 온다. 가난한 동네에서 산다는 것, 술을 마시는 아버지, 미혼모 가정과 일찍 돌아가신 아버님 혹은 어머님. 스스로는 어찌 할 수 없는 일들로 생긴 부끄러움이 작은 단편이 되고, 이런 부끄러움이 모여서 부끄러움들이 되었다.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든 자신이 떳떳하면 된다고 쉽게 말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여린 아이들도 그렇고, 이미 세월에 깎이고 나이가 들어버린 부모님들도 그렇다. 극복할길 없는 부끄러움을 끌어안고 자라나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책후기에 작가가 그랬다. 이 책이 청소년 용인지, 그렇지 않은지 잘 모르겠다고. '살아간다는 것' 자체에 청소년용과 성인용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서 그렇지 않을까.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삶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닌데, 어른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가끔 헷갈릴 때가 있다. 나이가 어리니, 아직 이런 감정은 모르지 않을까하고.
진중한 책이지만, 재밌는 점이 있다면 부산을 그대로 담았다는 점이다. 작가가 부산 토박이라 그런지 이 도시를 상당히 현실적으로 담아 냈다. 부산(釜山)의 한자는 가마 부(釜)자와 산 산(山) 자인데, 그만큼 산이 많다. 험난한 산세를 오가는 버스는 롤러코스터 못지 않다. 부산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불리는 산복도로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로, 책을 읽고 있으면 등장하는 다양한 부산의 지명에 부산을 여행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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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들 낮은산 키큰나무 시리즈 10 정영선 지음 낮은산
'부끄러움들'은 학교에서 글쓰기반을 하는심온의 이야기와 글쓰기반에서 읽은 총 4편의 글들로 이루어져 있는 책이다. [브래지어], [부끄러움들], [침 넘기기], [엄마 냄새가 난다] 이렇게 4편의 글 중에서 내가 제일 인상깊게 읽은 글은 [침 넘기기]였다. 아버지를 부끄러워하는 딸 연경과 남편을 딸보다 하찮게 여기는 아내, 그리고 그런 두 명 속에서 외로워하다 죽음을 맞는 아빠의 슬픔을 객관적으로 써서 더 슬펐던 것 같다. 계속 읽어보니까 우리 아빠 생각도 나서 슬펐다. 나는 절대로 아빠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빠를 부끄럽게 생각하는 연경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했다. 4편의 글은 조금 어두운 느낌이 들었다면, 심온의 이야기는 보통의 발랄한 10대의 모습을 묘사해서 더 좋았다. 왜냐하면 나는 항상 책을 읽을 때마다 어두운 설정을 한 것을 보면서 뭔가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자주 했기 때문이다. [부끄러움들]은 첫 시작은 좋았으나 끝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고작 저렇게 끝내려고 이 글을 이어간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무했다. [브래지어]는 제목은 과감했지만 무엇을 말하려고 한 건지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 글인 [엄마 냄새가 난다]는 비록 엄마는 죽었지만 아들 은봉이의 희망적인 마음이 좋았다. 2012.6.3.(일) 이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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