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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애인, 친구, 이웃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당신은 애인, 친구, 이웃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내용보기
내가 생각하는 충격요법의 달인은 소크라테스다. 소크라테스의 대화술은 흔히 산파술로 불리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는 산파라기보다는 충격요법사가 더 어울린다. 누군가 자신의 무지를 깨우쳐주는 일이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깨우침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소크라테스는 인지적인 측면에서 충격요법의 달인이다. 그가 자신을 등에라고 빗댄 것은 자신의 충격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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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충격요법의 달인은 소크라테스다. 소크라테스의 대화술은 흔히 산파술로 불리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는 산파라기보다는 충격요법사가 더 어울린다. 누군가 자신의 무지를 깨우쳐주는 일이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깨우침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소크라테스는 인지적인 측면에서 충격요법의 달인이다. 그가 자신을 등에라고 빗댄 것은 자신의 충격요법을 겸손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추리소설에서도 소크라테스와 같은 충격요법의 달인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에 읽은 교고쿠 나츠히코의 《죽지 그래》(자음과모음, 2011)에도 와타라이 겐야라는 충격요법의 대화달인이 등장한다. 물론 겐야가 의도적으로 그런 화법을 구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상대방의 무지와 위선을 일깨우는 효과를 자아낸다. 겐야는 독자들에게 당신의 애인, 자매, 친구, 이웃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불손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관계자의 진술을 통해서 한 사람의 삶과 됨됨이를 재구성할 수 있을까? 와타라이 겐야가 시도한 작업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겐야는 죽은 아사미와는 그저 네 번 정도 만난,  말그대로 '그냥 아는 사람'에 불과할 뿐이다. 우연히 거리에서 스토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아사미를 도와 준 적이 있어 알게 된 사이다. 겐야는 아사미의 주변인물들을 찾아다니며 대화를 나눈다. 가령 아사미의 직장상사, 옆집 이웃여자, 엄마, 애인, 담당 형사의 순이다. 겐야의 당초 기대와는 다르게 이들은 자기들 얘기만 늘어놓을 뿐 정작 알고 싶은 아사미에 대한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다.

 

"얘기 좀 들어보세요. 난 아사미와 아는 사이 정도고 아사미에 대해 듣고 싶어서 왔을 뿐이라고요. 야쿠자도 경찰도 아니에요. 난 공무원이 될 만큼 똑똑하지도 않고, 야쿠자가 될 만큼 베짱이 있지도 않아요. 찌질이라고요. 아, 그리고 남자 친구도 아니에요. 난 아사미하고 그런 관계 아니라니까요."(172쪽)

 

반전이 있는 추리소설은 리뷰하기가 조심스러워진다. 더군다나 신분트릭과 관련있을 때는 말이다. 겐야가 호기심을 가졌던 아사미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다. 여러 계약직 직장상사와 성관계를 갖고, 생모에 의해 야쿠자에게 팔려 말단 졸때기에게 성노예처럼 부려지고, 옆집 여자의 양아치 애인에게 강간을 당하거나 스토킹을 당하고, 결국은 누군가에게 의해 교살까지 당하는 여인이다. 그런데 정녕 아사미는 비운의 여인이었을까?

 

z***a 2012.06.07.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죽지 그래] : 인간이라는 존재의 심연, 그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지옥
"[죽지 그래] : 인간이라는 존재의 심연, 그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지옥" 내용보기
교고쿠 나츠히코(이하 교고쿠도)의 열렬한 팬으로, 그의 번역 출간된 모든 작품을 갖고 있으며 원서로도 몇 권을 소장하고 있다. 작년쯤 서점에서 그의 새로운 작품인 <死ねばいいのに>가 나온 것을 보고, 이름이 참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다. 내게는 저 제목이 절망 혹은 낙담한 표정과 말투로 '아아, 그냥 죽어버리면 좋을텐데...'라고 독백하는 것으로 느껴졌고, 그 당시 나는 울증이
"[죽지 그래] : 인간이라는 존재의 심연, 그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지옥" 내용보기

교고쿠 나츠히코(이하 교고쿠도)의 열렬한 팬으로, 그의 번역 출간된 모든 작품을 갖고 있으며 원서로도 몇 권을 소장하고 있다. 작년쯤 서점에서 그의 새로운 작품인 <死ねばいいのに>가 나온 것을 보고, 이름이 참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다. 내게는 저 제목이 절망 혹은 낙담한 표정과 말투로 '아아, 그냥 죽어버리면 좋을텐데...'라고 독백하는 것으로 느껴졌고, 그 당시 나는 울증이 꽤 심했기 때문에 제목 자체에 크게 동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때 원서를 구입했는데, 이번에 나온 번역본의 제목은 사뭇 다르다. <죽지그래>라니, 그렇다. 저 '死ねばいいのに'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타인에게 하는 말이다. 만약 원서의 제목을 문자 그대로 <죽으면 좋을텐데>로 번역했다면, 저 말이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타인에게 하는 말인지 제목만 보고는 혼동될지도 모른다. 내용을 보면 후자인 것이 명확하지만 말이다.

 

<죽지그래>는, 지금까지의 교고쿠도의 작품과 느낌이 많이 다르다. 그 동안에 일명 '교고쿠도 시리즈'로 작가의 분신인 추젠지 아키히코가 주인공인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 <광골의 꿈>, <철서의 우리> 등과 외전격으로 민폐쟁이 에노키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백기도연대 우>, <백기도연대 풍>, 그리고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마타이치와 그 일행이 등장하는 일종의 괴담인 <항설백물어>, <속 항설백물어> 등은 기본적으로 일본의 민속학과 종교학을 바탕으로 한, 요괴와 같은 개념이 등장하는데 이 <죽지그래>는 시대적 배경도 현대인데다가 민속학이나 요괴 등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에 꽤 깊은 일종의 철학적 성찰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이야기는 아사미라는 순진무구한 이미지의 여성이 살해당하고, 우연한 기회에 그녀와 만났던 청년 와타라이 겐야는 생전의 아사미와 관련되었던 사람들을 차례로 찾아가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아사미가 계약직으로 일했던 직장의 상사는 단지 욕구를 해소하기 위하여 아사미와 성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고, 그녀가 죽자 그 사실이 묻혀질테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사미의 옆집에 사는 여성은, 나는 이렇게 항상 성실하게 일해도 계약 따내기가 힘든데, 저 여자는 남자관계도 복잡한 것 같고 분명히 성상납을 통해서 계약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분노하고 있었다. 그래서 익명으로 온갖 욕설 문자를 그녀에게 보냈다. 원치 않는 임신으로 아사미를 낳은 그녀의 생모는, 불행한 삶에 지쳐서 그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했고 단지 이십만 엔의 빚 때문에 딸을 야쿠자에게 넘겨 버렸다. 아사미를 빚 대신 데려온 야쿠자는 일년 정도 그녀를 갖고 놀다가, 싫증이 나자 십만 엔을 받고 부하에게 넘겨 버렸고 그는 아사미의 애인 행세를 하며 그녀가 직장에서 번 돈까지 착취한다. 어쩌면 주변에 이렇게 쓰레기같은 인종들만 득실거리는 걸까,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외에도 그는 살해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와, 스포일러가 될 가능성이 있어서 정체를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그를 도와주려는 사람을 만난다. 이 겐야라는 인물도 보통은 아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해도 얼마 가지 않아서 금방 잘려 버려서 그냥 놀고 있고, 말버릇도 참 고약하다. 겁도 없는지 야쿠자 앞에서도 그 고약한 말버릇을 보여서 얻어맞기까지 한다. 속된 말로 더럽게 싸가지 없고 불쾌한 인간이다(읽으면서 나조차도 꽤 불쾌하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아사미의 남자친구였던 것도 아니고, 그냥 몇 번 만나 이야기를 들어준 정도인데 그녀의 죽음에 대해 조사하고 다닌다. 그러면서 그는 아사미 얘기는 하지도 않고 자신의 신세타령이나 늘어놓는 사람들에게 보통이라면 꺼내기 힘든 말들까지 꺼내고, 그들을 궁지에 몰아넣는다. 그래서 그들이, 나도 이따위로 살고 싶지 않았고 내가 얼마나 사는게 힘든 줄 아냐고,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일종의 변명을 하기 시작하면 "그럼 죽지 그래."라는, 아주 강력한 펀치를 날린다. 그렇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불행하다면 죽으면 되지 않냐고 말한다. 그리고 나서는 말투도 바뀐다. 말버릇이 고약할 망정 처음에는 그래도 평범한 경어라도 사용했다면, 저 "죽지 그래." 다음에는 상대의 직업과 나이에 관계없이 거친 반말로 몰아붙인다. 

 

우리는 여기서 겐야가 등장 인물들에게 "그럼 죽지 그래."라고 하면 모두들 그건 싫다고 했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게 보통이고 모두 삶에 대해 많은 미련을 갖고 있다고, 사람이란 모두 찌질이고 쓰레기지만 그래도 살아가는 거고 죽고 싶지 않을 거라고 겐야는 정체를 밝힐 수 없는 마지막 한 사람에게 말한다. 어쩌면 이것이 <죽지그래>의 주제라고 볼 수도 있다. 등장하는 인물들 하나하나가 마음속에 깊고 어두운 심연을 안고 있고, 그것이 극도에 달해 차라리 죽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들은 속된 말로 쓰레기같은 인간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도 그들은 '살아가기 위해 살아갈' 것이다.

 

한편 겐야가 아사미를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아사미가 '자신은 불행하지 않다'고 말한 것이 꽤 의미심장하다. 친모가 자신을 돈 때문에 야쿠자의 정부로 팔아넘겼고, 물건 취급을 받고 다른 야쿠자에게 넘겨졌으며, 직장 상사는 자신을 성적으로 농락했고, 옆집 여자의 전 남자친구에게 강간과 스토킹까지 당했으며, 옆집 여자에게는 집요한 괴롭힘을 당했고, 살면서 행복한 일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그런 어둡고 괴로운 이야기를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했다. 그러면서도 아사미는 그런 인생이지만 자신은 행복하다고, 그러니까 이대로 줄곧 행복하게 있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진정으로 행복했던 것일까, 아니면 그 누구보다도 어둡고 깊은, 극도의 괴로움과 절망이 반대로 표출된 것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부분이다. 또한 상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겐야가 어떤 사람에게 "당신은 XXX(이것은 굳이 밝히지 않겠다)야."라는 말을 듣고 안심하는 마지막 장면이다. 딱 집어서 뭐라고 표현하기가 어렵지만, 역시 교고쿠도답다.

 

이 책을 읽으며 추리물이라기보다는 '생과 사'를 주제로 한 교고쿠도의 철학 강의를 듣는 기분이었다. '교고쿠도 시리즈'에서의 추젠지 아키히코의 장광설과는 또 다른 느낌이며, 주인공 겐야 자체가 꽤 독특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런 인간이 내 주변에 있다면 골치아파지겠지만 말이다. 또한 이 책의 뒤쪽에는 교고쿠 나츠히코와의 서면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는데, 꽤 인상깊은 구절이 있다. 편집자가 '이제 교고쿠 선생님에 대해 여쭤보겠습니다. '죽으면 되지.'라고 생각하신 적이 있는지요?'라고 묻자, 교고쿠도는 단 한마디, '없습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렇다, 그는 굉장히 강한 것이다. 꽤 자주 '死ねばいいのに...'라고 생각하는, 울증이 심한 나로써는 그저 부러울 뿐이다.

 

그런데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은, 바로 번역 출간되면서 바뀐 표지의 디자인이다. 번역본은 반양장본으로 겉 커버가 있는데, 중간에 창문같이 도려내진 부분이 있어서 책을 꽂고 빼는 과정에서 그 부분이 손상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대형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몇 권의 <죽지그래>가, 모두 그 부분이(주로 윗부분이다) 찢어져 있었다. 원서는 양장본인데 겉 커버에 도려내진 부분은 없어서 그럴 염려는 없는 것에 비하면 아쉬운 점이다. 책이 손상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 나로써는, 고민끝에 세번째 사진처럼 그 부분을 투명 테이프로 미리 보수해 버렸다. 아무래도 이렇게 해 두면, 약간이나마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j******m 2011.09.2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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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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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미스테리의 수작이랄까. 엄청난 책을 여름의 끝자락을 붙잡고 만났다. 살인을 베이스로 해서 살짝 공포스럽기도 하고, 한 사람씩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삼라만상을 보는 것 같았다. 교고쿠 나츠히코라는 작가는 일본에서도 탄탄한 구성과 인간 내면의 심리 묘사로 유명한 작가라고 하던데, 과연 대단한 작가였다.   주인공은 없다. 매회 등장하는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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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미스테리의 수작이랄까. 엄청난 책을 여름의 끝자락을 붙잡고 만났다.
살인을 베이스로 해서 살짝 공포스럽기도 하고, 한 사람씩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삼라만상을 보는 것 같았다. 교고쿠 나츠히코라는 작가는 일본에서도 탄탄한 구성과 인간 내면의 심리 묘사로 유명한 작가라고 하던데, 과연 대단한 작가였다.
 
주인공은 없다. 매회 등장하는 주인공은 겐야라는 니트 족이다. 니트 족이란 현재 일본에서 문제시 되는 젊은 층을 지칭하는 말로써, 일하지도 않고 먹기만 하는 층이라는 말이다. 목표도 없고, 딱히 잘 살고자 하는 욕구도 없다. 자신을 벌레처럼 취급하는 겐야의 말들을 들으며, 그런 생각이 소위 철학적이긴 하지만 철없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시선을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 사회에서 벌레처럼 취급되는 한 사람이 한 여자가 죽은 것에 대한 실마리를 잡고자 그녀와 관련된 여러 사람을 인터뷰 하러 다닌다. 물론 공식적인 인터뷰는 아니고 제발 가르쳐 주세요.. 형식으로 대부분의 만남은 시작된다. 일곱명의 사람을 만나면서 그는 각기 만난 사람들이 그 여자, 아사미에게 끼친 영향을 알게된다. 아사미를 딸로 생각하지 않고, 돌보지 않았던 어머니. 그리고 그녀를 20만엔에 어머니로 부터 샀던 야쿠자 일당. 그녀의 천진함을 질투했던 옆 집 사는 여자. 그녀를 농락한 직장 상사. 그들은 모두 멀쩡해보이는 (야쿠자는 아니지만 !!)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와 얽힌 관계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처음에 자신은 아사미라는 사람은 이름만 알아요, 그냥 부하 직원일 뿐이고 그녀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라고 말했던 사람이 자신이 그녀와 사실 끈끈한 관계였다고 말할 때에도 그에게는 죄책감이 없다. 아니, 죄책감은 있지만 말로 옮기지 않는다. 그저 경찰의 시선이 두려울 뿐이다. 겐야가 만난 사람들은 거의 그런 반응이었다. 자신의 삶을 원망하고, 이렇게 만든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사미를 농락하거나 질투한 것은 큰 과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환경 속에서 아사미가 죽어간 것을 마음 속으로는 뜨끔해 하지만 드러날 정도는 아니다. 무서운 연기자들..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일까..
 
소설의 최종회에서는 그녀를 죽인 사람이 누구인가가 결국 밝혀진다. 인간이 사는 것이 무엇인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는 것을 도덕이라 부르는 것인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교훈을 줌과 동시에 정말 흥미롭고 손에서 뗄 수 없는 소설이다.
c*****1 2011.08.2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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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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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기 힘들다는 말을 하면서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때가 있다. 진짜 죽고 싶다기보다는 이만큼 지금의 나의 현실이 너무나 힘들고 괴롭다는 것을 돌려서 표현하는 것이다. 진짜 죽고 싶은 사람은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죽고 싶을 만큼 현재의 나의 삶이 힘들다는 것들이 결국 알고보면 다 자신의 욕망이나 이기심, 남보다 더 갖고 싶고 원하는게 많은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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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기 힘들다는 말을 하면서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때가 있다. 진짜 죽고 싶다기보다는 이만큼 지금의 나의 현실이 너무나 힘들고 괴롭다는 것을 돌려서 표현하는 것이다. 진짜 죽고 싶은 사람은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죽고 싶을 만큼 현재의 나의 삶이 힘들다는 것들이 결국 알고보면 다 자신의 욕망이나 이기심, 남보다 더 갖고 싶고 원하는게 많은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수 있다.

 

난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꽤 많이 읽었다고 생각 했었다. 특히 추리소설 작가들의 작품은 왠만한 것은 거의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죽지그래'의 저자 교고큐 나쓰히코는 몰랐다. 민속학과 종교학을 아우르는 그만의 색깔의 책을  발표하는 그를 천재 작가라는 칭호와 함께 디자이너도 실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미야베 미유키와 오사와 아라마사와 함께 '다이쿄 쿠구'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서나달 전에 죽은 아사미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이유로 아사미의 주변 인물을 찾아다니는 와타라이 겐야의 방문은 여러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아사미가 계약직으로 일하는 소형 중소업체 부장부터 시작해서 아사미가 거주했던 오피스텔 앞집에 사는 여자, 아사미의 숨겨진 야쿠자 애인, 어릴적 집안에서 미리 정해둔 약혼자와의 사이에 생긴 아사미로 인해서 인생 전반이 힘들고 억울하다는 아사미의 친엄마 등..그들을 통해서 아사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수 없었던 겐야가 찾아간 경찰서에서 담당 형사는 오히려 겐야보다 아사미에 대해서 모른다. 마지막으로 경찰서를 찾아간 겐야의 이야기를 통해서 만나게된 사람마저 아사미에 대한 겐야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않는다.

 

겐야는 말한다. 누구보다도 힘든 여건속에 놓여 있었던 아사미는 결코 불행하다거나 남을 깔보고 흉보지 않았으며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는데 그녀에 대한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아사미에 대한 이야기보다 오직 자신에 대한 한탄과 비난, 사회, 가족에 대한 원망만을 이야기 한다. 이들에게 겐야는 이야기한다. 억울한 무언가가를 바꿀 마음도 용기도 없다면 차라리 '죽지그래'라고 한다.

 

책은 재밌다. 겐야를 따라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어느새  공정하지 못하다는 이유와 변명을 갖고 살아가는 우리의 불편한 모습과 만나게 된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난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작은 생명체에 불과하다. 허나 내가 사는 시간동안 어떤 식으로 살아갈 것인가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q******5 2011.08.1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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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통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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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처럼 참 하기 쉬운 것이 또 있을까.또 말처럼 자칫하면 후회하기 십상인 건 뭐가 있을까.가끔 어른들은 말한다.요즘 녀석들은 나약해 빠졌어. 근성이 없어. 힘들면 요리조리 피하려고만 해. 등등그러면 우리는 말한다.어른들 세대랑 '힘든 종류'가 달라서 그래요. 저희도 버틸 만큼 버텼어요. 장래성이 안 보여서 이직하려는 거예요. 등등그런 우리의 정당(?)한 불평이 어른들의 귓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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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처럼 참 하기 쉬운 것이 또 있을까.
또 말처럼 자칫하면 후회하기 십상인 건 뭐가 있을까.

가끔 어른들은 말한다.
요즘 녀석들은 나약해 빠졌어. 근성이 없어. 힘들면 요리조리 피하려고만 해. 등등
그러면 우리는 말한다.
어른들 세대랑 '힘든 종류'가 달라서 그래요. 저희도 버틸 만큼 버텼어요. 
장래성이 안 보여서 이직하려는 거예요. 등등
그런 우리의 정당(?)한 불평이 어른들의 귓속 고막에도 도달하지 않겠다 싶으면 이렇게 표현한다.
저도 힘들어 죽겠어요. 생각대로 일이 안 풀려서 죽겠어요. 왜 나만 빼고 다들 잘 나가는 거야. 징징징.

이 책에서 그런 사람들에게 겐야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말한다.
"그럼 죽지 그래." 

이런 정 뚝 떨어지게 냉정한 말을 난생 처음 보는 사람에게 듣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앞서 징징대며 불평했던 걸 싸악 잊으면서 "당신이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해!!" 하겠지.
혹은 "그래도 그런 말 들을 정도로... 내가 그렇게 잘못 했나." 하면서 잠깐 반성의 기미를 보일 것이다.
하루하루가 지옥같다며 살기 싫다며 징징대다가도
타인에게서 냉정하게 한 마디 들으면 이렇게 삶에 대한 강한 의지가 피어난다.
그렇게 제 3자가 보면 우습기 그지 없는 모습이 여기 나열되어 있다.
그리고 그 나열된 모습들이 살인 사건의 미스테리를 풀도록 이어지는 신기한 이야기다.

"그럴거면 차라리 죽지 그래" 라는 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겐야의 성격도 한 몫 했지만,
가만히 듣고 있는 독자 입장에서 겐야의 그 한 마디가 통괘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발버둥쳤는데, 그렇게 노력한 장소가
한 걸음씩 차근차근 올라가는 튼튼한 계단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같이 끌어들이는 개미지옥 안에서 맴돌았을 뿐이라는 걸
그 한 마디로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기에.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자문한다.
나의 지옥은 누구와 가장 비슷한가.
또는 지금의 나한테도 겐야의 저 한 마디가 필요할까. 

범인보다 그게 더 신경쓰였다.

f******s 2011.09.27.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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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대한 장황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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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있다. 백수이고 자신을 사회 부적응자로 치부하는 자칭 바보라고 생각하는 남자다. 그 남자는 죽은 아사미라는 여자를 알기 위해 그녀 주위의 인물을 찾아 간다. 아사미라는 여자는 얼마 전 살해당했다. 와타라이 겐야라는 이름을 가진 그 남자는 끊임없이 주변 인물에게 아사미에 대해 질문을 하지만 자신의 얘기만 하고 남탓만 하는 사람들에게 죽지 그래라는 말로 씁쓸한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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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있다. 백수이고 자신을 사회 부적응자로 치부하는 자칭 바보라고 생각하는 남자다. 그 남자는 죽은 아사미라는 여자를 알기 위해 그녀 주위의 인물을 찾아 간다. 아사미라는 여자는 얼마 전 살해당했다. 와타라이 겐야라는 이름을 가진 그 남자는 끊임없이 주변 인물에게 아사미에 대해 질문을 하지만 자신의 얘기만 하고 남탓만 하는 사람들에게 죽지 그래라는 말로 씁쓸한 마무리를 하면서 질문을 끝낸다. 그리고 마지막에 아사미가 죽은 진실은 드러난다.

 

겐야는 아사미로 인해 총 6명의 인물을 만나게 된다. 아사미와 불륜의 관계를 가지고 그녀를 진정 사랑한다면서도 진절머리 나는 가정 사이에서 어떻게 할 줄 모르는 남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아사미를 저주하는 이웃집 여자, 아사미를 단돈 20만엔에 팔아버린 아사미의 생모, 아사미를 10만엔에 소유한 야쿠자, 아사미 살해 사건을 담당한 형사, 마지막엔 스포가 될 수 있으므로 생략. 모두들 자신의 비참한 상황을 남 탓으로 돌리고 현 상황에서 불평 불만만 하는 인물들이다. 과연 이런 인물들에게 둘러싸인 아사미는 진정 행복했을까? 이것 또한 마지막에 드러난다.

 

이 작품은 특이하다. 각 챕터에서 겐야가 만나는 인물들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진행되고 오직 그 인물들의 심리 묘사와 겐야와의 대화만으로 채워지는 점이 특이하다. 하지만 난 그 심리 묘사와 대화가 너무 재미있었다. 이 작가의 작품은 소장하고 있지만 아직 읽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이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가 바로 장광설이라는 것을 들은 기억이 난다. 장광설의 사전적 용어는 길고도 세차게 잘하는 말솜씨, 쓸데없이 장황하게 늘어놓는 말이라는 뜻을 가진다. 과연 작품 속에서 인물 간에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지며 마치 궤변 같은 대화가 설득력 있는 모습으로 변해가면서 공감이 가는 부분에서는 엄청 논리적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작품 속 대화를 보면서 과연 이 작가의 말빨은 어느 정도일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그럴 만큼 대화의 비중이 100%인데 이런 부분이 공감이 잘 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드는 사람은 재미가 없을 정도로 호불호가 나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챕터를 제외하고는 공감이 가는 편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공감이 가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스포일러로 인해 얘기할 수 없는 부분이 아쉽다.

 

다음은 작품과 상관이 없을 수도 있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현실이 힘들고 도피하고 싶어서 그렇지만 죽는 것도 쉬운 것이 아니다. 말로만 죽고 싶다는 표현을 개인적으로 자주 하지만 그 말로만 약간의 위로를 받고 마음을 추스리고 또 다시 거친 현실 속에서 또한 무한 경쟁의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하는 우리네 현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조금은 부담은 덜어지지 않을까 한다. 학창 시절에는 좋은 대학을, 대학에서는 좋은 직장을, 직장에서는 승진을, 노후에는 건강과 부를 목표로 끊임 없이 발버둥 쳐야 하는 현실 속에서 기존 현실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항과 회피는 점점 더 자신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 상황을 초래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표현해 본다.

 

YES마니아 : 로얄 d*****4 2011.09.2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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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사연을 가진 사람에게 죽으라고 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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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교고쿠 나쓰히코 <죽지 그래>  살다보면 누구나 한두 번쯤은 힘든 일을 겪게 마련이다. 이성문제일 수도 있고 가족문제일 수도 있다. 아니면 직장 생활이거나 건강 또는 돈이 원인일 수도 있겠다. 살다보면 쓰러질 때도 있고 엎어질 때도 있으니까.  아무튼 이런 고충이 생기면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을 것이다. 그 상대가 친구나 애인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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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교고쿠 나쓰히코 <죽지 그래>

 

살다보면 누구나 한두 번쯤은 힘든 일을 겪게 마련이다. 이성문제일 수도 있고 가족문제일 수도 있다. 아니면 직장 생활이거나 건강 또는 돈이 원인일 수도 있겠다. 살다보면 쓰러질 때도 있고 엎어질 때도 있으니까.

 

아무튼 이런 고충이 생기면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을 것이다. 그 상대가 친구나 애인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다. 그래서 자신의 사연을 진지하게 늘어놓았는데 상대방은 이렇게 말한다.

 

“그럼 죽지 그래”

 

죽는 일이 쉽건 어렵건 상관없이, 죽음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로부터 도피하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도피건 해결이건 간에, 타인에게서 죽으라는 말을 들으면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힘든 일이 있다고 해서 내가 왜 죽으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데?

 

한 여성의 죽음을 추적하는 젊은이

 

<죽지 그래>는 교고쿠 나쓰히코의 2010년 작품이다. 작품의 주인공인 ‘겐야’라는 젊은이는 만나서 대화하는 사람마다 ‘죽지 그래’라고 말을 하고 다닌다. 주인공은 ‘아사미’라는 젊은 여성의 죽음을 조사하러 돌아다닌다.

 

아사미는 혼자 살며 한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이상한 정황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주인공은 아사미가 어떻게 사망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녀가 어떤 여성이었는지 알고 싶어서 나름대로의 활동을 시작한 셈이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사립탐정이나 형사는 아니다. 겐야는 스스로를 가리켜서 ‘고졸에 직업도 없고 똑똑하지도 않은 찌질이’라고 표현한다. 그 찌질이가 한 죽음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아사미의 직장 동료부터 시작해서 한때 연인이었던 조폭,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까지.

 

주인공을 만나는 사람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지만 나중에는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으면서 하소연을 하는 분위기로 바뀐다.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그런데도 왜 지금까지 이렇게 힘들게 생활을 해야하는지 등.

 

주인공은 그 이야기를 듣다가 “그럼 죽지 그래”라고 한 마디를 툭 던진다. 한 사람의 죽음을 조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죽으라는 말까지 하면 더욱 힘들어질 가능성이 많다. 아사미 죽음의 진상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사연들

 

<죽지 그래>는 교고쿠 나쓰히코의 작품치고는 좀 의외인 점이 있다. 그 동안 작가는 일본의 전설과 괴담을 뒤섞는 작풍(作風)으로 유명했다. <우부메의 여름>, <광골의 꿈>, <망량의 상자>, <철서의 우리> 등이 그런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왠지 제목에서부터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반면에 <죽지 그래>는 그런 괴담의 요소를 제거하고 죽음에 관한 미스터리에 집중하고 있다. 작가 교고쿠 나쓰히코는 이 부분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작품은 시리즈라고 하더라도 한 작품마다 독립된 것이라고. 구조상의 특성을 포함해서 한 작품마다 할 수 있는한 바꾸려고 노력한다고.

 

그렇게 본다면 <죽지 그래>는 작가의 의도대로 바꾸어낸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상한 죽음과 그것을 파헤치는 역시 이상한 찌질한 젊은이. 이 주인공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계속 바라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죽지 그래’라고 툭 던지는 한 마디도 듣고 싶고.

 

t****o 2017.01.09.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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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가장 단순한 철학적인 질문. 교고쿠 나쓰히코 '죽지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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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을 들었을때 그걸 오래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2시간이 넘는 영화를 보면서도 그 안에 나왔던 대사들을 모조리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영화가 끝났을때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건 그 작품 안에서 '의미'를 가진 몇몇 대사들 뿐이다. 그처럼 듣는 순간 왠지 모를 강렬한 느낌이 전해지는 말들이 있다. 그런 말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단어가 가진 인상들은 각기 다르
"만족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가장 단순한 철학적인 질문. 교고쿠 나쓰히코 '죽지그래'" 내용보기


어떤 말을 들었을때 그걸 오래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2시간이 넘는 영화를 보면서도 그 안에 나왔던 대사들을 모조리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영화가 끝났을때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건 그 작품 안에서 '의미'를 가진 몇몇 대사들 뿐이다. 그처럼 듣는 순간 왠지 모를 강렬한 느낌이 전해지는 말들이 있다. 그런 말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단어가 가진 인상들은 각기 다르다. 또한 그 단어들이 어떤 조합을 가지느냐에 따라 그 느낌은 확연하게 달라진다. 그렇다. 우리가 기억하는 건 각각의 단어가 가진 의미보다는 그 단어들이 쓰인 상황이나 조합이 뿜어대는 어떤 느낌이나 인상이다.

 

'죽다' 라는 동사가 있다. 생명이 없어지거나 끊어지다 라는 뜻이다. '그래' 라는 감탄사가 있다. 주로 의문문에 삽입어로 쓰며 다잡아 묻거나 강조할 때 쓰는 말이다. 이 두 단어의 조합은 이렇다. 죽지 그래.

이건 교고쿠 나쓰히코라는 일본 작가의 소설 제목이었다. 당황스러운 말이다. 단순히 눈으로 보기만 했는데도 덜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이 말을 듣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나도 모르게 팔에 소름이 돋았다. 그걸 듣는 것처럼 느껴지는 문구가 함께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죽겠다 죽겠다 말로만 하지 말고 차라리..

 

처음 만나게 되는 작가다. 민속학과 종교학을 아우르는 독특한 작풍으로 ‘교고쿠 나쓰히코 표 문학’을 만들어 낸 천재 작가라고 소개되는 그는 1996년 '망량의 상자' 제49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1997년 '웃는 이에몬' 제25회 이즈미교카문학상, 2003년 '엿보는 고헤이지' 제16회 야마모토슈고로상, 2004년 항설백물어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후後 항설백물어' 제130회 나오키상 수상 등 꽤나 많은 수상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익숙한 이름이었던 건 그가 현재 하드보일드 작가 오사와 아리마사, 미스터리 작가 미야베 미유키와 함께 세 사람의 성을 딴 사무실 '다이쿄쿠구'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불평불만, 이유도 핑계도 많은 당신 앞에 들이미는 인생이란 게임의 레드카드! 라는 문구로 소개되고 있는 교고쿠 나쓰히코의 '죽지 그래'는 천사의 순진무구함을 지닌 백치미의 여자, 아사미. 그녀가 살해당한 후 우연한 기회에 그녀와 만났던 청년 겐야가 관련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차례로 질문을 던지면서 진행된다. 그녀를 농락한 계약 회사의 상사, 그녀를 괴롭힌 옆집의 이웃, 그녀를 빚 대신 팔아넘긴 생모, 그녀를 착취한 야쿠자 애인, 그녀를 사체로 만난 담당 형사, 그리고 마지막 한 사람. 청년은 무엇을 묻는가? 청년이 만난 사람들은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한 사람의 진실은? 


이 작품의 원제는 '死ねばいいのに'다. 역자의 후기에도 적혀있지만 직역하자면 '죽으면 될텐데', '죽으면 좋을걸' 정도로 말할 수 있지만, 제목이자 이 책의 키워드이기도 한 중요한 대사여서 이 한마디를 어떻게 옮기느냐를 가지고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다가 결국 본문 내용에 맞게 '죽지 그래'로 의역했다고 한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이 말에서 느껴지는 느낌에서 스릴러의 분위기를 감지하기도 했지만, 이야기 안에 담겨있는 '죽지 그래'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냥 사는 게 힘들다고 투덜거리는 사람한테 그렇게 불평불만 할 거라면 '그럼 죽지그래'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대사일 뿐이었다.



 

교고쿠 나쓰히코의 '죽지 그래'는 와타라이 겐야라는 남자가 죽은 아사미 라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주변 인물들을 하나하나 만나러 다니고, 그 만난 사람들이 각각 화자가 되어 스토리를 이끌고 나가는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이다. 물론 가장 궁금했던 건 바로 '왜?' 였다. 겐야라는 남자는 도대체 왜 그 여자의 이야기가 궁금했을까. 하지만 작품은 그걸 처음부터 알려주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다. 첫 번째 사람부터 여섯 번째 사람까지로 나뉜 각 장은 겐야의 시점이 아닌 겐야가 만나러 간 아사미의 주변 사람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한참이나 뒤에야 등장한 그 이유는 이랬다.

 

아사미는 내게 죽고 싶다고 말했어. 그렇게 불행하지도 않고 절박한 것도 아니고 슬프지도 고통스럽지도 않지만, 그래도 죽고 싶다고. 아사미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어. 별로 불평도 하지 않았어. 얘기를 들은 바로는 아사미, 내가 최근 몇 개월 동안 만난 사람 그 누구보다도 불행했는데 말이야. 그런데도 불평은 하지 않았어. 그냥 죽고 싶다고만 했지. 그래서 나는 아사미에 대해 알고 싶어졌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투덜투덜 불평만 늘어놓고,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것처럼 넋두리만 하고, 그러면서도 전부 죽는다는 소린 안 하데. 그렇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불행하다면 죽으면 될 텐데.

 

그의 이 대사에서처럼 그가 만나러 다녔던 여섯 명의 사람은 그에게 아사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고도 돈 벌어다 주는 기계로 전락한 중년 가장, 능력도 자격도 갖췄지만 변변한 직업조차 갖지 못한 노처녀, 할 줄 아는 거라곤 주먹 쓰고 협박하는 일밖에 없어 범죄 세계를 떠나지 못하는 야쿠자, 부러울 것 없는 집안의 규수에서 미혼모로, 이혼녀로, 결국은 빚 대신 딸을 잡히는 지경으로 전락한 중년 여자, 법과 질서를 수호한다는 원칙에 충실하려다 사회의 비난 속에 비틀린 가치를 갖게 된 형사와 변호사까지..

 

그들은 '아사미'의 이야기가 궁금해 찾아온 겐야에게 줄기차게 신세타령이나 자기 변론만 한다. 억울하고, 불만이고, 그래서 어쩔 수 없다는 그들의 넋두리에 겐야가 할 말은 그것 밖에 없었다. 그럼 죽지그래.

때문에 작품을 읽어도 가장 주된 인물인 아사미에 관해서 독자는 그 무엇도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약간만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이 작품에서 주요 인물은 아사미가 아닌, 각각의 여섯 인물인 셈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간단하다. 분명 살고 있으면서 그 삶을 끝낸 아사미보다 불평불만이 많은 인물.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소설이라기보다는, 옴니버스 형식의 다큐라는 느낌이 강했다. 각각 달라지는 화자의 시점 때문에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그들의 공통점을 발견하는 순간 저자인 교고쿠 나쓰히코가 각기 다른 인물을 한권의 책에 담아둔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아차리게 된다. 그럼에도 이 말이 섬뜩한 건 사실이다. 불평불만 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차라리 죽는게 낫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건, 세상이 아직은 살만하기 때문이니까.

겐야의 '죽지 그래'는 그렇게 삶에 대한 인생에 대한 만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어쩌면 가장 단순한 철학적인 질문이었다.

 



l******i 2011.10.2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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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가다보면 만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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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에는 첫번째 사람, 두번째 사람, 세번째 사람, 네번째 사람, 다섯번째 사람, 여섯번째 사람, 을 쫓고 있는 와타라이 겐야 가 있다. 죽지 그래? 권하는 듯 협박도 같은 듯 한 이 말을 하는 이도 역시 겐야   첫째 사람,둘째 사람,암튼 왜 만나는 거냐? 겐야는 한 여성의 죽음을 놓고 그 녀의 삶을 추적하는 중이랄까? 그 사람 자체가 궁금해진거라고 봐야지.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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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에는

첫번째 사람,

두번째 사람,

세번째 사람,

네번째 사람,

다섯번째 사람,

여섯번째 사람,

을 쫓고 있는 와타라이 겐야 가 있다.

죽지 그래? 권하는 듯 협박도 같은 듯 한 이 말을

하는 이도 역시 겐야

 

첫째 사람,둘째 사람,암튼 왜 만나는 거냐?

겐야는 한 여성의 죽음을 놓고 그 녀의 삶을 추적하는 중이랄까?

그 사람 자체가 궁금해진거라고 봐야지.

그렇다고 봐야지..

마지막 반전..음, 역시 기대한 만큼..호러? 스럽다 해야하나?

 

아사미란 여자는 참 불행한 삶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행복했다고

겐야는 데스노트야?

그럼 죽어..행복할때..

뭐든 죽어..로 끝이나는..!

그런데 ,그런 스스로가 두려워지고 무서워졌다는 거지..

그래서 그녀를 아는 사람들에게 가서 얼마나 깊이 제대로 그녀를

알았나..알고 싶었고..찾아가서 알려한다는 얘기야.

그 사람들이 삶이 힘들지 하는 엄살을 부릴때마다 겐야는 그럼

죽지그래! 를 툭~ 내뱉는 거지..그럼 그들은..아..뭐 그럴것 까지..

그러는 거고..

y*****7 2015.06.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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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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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그래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자음과모음 이번에는 잘 모르고 지나쳤던 작가의 작품을 통해 독서력을 더 넓혀보자 하는 마음으로 교고쿠 나츠히코를 선택했다. 『우부메의 여름』 정도는 읽어본 것 같은데... 오십 줄에 접어들면서 급격하게 떨어지는 기억력 탓인지, 그 내용은 가물가물할 뿐이다. 이제 교고쿠 나츠히코의 작품을 하나씩 섭렵해 가리라 마음 먹어본다. 일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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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그래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자음과모음


이번에는 잘 모르고 지나쳤던 작가의 작품을 통해 독서력을 더 넓혀보자 하는 마음으로 교고쿠 나츠히코를 선택했다. 『우부메의 여름』 정도는 읽어본 것 같은데... 오십 줄에 접어들면서 급격하게 떨어지는 기억력 탓인지, 그 내용은 가물가물할 뿐이다. 이제 교고쿠 나츠히코의 작품을 하나씩 섭렵해 가리라 마음 먹어본다.

일단은 책두께가 두툼하지 않고, 길지않아서 좋다. 여기에서는 소설 구성의 삼요소인 인물, 사건, 배경에서 두 요소를 거의 쓰지 않고도 인물, 특히 대화만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고 있는 점이라던가, 다큐멘터리의 외형이면서 사실은 화제의 인물이 아닌, 화자로 등장하는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라서 독특한 구조를 보여준다. 그래서 사건에 대한 설명이 없이 대화를 통해 상황을 이해를 해야만해서, 초반에는 쉽게 몰입이 안되고 힘들었다.

모두 여섯 사람이 등장한다. 아니, 살해된 가시마 아사미와 와타라이 겐야까지 해서 여덟 사람이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아사미와 연관이 있는 사람들로, 겐야는 여섯 사람을 차레로 만나게 된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고도 돈 벌어다 주는 기계로 전락한 중년 가장이고 직원인 가시마 아사미와 분륜 관계를 맺은 ① 야마자키 부장,

시노미야 가오리(30)는 학벌과 능력, 자격도 완벽하게 갖추고 있지만 변변한 직업조차 가져보지 못한 노처녀로, 아사미(303호)의 옆집 302호에 살고 있고 아사미의 스토커가 되어버린 구라타 다카시의 애인이었고,

할 줄 아는 거라곤 주먹 쓰고 협박하는 일밖에 없어 범죄 세계를 떠나지 못하는 ③ 야쿠자 사쿠마 준이치는 선배 다카나미에게서 물려받은 아사미의 애인 행세를 하며 수백만 엔의 돈을 뜯어냈고,

부러울 것 없는 집안의 규수에서 열여덟 살의 미혼모로 시작해서, 몇 번의 결혼을 실패한 이혼녀로, 결국은 빚 대신 딸 아사미를 잡히는 지경으로 전락한 중년의 ④ 가시마 나오코,

법과 질서를 수호한다는 원칙에 충실하려다 사회의 비난 속에 비틀린 가치를 갖게 된 ⑤ 야마시나 형사(가시마 아사미 살인 사건의 담당)와 ⑥ 가시마 아사미 살해 사건의 피고를 담당하게 된 국선변호사 고조 쎄에 이르기까지, 이 소설 속에 차례로 등장해서 저마다 신세한탄을 늘어놓는 인물들은 사실상 그 속을 들여다보면 누구 하나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고, 내 이웃의 모습이자 곧 나 자신의 모습이다. 작가는 불평도 많고 불만 가득하고, 무슨 이유가 그리 많은지, 갖은 핑계와 남의 탓을 하기에 바쁜 그들의 면전에 단도직입으로 퇴장 카드를 들어 보인다. 죽고싶다는 가시마 아사미와 맞닥뜨린 와타라이 겐야(24)는 이들을 찾아가서 이렇게 말한다.
“그럼 죽지그래.”
“……죽으라고?”
죽지 못해 사는 것 같던 그들을 정작 죽으라는 소리에 반발한다. 살해된 아사미 만이 -그렇네 죽고 싶어.라고 했고 그래서 살해당했다. 이와 같은 독특한 형식과 시점의 변화 등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함으로써 절묘한 한 편의 미스터리를 완성해 낸 작가의 재능에 독자는 절로 탄성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2015.4.22.(수)  두뽀사리~

 

i***2 2015.04.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