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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처럼, 수묵화처럼........
시를 좋아하고 가끔은 나름의 시를 쓰고 싶다보니 마음이 이끌리는 시집을 사게 된다.
‘기억의 행성’
‘기억’이란 단어가 좋았고, ‘행성’이란 단어가 좋아 무작정 이 시집을 구매했다. 강렬함은 없었지만 조용한 풍경 같고, 은은한 향기가 느껴졌다.
p9 마늘과 꿀을 유리병 속에 넣어 가두어두었다 두 해 가 지나도록 깜박 잊었다 한 숟가락 뜨니 마늘도 꿀도 아니다 마늘이고 꿀이다
당신도 저렇게 오래 내 속에 갇혀 있었으니 형과 질 이 변했겠다
마늘에 緣하고 굴에 연하고 시간에 연하고 동그란 유리병에 둘러싸여 마늘꿀절임이 된 것처럼
내 속의 당신은 참 당신이 아닐 것이다 변해버린 맛 이 묘하다
또 한 숟가락 나의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해줄 마늘 꿀절임 같은 당신을,
가을밤은 맑고 깊어서 방 안에 연못 물 얇아지는 소리가 다 들어앉는다
속이 답답할 때 매실차를 자주 마시는 편이다.
‘가을밤’
이 시를 읽고부터는 매실차 맛의 의미가 달라졌다.
하루 한 편씩 시를 읽고 있다. 어떤 시는 수채화처럼 맑게, 또 어떤 시는 어둡고 아프게 다가온다.
오늘 밤, ‘기억의 행성’을 타고 아무 고민이 없던 어린 시절로 가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