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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펼친 처음엔 암흑처럼 깊고 어두운 숲에서 홀로 메아리치는 인간의 절규가
어느날 실종된 아들이 결국 백골사체만을 남긴채 죽었을거라 추정되는 비보를 전해듣게 결심하고 점점 이 전기일에 깊이 빠져들면서 자연스럽게 다에코의 아들 고마쓰바라의 준이 집요하게 추적하지만 또 다시 알 수 없게 흔들리는 눈빛과 혼란의 연속..결국 진실을
그토록 한 인간이 오랜시간 감춰두었던 그릇된 복수와 탐욕은 왜 결국 자신의 굴레에 또 다른 새로운 얼굴로 자신의 운명을 마음껏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한 남자에게 돌아와 이야기의 끝까지 안심할 수 없게 독자의 마음을 흔들며 연거푸 혼란에 빠트리게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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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트릭의 대가 오리하라 이치의 1993년 작품이다. 띠지엔 ‘도착시리즈’를 뛰어넘을 또 하나의 걸작이라지만, 글쎄, 도착시리즈가 더 낫고, 최근에 발표된 [그랜드맨션]이 훨씬 낫다. 전자 시리즈가 인간뇌의 착각을 신나게 갖고 놀았다면, 후자의 경우는 매우 촘촘히 뿌려놓은 실마리들이 나중에 한방에 다 연결되는 후련한 경쾌감을 선사한다 (그 낭비되지 않은 촘촘한 실마리들이란, 마쓰다 신조가 생각날 정도). 이 작품에선 조금씩 언급된 실마리들이 있지만, 뭐 제목자체가 스포일급인지라 그닥 난이도가 어렵지 않은데다 퍼즐자체가 작가가 이끌어가며 설명을 하고 해설을 하는터라 이야기를 따라갈 뿐, 퍼즐을 푸는 재미는 없다.
1989년 7월에 홋카이도의 산에서 SOS를 쓴 나무자취와 살려달라는 목소리가 담긴 테이프레코더, 그리고 짐승에게 물린 자국이 있는 백골이 발견되었다. 테이프 속의 목소리는 남성인데, 백골은 여성이라는 등 미스터리가 남은 사건에 영감을 받아 작가가 모티브로 삼았다고.
시마자키 준이치 (島崎潤一)는 전기회사의 중역인 아버지와 대학강사인 어머니,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고위공무원의 길에 들어선 남동생 등 배경은 좋지만 오히려 이러한 배경에 맞지않는 자신의 모습에 주늑들어있는 청년이다. 일찍이 반대하는 작가의 길을 지망하여 순수문학과 미스터리문학 분야의 신인상을 각각 수상한 인물이지만, 후자의 상을 받은뒤 모종의 일로 인해 잠시 일을 쉬게되고 이리하여 지명이 되는 기회를 놓친다. 고스트라이터로 살던 어느날, 편집자의 은근한 압박에 의해 또 한번 전기를 쓰게 되는데…
그 상대는 고마스바라 준(小松原淳). 결국 보석상 체인점을 낼만큼 부유하게 되었으나 고마스바라다에코가 미혼모로서 낳은 아들. 아들학창시절 뛰어난 외모와 성적, 작문실력을 뽑내었으나, 왠지 그의 주변에선 이상한 사건들만 발생하고, 그 사건엔 모둔 외인, 외국인의 모습이 목격되었다. 그러던 그가 조난을 당하고, 그가 실종된듯한 후지산의 숲에선 일년뒤 백골과 나뭇가지고 만들어진 HELP란 글자가 발견된다. 재혼한 남편 겐토 또한 십여년전 실종되고, 아들마저 실종되자 다에코는 준이치에게 아들의 인생을 정리해 간직하고 싶다고 부탁을 한다. 고마스바라 준의 발자취를 좇으며, 그는 배다른 여동생 이상의 의미를 가진 유키와 자신보다 앞서 취재원을 만나고가는 중년의 여성, 그리고 자신을 좇는 외인의 존재를 느끼게 된다.
혼자 아이를 낳기위해 고독한 시간을 보내는 고마스바라 다에코가 빨간구두의 소녀 노래를 부르고, 아이의 상상력을 기르기 위해 해피엔딩 직전까지만 남기고 동화책 책장을 없애버리는 등의 그로테스크한 집작과, 아무래도 폐쇄적인 환경과 제노포비아의 만남으로 등장하는 ‘이인’, 배다른 여동생에 대한 왜곡된 감정 등 분위기와, 과거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결국 가장 큰 사건의 흐름을 짐작하게 만드는, 그리하여 반전이 그닥 큰 서프라이즈로 느껴지지않게 되었다. 중간까지는 흥미진진, 앞날의 이야기가 궁금하였으나, 큰 사건에서의 실마리는 그닥 주어지지않고 결국 엔딩에서의 설명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니 다소 김이 빠져버렸다
주간 문춘 미스테리 베스트 4위였으나, 작가의 역량은 이보다 더 뛰어날터인데...
그나저나, 세상엔 많은 어머니들이 있고, 어머니는 역시 강하다.
p.s: 오리하라 이치(折原 一 )
도착시리즈 도착의 사각 201호실의 여자 (1988) 유쾌하게 당했다 도착의 론도 (1989)'서술트릭'이냐 사기냐도착의 귀결 (2000) 서술트릭과 밀실트릭의 성공적인 만남 (저자의 넘 친절한 해설은 옥에 티)
~자 시리즈 5. 원죄자,1997 too much 리얼이 몰입도를 떨어뜨리다 6. 실종자, 1998 서술트릭이 뭔지 제대로 보여드림 8. 행방불명자, 2006 짧아서 강렬하고 짧아서 아쉬운 9. 도망자, 2009
교실시리즈
시리즈 외 그랜드맨션 2013 머리 속을 리세팅시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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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어머니가 있다.
둘 다 실종된 아들을 애타게 찾고 있는 강한 모성의 어머니들이다.
하지만 한쪽은 욕심으로 가득차 있고 한쪽은 걱정으로 가득차 있다. 솔로몬 왕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어머니들 얘기가 아니다.
시마자키 아오이의 아들 준이치는 장남이지만 잘난 아버지와 동생의 틈에 끼여 장남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라났다. 그는 몇몇 신인상을 탄 이후엔 별다른 출세작을 쓰지 못하고 대필작가로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었는데 그런 그에게 의뢰가 들어왔다. 고마쓰바라 준의 전기물을 써 달라는 내용이었다. 준은 실종상태였지만 그의 어머니 마쓰바라 다에코는 언젠가 돌아온 아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이전의 삶을 정리해 두고자 했던 것이다. 여러개의 보석상 사장인 그녀는 많은 집필료를 지불하며 일을 맡겼다.
그리고 그를 탐색해 나가던 도중 준이치는 이 일가의 과거와 접목하게 되고 기이하게 사라진 “이인”인 아버지 로빈슨 켄토의 존재도 알게 된다. 외국인의 피가 섞인 준이 학교 생활을 잘 적응하지 못했고 자신처럼 문학상에 응모했으나 별다른 수상을 하지 못했던 사실도 조사과정에서 알게 되면서 기묘한 느낌을 받던 도중 어머니가 다른 그의 여동생 유키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조금 더 발전된 조사내용 속에는 유키가 자신의 오빠와 연인사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준이치는 실종되고 만다. 준이 사라졌던 그 숲속에서.
모든 것이 이대로 끝나나 싶었지만 유키와 준이치의 어머니 아오이의 활약 덕분에 준과 다에코의 죄상이 밝혀지게 되고 복수는 권선징악의 결말로 치닫는다. [인간의 증명]에서처럼 저 밑바닥에 도사리고 있는 욕망이나 애증이 들끓는 것도 아니고 미움이나 치정이 복잡하게 얽힌 것도 아니어서 두 권째 연달아 읽게 된 오리하라 이치의 소설은 내겐 사실 좀 싱거운 감이 있는 것들이었다.
특히나 [알렉스]와 [밀레니엄 시리즈]를 읽고난 다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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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시리즈를 보고 싶었는데 서점에선 절판인 경우가 많아서 일단 오리하라 이치의 <이인들의 저택>을 읽어 보았습니다. 오리하라 이치는 서술트릭의 대가로 불리는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 대표작가인데 이번 작품도 대단했습니다. 후지산 기슭 나뭇가지로 만든 HELP라는 글자와 백골 시체가 발견되면서 시작합니다. 경찰은 그 시체가 반년 전에 실종된 준의 것이라고 추정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언젠가 아들이 돌아올 거라 믿고 아들의 일생을 책으로 엮고자 하는 데요. 그녀에게 고용된 유령 작가 시마자키는 준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면서 자신과 같은 작가지망생이었던 그의 일생에 매료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의 주변을 수상한 사람이 맴돌기 시작하고 조사하면 조사할 수록 묘한 느낌을 받기 시작하고, 준의 동생인 유키와의 관계도 점점 발전해나가기 시작합니다. 시마자키의 인터뷰, 그가 정리한 준의 생애, 아마도 준의 시점에서 쓰인 것으로 보이는 모놀로그, 시마자키가 조사해 가면서 경험한 일들이 번갈아 등장합니다. 너무 시점이 휙휙 바뀌는 거 아닌가? 싶겠지만 꽤나 명확히 구별해주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나 어딘지 너무 위화감이 들더라고요. 아마도 너무 딱딱 구별이 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특히 마지막 결말로 치닫는 부분이 되면 구별이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분명 왜 헷갈릴 수 밖에 없는 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앞서 너무 정확히 나뉘어져 있었기 때문인지 무척 흔들리더군요. 여기에 전체적으로 무거운 느낌이 쫙 깔려 있습니다. 아들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부정하는 어머니, 준을 조사하는 시마자키 뒤를 쫓는 정체 모를 누군가, 준의 일생을 조사하면서 느껴지는 위화감,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작성되어진 준의 소설, 인터뷰를 하면서 드러나는 준과 유키의 어린 시절 이야기까지. 흥미진진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찜찜한 것들 투성입니다. 준의 삶이 밝혀지기 시작하지만 뭔가 아직 남아 있구나, 싶은 느낌을 준다고 해야할까요? 더욱이 도대체 무슨 사건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 책의 주요 사건을 중반까지도 가물가물합니다. 준의 과거에 있었던 사건들의 범인을 찾게 되는 것일까? 준은 도대체 무엇을 했던 걸까? 시마자키가 이 책에선 탐정 역할을 하는 것으로 봐도 되는가? 하는 수많은 물음이 계속해서 연결되어 끊임없이 제기됩니다. 이런 분위기가 몰아쳐 결말에 치닫게 되면 헉, 이런 거였어? 하는 놀라움을 자아내게 만듭니다. 개인적으로 후반부 휙휙 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건의 진실, 그리고 결말 부분을 보면서 소름이 쫙 끼쳤습니다. 특히 결말은 놀랄 수 밖에 없었는 데요. 전혀 짐작도 못햇던 이야기가 마구 잡이로 쏟아집니다. 앞에 그런 이야기가 있었단 말인가, 하는 의문도 살짝 생기지만 독자를 찜찜하게 만들면서도 명확한 힌트를 주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구나 싶기도 하고. 힌트를 준 부분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해서 아쉽기도 했습니다. 오리하라 이치의 다른 소설도 보고 싶어질 만큼 매력적이었습니다. 사건의 진상 부분은 좀 호불호가 갈릴 것 같기도 합니다만은 일단 가독성 하나만큼은 끝내주기 때문에 홀린 듯이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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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하라 이치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도착의 론도>라는 소설을 통해서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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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오리하라 이치의 작품이에요 :D 저는 한 작품에 빠지면 그 작품 작가들 작품을 다...읽어버리는 성격이라 *.* 계속 같은 작가일 수 밖에 없는 게 큰 함정...크크 ;ㅅ;
저번에 잠깐 소개했다시피 오리하라 이치 작품의 특성상 사회상을 반영하는 점이 정말 짜릿짜릿해요 -.-bb 이 작품 역시 '유령작가'라는 사회를 반영하고 있답니다. 일명 'Ghost writer'라고 불리우는 이들. 2010년도에는 제목 자체가 '유령작가'였던 영화도 나왔죵! (이거 볼려고 했다가 재미없다는 풍문으로 그냥 지나쳤는데...조만간 봐야겠어요ㅋㅋㅋ)
어찌되었든 잠깐 소개드리자면! '나'라는 유령작가의 시점과, 내가 전기를 쓰게 된 '고마쓰바라 준'의 시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 3자의 시점! 띠지에 소개된 것처럼 서술트릭의 종결자. 라는 별명에 맞게 교차하는 서술시점 때문에 처음 읽으시는 분들은 헷갈리기도 하고 짜증도 많이 나실 것 같네요;ㅅ;
이 서술트릭 때문에 내가 추측했던 것도 '어,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된 것도 있었어요. 그래서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 만약 내가 이 추측을 계속 밀고 나갔더라면 지금 느끼는 기분이 반감됐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구요. 아마 실제로 그러시는 분들도 속출하실 듯ㅋㅋ;
그리고 역시나 등장하는 '성(性)'에 대한 문제점 역시 피해갈 수 없다는 점이 이 소설들의 특징인 것 같아요. 아마 현대 사회에서 가장 끔찍하고 빈번히 일어날 수 있는 범죄이기 때문에 그 효과와 파장이 큰 것 같네요.
또한 이 소설에서 빠질 수 없는 동요. <빨간 구두> - "빨간 구두를 신고 있던 여자아이, 이인이 어디론가-" 그리고 <파란 눈의 인형> - "파란 눈의 인형은 미국에서 태어난 셀룰로이드 인형 일본의 항구에 도착했을 때 눈물을 잔뜩 글썽이고 있었네. 나는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네 길을 잃으면 어떡하나 상냥한 일본의 아가씨야 나하고 사이좋게 놀아줘" 이 두 가지 동요는 밤에 보시면 더 섬뜩해지실 거에요.
이런 말을 해서 조금; 죄송스럽지만 우리 나라 동요 중에서도..T_T <엄마가 섬그늘에-> 그리고 <숨바꼭질>이런 동요 들으면 가끔 무섭잖아요....(나만 그런가;)
추운 겨울이지만..이렇게 오싹해지는 기분을 느끼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ㅋㅋㅋ <이인들의 저택>으로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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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직접 자신의 소설을 보내주며 소설을 읽고서 짧게라도 감상의 글을 남겨주십사 부탁하는 일은 좀처럼 생기지 않는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처음 이 소설을 받아 들었을 땐 굉장히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리고 단 한 명을 지목해서 부탁했다는 점이 상당히 부담스러웠습니다. 작가가 직접적으로 이런 부탁을 한만큼 계속해서 지목한 대상을 감시하고 있을 것 같다는 수상한 느낌마저 생겨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고 망설였습니다. 그것은 소설을 다 읽고 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떠한 글을 쓰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일까요. 저는 한참동안 그 생각에 글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정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일단 이 소설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취재하듯 조사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받고 나서부터 소설에 대한 글쓰기를 시작하려던 지금까지, 마치 누군가가 저를 미행하고 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누가 보고 있나? 누군가가 제 뒤를 쫓다가 때론 가만히 서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들켜도 상관없다는 듯 대놓고 저를 지켜보는 것 같습니다. 제 등을 향해 날카롭게 찌르면서 끈적하게 들러붙을 시선을 끊임없이 박아 놓습니다. 저는 평소에 이러한 기분을 쉽게 떨쳐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결국 피로을 느끼며 거의 쓰러지기 직전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런 피로가 느껴질 때마다 갑작스레 한번씩 뒤돌아보곤 했는데, 정말로 만약 누군가가 뒤에 있는 것이라면 그 대상이 미쳐 몸을 숨기지 못하게끔 빨리 뒤돌아봐 그것의 존재를 증명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제 뒤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이인들의 저택』이라는 한 권의 책만이 'HELP'라고 손짓하고 있습니다. 미스터리 소설을 읽고 난 직후라 그랬던 것일까요. 단순한 착각이나 기분 탓이라 여기며 다시 키보드를 손을 얹고 글쓰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그런데 그 순간 또 다시 이상한 기운이 목덜미를 타고 넘어오기 시작합니다. 이런 글을 쓰는데 몰두하다 보면 어느 쪽이 진짜인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정상과 비정상 사이의 경계선상을 조심스럽게 걸어가면서 가까스로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오리하라 이치의 소설 『이인들의 저택』을 읽으며, 말그대로 그의 현란한 글놀이에 제대로 놀아난 것 같아 더욱 그리 느껴집니다. 그의 글은 서로 한데 어울리지 못할 글조각들을 어떻게든 짜집기하여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놓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모습이 마치 갖가지 색깔과 모양의 헝겊 조각을 모아 만든 패치워크같아 보입니다. 재료의 출처부터가 제각각이라 하나로 만들어진 그 모습이 그다지 조화로워 보이진 않습니다. 오히려 약간의 어색한 기운이 감돌며 기이한 형태의 그림이 된 듯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턴 그렇게 이어붙인 이야기들 간의 경계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제각각의 이야기들이 정교한 바느질을 통해 계속 이어 붙어져 있는데 이 부분이 참으로 집요합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이 빠른 전개를 보이기도 하고, 동시에 느릿한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독자를 지치게 만들기 위한 의도된 장치였을지 모릅니다. 솔직히 그의 소설이 갖는 치밀한 복선과 구성이란 것이 사람을 꽤나 지치게 만듭니다. 아무튼 오버랩된 이야기들이 독자의 머리 위를 자유자제로 넘나들며 어느 순간부턴 독자를 대놓고 우롱하기에 이릅니다. 이런 부분도 정말로 그렇다고 단정지어 말하기가 참으로 애매한 부분인데, 이쯤 되면 눈치채줘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늬앙스를 풍기며 결국 독자 스스로 뭔가를 풀이해낸 듯한 착각에 빠지게끔 유도합니다. 그때 또 다시 미리 잘라놓고 준비해둔 결말을 덧붙이면서 누더기 기운 옷처럼 이야기가 덕지덕지 보태어집니다. 제가 조사하며 찾아낸『이인들의 저택』에 대한 감상글은 이런 내용의 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똑같은 이야기를 그대로 쓰기로 했습니다. 가장 무난하고 평범한 길을 걸어보기로 한 것입니다. 그러나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서술하는 방식에 약간의 차별화를 두어 남들이 보기에 그럴싸한 모습으로 탈바꿈한 또 다른 형태의 글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고 꽤 오랫동안 고민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제 뒤에서 저를 향해 다가오는 수상한 기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분명히 무언가가 있다고 확신할 수 있을 만큼 또렷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뒤돌아보려 할 때, 저는 잠깐 멈칫해야만 했습니다. 만약 정말로 등 뒤에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 자체가 또 다른 공포이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이 공포를 확인해야만 하는 공포. 그런데 다행히 제 뒤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역시 착각이었나 봅니다. 여름에 읽는 미스터리 소설은 이래서 좋습니다. 위험한 이야기를 이야기 밖에서 안전하게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그래서 부탁받은 『이인들의 저택』에 대한 감상글은 그런 내용의 글를 한번 써보려 합니다. 아직 단 한 문장의 내용도 써내려가지 않았으나 이런 생각을 하고 방향을 정한 것 만으로도 거의 다 쓴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약간 더 추가해야할 내용이 필요할 것도 같으니 취재와 조사가 필요하겠습니다. 사람들이 써둔 내용을 참고해서 단어와 문장만 조금씩 바꾼다 하더라도 괜찮아 보일 것입니다. 그래서 일단은 글의 방향이 그쪽으로 향하게끔 조정하고, 키보드에 올려둔 손을 움직여 마침내 글쓰기를 시작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제 뒤를 타고 도는 빨간 색의 수상한 기운을 감지했습니다. 무언가가 스르르 목을 감아 타고서 올라오는 듯한 새하얀 느낌. 그래서 뒤돌아……. 어쩌면 이건 재미있는 스토리가 될지도 모르겠다. 방 전체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는 인물의 고동 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58쪽)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금방 눈치챘을 텐데요. (107쪽) 당신들이 취재하러 온 뒤로 자꾸 준이 생각나네요. 잊으려고 했는데 망각의 문을 억지로 따고 들어오는 바람에 과거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 같아요. 그렇다고 당신들을 원망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이렇게 된 바에야 차라리 모든 걸 밖으로 드러내 마음속에 고여 있는 고름을 남김없이 짜내는 게 좋을 것 같더라고요. (342쪽) "뭐, 추리 동아리라고?" 지역 경찰서 형사는 우리를 수상쩍은 눈으로 쳐다봤어요. "그럼 항상 사람을 죽이는 것만 생각하고 있겠네. 이번엔 타살을 사고사로 위장한 건가?" (358쪽) "작품을 보는 그들의 안목이 부족한 거예요. 솔직히 그들이 쓴 추리소설은 대부분 형편없잖아요." (…) "그건 독자가 멍청한 거죠. 머잖아 금방 질려버릴걸요. 그건 추리소설 흉내만 낸 거지 추리소설이 아녜요." (…) "편집자가 형편없는 작가들에게 그렇게 관대하다니 국내 추리소설도 앞날이 캄캄하네요." (3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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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하라 이치'는 '미야베 미유키','히가시노 게이고'등과 함께... 제가 일본추리소설들을 처음 접할때 읽었던 작가입니다. '오리하라 이치'는 특히 '도착' 삼부작과 일명 '자'시리즈로 유명한데요... 당시 저에게는 정말 신선했던 '서술트릭'이란 방법에 완전히 빠져가지고.. 초창기에는 정말 '오리하라 이치의 작품들을 열심히 읽었는데...요즘은 신간소식이 아주 뜸하네용.. (일본에서는 '자'시리즈가 많이 출간되었다고하던데...우리나라는...4권만 나오고 소식이 없네요..) 그래서 서평도 남길겸, 오랜만에 다시 읽고 있는 '오리하라 이치'입니다.. '이인들의 저택' 역시 제대로 된 '서술트릭'작품인데요.. 프롤로그는 세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소설의 시작은 '후지산'기슭의 자살명소에서 죽어가는 한 남자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를 애타게 찾으며, 구해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남자친구와 싸우고 무작정 도망치다가 숲속에서 길을 잃는 한 여인 그녀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게되는데요.. 그리고 'HELP'라는 구조신호와 백골시체가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나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요.. '고마쓰바라 다에코'는 '후지산 기슭'에서 발견된 백골시체 근처에서 아들의 '운전면허증'이 나왔으며 '어머니 도와주세요, 고마쓰바라 준'이라는 글씨가 발견되었단 소식을 듣지만.. 자신의 소중한 아들 '준'은 죽지 않았고 언젠간 돌아올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보석상을 운영하는 부유한 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위해 '준'의 전기를 만들려고 출판사에 의뢰하고 신인상을 두번이나 탔지만, 그후 번번히 책은 못내고.. 유령작가로 활동하는 '시마자키 준이치'가 '준'의 전기를 맡게 되는데요.. 궁핍한 처지라, 어쩔수 없게 맡은 일이지만.. 실종된 '준'이 자신처럼 '작가'지망생이였단 사실에 동질감을 느끼고.. '준'의 자료와 관련자들을 찾아다니면서 인터뷰를 시작하는데요.. 어릴적부터 신동이라고 불렸던 '준'의 평범하지 않는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다에코'의 모습도 정상적이지는 않는데요... '준'의 평범하지 이야기를 추적해나가는 '시마자키 준이치' 그런데 누군가 어느순간부터 그를 따라다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가 '준'의 전기를 누군가 몰래 훔쳐보고... '준'을 인터뷰한 곳마다, 같은 이야기를 물으려 누군가가 다녀갔다는것을 알게 되는데요.. '시마자키'를 미행하는 중년의 여인? 그리고 '준'을 유괴했으며, 그를 위급한 상황해서 구해주던 수상한 남자 '이인' 그리고 '준'의 여동생 '유키'의 살인미수와..당시 일어났던 연쇄 여아살인사건까지.. '준'의 평범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따라가면서..만나는 미스터리들... 그리고 반전....사람의 욕심이라는게 씁쓸했는데 말입니다. 결국 목적을 이뤘다고 생각했지만.. 소설은 또 다른 반전이 시작됩니다.. 그냥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호러'틱한 요소도 있어서.. 책이 제가 완전 좋아하는 분위기였는데 말입니다.. 사실 예전에 읽었던 '이인들의 저택'이라고 하지만....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지라.. 그냥 처음 읽는거랑 마찬가지였는데 말입니다..ㅋㅋㅋㅋㅋ 500페이지가 넘지만...정말 가독성도 몰입도도 대박이고... 역시 '서술트릭'의 대가답게 정말 대단한 반전이였는데요.. '프롤로그'의 장면들이 사실은.......정말...아 이랬구나..하면서.. 참 즐겁게 작가에게 뒷통수를 맞았던거 같습니다.. 역시 제가 좋아하는 작가답게...정말 재미있었던 작품이였습니다..ㅋㅋㅋㅋ 이번 기회에 '오리하라 이치'의 다른 작품들도 재독에 들어가도록 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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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상 주인 다카코는 끔찍히도 아끼는 아들 준이 후지산 기슭에서 사망한 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대필작가 시마자키에게 200만엔 알파를 주고 아들의 전기를 쓰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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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 기슭 숲속에서 백골 시체가 발견된다. 경찰은 반년 전 실종된 고마쓰바라 준으로 추정하지만, 준의 어머니 다에코는 아들이 죽었을 리 없다고 믿으며 아들의 일생을 책으로 엮으려 한다. 그리하여 그녀에게 고용되어 준의 전기를 쓰게 된 유령작가(고스트라이터) 시마자키는 날마다 고마쓰바라 저택을 방문하여 준에 대한 자료를 조사한다. 준이 자기와 같은 작가지망생이었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 시마자키는 준의 지인들을 샅샅이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의 주변을 맴도는 수상한 인물이 있음을 알아채는데...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 ● ● 오리하라 이치의 작품은 읽을 때마다 색깔과 톤이 너무 다양해서 ‘서술트릭의 1인자’라는 타이틀이 오히려 그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만들었다는 생각입니다. 서술트릭의 진수인 ‘도착 시리즈’와 다양한 서술트릭의 만찬장인 단편집 ‘그랜드맨션’은 그가 지닌 타이틀의 본색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들이지만, 그 외에도 유쾌 발랄 미스터리 단편집 ‘일곱 개의 관’이라든가 기괴한 호러 분위기를 가미한 학교 폭력과 복수에 관한 장편 ‘침묵의 교실’, 원죄(冤罪)에 관한 돌직구 같은 미스터리 ‘원죄자’ 등을 보면 그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고 다양한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인들의 저택’은 1993년 일본에서 출간됐고, 국내에는 2011년에야 소개된 작품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작품들에 비하면 다소 올드한 감이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오리하라 이치의 모든 무기(?)가 총출동한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작가 스스로 ‘원죄자’와 함께 자신의 최고의 작품이라 칭한 것도, 또 평단으로부터 “오리하라 미스터리의 총결산”이란 극찬을 받은 것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본문 외에 인터뷰, 소설 속 소설, 연표,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모놀로그 등 다양한 형식들이 한꺼번에 녹아있어 독특한 구성을 지닌 것은 물론 서사 역시 미스터리와 호러를 넘나들고 있어서 어떤 때는 몽환적인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특히 주요 무대이자 판타지 같은 느낌까지 주는 후지산 기슭의 깊은 숲속은 한번 발을 들이면 절대 살아 돌아올 수 없는 음험한 분위기까지 발산하고 있고,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도 호러물에 더 어울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집착 아래 성장하며 작가로서 천재성을 발휘했지만 그만큼의 광기까지 얻은 끝에 괴로워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아들, 사라진 아들의 죽음을 믿지 않으며 전기를 써달라고 부탁하는, 어딘가 기이한 면모의 어머니, 그 부탁을 받고 아들의 지인들을 탐문하면서 불길한 기운과 호기심을 갖게 되는 유령작가, 그 유령작가에게 노골적인 욕망을 들이대는 실종된 남자의 의붓여동생, 그 유령작가의 뒤를 밟는 듯한 미지의 ‘키 큰 남자’와 ‘중년의 여자’, 그리고 전기가 완성될 무렵 유령작가에게 일어나는 의문의 폭력과 위협 등 다양하고 독특한 캐릭터가 이끄는 ‘요약 불가 스토리’가 500여 페이지에 걸쳐 전개됩니다. 다만, 이 작품의 가장 큰 약점이자 아쉬움은 어중간한 ‘행동 동기’와 미스터리 해법입니다. 실종된 아들, 아들의 전기를 의뢰한 어머니, 전기를 집필하는 유령작가 등 주요인물은 물론 아들의 의붓여동생, 아들의 의붓아버지, 유령작가의 부모 등 조연들에 이르기까지 대다수 인물들의 ‘행동 동기’는 어딘가 아귀가 맞지 않는 결과론적인 느낌을 줍니다. 무엇보다 호러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다소 억지스런 행동들을 계속 벌이는데, 다 읽고 보면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이나 말을 한 건지 잘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미스터리 해법 역시 앞서 다양한 구성과 캐릭터를 통해 쌓아온 서사에 비하면 너무 싱겁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허망하게 마무리됩니다. 심지어 아직 이야기가 다 안 끝났는데도 급하게 막을 내린 듯한 인상도 받았는데, 그러다 보니 이 작품의 주인공이 누구였나, 이 작품의 핵심 미스터리는 무엇이었나, 라는 아주 근본적인 의문까지 품게 됐습니다. 독특한 작품임에도 틀림없고, 오리하라 이치의 ‘무기’가 총출동한 작품인 것도 맞지만,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듯한 엔딩 때문에 (심하게 말하면) 용두사미가 된 느낌을 받았고, 결론적으로는 너무 많은 걸 담으려다가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결과물이 나왔다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오리하라 이치의 색다른 맛을 보고 싶은 독자라면 한번쯤 권할 만한 작품이긴 합니다. 그를 트릭의 대가로만 알고 있는 독자에겐 정말 별미처럼 읽힐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서점을 보니 오리하라 이치의 최근 국내 출간작이 2015년의 ‘일곱 개의 관’입니다. 일본에서도 활동이 뜸한 건지 국내 출간이 미뤄지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작품마다 강한 개성과 특별한 매력을 발휘하는 그의 신작은 언제든 환영하고 싶습니다. 아직 못 읽은 ‘도착 시리즈’ 일부와 ‘자(者) 시리즈’ 일부부터 소화하면서 오리하라 이치의 반가운 신작 소식을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