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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을 향한 열망과 삶의 위로가 가득한 곳 '안녕 시모키타자와'
"생을 향한 열망과 삶의 위로가 가득한 곳 '안녕 시모키타자와'" 내용보기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은 섬세하고 아름답다. 그런데도 묘한 힘을 갖고 있다. 특히 죽음을 향해 다가갈 때 그녀의 글은 용맹스럽기까지 하며, 마치 검투사와의 칼처럼 벼려져 있다. 존재의 부재를 온 몸으로 받아들인 후 마침내 딛고 일어서, 죽음을 남겨진 자의 소중한 추억으로 전환하는 힘이 그녀 안에는 있다. 그래서 그녀의 글은 서정적이지만 역동적인 힘을 가진다. '안녕 시모키타
"생을 향한 열망과 삶의 위로가 가득한 곳 '안녕 시모키타자와'" 내용보기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은 섬세하고 아름답다. 그런데도 묘한 힘을 갖고 있다. 특히 죽음을 향해 다가갈 때 그녀의 글은 용맹스럽기까지 하며, 마치 검투사와의 칼처럼 벼려져 있다. 존재의 부재를 온 몸으로 받아들인 후 마침내 딛고 일어서, 죽음을 남겨진 자의 소중한 추억으로 전환하는 힘이 그녀 안에는 있다. 그래서 그녀의 글은 서정적이지만 역동적인 힘을 가진다.

'안녕 시모키타자와'에는 내밀한 상처를 지닌 모녀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밴드의 리더였던 아빠의 갑작스런 죽음과 그 죽음에 내연의 여자가 함께 했다는 사실은 남겨진 가족에게 엄청난 고통을 준다. 아빠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한 요시에와 엄마는 상심보다 더한 절망을 경험한다. '왜 아빠는 이런 죽음을 택해야 했을까' 요시에는 아빠의 죽음에 물음표를 던지며 그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아빠의 내연녀는 아빠의 고모가 낳아 다른 곳으로 입양했던 여자로 늘 죽음을 배후에 둔 여자였다. 아빠의 죽음을 타의에 의한 자살로 이해한 요시에는 고통스러운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모키타자와로 이사를 간다.

시모키타자와는 가식의 옷을 입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살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곳이다. 그곳의 생기는 요시에를 숨쉬게 했고, 그곳의 따스함은 그녀를 소중한 일상에 진입하도록 힘을 주었다. 그 곳에서 그녀는 더이상 불행한 사람이 아니었으며, 남들의 위로를 듣지 않아도 되었다. 요시에의 일터인 비스트로 '라 레앙'은 그녀를 자기 자신이 되어 살게 했다.

하지만 남겨진 엄마는 아빠의 부재를 느끼게 하는 옛 집에 홀로 있을수 없었다. 엄마는 거처를 요시에의 집으로 옮기고 그 곳에서 더 이상 엄마와 아내가 아닌 자신으로 살아간다. 여성으로서의 자존심에 치명적 손상을 입은 엄마의 삶도 이 곳에서는 많은 삶의 하나일 뿐이었다. 이제 두 모녀는 버림받은 가족으로 살지 않아도 되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러나 아빠의 죽음은 요시에에게 여전히 감당키 어려운 현실이었으며 넘어야 할 산이었다. 그 죽음은 어떤 식으로든 규명되어야만 했다. 아빠는 내연의 여자를 위해 자신이 평생 모은 돈을 다 썼고 종국엔 그녀로부터 헤어나지 못해 원치 않은 죽음까지 맞아야만 했다. 내연녀는 아빠외에 다른 사람과도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아빠의 밴드 부원으로부터 자신이 몰랐던 아빠의 비밀을 알게 된 요시에는 이제 그 죽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느낀다. 비록 아빠의 죽음은 자랑스럽지도 못하고 허망하기까지한 죽음이었지만 그래도 생전 아빠가 자신을 사랑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사람들로 벅적대는 작은 동네 시모키타자와를 사랑스러운 필치로 세세하게 소개해 준다. 간결하면서도 절제된 그녀의 글은 그 곳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세심하게 묘사된 문장은 그곳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또한 그곳의 정경은 외로움에 지친 영혼에게 생을 열망하도록 용기를 북돋아 준다. 그곳에서도 아빠의 빈 자리는 메울수 없었지만 수용하게 된다는 결말은 죽음에 대한 굴복이나 부정이 아닌 생의 연속성과 장엄함을 보여준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죽음을 일상처럼 담담하게 그려내며 시모키타자와를 통해 우리 생의 지향점이 어느 곳이어야 하는지를 비추어준다. 커다란 상처 속에서도 힘을 내야하고 사랑 안에서 남겨진 삶을 소중히 살아야 한다는 그녀의 속내는 조용하지만 결코 작을 수 없는 공명을 불러온다. 일상의 기쁨이 가득한 그곳에 나도 가보고 싶다. 그래서 그 곳의 따스함을 내 안에 가득 담아 조그마한 징검다리를 만들고 싶다.




d*********2 2011.09.28. 신고 공감 13 댓글 21
리뷰 총점 종이책
[안녕 시모키타자와] L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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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에게 요즘은 하루에 몇 편씩 예전에 썼던 리뷰들을 읽어요.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다보니 2003년까지 올라가네요.  2003년, 내가 한국 나이로 딱 서른이 되던 해였죠. 그 해 설날에 발병해서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완치라고까지는 못해도 의사가 조심스럽게 이 정도면 괜찮겠다 하는 시점에 꼭 재발하곤 해서 3년 동안 투병 생활을 했죠. 서른부터 서른 둘까지. 그리고 서른 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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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에게

요즘은 하루에 몇 편씩 예전에 썼던 리뷰들을 읽어요.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다보니 2003년까지 올라가네요.  2003, 내가 한국 나이로 딱 서른이 되던 해였죠. 그 해 설날에 발병해서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완치라고까지는 못해도 의사가 조심스럽게 이 정도면 괜찮겠다 하는 시점에 꼭 재발하곤 해서 3년 동안 투병 생활을 했죠. 서른부터 서른 둘까지. 그리고 서른 둘 봄에 결혼을 했어요. 결혼식 열흘 전엔가 수술을 했고 결혼하고 일주일 뒤엔가 미국에 왔죠. 수술하고 퇴원하면서 의사에게 물어봤어요. “저 미국서 또 재발하면 어떡하죠?” “가장 빠른 비행기 티켓 끊어서 한국 와야죠. 응급실 통해서 입원하세요. 어차피 미국서는 돈 없어서라도 안 될 거예요.” “만약 비행기 안에서 잘못되면 어떡하죠?” 의사가 피식 웃다가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고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러지 않기를 바라야지요.”

정말 암담했던 것 같아요. 일단 나는 백수가 됐고언제든 죽을 수 있어서 미래라는 걸 세울 수가 없었어요. 더 이상 일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좋은 남자 만나 요가나 다니며 편하게 사세요.” 그 말은 일종의 사형 선고 같았어요. 우는 걸로 하루를 시작해 우는 걸로 하루를 마쳤던 것 같아요. 아무 것도 계획할 수 없는 삶이라는 게 참 암담하다는 걸, 내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게 세상에 있다는 걸, 절실히 깨닫기도 했었구요. 뭔가 억울했지만 화를 낼 대상이 없어서 더 황당하기도 했구요. 이건 내 잘못이 아니잖아. 앞으로 난 어떻게 되는 거지? 오래 사는 일도 막막하고 당장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겁도 나고 뭐 그런 하루하루였던 것 같아요.

그때 만난 게 요시모토 바나나였어요. 스물 넘어 거의 읽어본 적 없던 소설을 서른 되는 해에 시작한 거죠. 문병 온 선배가 심심할 때 읽으라고 들고 온 책이 바로 요시모토 바나나의키친이었어요. 그 리뷰를 발견한 거예요. 며칠 전에.

2003 6 4일에 쓴 글입니다. 제목은 책을 써보신 적 있으세요?

2월에 갑자기 아파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어요. 원래 있던 병원에서 앰뷸런스를 타고 아산병원으로 이송이 되었답니다. 흔들리는 앰뷸런스 안에서 만감이 교차하더라구요. 정말... 죽음과 삶이라는 게, 1mm의 차이도 나지 않는 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암튼, 다행히도 퇴원을 하게 되었지만,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니고 있답니다. 성래역에서 내려서 아산병원 가는 길에 다리가 하나 있어요. 처음으로 그 다리를 건너던 날, 공교롭게도키친을 읽었는데요... 정말 우연찮게도 달빛그림자를 읽고 있었어요. 책이 짧다보니, 앞부분은 전철 안에서 이미 다 읽었거든요. 역에서 내리기 직전 달빛그림자를 읽기 시작하고, 병원에서 제 차례를 기다리면서 달빛그림자를 다 읽었답니다. 이건 제 생각인데요, 그 다리를 건널 때마다 아마도 저는 달빛그림자를 떠올리게 될 것 같아요. 달빛그림자의 주인공이 느꼈던 삶과 죽음의 경계도 그렇거니와... 제게 있어서도... 그 다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같은 그런 의미거든요. 설명하기 어렵지만, 아마도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이라면 제 기분을 조금은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제게 그런 의미에요. 이성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그럼에도 의지가 되는. 아마 이렇게 처음 시작해서 그런가 봐요.

힘들 때마다 요시모토 바나나를 읽었던 것 같아요. 작년에 엄마 병간호할 때도 요시모토 바나나를 몇 권 읽었죠. 아니, 산소호흡기처럼 달고 있었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아요. 사실 그런 경험은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도저히 알 수 없는 그런 거거든요.

조금 있으면 엄마 돌아가신지 1주기가 돼요.  1년이 지나가는데 아직도 좀 넋이 빠진 채 지내요. 유령처럼. 무슨 정신으로 사는지... 그냥 겉껍데기만 남아서 허위허위 살아가는 것 같아요. 남편이 몇 개월째 앨러지로 고생을 하는데 그러더라구요. 이게 다 애정결핍 때문이라구. 농담처럼 한 말인데 엄청 미안해지더라구요. 그동안 많이 신경 못 쓰고 소홀했구나.  아이가 없어서 참 다행이다. 아이한테 소홀했다면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테니깐. ... 그래서 조금씩  안녕 시모키타자와을 읽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한 문단도 읽기 힘들었어요. <안녕 시모키타자와는 아시다시피 모녀의 이야기잖아요. 졸지에 아빠를 잃은. 그런데 그 아빠는 자살을 했어요. 그것도 불륜의 여자와 동반자살을. 아빠가 갑자기 죽었다는 사실만도 받아들이기 힘든데, 아빠가 불륜으로 동반자살했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거, 배신감이라고 할지 분노라고 할지, 그런 복잡미묘한 상황에 빠진 두 여자의 이야기잖아요. 그게 참 힘들더라구요. 남의 죽음이지만 누군가의 죽음을 직면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죽음 앞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누군가를 지켜봐야 한다는 게. 한 문단씩, 반 장씩, 한 장씩 조금씩 늘려가며 책을 읽었어요. 어떤 날은 한 줄도 못 읽은 날도 있고... 그렇게 책을 끝냈습니다. 내가 힘들 때 요시모토 바나나의 다른 작품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젠 정신을 추스릴 때가 되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 돌아가신 이후론 단 거는 아예 입에 못 댔는데 얼마 전엔 티라미스도 먹었어요. 이 책에 보면 엄마랑 딸이 카레 먹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 장면을 본 다음날 저녁엔 카레도 해먹었어요. 남편이 한 접시를 뚝딱 비우고 더 먹더라구요. 다시는 요시모토 바나나를 읽을 일이 없으면 좋겠다 싶으면서도(감당하기 힘든 일은 이제 그만), 요시모토 바나나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러고 보니 내년이면 요시모토 바나나와의 인연도 10년이군요. 내가 처음으로 발병했던 해에 문병 온 선배가키친을 사들고 온 게 처음 접한 계기였으니깐. 10년 동안 참 고마웠단 이야기꼭 하고 싶어요.

글쎄요언제나 인생은 감당하지 못할 시련을 가지고 와 뒤통수를 치거나 다리를 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의연하고 담담해지면 좋겠어요. 깊숙이 자신을 성찰하면서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요시모토 바나나의 주인공들이 그런 것처럼 말이죠.  

[덧붙임] 요시모토 바나나의 오컬트적인 요소에 거부감을 느끼는 독자들이 있다는 건 알아요. 사실 저 역시 그런 부분들까지 모두 마음에 드는 건 아니거든요. 하지만, 뭐랄까요시모토 바나나에게 있어 오컬트적 요소들이란 말하자면 장미의 가시가 아닌가 싶어요. 다가가는데 장애가 되지만, 그 부분만 극복한다면 장미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죠.



YES마니아 : 로얄 c*****g 2012.05.20. 신고 공감 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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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무너졌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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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순간순간들은 마치 깨지기 쉬운 유리조각처럼 살짝 실금이 간 채로 봉합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우리는 변하지 않고 반복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일상의 불안정성이나 가변성을 의심하기에 이른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나의 일상만큼은 변하지 않고 영원히 반복될 것이라는 믿음이 강해지면 질수록 깨어졌을 때의 배신감이나 상실감은 말할 수 없이 크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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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순간순간들은 마치 깨지기 쉬운 유리조각처럼 살짝 실금이 간 채로 봉합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우리는 변하지 않고 반복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일상의 불안정성이나 가변성을 의심하기에 이른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나의 일상만큼은 변하지 않고 영원히 반복될 것이라는 믿음이 강해지면 질수록 깨어졌을 때의 배신감이나 상실감은 말할 수 없이 크게 마련이다. 어쩌면 그로 인해 자신이 믿던 신의 은총마저 불신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는 평온하게 보냈던 하루하루가 모두 기적에 가까운 현실이었음을 자각해야 한다. 그리고 내게 닥칠 어떠한 미래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노라 다짐해야 한다. 그렇게 다짐하는 순간 살아 있음에 감사하게 되고 조금 더 겸손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사소한 실수라도 내 안에 남은 앙금을 그냥 내버려 두면 오래 지나지 않아 자신에게 틀림없이 되돌아온다는 것을 나는 배워 가고 있었다. 먹는다는 행위는 사람의 본능에 관련된 것이라서 더욱 많은 것들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자기 가슴에만 묻어두었던 것이 반드시 다른 형태로 튀어나오고 만다. 성실하게, 무던하게, 개성이나 사념을 떨치고 정성을 들이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p.53)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안녕 시모키타자와>는 일상이 한순간에 깨진 두 모녀의 회복 과정을 아주 담담한 필체로 기록하고 있다. 밴드 멤버로 활약하던 아빠가 아무도 모르게 사귀었던 내연녀에게 살해당하고(겉으론 동반자살) 덩그러니 남겨진 두 모녀. 소설의 주인공인 요시에와 엄마의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아빠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이 모녀의 일상을 따라 복잡하게 얽히는 이 이야기는 일상이 무너진 이들에게 작은 위로를 건넨다.

 

"시간이 흘러간다. 지금은 지금이다. 악몽에 지고 싶지 않다. 하지만 때로는 생리적으로 그냥 지고 만다. 진 채로, 무심히 보는 풍경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을 만큼은, 아직 어른이 아니다."  (p.134)

"이 동네로 옮겨 온 후로 나는 점점 솔직해지고 현실에도 차츰 발붙여 가고 있다. 그렇게 생각된다. 처음에는 구경 온 기분이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발자국이 하나둘 대지에 새겨지는 것을, 그 축적을 느낀다. 날마다 걸으면서 내 발자국이 이 땅에 거푸 남고, 내 안에서도 동네가 생겨난다. 양쪽이 똑같이 성장해서, 내가 죽은 후에도 기척은 남는다. 그런 사랑의 양식을 처음 배웠다."  (p.168)

 

아빠가 세상을 떠난 후 요시에는 엄마 아빠와 함께 살던 메구로의 집을 떠나 독립한다. 시모키타자와에 있는 레리앙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아빠를 잃은 상실감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요시에. 메구로의 옛집에 혼자 남았던 엄마는 어느 날 연락도 없이 요시에의 단칸 셋방으로 이사를 한다. 그렇게 두 모녀는 시모키타자와에서 다시 합치게 되는데... 어릴 때부터 부유하게 자라 평생 일이라곤 해보지 않았던 엄마 역시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통찻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나와 엄마가 이 동네에서 알게 된 사람들은, 오늘도 이곳에 살면서 어제와 별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사람 사는 거리란, 그런 거다. 몇 년 전에는 전혀 몰랐던 사람들의 삶이 이 거리를 숨쉬듯 들고 나는 것을 나는 느꼈다. 혼자가 아니었다. 내가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들고 나면서 거리는 만들어진다. 후지코 씨의 말대로다. 언뜻 보면 뒤죽박죽 혼란스럽고 추하지만, 어느 틈엔가 멋진 무늬를 그리고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p.284)

 

어쩌면 요시에와 엄마는 아빠의 흔적이나 체취가 남아 있는 메구로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새롭게 인연을 맺고 살아가면서 지워지지 않는 옛 기억을 조금씩 떨쳐내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시모키타자와에서 요시에는 예상치 못했던 인물들과 교류하면서 아빠에에 대해 미처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접하고, 세상을 떠난 아빠를 위로하는 새로운 경험도 하게 되지만 요시에와 엄마를 다시 일으켰던 건 시모키타자와에서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들과 소통하면서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삶의 실재를 조금씩 체감하는 것이다. 엄마도 그저 착실한 엄마이자 아내라는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것도 그들과의 부대낌에서 비롯되었다.

 

요시에와 엄마가 메구로의 집에 있는 짐을 챙기러 갔다가 너무 쓸쓸하고 괴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찾아간 곳이 있다. 간판만 보아도 안심이 된다던 그곳. 바로 카레집이다. 야채카레 한 접시에 위로를 받는 모녀. 우리는 이렇듯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것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큰 위로를 받기도 하고, 이웃이 건네는 무덤덤한 아침 인사로 인해 큰 용기를 얻기도 한다. 예상치 못한 어떤 일로 인하여 평온하던 일상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면,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을 자각하고 자신의 소중함을 일깨워줄 따뜻한 이웃이 아닐까 싶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안녕 시모키타자와>는 그 가벼운 진리를 다시금 일깨운다.

이달의 사락 s*****l 2022.07.17. 신고 공감 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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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라는 틈을 통해 스며드는 희망 [안녕 시모키타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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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10여년 전 처음으로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작가를 알았다. 선배의 추천으로 들은 그녀의 이름만 어렴풋이 기억하던 나는, 때마침 그녀의 작품을 묶음으로 판매하는 이벤트를 만나 한꺼번에 그 많은 책을 다 구입했다. 그리고 이상하리만큼 단번에 바나나를 좋아하게 되었고, 며칠 동안은 길을 걸으면서도 그녀의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었다. 그 때 나는 한창 파릇파릇 해
""잠시"라는 틈을 통해 스며드는 희망 [안녕 시모키타자와]" 내용보기

지금으로부터 약 10여년 전 처음으로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작가를 알았다. 선배의 추천으로 들은 그녀의 이름만 어렴풋이 기억하던 나는, 때마침 그녀의 작품을 묶음으로 판매하는 이벤트를 만나 한꺼번에 그 많은 책을 다 구입했다. 그리고 이상하리만큼 단번에 바나나를 좋아하게 되었고, 며칠 동안은 길을 걸으면서도 그녀의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었다.


그 때 나는 한창 파릇파릇 해야 할 신입생이었다. 무엇하나 불평할 것 없이 평안했던, 그래서 상대적으로 더욱 어렸던 그 시절의 내가 어떻게 그녀의 글루미한 작품들을 그렇게까지 공감할 수 있었는지 지금도 가끔 의아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시절의 내가 얼마나 격하게 바나나를 좋아했는지-혹은 동경했는지-와는 무관하게, 그녀의 작품은 읽을수록 어려워졌고 나의 미성숙함과 "얕음"이 등장인물에 비춰지며 더 드러나는 것만 같은 지극히 내밀한 자기반성이 나를 괴롭혔다. 그래서 나는 그 후 간간히 출간되는 그녀의 신작은 서점에서 잠깐씩 챙겨보는 식으로 대신하기도 했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난후, 내게 바나나를 추천해 주었던 그 선배는 그녀의 책을 만드는 일에 어떻게 어떻게 연관이 되어, 그녀의 신간을 들고 나를 찾아주었다. 책을 건네받는 순간 느꼈던 그 강렬한 그리움이란! 책을 손에 들고 있는 것 자체로 왠지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여느 바나나의 이야기에서 그렇듯이, 이 책의 주인공인 요시에는 결코 아무렇지 않은 척 할 수 없는 큰 아픔을 겪는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아빠가 묘령의 여인과 함께 동반 자살을 한 것. 한 번도 본 적 없는 매우 기이한 외모의 젊은 여인과 함께 아빠가 동반 자살을 했다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을 현실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요시에는, "시모키타자와"에서 그 받아들임의 시간을 시작한다.


시모키타자와는 우리 나라의 홍대와 같은, 아기자기한 레스토랑과 앤틱상점 등이 즐비한 문화의 거리라고 한다. 어딘지 모르게 '일상'과는 한 발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리라. 그리고 요시에는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시모키타자와에 왔다. '레 리앙'이라는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며, '잠시'의 유동적인 시간을 살고, 그 "잠시"를 통해 언젠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기를 막연히 꿈꾸어 보는 요시에는, 아무리 엄청난 폭풍이 지나 갔다고 하더라도 삶은 이어져야 하고 자신도 추스려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요시에는 (그리고 그의 엄마는) 어서 '일상'으로 복귀하여 아무일 없었던듯 살기 위해 발악하지 않는다. 그저 이 '잠시'동안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나 의무 따위를 벗어던지고 담담한 일상을 영유하는데 집중하려한다. 그래서 언젠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수렁을 벗어나 있기를 바란다. 요시에는 '레 리앙'에서의 아르바이트라는 단순한 일정으로 자신을 채우고, 엄마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정으로 자신을 비운다. 


가끔 꿈을 통해 혹은 사람들을 통해 아빠를 생각하게 될 때마다, 여전히 그 슬픔의 파도는 요시에를 덮치지만, 요시에는 다시 돌아오는 법을 배워간다. 자신을 송두리째 흔들지 않고 어떻게 아빠를 기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배우고 ,그 모든 것들을 받아들여가는 법에 대해서 배운다. 


"잠시"라는 한정이 우리에게 얼마나 위로가 될 수 있는지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는다. 

"잠시"라는 것을 통해 현재의 힘든 상황으로부터 얼마의 '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때, 우리는 다시 힘을 얻어 삶을 향해 걸을 수 있다. 삶에도 리셋 버튼이 있었으면 하고 바래보던 적도 있었고, 때로는 정말 끔찍할 정도로 일시정지 버튼을 찾았던 적도 있었다. 삶은 누구에게나 그토록 치열하고 예측불가다.


하지만 그 어느 것 앞에서도 낙담하거나 '리셋'하지 말고, 우리만의 시모키타자와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자기 앞의 생"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을 날이 언젠가는 올테니까, 그 날을 기다리며 담담하게 걸어가보는 것은 어떨까? 눈을 반짝이며 '레 리앙'에서 테이블을 닦는 요시에처럼 말이다.








b*********g 2012.01.19. 신고 공감 4 댓글 8
리뷰 총점 종이책
『안녕 시모키타자와』 by 요시모토 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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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갓 성년이 된 요시에가, 메구로에 함께 살던 엄마에게서 독립하여 시모키타자와에 살기 시작한 것은, 오싹할 만큼 하얗고 예쁜 여자와 함께 아빠가 이바라키의 숲 속에서 동반 자살을 한 지 일 년쯤 지나서였다. 요시에는 혼자 생활을 시작하는 동시에 '레 리앙'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마음을 담은 요리가 기다리는 비스트로 '레 리앙'을 중심으로 살기 위해 바로 옆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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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갓 성년이 된 요시에가, 메구로에 함께 살던 엄마에게서 독립하여 시모키타자와에 살기 시작한 것은, 오싹할 만큼 하얗고 예쁜 여자와 함께 아빠가 이바라키의 숲 속에서 동반 자살을 한 지 일 년쯤 지나서였다. 요시에는 혼자 생활을 시작하는 동시에 '레 리앙'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마음을 담은 요리가 기다리는 비스트로 '레 리앙'을 중심으로 살기 위해 바로 옆에다 집을 빌렸다. 시모키타자와라는 동네는 번화가라서 늘 바쁘지만, 마음을 달래면서 아빠의 죽음을 희석시키려 한다. 돌연 맨몸으로 찾아와 한동안만 재워달라던 엄마는, 아빠와 살던 메구로 집에 돌아가고 싶지도 않고 살 마음조차 없다. 줄곧 함께였던 남자가 다른 여자와 동반 자살을 한 모습을 목도한 엄마 또한, 전통찻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시모키타자와의 가게를 순례하듯 서툴게 그곳을 익혀 나간다.

얼마 전, 읽었던 캐런 러셀의 『늪세상』이 엄마의 부재로 혼란을 겪는 에바의 가족들을 묘사하는 것과 같이, 『안녕 시모키타자와』에서는 아빠의 부재를 통해 새롭게 성장하고 변화하는 요시에와 그녀의 엄마를 그려낸다. 가족은 곁에 없어도 늘 함께 하는 강력한 끈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모든 연결 고리는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된 아빠를 통해 팽팽한 줄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아빠와 같은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하는 아빠의 가장 절친한 야마자키 아저씨를 통해, 기괴한 그 여자는 다른 남자와도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했고, 아빠의 여동생인 고모가 아주 젊었을 때 낳은 딸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듣게 된다. 아빠가 정기 공연을 하던 라이브 하우스의 신야 씨도 아빠와의 인연으로 인해 요시에를 찾아오고, 둘은 연인 사이로 진전되고 아빠의 위령제를 위한 부적도 받지만, 첫 섹스 이후 그에 대한 환상과 마법은 모두 풀리고 만다. 갑작스레 가게에 손님으로 온 나카니시라는 낯선 아주머니는, 지금은 재혼했지만 전남편이 아빠와 함께 죽은 그 여인에게 살해당할 뻔한 사연을 들려주고, 자신의 죄책감을 씻기 위해 아빠의 산소를 다녀온다. 며칠 뒤 다시 찾아온 나카니시는, 아빠에게 성묘를 하러 갈 때나 돌아가신 장소에 갈 때 가져가 뿌리라면서 예쁜 헝겊 주머니에 담긴 소금을 건네준다. 영원할 것 같았던 오래된 쓰유자키 건물이 철거될 날이 결정되고, '레 리앙'도 마지막 날이 찾아왔고, 셰프 미치요 씨와 함께 내년 2월에 프랑스에서 여행하기로 했다.요시에는 아빠가 만약 죽지 않았다면 또 다른 사람이 죽었을 생각에 역지사지()의 마음을 담아, 엄마에게 아빠의 위령제에 대해 묻지만, 평생 그러고 싶지 않다는 거절과 함께, 아빠가 요시에의 꿈속에 자주 나타나 휴대폰을 찾아 전화를 걸고 싶어하는 꿈을 꾸고 있었는데 엄마 또한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는 오싹 소름 끼치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혼자 떠나는 이바라키 숲 속 여행이 외로워 울고 있을 때, 야마자키 아저씨가 동행하면서 아빠의 위령제를 함께 한다. 신야 씨가 준 부적을 묻고, 아빠가 죽을 때까지 사용했고 몇 번이나 꿈에 나타났으며 엄마가 치를 떨면서 짓밟아버린 휴대전화를 묻고, 나카니시 아주머니가 준 소금을 뿌리고, 저세상으로 편히 가라며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아, 그리고... 요시에는 너무 쉽게 숫컷에게 마음을 연다. 옆에만 있다면 그가 바로, 자신의 슬픔과 외로움을 함께 할 연인이 되는 경향이 강하다. 어린 시절의 모습부터 쭉 지켜봐 온 야마자키 아저씨를 좋아한다. 아빠의 절친이었던 중년의 아저씨를 남자로 말이다. 처음엔 안심했다. 친구의 딸을 설득하는 야마자키를,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구나 생각했기에. 하지만 결론은 내 뜻과는 다르게 변질된 느낌이다. 여기서 살짝 문화의 이질감을 느꼈다고나 할까. 아마도 우리나라의 정서라면 이렇게 쓰진 않았을텐데.. 야마자키 아저씨와의 섹스 이후, 발전된 관계로 한층 기분이 업된 요시에가 엄마와 함께 사는 방의 창문을 올려다보고 커다란 행복을 느끼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요시모토 바나나 .. 1987년 데뷔한 이래 굵직한 문학상을 여럿 수상했고, 출간하는 신간마다 베스트셀러에 랭크되는 가장 주목받는 일본의 젊은 작가 중 하나라는 멋진 타이틀에다가, 1988년에 출간한 키친』은 지금까지 2백만 부가 넘게 판매되어 세계적인 명성까지 안겨주는 등 작품마다 전세계 30개 국에서 번역 출간된다고 하니, 그 명성만큼이나 그녀의 작품을 나도 한번쯤 품어보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로 온 <안녕 시모키타자>는 참으로 소중한 한권의 책, 그 이상이었다. 하지만 나와는 살짝 엇나간 코드였다고나 할까. 모녀 간의 심심한 대화가 지루할 정도로 많고, 지나치게 소소한 일상이 전개되어 있어 재미가 덜했다. 그러나 작품 하나로 작가의 모든 것을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또한, 내가 느끼는 부분을 다른 독자들은 색다른 형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이 충분하다.  



d******7 2011.09.20.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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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시모키타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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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사랑하는 아빠가 어느 날 갑자기 모르는 여자와 함께 동반자살을 했다면? 그리고 그 여자와는 불륜의 관계였다면?   정말 이런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고, 당황스러우면서도, 어이가 없는 그런 일이 아닐까 싶다. 죽음도 어이가 없지만.. 엄마 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니.. 용서할 수 없는 기분이 들 거 같다.   만일 사랑하는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모르는 여자와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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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사랑하는 아빠가 어느 날 갑자기 모르는 여자와 함께 동반자살을 했다면?

그리고 그 여자와는 불륜의 관계였다면?

 

정말 이런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고, 당황스러우면서도, 어이가 없는 그런 일이 아닐까 싶다.

죽음도 어이가 없지만.. 엄마 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니.. 용서할 수 없는 기분이 들 거 같다.

 

만일 사랑하는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모르는 여자와 함께 동반자살을 했다면?

그리고 그 여자와는 불륜의 관계없다면?

 

믿었던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 자체만으로도 어이가 없겠지만..

바람을 피워 모르는 여자와 동반자살을 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아 남편과 그 여자를 죽여버리고 싶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이미 죽은 사람이라고 해도 말이다.

한 사건을 두고도 딸의 입장에서 느끼는 감정과 아내의 입장에서 느끼는 감정은 확연하게 다르다.

그건 아마도 핏줄의 여부도 관계가 있지 않을까?

 

아무튼.. 아빠가 불륜의 대상인 여자와 함께 동반자살을 했다.

엄밀히 말하면 그 여자에 의하여 아빠는 원치 않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지만..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리고 영원할 것만 같았던 가족은 한순간에 붕괴가 되었다.

 

슬픈 감정을 추스른 후, 나는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시모키타자와에 와서 혼자 살기 시작한다. "레리앙"이라는 멋진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면서 나는 점점 일상생활을 하면서 시모키타자와의 분위기에 적응을 해 간다.

혼자만의 삶을 만끽하고 있는 중, 도저히 전에 살던 집에서 살 수 없다고 엄마가 불쑥 찾아온다.

그리고 엄마가 아닌 친구처럼 잠깐 얹혀살면 안 되겠냐고..

 

엄마는 엄마 나름대로의 삶을 찾기 시작했고, 나는 나대로의 삶을 시모키타자와에서 찾기 시작한다.

아빠를 잃은 후 여러 모로 마음 고생을 많이 했던 엄마와 나는 복작거리지만 마음의 평안을 누릴 수 있는 이 곳에서 치유가 되기 시작한다.

 

엄마도 아빠의 사진을 가져다 놓고, 아빠를 용서하기 시작했고..

나도 아빠가 죽었던 장소도 찾아가보고, 내 안에 억눌려 있던 슬픔들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엄마 곁에도 좋은 사람들이 있었고, 내 곁에도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함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있었고, 보기만 해도 좋은 시모키타자와의 거리도 있었다.

정말 충격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아빠의 죽음을.. 엄마와 나는 시모키타자와라는 곳에서 치유를 한다. 왠지 모르게 따뜻하고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시모키타자와.

물론 내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잡아가진 않았지만..
돌아갈 수 있는 시모키타자와가 있어 행복하다.

 

사람마다 이런 느낌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있으리라..

어떤 사람은 고향이 될 수도 있겠고, 집이 될 수도 있겠고, 자주 가는 커피숍이 그럴 수도 있다.

사람이 어디에 살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시모키타자와를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시모키타자와처럼 느낄 수 있는 그곳.. 그 곳으로 얼른 둥지를 틀고 살고 싶다.

 

담담하게 그리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필체에 또한번 반한 책이다.

d********0 2011.11.04. 신고 공감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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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싶은 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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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커피향이 여기저기서 뿜어나올 정도로 맛있는 커피집이 많고,어디든 주저 앉아 읽어도 눈치 보이지 않을 대형서점이 있고,인디 영화, 상업 영화 구분않고 다양한 종류의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있고,가로수로는 은행나무가 있어서 가을엔 바닥이 온통 노란색으로 뒤덮여있는.. 그런 거리??!!ㅋ~ 그런 곳이라면.. 어디든 참 좋겄네~^ㅋ오랜만에 읽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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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커피향이 여기저기서 뿜어나올 정도로 맛있는 커피집이 많고,
어디든 주저 앉아 읽어도 눈치 보이지 않을 대형서점이 있고,
인디 영화, 상업 영화 구분않고 다양한 종류의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있고,
가로수로는 은행나무가 있어서 가을엔 바닥이 온통 노란색으로 뒤덮여있는.. 그런 거리??!!
ㅋ~ 그런 곳이라면.. 어디든 참 좋겄네~^ㅋ

오랜만에 읽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과연.. '치유'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소설이다..
처음에 허걱~했던 마음이.. 끝에는 늘 뭉클뭉클 따뜻해진다.
마법사같다.
요시모토 바나나.



p.24
아빠는 겉으로는 과묵하고 어른스러워 보였지만, 내면은 언제까지나 학생 기분으로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딸과 외출할 때면 꼭 팔짱을 껴야 성이 차는, 태생이 응성받이에 명랑한 거드름쟁이였다. 조금 잘생기고 인상이 섬세한 데다 과묵해서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 뿐, 감성적이고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떠다니며 살고 싶어 한 사람이었고, 무슨 일이든 어떻게 되겠지, 하고 안이하게 생각하는 구석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어린애 같은 면이 아빠의 좋은 점이기도 했다.

p.39
하루를 마무리하는 아빠에게는 '긴 하루의 끝에 별거 아닌 일이라도 엄마에게 잠시 얘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아빠가 직접 그렇게 말했으니까 틀림없다. 결혼해서 가장 좋았던 점이 바로 그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늘 말했다. "세상에는 별거 아닌 일을 얘기할 수 있는 상대가 의외로 많지 않거든."이라며.

p.101
엄마가 말했다. 술을 조금 마셨는지, 볼이 발그레했다. 눈 아래 처진 살이 중년답고 사랑스럽다. 꼭 껴안고 고양이처럼 날름날름 핥아 주고 싶은 묘하고 애틋한 기분이 들었다. 엄마, 이렇게 나이를 먹어 가는구나. 하지만 아빠는 이제 이런 모습을 볼 수 없네.

p.107
점점, 점점 세상의 때 같은 것이, 안개 같은 것이 무거워져서였을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점차 자기 자신을 잃어 가다 보니까,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는 상태였던 걸까.

p.122
저기, 노골적으로 말해서 미안한데, 같이 밴드 연습을 하고 무대에 서는 거, 몇 번이나 섹스를 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몸의 언어 같은 것을 공유하게 되니까, 그것도 수도 없이.

p.131
나, 미치요 씨 밑에서 계속 일하고 싶어. 그리고 가능하면 그 뒤를 잇고 싶을 만큼 존경하고 있고.

나이 차가 별로 없으니까 뒤를 잇지 않아도 좋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같이 그 가게를 꾸려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싶어. 그 정도로 반했어. 맛에도 사람에게도.

그러기 위해서 가령 몇 년을 다른 곳에 가서 공부를 해야 한다면, 나 갈 거야. 난, 그 가게에 몸담을 수만 있다면, 서비스든 청소든 사무든, 뭐라도 좋아.

p.161
딱히 이렇다 할 대화는 아니었지만, 말만 오간 것은 아니었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분명하게 전해졌다는 안도감. 저쪽이 아무런 부담도 느끼지 않는다는 편안함. 생각지 않은 것은 절대 말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신뢰감. 그런 것들이 오갔다.

p.167
이 카운터도, 조그만 창문도 엄청 좋아했는데. 낡은 화장실도. 앞으로 한동안이지만, 소중하게 여기자, 우리. 나도 물론 슬프지만, 이 건물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해. 이 건물의 오랜 역사에서 그 마지막 시간을 내게 할애해 준 것 같아서.

p.284
이곳에 살고 일하면서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의 웃는 얼굴과 몸짓이 떠올랐다.
나와 엄마가 이 동네에서 알게 된 사람들은, 오늘도 이곳에 살면서 어제와 별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사람 사는 거리란, 그런 거다.
몇 년 전에는 전혀 몰랐던 사람들의 삶이 이 거리를 숨쉬듯 들고 나는 것을 나는 느꼈다. 혼자가 아니었다. 내가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들고 나면서 거리는 만들어진다.

YES마니아 : 로얄 j*******7 2011.10.19. 신고 공감 3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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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시모키타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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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뭐 일단 집어 볼 일이었다.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기대 이상으로 실망의 여진 없이 대만족이었다. 훈훈하게 감싸안아주는 치유의 시간, 위로의 시간 그 자체였다. 낯선 풍경, 하지만 사람과 관계를 어루만져주는 ‘시모키타자와’의 풍경이 살갑게 다가왔다. 언젠가 한 번 꼭 가보고 싶은 풍경, 책 속 풍경을 찾으며 나만의 ‘시모키타자와’에 대한 풍경을 그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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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뭐 일단 집어 볼 일이었다.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기대 이상으로 실망의 여진 없이 대만족이었다. 훈훈하게 감싸안아주는 치유의 시간, 위로의 시간 그 자체였다. 낯선 풍경, 하지만 사람과 관계를 어루만져주는 ‘시모키타자와’의 풍경이 살갑게 다가왔다. 언젠가 한 번 꼭 가보고 싶은 풍경, 책 속 풍경을 찾으며 나만의 ‘시모키타자와’에 대한 풍경을 그려보고 싶었다. 화려한 도시 속, 바쁜 현대인들의 소외, 관계의 단절보다는 일상 속 따뜻한 관계의 형성과 어우러짐이 나만의 ‘마음의 고향’을 갖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해주었다.

어떤 한 공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에서 <원미동 사람들>(양귀자, 살림출판사, 2004)이 떠오르기도 하였다. 하지만 가장 흥미롭고 인상적인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자살한 이의 남겨진 가족의 상처와 치유였다. ‘아빠가 죽었다. 엄마와 나만 남기고, 엄마와 나는 모르는 여자와 함께.’는 언젠가 보았던 tv속 화두가 떠올랐다. 우리나라를 흔히 ‘자살공화국’이라고 한다. '자살‘ 자첵 갖는 사회적 문제 외에도 이면, 남겨진 가족들의 자책, 원망 등의 상실과 혼란 등의 상처에 대한 화두였다. 생소한 화두였다. 한 번도 깊이 고려해 본적이 없어 뇌리에 남았다. 그렇다. 남겨진 가족, 친지, 친구들이 갖는 상처에 주목하게 되었는데 이야기 속 남겨진 엄마와 나(요시에),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른 이들의 상처, 아픔과 절망 등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저 다른 이의 아픔에 공감, 아니 바라보기에만 그쳤다면 ‘치유’를 화두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요시모토 바나나’가 아닐 것이다. 일상의 삶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그들의 노력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가 절로 우리의 마음마저 어루만져주는 듯하다. 눈물을 참으며, 혹은 뚝뚝 흘리면서 서로서로 기대고 의지하면서도 각자 나름의 삶을 살아낸다. 특히 아픔을 인정하고 상처가 아물어질 시간을 견디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요시에’의 모습 그 자체가 우리에게 힘을 준다.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저렇게 힘든 요시에도 꿋꿋하게 살아가는데 너는 뭐하는 거니?‘라고. 내일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오늘을 더욱 충실하게 사는 ’요시에‘를 보면서 한 없이 작아지는 나는 뭔가? 내가 위로해야 하는데, 오히려 위로를 받고 있다니, 그것이 바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치유의 힘이 아닌가! 꾹꾹 힘차게 내딛는 요시에의 걸음걸음을 닮아가고 싶다.

d******3 2011.09.25. 신고 공감 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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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 마, 원점으로 돌아갈 뿐이야 - 안녕 시모키타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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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처음으로 일본 여행을 가기 전에 여러 여행서를 뒤적거리다 '시모키타자와는 일본의 홍대, 젊음의 거리'라는 얘길 듣고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모키타자와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었다. 시모키타자와를 배경으로 연극에 매진하는 청춘들의 이야기인 <시모키타 선데이즈>라는 드라마를 보게 되어, 그 도시 곳곳의 풍경이 더욱 인상에 남았다. 실제로 가 본 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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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처음으로 일본 여행을 가기 전에 여러 여행서를 뒤적거리다

'시모키타자와는 일본의 홍대, 젊음의 거리'라는 얘길 듣고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모키타자와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었다.

시모키타자와를 배경으로 연극에 매진하는 청춘들의 이야기인

<시모키타 선데이즈>라는 드라마를 보게 되어, 그 도시 곳곳의 풍경이 더욱 인상에 남았다.

실제로 가 본 시모키타자와는 드라마에서 본 그대로의 분위기였다.

<안녕 시모키타자와>라는 제목을 처음 본 순간,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

비록 잠깐 다녀왔지만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는,

시모키타자와에 대한 향수가 나를 이 책으로 이끌었다.

 

<안녕 시모키타자와>의 주인공 요시에는 아버지를 잃었다.

갑작스런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데다,

까맣게 몰랐던 아버지의 불륜 사실마저 드러나 충격은 배가된다.

요시에와 어머니는 충격을 떨쳐버리기 위해, 죽음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단 거처부터 옮기게 되는데, 그 동네가 바로 시모키타자와다.

요시에는 이 기회에 어머니로부터도 독립하고자 했지만

요시에를 따라 시모키타자와로 온 어머니가 엄마로서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비로소 자신의 인생을 즐기기 시작한 모습을 보고,

오히려 요시에가 치유를 받게 된다.

 

마지막에는 요시에가 일하던 건물이 철거되고, 사귀던 남자와도 헤어지고,

시모키타자와에 와서 뭔가 잘 풀릴 줄 알았던 일들이 전부 원점으로 돌아간다.

헌데 그게 참으로 멋진 원점이다.

원점과 숫자 '0'은 같은 말인 것 같지만 다른 의미를 품고 있다.

원점이란 언제든지 잘못을 되돌릴 수 있는 인생의 너그러움을 뜻하는 것이라고,

상실을 뜻하는 것이 아닌, '움직임'을 내재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즉 원점은 '無'가 아니라 '生'을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기간 동안 나는 무엇을 했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모든 것이 꿈속 같았다.

그런데도 한 일이 전혀 없지는 않다는 사실이 나를 후련케 했다. - 282page

 

i*******9 2012.11.10.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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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안녕 시모키타자와』 : 견디다보면 어느새 익숙해지는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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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도 깊어가는데 간단하게 쓸련다. 이 소설은 불가항력적인 일이 인생에 느닷없이 끼어들었을 때, 그것을 대비하지 못한 사람들의 '혼돈의 시간'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빠가 죽었다. 그것도 어떤 여자와 함께 동반 자살했다. 그럴 여지가 조금도 없어보였던 가정에 핵폭탄이 떨어졌고 파장은 말할 것도 없다. 어마어마한 사건을 작가는 무척 담담하게 써내려간다. 아빠가 죽은 후, 격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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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도 깊어가는데 간단하게 쓸련다. 이 소설은 불가항력적인 일이 인생에 느닷없이 끼어들었을 때, 그것을 대비하지 못한 사람들의 '혼돈의 시간'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빠가 죽었다. 그것도 어떤 여자와 함께 동반 자살했다. 그럴 여지가 조금도 없어보였던 가정에 핵폭탄이 떨어졌고 파장은 말할 것도 없다. 어마어마한 사건을 작가는 무척 담담하게 써내려간다. 아빠가 죽은 후, 격렬한 감정의 요동이 차츰 지나가는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남은 자들의 이야기니 그럴 수밖에. 사건에 충격을 받아 미치지 않고서야 그렇게 묵묵히 시간을 견뎌내는 방법밖에는 남은 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어보인다. 어쨌든.... 요시에는 아빠가 죽고 몇개월 후 집에서 나와 시모키타자와에 자리를 잡는다. 조그만 음식점에 취직해 요리사로서의 미래도 설계해가고 있는 참이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는 도시의 폼나는 집을 두고 오래되고 낡은 요시에의 집으로 들어와 더부살이를 하기 시작한다. 모녀는 시모키타자와라는 관광지 같은 동네에서 아내로서, 딸로서 살았던 지난 시간과 싸우며 살아나간다.

 

요시모토 바나나, 이 사람 글이 아주 일본적이라는 생각이 소설을 읽는 내내 들었다. 인물들의 어투와 행동이 일본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았던 배우들의 모습과 겹쳐졌다. 뭐라고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일본 사람 특유의 말과 행동거지랄까, 그런 것이 고스란히 인물에 녹아있는 느낌이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이 세상에는 그렇게 늘려 가는 힘과 줄여 가는 힘이 같은 분량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분량은 같은데, 줄여 가는 힘 쪽이 크게 느껴진다는 것도."

 

요시에가 아빠의 죽음에 너무도 깊이 침잠되었던 나머지 눈에 보이지 않던 일상의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 시점에 나오는 대목이다. 앞서 말했던 불가항력적인 일이 심신을 지치게 만들지만 새로 돋는 싹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그러니까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절망과 희망이 동일한 무게로, 동일한 크기로 존재함을 이르는 말일 것이다. 팔십몇페이지에 등장한 이 글이 조금은 지겨웠던, 전혀 내 취향이 아닌 이 소설을 끝까지 읽게 한 힘이었다고나 할까.

 

h*****a 2011.12.17.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