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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은 느낌> |
안드레아스 빙켈만의 작품을 연달아 두권을 읽는다. 이전에도 그의 작품을 읽은 적이 있고 흥미롭게 읽었던 만큼 다른 작품도 궁금해졌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었던 작가의 작품 두 편. 최근 작품을 읽고 이전 작품을 찾아보게 되었지만 요즘은 많이 보기 힘든 작가라 독일작가가 인기가 없는 편은 아닌 것 같고 조금은 더 많은 작품을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하게 되는 작가다.
어느 여름날 정원에서 그네를 타던 한 소녀가 사라진다. 부모님도 계시는 집이었지만 아버지는 술에 취해서 인사불성이었고 엄마는 아이를 돌보지 않았다. 하나뿐인 그 소녀의 오빠는 항상 같이 있어주었지만 그날따라 자신이 그토록 하고 싶었던 축구경기를 뛰러 나가야만 했다.
처음에는 안 가려고 했다. 동생이 우선이었으니 그깟 축구 포기하려고 했다. 착한 동생이 그의 마음을 알아차렸다. 자신이 얌전히 놀고 있을테니 오빠는 열심히 가서 축구를 하고 오라고 했다. 마음속으로 좋아하던 여자아이도 온다고 했다.
마음이 동했다. 동생한테 양해를 구하고 빨리, 말 그대로 후딱 뛰고 돌아 오려고 했다. 정말 계획은 그랬다. 하지만 계획은 언제나 바뀌라고 있는 법이고 그대로 행해지는 경우는 없다. 오빠가 돌아왔을 때는 그네는 흔들렸고 동생은 사라졌다.
10년 후 오빠는 권투선수가 되었다. 동생을 잃어버린 후 부모님의 집을 나왔다. 도저히 그 집에서는 살 수가 없었다. 견딜 수가 없었다. 자책도 되고 자신이 동생을 버린 것만 같아서 참을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랬던 그는 이제 뛰어난 선수가 되었다. 자신이 예전에 하던 축구가 아닌 권투로써 말이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형사가 찾아온다. 십년 전 동생이 사라진 것과 동일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장소도 다르고 십년만에 일어난 일이지만 그때와 비슷하다고 했다. 그리고 두 사건간에는 공통된 점이 있다. 사라진 소녀는 모두 십대 소녀들이고 가장 결정적인 것 하나, 두 소녀 모두 앞을 보지 못하는 소녀들이라는 것이다.
누가 어떻게 그녀들을 데려간 것일까. 무슨 이유로 그 누군가는 그 아이들을 데려간 것일까. 몸값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협박을 하지도 않았다. 그저 아이들을 데려가서 죽이려고 한 것일까. 그랬다면 발견되지 않은 시신은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있다는 소리일까.
역시 작가를 제대로 봤다. 쉴새없이 몰아치는 스릴보다는 세세하게 조여오는 스릴이 탁월하다. 크고 굵직한 사건들을 연속으로 터뜨리기보다는 단 두가지의 사건을 멋지게 연결시켜 두었다. 피해자의 가족의 입장과 더불어서 형사들의 캐릭터도 살렸다.
범인은 늘 곁에 있다던가 어느정도 장르소설을 읽어온 사람이라면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다. 헉하고 놀랄만한 반전은 크게 없지만 촘촘한 구조로 인해서 그런 것 마저도 기대하지 않고 끝까지 속도내어서 읽게되는 작품이다. |
여름이라 그런지 최근 공포영화와 스릴러를 많이 접하고 있다. 이 책은 특히 독일 소설<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읽고 나서 같은 독일 소설이라 읽고 싶었고 유독 번역소설중 독일소설을 좋아하는지라 망설임없이 읽게 되었다. 하지만 점점 증가하는 사이코스릴러장르의 책들만큼이나 현실사회 범죄율에서도 사이코범죄는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볼 때 안전불감증에 있는 현대인들에게 좋은 경각심을 심어주는 소설이 되어주리라 생각되는 바이다. 잘못이 있어서 죄를 받는다는 고리타분한 발상을 하고 있다면 최근 급증하고 있는 사이코범죄는 그것과는 별도로 사악하고 비뚤어진 본능에 의한 것임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어느 여름날 그네에 앉아 있는 한 소녀, 흰색 원피스를 입고 빨간 머리칼을 하고 있고 앞이 보이지 않는 한 소녀가 실종된다. 그로부터 십년 후 한 아동보호소 침대에 잘자고 있던 시각장애인 사라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에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여형사 프란치스카와 파울이 단서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용의자로 성폭행 전과가 있는 사람들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탐문조사가 시작된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십년 전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트라우마로 자리잡아 헤어나오지 못하는 권투선수 막스가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 최근 납치된 사라의 모습이 과거 지나와 거의 흡사하다는 것이었는데 범인이 동일인물이라는 확신과 함께 과거엔 어렸지만 이제는 사건을 해결할 정도로 성장한 이유도 있었다.
보이지 않지만 다른 사람보다 더 발달된 후각을 가지고 있어 모든 사물을 후각으로 느끼는 시각장애인이지만 범인이 주는 극도의 공포에 소녀는 지쳐가고... 범인은 집안에 그만의 사육장을 숲처럼 만들어 독성이 강한 동물들로 소녀들을 실험하고 있었다. 소녀를 항상 숲에 넣어두고 공포를 느끼게 만들며 자신이 사냥꾼이 되는 것을 즐긴다! 꼭꼭 숨어 어차피 날 널 찾게 될거야.........하며.............
저자 안드레아스 빙켈만은 어느 날 차를 타고 길거리를 지나가는데 열다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앞장서서 걷고 일곱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뒤따라 걷는 광경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자아이는 눈이 안 보이는지 남자아이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길 안내를 받고 있었다. 저자는 그 모습을 보면서 그 남자아이가 얼마나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지, 그리고 만약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장면이 그대로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어떤 책임의 문제, 그리고 그것을 다하지 못했을 때 벌어지는 일들과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와 광기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저자의 그러한 의도때문인지 소설에서 막스의 가정은 지나의 실종으로 인해 산산조각이 나며 막스는 오랜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 지나의 죽음을 모두 자기의 탓으로 돌리던 그를 따라다니던 죄책감을 벗어던지게 되는 결정적인 역할은 바로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가 되어준다. 내가 독일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심리스릴러라는 장르가 주는 인간의 사악한 본능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잔인한 사건들을 견디지 못해 신문에서 항상 사회면을 제쳐두곤 하는데 싸이코스릴러라는 장르로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 (프로이트가 말한 죽음본능)또한 현대 사회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인간 내면에 존재하고 있는 광기로 비롯된다는 것 또한 어느 정도는 경각심을 가지고 있어야 할 듯하다. <사라진 소녀들>은 서스펜스 가득하면서도 놀라운 심리스릴러인 동시에 싸이코스릴러이지만 잔인한 장면은 없으면서도 공포에 대한 묘사로 인해 더 공포스러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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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확실히 심리 스릴러가 좋다. 책을 읽으려고 앉아 있을때 긴장감 때문에 어떻게 전개될까 너무도 궁금해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 심리 스릴러의 그 묘미를 사랑한다. 책을 읽다가 잠들면 꿈속에까지 그 주인공이 찾아와 살려달라고 말하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와 잠을 좀 설쳐도 책 속에 빠져있는 시간이 좋은 것이다. 내 잠을 방해하는 그 속삭임마저 즐기는 것도 같다. 풀이 높이 자란 정원에서 한가롭게 그네를 타고 있던 어린 소녀가 있다. 빨간 머리카락이 나풀거리고 하얀 여름 원피스가 그네가 움직일때마다 펄럭였다. 한참을 그렇게 있는 동안 10살짜리 어린 소녀의 곁엔 모르는 누군가가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린 소녀의 입을 가로막고 소녀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10년후, 한밤중에 장애아동보호시설의 침대에서 자고 있던 역시 앞이 보이지 않는 소녀가 사라졌다. 이 소녀 또한 10살 짜리 여자아이이며 피부가 희고 눈밑에 나비모양으로 주근깨가 있는 빨간머리칼을 가진 소녀였다. 빨간머리칼을 가진 여형사 프란치스카는 시각 장애인 소녀 사라의 납치가 10년전의 사건과 유사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10년전에 사라진 소녀 지나의 오빠인 막스와 만나게 되며 그에게서 혹시 10년전 사건에서 놓친건 없는지 묻게 되고, 여동생 지나를 자신 때문에 잃게 되었다는 죄책감이 괴로워하는 유명한 권투 선수 막스는 다시 그때의 그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여동생의 실종사건과 연관성이 있다는 걸 알게된 막스는 스스로 파헤치고자 한다. 얼마전에 본 영화 <블라인드>처럼 시각 장애인은 눈이 보이지 않는 대신에 촉각과 후각이 발달한다. 영화속에서 자신을 죽이려는 사이코패스를 보며 공포감에 진저리를 쳤었는데, 이번 소설에서도 앞이 보이지 않는 소녀가 납치되고 그 납치된 상황속에서 소녀가 느끼는 공포감은 나한테까지 전이가 되었다. 어린 소녀의 공포감을 즐기는 사악한 인간의 마음은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인간의 본능인 성적인 면이야 누구나 다 가지고 있겠지만 어쩌면 이렇게 극단적인 성향을 가졌는지 모르겠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자신의 그런 악마적인 성향을 표출해내지 않지만 이처럼 어렸을때의 공포와 억압이 범인으로하여금 그것도 아주 어린 아이를 납치할 수 밖에 없었던듯도 하다. 원초적인 공포와 자신이 사냥꾼이며 낚시꾼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했던 잔인한 사이코패스는 사라를 극도의 공포로 몰고 갔다. 그런 사라를 지켜보는 사람도 숨을 죽이고 있었다. 성 폭력이나 납치같은 사건들은 모르는 사람보다 전부터 알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주위에서도 이런 사건들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좋은게 좋은거다라고 생각하는 나는 이런 나쁜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인간들은 인간도 아니다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얼마전에 본 영화 <도가니>에서의 그 나쁜 놈들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더 분노하고 프란치스카와 막스가 사라를 얼른 찾아주기를 바랬다. 자신의 기쁨을 위해서, 자신의 억압된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서 그렇게 다른 사람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렇게 어린 아이를.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할까. 세상이 하도 무서우니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남자를 믿지 말라고 가르친다. 자신의 가족 외에는 모르는 사람들을 절대 믿으면 안된다고 아이들에게 자꾸 주지시킨다. 친절하게 말하다가도 자신에게 공포감을 주는 남자를 보이지 않는 눈으로 보며 사라가 말했던 것처럼. 이 남자를 믿으면 안돼, 나쁜 남자야. 나도 그렇게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이 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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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낯 익다 생각했는데 벌써 4년 전에 발간된 책이다.도서관에 갔더니 자기 자리에 있지 않아서 시간이 걸려 찾아냈다.그 많은 책들 중에서 내가 봐야겠다는 책은 어떻게 그렇게 짠하고 나타나는 지.같이 찾던 사서보다 내가 빨리 찾아서 괜히 우쭐해하며 나왔다.비는 오고 커피 한 잔 들고 읽기 시작했는데,읽을까 말까 계속 읽어야하나 고민했다.무섭기도 하고,잔인하기도 하고,우울해지는 느낌때문에.
앞을 보지 못하는 열 살 소녀가 납치를 당하는 일이 일어나는 데,10년 후 똑같은 사건이 발생한다.장애아 보호시설에서 잠을 자던 열살 시각장애인 소녀 사라가 납치된 것이다.이 사건을 맡게된 여형사 프란치스카는 두 사건의 연관성을 두고 수사에 들어가고,10년 전 실종된 여자아이 지나의 오빠 막스를 만나게 된다.막스는 너무나 사랑했던 동생의 실종사건이 자신의 책임이란 상처를 떠 안고 살아가고 있고,아버지와 어머니와도 그 사건을 계기로 결별한 채로 살아간다.막스의 가족은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여러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었지만,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산산조각이 나버린다.따뜻한 가정이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었을텐데 싶으니 안타까운 맘이 들었다. 범인에 대해 얘기를 해보자면 사라를 납치한 후 사라에게 행하는 일들은 기상천외하다.그 장면을 머릿 속에 그려보니 내 몸에 뭔가가 기어다니는 것 같은 썩 유쾌하지 못한 감정들이 느껴진다.독자로 하여금 책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들게할 정도의 장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작가가 참 대단해보인다.그러니 작가가 되었겠지만말이다. 자신의 분노를 저렇게 풀어야할까? 사람이 어느 정도의 분노가 쌓이면 저렇게 잔인해질 수 있는건지 무서웠다.범인은 부모에 대한 분노를 가지고 있다.범죄자가 되는것도 모자라 부모를 죽일 정도로.그런데 그런 부분의 설명이 조금 빈약한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다.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공감을 얻고 설득력을 가지기에는 부족했다. 막스가 범인으로 의심이 되는 사람을 죽도록 패준다거나 아버지가 갑자기 범행 현장에 나타나서 잔인하게 살해를 당한다든지 하는 어설픈 설정들이 거슬리기도했다.
사건이 일어나고 경찰이 범인을 추적하고 결국 범인을 잡지만,그것이 주는 아니었다.추리소설이라면 소설이 끝날때까지 누가 범인일까 궁금해하고,책장을 덮을 때쯤 짠하고 사건이 해결이 되면서 우린 즐거움을 느끼지만 이 소설은 그런면에서 추리소설은 아니고 심리 스릴러로 넣나보다.심리 스릴러란 소설이 갖춰야하는 덕목을 떠올려 봤는데,상상을 초월하는 잔인함과 극도의 공포감인것같다.약간의 역겨움까지 추가.자신의 분노를 발산하기 위해 무작위적으로 선택한 대상에 대해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인물을 풀어나가는 이 소설은 세밀한 묘사능력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낸다. |
숨바꼭질이라는 놀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놀이일 것입니다. 하지만 『사라진 소녀들』에서 등장하는 숨바꼭질은 음침하고 섬뜩한 공포만 불러일으킵니다.
어서 뛰어, 난 열까지 셀 거야. 다 숨으면 내가 널 찾으러 갈 거야.
이로 인해 막스는 앞이 보이지 않는 동생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부모 역시 딸아이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평생 떠안게 됩니다. 특히 막스는 사건 발생 직전 지나로부터 "난 오빠가 친구들하고 같이 축구하러 갔으면 좋겠어."라는 얘기를 듣고서 단 두 시간의 외출을 시도했습니다. 늘 자신의 눈이 되어주고 발이 되어주던 오빠였기에 지나는 막스가 하고 싶어했던 축구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두 시간 동안 혼자서도 잘 지내겠다고 웃으면서 말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스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를 맞이한 건 텅 빈 그네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늘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서 환한 미소로 답해주던 지나는 두 번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사라는 계속해서 손바닥으로 벽을 쳤고, 손바닥에 전해지는 통증을 애써 무시하며 소리를 질렀다. 다시는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는 이 안에 있어요. 바로 여기, 이 안에요! 내 소리 아무도 안 들리나요?" -184p
그리고 10년이 지난 어느 날, 또 다시 시각장애인 소녀 사라가 납치당합니다. 경찰은 두 소녀의 유사점을 발견하고선 동일범의 소행일지도 모른다고 판단하여 지나의 친오빠인 막스를 찾아갑니다. 막스는 지나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힌 채 범인에 대한 복수를 꿈꾸며 유명한 권투 선수가 되어 있었습니다. 언제라도 범인을 잡아 죽일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는 단지 이 순간을 위해 수년간 훈련을 하고 자신을 혹사시키고 괴롭혔으며 상대방의 펀치를 받아들였다. 지금 이 자리에 더 강한 자, 복수하는 자로 서 있기 위해서. -203p
『사라진 소녀들』은 사이코패스 범죄를 다룬 소설이지만 선천적인 원인보다 후천적인 원인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적 범인에 대한 심리와 과거 묘사가 자세한 편입니다. 가정 환경,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부모의 양육 태도가 선천적인 조건(외모)과 최악의 조합을 이루어 잔혹하기 그지없는 사이코패스를 만들어냈다는 설정인 것입니다.
한편 여동생 지나를 잃어버린 막스는 그 사건이 트라우마가 되어 평생을 죄책감과 절망감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는 늘 '누군가'를 향해 주먹을 내리치고 상대방의 펀치를 받으며 조금이라도 더 강한 자가 되기 위하여 악착같이 살았습니다. 앞을 못 보는 지나에게 태양을 설명하기 위해 문학적 비유까지 곁들이며 상냥하게 말해주던 막스의 모습은, 용의자로 의심되는 남자를 죽음 직전까지 폭행하는 모습에서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는 에피소드에서 여 경찰이 범인에게 무작정 찾아간 막스의 행동을 나무랐을 때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 그냥 가만히 앉아서 기다려야 했을까? 이미 10년이나 기다리면서 내 인생을 허비했는데?"라고 반박하는 모습을 통해 그가 얼마나 깊은 복수심에 사로잡혀 있었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막스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슬프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나가 곁에 돌아온 듯 행복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지나의 손이 다시 나타났다. 어깨에 늘 올려져 있던 바로 그 자리에.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막스도 그곳에 손을 올렸고 지나의 손가락을 느낄 수 있었다. -361p
저자는 우연히 차를 타고 가다가 열다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앞장서서 걷고 일곱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뒤따라 걷는 광경을 목격하고선 『사라진 소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여자아이는 눈이 보이지 않는지 남자아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길 안내를 받고 있었는데, 그 모습에서 저자는 남자아이가 짊어지고 있을 책임감과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경우 벌어지게 될 일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10년이나 지옥에서 살아온 지나가 그때 강변에서 저에게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프란치스카와 그녀의 아버지가 아무 말 없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오빠, 축구 경기 이겼어?" 막스는 머리를 흔들어 목이 메는 것을 간신히 참고 말을 이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지나는 아직 기억하고 있었어요……." -391p
개인적으로 조금은 뻔한 스토리이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날씨가 더워지는 요즘 한번쯤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극단적인 비극은 반드시 원인이 있기 마련이라는 것을 되짚어보며 이와 같은 유사 사건들이 더는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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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바람이 부는 어느 여름날. 풀이 높이 자란 정원에 한 소녀가 그네에 앉아 있다. |
아무런 이유없이 단지 책 표지와 제목을 비롯한 전체적인 분위기때문에 끌리는 책이 있다. 재미있을지 아닐지는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거의 도박과도 같은 선택을 하게 되는데 전적으로 도박과 같은 선택이라고만 볼 수는 없는 것이 어느정도 그 책을 선택하기 전에 광고등을 통해 나도 모르게 정보에 노출되어 그 정보가 내 뇌리에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사실은 미처 깨닫지 못한다.
이 책도 분명히 사전에 분명히 여러 광고를 통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기에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본다. 스릴러 장르는 어느 책이든 어느정도의 재미는 있다.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재미가 없다면 스릴러 장르의 책을 선택해서 읽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언제, 범인의 존재를 드러내느냐의 문제와 실제적인 주인공이 누군가의 문제와 - 실제로 초반에 주인공이라 생각한 인물이 그냥 도입부분을 이끄는 경우가 많다. 거의 대부분 주인공이 형사인 경우가 또한 많다 -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얼마나 재미있게 끝까지 감추면서 흥미진지하게 묘사하느냐가 관건이다.
스릴러 장르를 그다지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미국보다는 유럽쪽의 스릴러 책을 많이 읽게 되었다. '사라진 소녀들'도 독일 출신의 작가가 만든 책으로 중간에 꽤 자세하게 묘사하는 장면은 솔직히 책을 계속 읽을까를 아주 살짝 고민하게 만들었다. 사이코패스가 소녀를 만지는 행위가 상당히 거슬렸기 때문에 이런 장면이 계속 묘사될 것 같은 느낌에 아주 살짝 고민했지만 그 장면이 다였다.
사이코패스 범죄는 많이 나오지만 이 소설처럼 귀머거리의 소녀를 납치한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양들의 침묵'이라는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사이코패스와 스릴러 장르를 제대로 알았다면 이 소설에서는 기존 소설과 달리 납치뿐만 아니라 그 후 과정까지 나오는데 뭐 약간 색다르기는 하지만 그다지 참신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범인을 잡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후 과정에서의 이야기가 제대로 된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우연히 스릴러 장르라는 것을 모르고 빌려줘서 봤던 '시인'이후에 하다보니 꽤 읽게 되었는데 아직까지 '시인'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나지 못해 아쉽고 스릴러 장르를 계속 읽을까하는 고민도 조금 된다. 갈수록 그다지 재미가 있지 않다. 그래도 호기심에 지속적으로 읽게되기는 한다. 딱딱한 책만 읽다 이런 호기심을 자극하고 킬링타임용이라 할 수 있는 책을 통해 그것도 세상을 다른 면으로 보는 하나의 과정이 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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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눈이 보이지 않는 빨간 머리, 약간의 주근깨가 있는 지나는 마당에서 그네를 타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여동생을 놔두고 혼자 축구를 하러 갔던 오빠 막스는 오랜기간동안 동생을 찾았지만 흔적도 발견하지 못한다. 그리고 여동생의 실종은 집안의 불화를 일으키게 되고, 결국 막스는 집을 떠나 유명한 권투 선수가 된다.
그리고.. 한 시설에서 10살의 눈이 보이지 않는 소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형사 프란치스카는 이 의문의 사건을 조사하던 중, 10년전 똑같은 실종사건을 발견하게 되고, 두 사건을 연관하여 조사를 시작한다. 그러면서 프란치스카는 권투 선수 막스를 만나 동생 지나 실종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막스는 그날의 일이 영화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프란치스카는 시설 원장을 통하여 생각지도 못한 용의자를 추적하고, 그 용의자는 정말 자신만의 요새를 가지고 그 안에 사라를 가두고 있었고, 특이한 방법으로 자신만의 사냥을 하고 있었다. 자신을 찾아온 프란치스카를 은밀한 방법으로 지하에 가두지만, 프란치스카의 동료들과 막스로 인하여 완벽할 것만 같았던 그의 요새는 흔들리고, 사라진 소녀들은 다시 찾을 수 있게 된다.
특이한 성향.. 뭐라고 정의내리기 어려운 성향을 가진 용의자 자우터.. 그는 겉으로 보이기에는 아주 평범하다 못해 소심한 남자이지만, 내면에는 폭력적인 사이코패스였다. 어린 시절 그가 토끼를 괴롭힌 이유로 골방에 갇히게 되는데.. 용서를 빌어도 냉정하리만큼 그를 가두었던 부모님으로 인하여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이런 상처들이 그를 비정상적인 사이코패스로 만드는 요소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정말 병적인 성향으로, 꽃같은 눈이 보이지 않는 소녀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혼자서 그 순간을 즐겼던 그.. 눈이 보이지 않는 소녀들은 촉각이나 청각 등이 많이 발달하는데.. 그런 그녀들에게 거미를 풀어서 촉각으로 느껴지는 공포심을 주던 그.. 막스가 그랬던 것처럼.. 그 용의자를 죽도록 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시원하게 풀어내는 스토리.. 흥미로우면서도 약간은 징그러우면서도 책장이 휙휙 넘어가는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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