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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볼 수 없는 풍경의 기록
"다시는 볼 수 없는 풍경의 기록" 내용보기
그의 사진을 처음 본 건 안도현 시인의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시집에서였다. 가슴 따뜻한 시들 사이사이에 수십년 전의 골목길 풍경이 아름답게 실려있었다. 여러 사진 중에서도 특히 이 사진에 나는 빠지고 말았다.좁은 골목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너무나 이쁜 아이들의 미소. 밝은 표정. 가난하고 힘든 삶이지만 행복하고 활기차 보이는 한 장의 사진. 그러다가 문득 이
"다시는 볼 수 없는 풍경의 기록" 내용보기

그의 사진을 처음 본 건 안도현 시인의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시집에서였다. 가슴 따뜻한 시들 사이사이에 수십년 전의 골목길 풍경이 아름답게 실려있었다. 여러 사진 중에서도 특히 이 사진에 나는 빠지고 말았다.




좁은 골목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너무나 이쁜 아이들의 미소. 밝은 표정. 가난하고 힘든 삶이지만 행복하고 활기차 보이는 한 장의 사진. 

그러다가 문득 이 사진을 찍은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해졌고, 구글 이미지 검색을 통해 '김기찬'이라는 사진가의 작품임을 알게 되어 한 치의 망설이 없이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사진집이 여러 권 있었지만 그 중 가장 많은 사진을 담은 책은 품절되어 구할 수 없어 작은 사진집을 사게 되었다.


사진 하나 하나마다 짧은 설명이 달려있는데 그 설명이 모두 한 편의 시다. 도시의 발달로 사라져가는 골목의 풍경을 담고 그 안에서 사람 살아가는 모습을 사진으로 영원히 기록해 낸 기록의 산물. 

나는 너무 어릴 때의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 초등학교 입학 할 때 즈음부터 아파트에서 살아서 이러한 골목길 풍경의 모습은 실제로 겪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찍은 사진들을 보고 있자면, 이런 시절을 보낸 적도 없으면서 마치 보낸 듯한 착각과 겪어보지도 못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흐뭇한 상상을 하게 만들어 준다. 


책의 뒷부분 즈음에는 수십 년 전 골목에서 찍은 아이들이 자라서 아줌마 아저씨가 되어 다시 찍은 사진들이 모여 있다. 당시 골목길 배경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아파트나 다른 건물이 들어서 인물도, 배경도 모두 다르지만, 수십 년의 세월을 거친 시간의 흐름이 녹아있는 사진을 보면 뭔가, '이런 게 사람 사는 게 아니겠나' 싶은 짠한 감정이 든다. 


' 골목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이 숱한 얘기들을 나의 골목안 작업을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 못 하는 내 무능함에 안타까움만 남는다. 그리고 나의 고향과도 같은 서울의 골목이 새롭게 변모되어 가는 모습도 내게는 그리움으로 남는다. 우리가 죽고 새 아기가 태어나듯, 도시도 죽어버리고 새로운 도시로 다시 태어나는 것은 역사적 진실이리라. 또한 이 역사적 진실을 생생히 기록할 수 있는 것으로 사진 그 이상은 없을 게다. '

- p. 124



내가 여러가지 기록을 하며 습관적으로 나의 흔적들을 세기려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사진이든 글이든 꾸준히 기록을 하여 수십 년이 지나서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 과거를 역력하게 회상할 수 있는 사람은 참으로 장수를 하는 사람이며, 그 생활이 아름답고 화려하였다면 그는 비록 가난하더라도 유복한 사람이다. 예전을 추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의 생애가 찬란하였다 하더라도 감추어 둔 보물의 장소를 잊어버린 사람과 같다.

우리가 제한된 생리적 수명을 가지고 오래오래 부유하게 사는 방법은 아름다운 인연을 많이 맺으며 나날이 적고 착한 일을 하고, 때로 살아온 자기 과거를 다시 사는 데 있는가 하다. '

- 피천득

b*****x 2015.02.2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