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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부터 엠플렉스에서 종종 틀어 주는 작인데, 이거하고 리들리 스콧의 <블랙 레인>을 비슷한 시기에 (이 채널에서) 트는 바람에 개인적으로 좀 헷갈리기도 했으나 이제 하나를 확실히 봤으니 앞으로 그럴 일은 없을 듯하다.
이걸 두고 네이버 영화란에선 유저들 반응이 갈리는데, 한줄평은 대개 호평 일색이며, 줄글로 길게 쓴 유저 중에는 큰 실망을 표현한 이가 있다. 이 작은 개봉 당시에 제작측에서 제법 기대를 갖고 밀었으며 나도 기억이 선명하다. 그리고는 크게 말아 먹었는데 이에 대해 당시 미디어에서 분석해 댄 기사들의 기조도 대강은 기억이 난다. 이걸 극장까지 찾아가서 보지는 않았고, 비디오를 볼 수 있는 시설 중 좀 다른 곳(싼 데는 비치해 두지 않았음)에 어떤 분과 함께 보다 너무 재미가 없어서 다른 걸로 급히 바꿔 왔던 추억(?)도 있다. 그러니 이 작은 정말 지금 보는 게 처음 보는 셈이다.
외관상 돈이 많이 든 게 티가 나는 세팅만을 보고서, 대뜸 이건 괜찮은 작품이겠군 하고 조건반사적으로 반응이 나오는 수가 있다. 개봉 당시에 돈 많이 들인 티가 나는 작품을 보러 가는 쪽은 일단 속으로 경외심을 발동할 준비를 한다. 그러다가 재미가 좀 없다 싶으면 일단 눈치를 살피다가, 인터넷에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게 확실히 감지되면 대세다 싶은 부정 기류에 바로 투신하여 열심히 까 댄다. 이건 동시대 경로에서 그렇고, 옛날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는 혹시 과거에는 명작 취급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 싶어 일단 돈 들인 티만 보고 반응이 신중해진다.
저 사람들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사실, 그저 상업물을 보는 순간에도 자기 감정에 충실하질 못하고 루저 취급 안 받으려는 계산에 이처럼 느낌과 반응을 '정치적으로 조절'해야 하는 인생은, 본인이 그걸 자각하는지 모르겠으나 참 불쌍한 영혼이다. 이런 인간도 아마 스스로는, 그 나쁜 머리로 뭘 계산하는 과정을 거치기는 하니 이게 진짜 내 섬세한 취향이라며 당치도 않은 환각 속에서 흐뭇해할 것이다. 계산 못 하는 건 상관 없는데, 자기 느낌 자기 감정이라는 것도 제대로 정리 못 하며 헛바람만 들어 인생을 낭비한 자가 좀비 아니면 뭘까.
이 작을 찍을 때만 해도 아직 <펌프 업 더 볼륨> 등의 여파가 덕에 크리스천 슬레이터가 청춘 스타 취급을 받을 때였다. 극중에서 여러 대사 중에 '저 젊은이, 저 젊은이' 하는 말이 자주 들리는 것도 씩 웃음을 짓게 하는 포인트이다. 이때 벌써 머리가 벗겨지는 뽄새가 예사롭지 않고, 옷도 허름하게 입어서 전혀 청춘의 아이콘(한때) 아우라가 안 풍기는 그이기 때문이다. 여튼 뭘 하고 있어도 그의 얼굴을 보면 반가운 게 사실이다.
이 작은 당시에도 크게 흥행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이 작을 계기로 크리스천 슬레이터는 기나긴 암흑기로 돌입하여,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그저 공백으로만 채우고 말았다. 요즘은 이런저런 소품에 얼굴을 조연, 혹은 비루한 주연으로 비추기는 하나, 어디 이런 게 왕년 톱스타의 행보에 격이 맞는 선택이겠는가.
여기서 모건 프리먼의 캐릭터를 두고 '악당 주제에 웬 설교냐'면서 호되게 비판하는 유저가 있다. 악당이라고 해서 성경을 들먹이지 말라는(사실 진짜 성경 언급은 다른 배역이 맡았음) 법은 없겠으나, 각본이 뭘 폼 좀 잡아 보려다 어설프게 실패하면 설령 배우의 실력이 좋아도 애초에 형상화가 안 되는 법이다. 그렇다고 모건 프리먼이 여기서 악조건 하에 고군분투했다고도 생각이 안 든다.
이 작품과 비슷한 시기에 대홍수 후 남겨진 세계를 그린 케빈 코스트너의 대작 <워터월드>도 개봉되었는데 이것도 크게 말아먹고 한동안 코스트너가 빚 갚는다고 엄청 고생했다. 그 정도로 망하고도 정신을 못 차려서 <포스트맨>이란 비슷한 폐허물을 또 찍었기에 너무나도 깊은 수렁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했던 것. 1970년대에도 대지진, 화산 폭발 등에 비해 유독 홍수물은 큰 인기가 없었는데 찍기가 어려운 점도 있지만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재앙에도 차별을 두는지라 이쪽을 덜 선호하는 경향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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