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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날리뷰 LA에 살 때의 일이다. 결혼한지 10년쯤 됐을 때 첫 집을 사려고 여러 지역을 다녔다. 남편은 합리적인 사람이라 시가보다 싸게 나온 매물 위주로 살폈는데, 한 번은 너무 어처구니없는 가격인데 상태가 너무 좋은 집이 있어 가봤다. 남편은 당장에 계약을 하려고 했는데 나중에 리얼터가 이 집에 살던 사람이 죽은 채 몇 달 간 이 집에서 방치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집안 구석구석 시체가 썪었던 냄새가 묻어 있을 것 같아 나는 기겁을 했는데 남편은 도대체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계속 구입을 고집했다. 또 한 번은 집 자체는 아주 좋았는데 집에서 보이는 뷰가 공동묘지였다. 물론 미국의 공동묘지는 공원에 가깝고 조경도 아름답기는 하지만 죽은 사람들을 늘 마주보고 살아야한다는 게 역시 난 깨름찍했다. 물론 남편은 그게 대체 뭔 상관이냐 하는 쪽이었다. 마지막으로 계약까지 했던 집은 모든 조건이 다 좋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길 건너편에 사는 사람이 소아성애자로 범죄자 등록이 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집을 꽃나무로 아주 아름답게 꾸며서 이사하면 제일 먼저 친구로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던 사람이었는데 그 사실을 알고 난 후 결국 그 집도 포기했다. 아주 매력적인 작가인 알리 스미스는 어떤 측면에서 나와 남편의 성격을 모두 아우르는 사람같다. 우리는 살아 있지만 사실 우리 주변엔 죽음이 공기처럼 널려 있다. 우리가 사는 집에서도 언젠가는 누군가 죽었을 가능성이 있고, 내가 다니는 건물이나 거리 등에서도 누군가가 죽었을 수 있다. 꼭 그렇게 실질적인 죽음이 아니더라도 죽음은 늘 인간 주위를 편만하게 둘러싸고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반드시 늙어서 죽는 것도 아니고, 누구든 사고로든 병으로든 어느 나이에건,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죽기도 한다. 알리 스미스는 그런 죽음의 문제를 '호텔'이라는 공간을 통해, 무겁지 않게, 그러나 진중하게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알리 스미스가 다루는 호텔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으로서의 '월드'와 동일하며, 따라서 이것은 어떤 특정 호텔이나 그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이 세계에 살고 있는 모두가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다. 각각의 죽음은 개별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 죽음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으며, 각각의 개인도 모두 독립적인 자아처럼 보이나, 사실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 아름다움이 반드시 아름다운 것은 아니며 마찬가지로 추한 것이 반드시 추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씨실과 날실처럼 촘촘히 엮어서 알리 스미스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든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은 극히 일부이며, 그 이면의 것들을 자세히 살피고 그것들이 드러날수록 우리는 진실에 다가가게 되는데, 그것은 미추의 여부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서의 사실과 진실을 품고 있으며, 어떤 식으로든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시작은 프롤로그처럼 인용한 알베르 까뮈의 말에서 시작된다. 추락은 새벽에 일어난다. 이 추락으로 인한 한 인간의 죽음은, 그 이후 다양한 시간대를 오가며 그와 연관된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보여주며서 풍성해진다. 마치 잘 써진 시처럼 수미쌍관의 구조로 보이는 이 길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는 소설로 느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선사한다. 도발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알리 스미스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부디 당신에게도 이 소설이 닿길. 그들의 기억에 당신도 닿을 수 있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