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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레 시리즈 09권 『타인의 목(열린책들)』은 상테 교도소의 사형수 감방 11호실에 수감되어 있던 죄수가 탈옥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죄수의 탈옥을 돕는 자가 있었는데 바로 ‘매그레’ 반장과 수사판사 ‘코멜리오’ 그리고 교도소장 ‘가시에’였다. 세 남자는 그늘진 구석에 서서 죄수가 들키지 않고 교도소 담장을 넘는 모습까지 확인한 후에야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세 사람의 의견은 다른 듯했다. 외르탱이 범인이라고 믿는 쪽과 믿지 않는 쪽으로 나눠져 있었다. 두 사람은 매그레 반장을 신뢰하기 때문에 탈옥 계획을 지원했지만 혹시라도 외르탱을 영영 놓치게 될까봐 걱정이 태산이었다.
외르탱은 생클루 별장에서 헨더슨 부인과 하녀를 살해한 혐의로 붙잡혀 사형 선고를 받았다. 외르탱 사건은 ‘한꺼번에 두 명을 죽인 잔인한 사건이었고 경찰이 이른바 강력 범죄라 부르는 것이었다.(p.38)’ 매그레 반장은 사건 현장에 남아있던 발자국과 지문 같은 분명한 단서들 덕분에 수사를 시작한지 이틀이 지나지 않아서 외르탱의 자취를 찾아냈고 체포하였다. 그런데 매그레가 사행집행일 전날 밤에 탈옥시킨 것이다. 반장은 ‘외르탱이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으며 헨더슨 부인과 하녀의 죽음에 아무런 이해관계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p.41) 때문에 외르탱이 범인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게 되었다. 하지만 물질적 증거가 있는 상황에서 외르탱을 놓치고 살인범의 탈옥을 계획한 게 드러난다면 매그레는 큰 타격을 입을 게 분명했다.
이번 일은 내 직위가 달린 문제라네! 직위뿐 아니라 다른 많은 게 달려 있지…(p.24) 조금 전에 제 상관들에게 말씀드렸습니다. 범인을 넘기는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열흘 이내에 사직서를 내겠다고…(p.64)
매그레가 외르탱을 강제로 교도소 밖으로 보낸 이유는 공범이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외르탱이 공범에게 안내해 줄 거라고 믿고 형사들은 범인의 뒤를 쫓았다. 그런데 어느 조간신문에 외르탱이 스스로 탈옥한 것이 아니라 ‘탈옥하게끔 강제되었(p.34)’다는 기사가 실렸다. 상태 탈옥 사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이 편지는 어제 아침 라 쿠폴의 바에서 크림 커피를 마시던, 여러 나라 말을 유창하게 하는 손님이 쓴 것(p.68)’임이 밝혀지자 매그레 반장은 라 쿠폴로 향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잡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가짜 범인을 만들어 수사 당국의 밥으로 던지는 거지요.(p.200) 제 생각에는 그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무도 자기가 한 일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던 것 같습니다.(p.207)
매그레가 한 일은 라 쿠폴에서 사람들을 관찰한 것밖에 없다. 매그레의 직감을 작동시킨 인물들의 뒤를 따라다닌 것밖에 없다. 매그레 반장이 사건의 진실을 향해 가까이 다가서고 있음을 느끼고 숙모의 돈을 탐냈던 조카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가난하고 병들었지만 세상을 향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었던 영리한 범인은 매그레 반장의 기에 눌려 자신을 내보이고 만다. 지금껏 매그레 시리즈에서 범인으로 밝혀져도 안쓰러운 인물들이 많았지만 이번만큼은 인간적으로 동정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살인을 위해 살인을 한 자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심심풀이로요.(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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