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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은 2003년에 발표한 성커이의 첫 장편소설이다.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문단의 집중적인 관심과 찬사를 받으며 제1회 중화권 문학 및 미디어 대상 신인상을 수상했고, 그 후 제14회 광동성 신인작가상과 제8회 광동성 루쉰 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했다.
표지부터 눈길을 끌게 된 이 책은 첫 순간부터 중독되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흡입력 강한 작품이다. 그것은 바로 성, 섹슈얼리티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기도 한데 섹스에 서서히 중독되어 가는 좌이나의 모습이 결코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모든 여성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여성의 욕망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가의 시선때문에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었다.
시대는 1990년대로 경제발전을 위해 경제특구로 지정되어 다른 지역보다 먼저 발달하기 시작한 도시 선전이 소설의 공간적 배경이 된다. 자본주의 경제체제 속에서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에 휩쓸린 젊은이들의 욕망은 겉잡을 수 없이 분출되기 시작하는데 자유로운 성의식과 이제 껏 남성중심의 성문화가 점점 여성위주의 성문화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중독]은 여인 좌이나와 상고머리 첸진의 만남부터 시작하여 좌이나의 주변인물들을 통해 자본주의 경제체제속에서 갈 곳 없는 젊은이들의 상실감을 내포한 성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좌이나의 친구 쑤만은 이혼했지만 남성의 노리개가 아닌 성의 주체로서 자유로운 성을 즐기며 살고 있고 여성들 사이에서 당당하고 독립적인 성공한 싱글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또 한 여성 위안시린은 남편에게 매맞고 사는 여성으로 나온다. 자신의 성자유를 위해 흑인남자와 하룻밤을 보내면서 자신의 욕구를 분출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이 사건으로 인해 이혼을 하게 되지만 자신의 위치를 당당히 찾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여인 좌이나와 상고머리 첸진은 처음부터 무언가 어긋나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서로 엄청 싸워대면서도 결혼하게 된다. 도시 선전에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좌이나는 생각하지만 결혼하고 나서도 둘 사이는 깨소금나는 신혼의 모습을 찾아볼수 없다. 그러던 중 변호사 좡옌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지나치게 현실적적이면서 여자는 무조건 부엌일을 해야한다는 보수적인 사고를 하는 첸진과는 달리 좡옌은 합리적이고 매너가 좋았으며 좌이나에게 잠자고 있던 성을 일깨워준다.첸진과 이혼하고 좡옌과 완전한 사랑을 꿈꾸는 좌이나에게 의외의 복병이 있었으니 바로 좡옌의 딸 좡이신이었다. 첸진과 이혼날짜를 받아놓고 좡옌과의 사이는 어긋나기 시작할 때 첫사랑이었던 지무랑거가 좌이나 앞에 나타난다.그러나 완벽할 것 같았던 지무랑거와의 사랑도 한낱 꿈처럼 사라진다.
'아름다운 사랑이든, 행복한 결혼이든 멋진 나이트가운과 같아. 얼마나 많은 욕망이 그 안에 감춰져 있다가 벼룩처럼 튀어나와 나이트가운의 안팎으로 기어 다닐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야.
결국 좌이나의 사랑은 원점으로 돌아온다. 그것은 마치 하나의 인생여정처럼 그녀가 성을 알아가면서 자신의 안에 숨겨져 있던 성적욕구와 숨겨진 욕망을 발견하게 되지만 인생이 완벽하지 않듯 사랑 또한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처럼 보여진다. 비가 오는 날이 있으면 활짝 개이는 날이 있는 것처럼 인생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감수하게 될 때 비로소 완전해진다는 것과 같이 좌이나의 긴 사랑여정은 그렇게 인생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성커이작가의 [중독]은 현대인들의 섹슈얼리티를 통해 현실을 통찰하고 있으며 언어적인 유희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직설적이면서도 거북하지 않고 화려한 듯 보이지만 소박하다.마치 여성이 단순해 보이지만 복잡함을 내포하고 있듯이.... 이 소설이 통속적인 것 같은데 통속적이지 않은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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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중국의 개방화와 자본주의 물결을 거세게 흡입하고 있는 상징적 도시인 선전(深圳)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가부장적이고 남성 우월적인 전통과 서구의 개인적 자유와 평등적 사고는 사적(私的) 영역에서 수많은 잡음과 갈등, 신념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을 터이다. 특히, 사적 영역 중에서도 가장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성(sex)과 젠더(gender), 그리고 사랑의 가치에 대한 변화가 일으키는 사회적 파장은 결코 간과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 중심에 서있는 여성의 성적 개방화를 비롯한 성적 지위의 생태변화는 필연적으로 기존의 남성 중심의 성적 권력관계를 구성하는 결혼제도는 물론 각종 남성 중심의 성문화와 사회적 기율, 제도적 장치들과 충돌하게 된다. 이는 성(性)을 사적 영역에만 머물 수 없게 하는 사회적인, 공적 영역의 문제로 견인되게 한다.
수동적 성으로서의 여성은 더 이상 남성을 기다리는 억압된 성으로서의 여성으로 남아있지 않다. 자신의 감성과 욕망을 실현하는데 적극적이고, 사랑이 충족되지 않는 결합은 언제든지 털어버리고 해체시켜버린다. 이러한 새로운 섹슈얼리티에 기초한 사랑관은 미처 적응하지 못한 남성들, 여전히 권위적이고 전통적인 남성 우월적 성을 떨쳐내지 못한 남자들을 분노와 좌절, 고통으로 몰아넣는다.
이에 대비하여 사업적 접대와 출장 등에서 매춘 여성들과의 성 관계를 가진다던가, 사회의 우월적 지위를 통해 성 접촉을 하는 위안시린의 남편을 통해 기성 사회가 남성 중심의 성 환경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줘이나가 그녀의 정부(情夫)인 좡옌이 출장 중에 여성으로부터 마사지 서비스를 받은 것을 계기로 감정적 충돌을 일으키는 것도 이러한 왜곡된 성의 구조를 강조한다.
줘이나의 경우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푸념이자 남편에 대한 조롱인데, ‘성적 무능력’, 즉 여성의 성적 주도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남자들의 자기중심적 성 관념에 대한 불만이 도사리고 있다. 위안시린이나 쑤만의 불만도 여기에 기초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줘이나의 경우 정부인 좡옌의 도움으로 직업을 유지하고 있어, 그녀에게 첫 성 경험을 안긴 남자를 만나 완벽한 성적 희열에 도취되어 있음에도 좡옌과의 이별을 망설이는 것이나, 쑤만의 높은 경제적 능력이 남자들과의 잠자리를 주도하는 것이 그런 예이다. 결국 이처럼 여성의 성적 지위 향상은 기존의 남성 우월적 성 권력에 의하여 짜여 진 사회 시스템의 재편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처럼 변화된 섹슈얼리티에 대해 남성들의 인식전환은 회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양상을 전해주는 사건이 있는데, 성병에 걸린 위안시린과 그녀의 남편‘마샤오허’와 사이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이다. 만취한 위안시린이 남편에게 외도한 사실을 말하고 그래서 성병에 걸렸음을 고백하는 것인데, 이것은 신뢰의 배반이라고 길길이 뛰며 이혼을 요구하는 구실이 된다. 그러나 이혼합의 시간을 지연시키던 위안시린은 종합검진결과 성병의 증세가 나타나지 않자 삼십만 위안을 요구하며 남편의 겁박을 오히려 역공한다. 공장운영을 하는 마샤오허로서 이러한 거금은 사업의 파탄을 의미하며 아내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구걸하는 위치로 역전되는 것이다. 이때 위안시린이 하늘하늘한 잠자리 가운을 걸치고는 눈길한번 주지 않고 육감적인 몸을 흔들며 성의 우월자로서 남편을 냉담하게 외면하는 것은 바로 권력 재편의 멋진 상징적 장면이 된다.
소설의 대단원에 이르러 줘이나가 첸진 어머니의 임종에 같이 함으로써 가족이란, 부부란 어떤 것인지, 때론 갈등하기도 하지만 사랑하고, 위로하며 위로받기도 하는 것, 행복이란 고통과 함께하는 것임을 자각케 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비로소 첸진 역시 성적 평등자로서 줘이나를 존중하고 이해하게 됨으로써 새로운 섹슈얼리티 시대에 요구되는 균형과 조화의 성을 발견케 한다.
줘이나의‘평평한 가슴(小說 原題: 水乳)’이란 현대의 외형적 조형미에 대한 반감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새로운 욕구와 새로운 불안들을 만들어내는 오늘의 개방된 기획사회를 탁월하게 성찰해내고 있다. 소설적 완성도는 물론 주제의식과 가치 제안적 역량이 그 어느 중국 문학보다 높은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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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深圳). 그곳은 홍콩의 중심인 침사초이에서 MTR로 40분만 가면 도달 할 수 있는 곳이다. 또 중국에서 독특한 위상을 차지한 월(越)의 중심이자 상업도시 광저우에서도 고속열차로 4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가장 먼저 성장한 경제특구로 이 때문에 중국에서 유일하게 덩샤오핑의 동상이 서 있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에 발을 디딘 다음해인 2000년 방송 때문에 처음 이곳에 간 후 이런저런 이유로 일년에 한번 정도는 선전을 들렀다. 선전은 내가 가장 첨예하게 중국을 볼 수 있는 곳이자, 미래를 읽어낼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과거 작은 어촌이었지만 지금 선전의 지금 호구인구는 1036만명이고, 유동인구까지하면 2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성커이의 소설 ‘중독’(자음과 모음 간)의 배경은 선전이다. 그리고 선전에서 살아가는 인간 군상의 가장 신랄한 보고서이자, 급속히 물신화되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이야기다. 소설의 주인공 좌이나는 신장이 고향이다. 스무살에 108번째 포도나무 아래에서 지무랑거라는 남자에게 정조를 주었는데 혈흔이 없다는 이유로 그후에 외면받아버린 여자다. 여인도 결국 남자가 간 선전으로 가는데, 그곳에서 선전에 호구(카스트와 같은 중국의 주민등록)가 있는 남자 첸진을 만난다. 공무원인 첸진과 둘은 삶에 쫓기듯 결혼을 하고, 티격태격 살아간다. 그러던 중 좌이나 앞에 변호사 좡옌이 나타나고 결국 좌이나는 두 남자를 오가면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삶은 산다. 물론 이들의 주변에서 오가는 많은 남녀들 또한 어떤 한곳에 정을 주지 못하고 방황한다. 사실 어떤 이들은 이들의 방종이라고 볼 수 있는 남녀관계가 신기할지 모르지만 내게 인상적인 것은 그 변화 속에서 방황하는 영혼 자체가 그저 인상적일 뿐이다. 그런 느낌은 내가 가장 공감했던 쉬안화 감독의 영화 ‘남자사십’과도 닮아있다. 홍콩의 중학교 문학교사였던 린야오궈(장학우 분)는 제자 황위에의 고민의 줄을 타게 된다. 제자와 스승이라는 감정의 골을 타던 둘은 홍콩을 떠나 선전을 찾는데, 사실 경계가 있을 뿐 홍콩과 선전을 닿아있고, 현대인이 담는 삶의 공허 또한 닮아있다. 때문에 홍콩의 공허는 선전의 공허가 됐고, 이후 상하이의 공허, 베이징의 공허, 톈진의 공허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은 좀 허무할 정도로 원칙적이다. 첸진의 어머니의 사망과 장례를 치루면서 그 부부는 결국 다시 합치게 된다는 다소 원칙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73년생 작가라서 파격적인 결론이 나올지 알았는데 의외였다. 하지만 이는 결국 가족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고민을 찾아가는 중국 현대인들의 고민하는 과정을 담았다는 점에서도 의외라고 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중국 당대 소설에 중국을 접근하고 있는데 시사하는 바가 많은 소설이었다. 사실 이제 이들이 겪는 문제는 선전의 문제만이 아니다. 광저우나 상하이, 톈진이 이미 선전의 국민소득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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