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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하게 생을 이어가는 사람들
"처절하게 생을 이어가는 사람들" 내용보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입이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투자를 한다. 방법도 다양하여 믿을 건 부동산이라는 이도 있고 전문적인 공부를 통해 주식과 펀드에 직접 운영하는 이도 있다. 그들이 바라는 건 높은 수익성이다. 모두가 투자 이상의 수익을 남기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는 건 나같은 이도 아는 사실이다. 직업적인 전문가에게 맡겨둔 경우 손실이 나면 투자자는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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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입이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투자를 한다. 방법도 다양하여 믿을 건 부동산이라는 이도 있고 전문적인 공부를 통해 주식과 펀드에 직접 운영하는 이도 있다. 그들이 바라는 건 높은 수익성이다. 모두가 투자 이상의 수익을 남기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는 건 나같은 이도 아는 사실이다. 직업적인 전문가에게 맡겨둔 경우 손실이 나면 투자자는 얼마나 속상할까.  은행의 경우도 그렇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거라 믿었던 곳, 정부가 믿고 지원하는 은행이 부도가 난다면 예금자들은 어디에 책임을 물어야 할까. 소설 <유니언 애틀랜틱>를 보면 정부와 은행 사이에 어떤 긴밀한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있다.   

 

 책은 이라크 파병과 ‘9.11’ 테러가 남긴 상처로 힘들어하는 상황을 배경으로 네 명의 주인공을 통해 그 시간을 살아가는 미국인의 삶을 보여준다. 야심 가득한 은행가 더그는 유니언 애틀랜틱을 키운 장본인으로 화려한 저택을 짓고 혼자 살아간다. 성공은 부와 명예를 가져다 주었지만 더그는 철저하게 혼자였다.  알콜 중독인 엄마로 힘들었던 어린 시절과 해군에서 경험한 전쟁의 실체 때문이다. 이익과 승리를 위해 무참한 살상을 자행하는 조국을 이해할 수 없었고 어느 누구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했다.  

 

 옆집 사는 샬럿은  허영과 사치로 가득찬 집이 할아버지가 기증한 땅에 개인의 탐욕을 위해 지어졌음에 경악하고 소송을 시작한다. 문학과 신념을 삶의 목적으로 살아온 샬럿과 물질이 그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있다는 더그의 신경전은 마치 미국의 과거와 현재가 충동한 듯 보인다. 과거 역사 교사로 일했지만 현재는 두 마리의 개와 살고 있는 샬럿은 동네 주민들에게 외고집으로 통한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건 절대 타협하지 않기 때문이다. 샬럿 역시 젊은 시절 연인의 죽음으로 인해 깊은 상처를 지닌 사람이다.  지울 수 없는 사처를 가진 둘은 그렇게 닮아있었다.

 

 샬럿에게 역사를 배우러 오는 소년 네이트는 더그의 저택를 두리번거리다 그와 인연을 맺는다. 더그에게 네이트는 욕정의 대상이었지만 네이트는 그렇지 않았다. 아버지의 자살로 우울한 집안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고 점점 그를 좋아한다. 네이트에겐 샬럿도 그랬다. 자신의 상처를 객관적으로 봐주고 위로해주는 사람이었다. 소비 문화에 빠져 마약과 술에 취한 친구들보다 훨씬 자신을 이해하는 듯 느껴졌다.

 

 승승장구 하던 글로벌 투자 은행인 ‘유니언 애틀랜틱’이 위기에 처하고 미국 정부는 어떤 결단을 내려야 했다. 작가는 이 과정을 무척 생생하고 밀도있게 그렸다. 미국 4대 투자 은행 중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샬럿의 동생인 헨리는 ‘연방 준비은행’의 총재로 정부의 입장에서 타격을 최소화하는 건 모든 책임을 더그에게 돌리는 거였다. 이로 인해 더그는 저택을 잃게 된다. 어쩌면 더그에게 지난 삶을 돌아보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는지 모른다.

 

 연방 준비은행의 총재로 정부와 미국 시민을 위해 일하는 헨리는 누구보다도 누나가 평온하기를 바랐다. 과거 속에서 살고 있는 누나가 안쓰러웠다. 이제 현실을 인정하고 자신과 편안하게 살아주기를 원했지만 샬럿은 낡은 집에 스스로 불을 내고 함께 생을 마감한다. 더그가 몰락한 걸 알았더라면 샬럿은 죽음은 선택하지 않았을까.

 

 세계 경제의 흐름, 특히 미국 사회와 경제를 파악하고 있는 사람에겐 무척 흥미로운 소설이다. 세계 최대 강국인 미국이 전쟁과 테러를 자국을 위해 어떻게 이용하고 있으며 이를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돈이라는 게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을 지배하고 그들의 삶에 어떻게 흘러가는지 헨리는 말한다.

 

  “사실 중요하지 않아요. 이걸 다 합쳐 봤자 8백 혹은 9백만 달러밖에 되지 않아요. 한 시간에 이보다 더 많은 돈이 전자 시스템을 통해 오가요. 이 모든 것이 신뢰 하나에 의지해서 돌아가는 겁니다. 모두 협력해서 그렇게 만드는 거죠. 믿음이라도 해도 좋아요. 나도 가끔은 그렇게 말하니까. 물론 세속적인 믿음이지만 이 믿음이 없다면 우리는 빵 한 조각도 살 수 없어요.  

 

 우리 누나가 항상 일깨워 주는 바이지만 더 큰 윤리적인 문제는 물론 사람들이나 정부가 그 돈으로 뭘 하느냐는 것이겠죠. 약을 사느냐, 음식을 사느냐, 무기를 사느냐. 하지만 이 세상에는 어떤 것들을 하기 위한 조건들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든 이 시스템은 돌아가야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지갑에 든 종이돈을 믿어야 하고요. 그리고 그 믿음은 어딘가에서 비롯돼야 하는데, 바로 은행에서 그 믿음이 시작되는 거죠.” p. 284 

 

 충분히 수긍하지만 은행을 믿고 돈을 맡길 수 있도록 정부가 제대로 관리를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물가를 안정시키는 정책과 불황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치를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같을 것이다. 경제 소설이라 불러도 좋다. 한데, 내게는 너무도 처절하게 살아가는 더그와 샬럿의 생이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지난 시절을 잊고 잘 살아보고 싶었던 더그, 연인의 죽음이라는 트라우마와 함께 살아온 샬렛의 삶은 화려하게만 보이는 미국 사회의 숨겨진 단면인 것이다.

 

 행복한 삶을 위한 조건이 반드시 물질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물론 풍족한 생활이 나쁜 건 아니다. 그러나 과연 물질만으로 충만한 삶을 살고 있냐는 질문에 확신에 찬 답을 할 이는 얼마나 될까.

r*********s 2011.09.0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