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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이렇게 해야지...[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
"공부는 이렇게 해야지...[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 내용보기
1. 지난 해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끈 것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란 강의였다. 텔리비전에서 보여주고 책으로도 나왔는데, 하버드 대학의 강의 모습을 담은 것이라 더 눈길이 갔다. 강단이 아래쪽에 있고 부채꼴로 계단을 만들어 배우는 이들이 앉아서 묻고 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가 있다. 제임
"공부는 이렇게 해야지...[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 내용보기

1.

지난 해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끈 것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란 강의였다.

텔리비전에서 보여주고 책으로도 나왔는데, 하버드 대학의 강의 모습을 담은 것이라 더 눈길이 갔다.

강단이 아래쪽에 있고 부채꼴로 계단을 만들어 배우는 이들이 앉아서 묻고 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가 있다.

제임스 브리지스 감독이 1973년에 만든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 The Paper Chase>이다.

깐깐한 교수 밑에서 공부하는 대학원생의 모습을 잘 담은 영화로, 나중에는 텔리비전 드래머로 나왔다.

공부와 사랑을 같이 하기가 어려운 때지만 힘겹게 이겨내는 모습이 보기에 좋은 영화였다.

 

2.

미네소타 대학을 마치고 하버드 대학 법과대학원(로스쿨)에 들어간 제임스 하트(티모시 보텀즈)는

킹스필드 교수(존 하우스맨)의 '계약법' 첫 강의 때 혼쭐이 난다.

미리 익혀오라던 사례를 일어나서 말하라고 하는데, "전 아직 읽지 않았습니다" 했다가 묵사발이 된다.

"내 수업을 자네 생각 대로 짐작하지 마. 첫 수업이라 대충 강의 소개나 할 줄 알았지..."

 

"내가 한 사람을 불러 물으면, 그는 대답을 하는 거다. 왜 그냥 내 강의를 안 하냐고?

내 물음을 거쳐 너희들이 스스로 배우게 되고, 묻고 답하면서 문제를 파헤치는 힘과

사람들 사이를 꿰뚫는 힘이 생기는 거야." 킹스필드 교수는 제 강의를 어떻게 할지 알려준다.

 

그러면서 배우는 이들한테 따끔한 말까지도 같이 한다.

"알맞는 답을 찾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야. 그러나 그것은 너희의 착각인 걸 내가 장담하지..."

그래도 여기에서 배우는 건 잘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나름 똑똑하다는 사람들의 기를 팍 죽이며.

"...멍청한 머리로 이곳에 들어와서 변호사의 머리로 나가게 될 거야"

 

하버드 법과대학원의 전설이 된 킹스필드 교수한테는 제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깨지기 쉽다.

지난 마흔 해 동안 법과대학원을 거쳐 이젠 변호사가 된 이들도 '킹스필드' 라는 이름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제가 공부한 것을 추려서 다른 사람들한테 돌리고 같이 공부해보자고 포드가 만든 모임에서조차

킹스필드 교수의 계약법은 맡기 싫어했다. 하트가 맡겠다고 나섰지만...

 

3.

머리가 터지도록 공부를 해야 하는 하트나 법과대학원생에겐 사랑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로 여겨진다.

공부할 시간을 잡아먹기 때문에 앞길을 망친다는 것.

 

그런데 하트는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가 "누가 따라와요. 잠깐만 같이 가주세요" 하며

팔을 붙잡는 수잔 필드(린제이 와그너)를 제 집까지 바래다 주다가 엮이게 된다.

 

그렇지만 곧 뉘우치며 수잔한테 투덜거린다.

"너를 자주 만난 뒤부터 열심히 하지 못했어. 잠도 푹 못자고, 포도술도 많이 마시고, 몸도 나빠졌고...

쇠날 미리 챙기지 못한 걸 킹스필드에게 걸렸어. 대답을 못했거든..."

 

그런 하트를 바라보면서 수잔은 속으로 '그럼 나하고 헤어지자는 말이냐?' 며 묻고 있었다.

"모두 내 잘못이라는 거야?" 하며 따지고는 가버린다.

 

영화는 시골뜨기 하트가 한 가닥 하는 이들과 같이 힘들게 공부를 하는 모습을 한 줄기로 삼고,

뜻밖에 만난 수잔과 나누는 사랑을 다른 줄기로 삼아 보여주었다.

그 가운데 킹스필드가 끼어서 양념 구실을 톡톡히 하고.

 

나중에 이곳을 나와 대통령이나 대법원장, 월스트리트에서 이름난 이가 되기도 하는 하버드 법과대학원을

높이 치는 장면은 예일이나 스탠포드 같은 대학에서 보면 너무 한 듯했지만,

그렇게 공부에만 빠져 성적을 잘 받아 세상에 이름이 나려는 이들한테 따끔한 소리를 해주는 수잔이 있어

무게추가 얼추 맞았다. 

"너희 로스쿨 학생들은 다 똑 같아. 상황을 지켜보지는 못하고, 늘 정리하려 든다고...사람의 알 수 없는

감정들을 특정한 틀에 넣으려 해...사람은 본디 비이성적인 짐승이야."

 

4.

곁에서 깐죽대는 천재들에게 꿀리지 않고 끝까지 제가 하고자 하는 걸 이뤄내는 하트를 맡은

티모시 보텀즈는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콧수염을 기른 얼굴이지만, 여리게 보이는 얼굴이어서 팍 와닿는 모습이 아니었다.

 

하트가 공부와 사랑을 어떻게든 이뤄내려고 하기 때문에 가장 돋보여야 하는데,

오히려 계약법으로 배우는 이들을 혼쭐 내는 킹스필드 교수 노릇의 존 하우스맨이 더 두드러져보였다.

곧게 선 코와 꽉 다문 입만 봐도 깐깐해 보이는데 한 번도 웃지 않고 근엄한 얼굴을 보여주는 게 좋았다.

뉴욕의 줄리어드 학교에서 연기를 가르치는 교수였다니 '연기란 이런 것이다'를 몸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수잔을 맡은 린제이 와그너는 담담하게 풀어가면서도 사랑을 놓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시시콜콜 털어놓으며 재잘거리는 모습이 아니라 조금은 비껴 있는 듯 덤덤하게 하트를 바라보는 게,

오히려 애틋한 사랑을 보는 듯해서 끌렸다.

 

하트와 같이 공부하는 이들 가운데 케빈 브룩스(제임스 노튼)가 가장 안쓰러웠다.

아내 애슐리의 집안이 잘 살아 대학원 성적만 좋으면 잘 나갈 수 있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케빈은 한 번 보면 머리속에 사진처럼 박혀있다고 했지만, 사진은 사진일 뿐이다.

킹스필드 교수가 바라는 건 사진이 아니라 그 일을 파헤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말하라는 것.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그게 무엇을 뜻하고 어떻게 갈무리를 해야 할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

그러니 외우는 건 귀신 같아도 그들이 엮인 고리를 풀어 말하는 데는 젬병인 케빈은 미칠 노릇이다.

 

아이큐가 190이며 5대째 하버드에 다닌다는 포드한테 기죽지 않고 말하는 하트의 배짱이 좋았다.

"미네소타에서 천재랑 같은 방을 썼는데, 그는 법과대학원 시험에서 떨어졌어.(그러니 너도 별 거 없어!)"

 

5.

영화를 보면서 궁금한 대목이 더러 있었다.

하버드 법과대학원이 3년제인지 하트는 1학년으로, 처음 기숙사에 대해 말해주는 이는 3학년으로 나온다.

학기제가 아닌 학년제로 움직이는지 궁금하다. 요즈음과 달리 옛날 일이라 그럴까?

영화에선 1학년을 마치고 계약법과 민법, 형법 따위 시험을 보는 것으로 나온다.  

이들이 걱정해야 하는 건 졸업 시험이나 변호사 시험일 텐데, 과목 시험을 더 걱정하는 듯 나오는 게

쉽게 와닿지 않았다. 나로서는 알쏭달쏭하다.

 

'레드 셋'이라며 교수들이 대학원생일 때 적어놓은 공책 따위를 따로 도서관에서 갖고 있었는데,

배울 때 적어놓은 알맹이를 왜 도서관에 갖다 놓는지...그런 건 스스로 챙겨놓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학부생이 아닌 대학원생을 가르치는 데 그렇게 큰 강의실에서 한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서른 사람쯤이 모여서 해도 많다는 생각이 드는데, 무려 백 사람이 넘는 이들을 모아놓고 하는 게 맞을까?

 

킹스필드 교수의 강의실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계약법을 공부하지 않은 이가 알아듣기 어렵기도 하고,

수잔이 사는 곳이 처음에는 혼자 사는 듯 보이다가 나중에는 아버지와 같이 사는 것으로 나오고,

집도 처음과 달라 보이는 건 어쩐지 티로 보였다.

마지막 시험을 위해 하트와 포드는 호텔에 방까지 잡아놓고 공부를 하는데,

거기서 벌어지는 일들은 우습기는 해도 법을 배운 이가 할 일은 아니다 싶고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짜임새가 좋고 나오는 이들의 연기도 매끄럽지만 별은 네 개만 주었다. 

 

6.

하트가 법과대학원을 마치고 변호사가 되었을 때, 어렵게 공부를 할 때보다 더 마음이 편하고 좋을까?

내 생각으로는 정말 힘들었지만 공부할 때가 더 좋았다고 느끼지 않을까 싶다.

밤새 책 속을 파고드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밥벌이를 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견주면 그게 쉬워 보인다.

스스로를 속일 까닭도 없고, 남한테 잘 보이려 아양을 떨거나 아부할 까닭도 없으며,

없으면서 있는 척 하거나 있으면서 없는 척 하지 않아도 된다. 공부는 있는 그대로 하면 되니까.

 

영화 속에서 킹스필드 교수한테 깨지면서도 머리에 김이 나도록 공부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나도 다시 배움터로 돌아가 공부를 하고픈 마음이 들었다. 그때가 그립기도 하고.

 

이 영화가 나온 지 벌써 마흔 해쯤 되었는데, 디뷔디는 사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번에 눈에 띄었다.

화면이나 소리는 괜찮다. 그렇지만 덤으로는 예고편조차 없어 14,500원이나 하는 값에 견주면 아쉬웠다.

b******g 2012.04.08. 신고 공감 8 댓글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