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비극적 사건 중 하나인 세월호 참사. 참사의 희생자 중 베트남에서 이주한 외국인 며느리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실제로 베트남인 희생자가 있었으며 이 소설이 쓰이기 까지의 취재와 현장에서의 스토리도 담겨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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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출판사에서 출간한 방현석 작가님의 장편소설 <세월> 리뷰입니다. 제목과 색감만 봐도 어떤 사건을 배경으로 알 수 있다는 게 조금은 슬픈 일이네요. 알다시피 이 소설은 세월호 사건을 배경으로 합니다. 제목만 들어도 먹먹한데 읽다 보니 눈물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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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소재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지하고 잡았기에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알고 있었음에도 그것을 담담한 문체로 그러나 묵직하게 풀어내시는 작가님 덕분에 글자마다 문장마다 스며있는 아픔들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어요. 다문화 사회를 지향한다는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도 너무나도 닫혀 있는 사회이고 그 안에서 쉽게 소외되는 계층에 대한 이야기를 외면하지 않고 풀어내주신 작가님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
![]() 이 글을 쓰는 2018년 7월 3일 아직 찾지 못한 5명의 미수습자가 있다. 단원고 남현철 군, 박영인 군, 양승진 선생님 그리고 권재근 님 아들 권혁규 군. 사실상 마지막 수색작업이 진행중인데,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기원하며 위의 도서 『세월』의 서평을 쓴다. 위의 도서 『세월』 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4년이 된 어느날 즐겨듣던 [김용민 브리핑](「오늘을 읽는 책」-정선태 교수)에서 위의 도서 소개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유일했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던 세월호 사망자인 판응옥타인(한국명 한윤지) 씨와 미수습자인 남편 권재근 씨, 아들 권혁규 군 그리고 생존자인 딸 권지연 양의 가족 이야기를 소설로 만든 작품이다. 어제(2018.07.02) 뉴스에서도 군정보 기관인 '기무사'가 세월호 대응팀을 만들어 사찰을 한 것이 밝혀졌듯이
정부의 잔악한 대처와 냉대 속에 '가족'을 위해 맨몸으로 버텨야했던 유족들이 느꼈을 참담함과 억울함이 차가운 파도처럼 넘실넘실 전해져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 더욱이 소설과 현실속에서 내심 '보상금'을 부러워하고선 혐오의 언어를 부끄럼없이 내뱉는 혐오의 말과 행동은 끔찍한 우리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안일하고 폐쇄적이고 오로지 돈만을 쫓는 불안하고 위태로운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시각과 언어 그리고 행동을 해야할지를 위의 도서 『세월』은 씁쓸히 묻는다. p.s. 관련 기사, 영상 ▷ 가족 기다리던 다문화 엄마 홀로 장례식 - YTN ▷ 놓지 않는 희망의 끈…세월호 미수습자 5명 수색 시작 - SBS ============================== 팽목항에서, 안산의 옹색한 외국인 합숙소에서, 까마우 강변의 집에서 내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이 누구보다 사람다운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국적보다 자신의 사랑을 용기 있게 선택했던 그녀, 아이들에게 엄마 나라의 말로 엄마를 부를 수 있게 가르쳤던 그녀의 남편,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벗어 다섯 살 동생에게 입혀준 여섯 살 난 아들, 정말 '사람'이었던 그들을 생각하며 쓰는 동안 자주 울어야 했다. 살아 나갈 길을 친구들에게 양보했던 아이들, 아이들과 운명을 같이 한 선생님들, 자신의 자리를 마지막까지 지켰던 말단 객실승무원들, 그리고 슬픔을 모욕하는 자들에게 굴하지 않고 3년의 세월을 견디며 싸운 가족들에게 경의를 바친다. 그들이 있어 대한민국과 우리 안의 진실이 침몰하지 않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2017년 4월 방현석. p 005, 006 사람다운 사람들 작가의 말 ============================== 아직 번호가 되지 못한 가족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번호가 되어 돌아온 가족과 함께 떠나는 이들을 부러워했다. 159번으로 올라온 린은 축하를 받았다. 세상에서 가장 기막힌 축하였다. 미친 세월이지 않고서야 이게 어떻게 축하를 받을 일인가. 비참한 부러움과 끔찍한 기다림이 교차하는 박의 눈동자는 바다처럼 흔들렸다. 열일곱 살 딸을 기다리는 남자는 두터운 손등으로 눈가를 훔쳤다. 박의 아내는 손에 쥔 묵주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따뜻하게 잘 보내세요. "추웠을 거예요." 투이가 옮겨주는 말이 그의 귓전을 지나쳤다. 악몽보다 더 혼란스러운 밤이 지나갔다. 그는 아침을 먹으러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린을 냉동고 안에 넣어두고도 배가 고픈 자신이 미친 것만 같았다. 돌았어. 옆 천막에서 나오던 박의 의아한 눈빛은 그에게 묻고 있었다. 왜, 가지 않았어요? 난 아직 더 기다릴 사람이 있어요. 딸이 내 가족이면 사위도 내 가족이고, 외손자도 내 가족이잖아요. 그렇게 해서 쩌우와 로안은 떠나지 못하는 유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들은 생존자 가족인 동시에 실종자 가족이기도 했다. 그런 가족은 그들이 유일했지만 그들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아무도 그들을 찾지 않았고 무엇도 그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대로, 박의 뒤를 따라다니며 알아들을 수 없는 설명을 듣고 배가 들어오면 희생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무성영화를 보는 것처럼 하루가 더디게 지나갔다. 낮은 길고 밤은 추웠다. 나에게 어떻게 해도 그건 괜찮아.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아도 내 사위와 내 외손자를 내가 알아보지 못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그런데 탈출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왜 내 딸이 거기서 죽어야 했는지, 내 사위와 외손자가 왜 아직도 저 안에 갇혀 있어야 하는지는 누군가가 설명해주어야 하지 않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그의 말은 파도가 되어 산산이 부서진 채 흩어졌다. 쉼 없이 몰려와 방파제에 부딪히는 파도를 바라보며 그는 부서진 말을 다시 모아 가슴에 쌓으며 또 하루를 보냈다. 까마우의 바다에서 나고 자란 어머니와 경비정을 타고 바다를 누비며 젊은 시절을 보낸 아버지를 둔 일곱 살짜리 내 외손자가 왜 아직까지도 돌아올 수 없는지는 설명해주어야지. 걸음마보다 바다에서 노는 법을 먼저 딸에게 가르친 내게도 그 정도의 알 권리는 있는 것 아닌가. p 050 ~ 052 세월 ============================== 난 선생님을 믿었고, 선생님은 선장을 믿었겠죠. 배가 그렇게까지 많이 넘어간 줄은 저도 몰랐죠. 넘어진 배가 뒤집히게 생겼으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게 하는 게, 탈출 시키는 게 당연한 거잖아요. 그런데, 그 선장이란 새끼와 선원들이 애들을 다 버리고 지들끼리 도망칠 줄 어떻게 알았겠어요. 더구나 이 시각엔 이미 인근의 어선들이 구조하러 달려와 있었고, 근처를 지나던 대형 유조선이 사백 명이고 오백 명이고 다 태울 수 있다고 빨리 탈출시키라고 하던 중이었다잖아요. 그는 다시 휴대폰의 통화기록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4월 16일 09시25분, 통화시간 37초, 그 시간에 그도 까마우에서 잠겨가는 배를 TV로 지켜보고 있었다. 뛰어내리게만 하면 되는데 관제소도 해경도, 청와대도 보고만 받고 아무도 탈출시키란 지시를 않고…… 애들이 살아서 발버둥치고 있었을 하루 동안 배안에 잠수요원 한 명 투입하지 않고 사상 최대의 구조작전이라고 사기나 치고, TV는 그걸 하루종일 돌려댄 거예요. 올라온 애들 손톱 다 새카맣게 된 거 봤잖아요. 애들이 차오르는 물속에서 살려고 발버둥치다 그렇게 된 거 잖아요. 송희네 반 애들만 스물한 명이 그렇게 간 거예요. 애들이 그토록 아프게 죽어가는 시간에 젖은 돈을 말리고 있었던 선장과 어디에도 없었던 나라의 책임자를 난 믿은 거예요. 왜그랬을까요. 그는 정말 알 수 없었다. p 055, 056 세월 ============================== "아빠, 나 이제 공장에 안 나갈래." 그래, 그래도 시우와 네 형부 찾을 때까지 기다리려면 어쩌겠니 . 사람들을 따라다니는 차비와 약값은 벌어야 버틸 수 있었다. "너도 도축한 닭의 생살을 만지는 게 쉽지 않지?" "그것 때문이 아냐, 아빠." 그게 아니면 왜? 로안은 그가 짐작한 것보다 한국말을 훨씬 많이 알고 있었다. 알아들으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그에게 전하지 않은 말을 딸은 비로소 털어놓았다. "한국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알아? 보상금을 얼마나 받아먹으려고 여기까지 와서 저러고 있냐고 해." 보상금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쓰이는지는 그도 대충 짐작했지만 차마 그렇게까지 쓰일 줄은 몰랐다. "한국이 끔찍해." 그래도 그는 그만두자는 말을 하지 못했다. 얼굴도 모르는 남한테 차비를 신세 지는 비참함이 그런 말을 들으며 일하는 것보다 덜 끔찍하진 않다. 남이 아무리 나를 비참하게 만든다고 해도 나 스스로 비참해 지는 것보다 끔찍하진 않다. 그게 적의총구 앞에서 살아남은 이론 없는 전사가 세상을 견디면서 얻은 유일한 깨달음이었다. 이 낮선 땅에서 스스로 더 비참해지지 않으려면 일을 해야 하는것이다. "난 여기가 너무 무서워." 로안은 투이에게 지난밤 그에게 했던 말을 다시 했다. "사람이 아직도 바닷속에 갇혀 있는데…… 사람들이 돈 얘기를 해." 투이는 로안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담배연기를 길게 뿜었다. "그게 한국이야." 우린 돈 바란 적 없어. 신세 지지 않으려고 닭공장에 나갔어. 닭 시체를 만지는 일이 얼마나 징그럽고 끔찍한지 투이 언니도 모를 거야. "난 안 해보고, 안 당해본 일이 있을 것 같으니……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돈뿐이 모른다고 생각하지. 슬픔이나 자존심 같은 건 있을 리가 없는." 투이는 새 담배를 꺼내 이어 붙였다. "돈이 인격이고, 돈이 없으면 사람이 되지 않는 세상. 돈 앞에서 아주 공정한 나라야." "우린 여기서 사람이 될 길이 없구나...." p 072 ~ 074 세월 ============================== 노인이 다가와 들고 있던 지팡이를 바닥에 탕탕 내리치며 소리를 질렀다. "바다에서 난 교통사고잖아. 그걸 가지고 왜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어. 대한민국에서 교통사고 당한 사람들은 다 나라가 책임져야돼, 엉!" "어르신, 이건 우연히 일어난 사고가 아니고 돈만 벌어 먹으려는 회사가 배를 불법으로 개축해서 평형수를 줄이고, 과적을 하고, 나라가 그걸 관리하지 않아서 벌어진 사건입니다. 배를 책임져야 할 선장과 승무원들이 자기들만 도망치고,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던 승객들을 나라가 구하지 않아 304명의 국민이 희생된 사건이에요." 그는 노인의 언성만으로도 가슴이 쿵쾅거리는데 박은 차분했다. 심지어 얼굴에 미소까지 짓고 설명하는 박에게 노인은 더욱 화가 나는지 지팡이를 들고 내려칠 듯이 휘둘렀다. "어쨌거나, 수억 원씩 준다는데도 더 받아먹으려는 거잖아." "우린 돈 달라고 한 적 한 번도 없어요. 하나뿐인 내 딸이 지금 바닷속에 있어요. 저 앞에서 돈, 돈 하지 마세요. 돈에 환장한 놈들 때문에 우리 애가 지금 바닷속에 있다구요. 걔네 반 애들만 스물한 명이 죽었다구요. 열일곱 살 짜리들이요." 박의 눈가에 물기가 번졌다. "돈이 그렇게 좋으세요?" 손등으로 얼굴을 훔치고 난 박이 안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었다. 지갑에 든 지폐를 다 꺼내 노인에게 내밀었다. “다 가지세요." 박은 주춤주춤 물러서는 노인에게 바지주머니에 든 동전까지 꺼내 내밀었다. “여기도 있어요." … 그는 박이 대단하게 보였다. 어떻게 그런 사람 앞에서 참을 수 있었을까.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이잖아요." 의아해하는 그와 로안의 반응을 보고 투이가 박에게 말의 뜻을 다시 물었다. “세상에 우리같이 불쌍한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우리를 질투하는 사람이니 그보다 더 불쌍한 사람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어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몇 억씩 보상금을 받게 될 거라고 정부에서 떠드니까, 그게 부러운 거예요. 난 수백, 수천억을 준다고 해도 우리 애랑 바꿀 수 없는데 그사람들은 애 잃고 타게 될 보상금이 질투가 나는 거예요. 생각해보세요. 그 사람들이 얼마나 불쌍하고도 무서운 사람들인지요. 자식 죽고 자기가 보상금 받았으면 좋아했을 사람이잖아요. 난 우리 송희만 살려준다면 단 일 초도 망설이지 않고 죽을 수 있어요. p 076 ~ 078 세월 ============================== "네. 저예요." 전화를 받은 건 아내가 아니라 나가 사는 아들이었다. “왜 엄마가 안 받고 네가 받아?" “어머니 지금 전화 못 받아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누웠어요." 왜, “어제 동네 모임에 갔다가 어머니가 듣지 말았어야 할 말들을 들었어요." 무슨 소리냐, 지독한 단어 몇 개가 그의 머릿속에 불쑥불쑥 튀어올랐다. 지난주 통화를 할 때까지도 잘 지낸다며 그쪽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던 아내였다. 대답을 않는 아들에게 그는 짧게 말했다. "전화 곧 끊어진다." "사람들이 심했어요. 돈 보내주는 기계가 고장나서 어떻게 하느냐 는 말까지 들었대요." 어쩌다 사람들이 이렇게 끔찍해졌을까. 평형수를 빼버린 배처럼 그의 마음은 균형을 잃고 휘청거렸다. 딸을 데리고 돌아가려고 했던 고향이 순식간에 그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무너져내리는 그의 가슴은 바다보다 더 깊게 가라앉았다. 그는 서울의 한복판에서 길을 잃었다. 어디에서도 사람이 될 길이 없는 세월이 십 차선 도로를 메운 자동차의 불빛과 함께 흘러갔다. p 080, 081 세월 ============================== 『세월』은 304명의 실종자 중에서 배제되고 차별받는 슬픔과 목숨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더 기울어진 방에 갇힌 베트남 여인과 그녀의 가족에 대해 우리는 '안산 단원고 학생의 수학여행'이라는 사실과 조악한 여객선에 오른 수많은 서민을 통해 4.16에 새겨진 불평등과 계급에 대해 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현석은 거기에서도 '베트남 여인'에 주목함으로써 애도로부터도 소외된 한 인간의 형상을, 그리고 그녀와 세월호를 엎어버린 신자유주의 냉혹함을 우리 앞에 들이민다. 『세월』은 실제 세월호 사건에서 사망한 베트남 여인 판응옥타인(한국명 한윤지)과 가족을 모델로 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대로 베트남 까마우 출신 판응옥타인은 한국으로 시집 온 이주여성으로 남편, 두 아이와 함께 제주도로 귀농하기 위해 세월호에 승선했다. 그리고 그들 가족은 다섯 살짜리 막내만을 남겨둔 채 모두 목숨을 잃었다. 그 중 남편과 어린 아들은 아직도 9명의 미수습자 명단에 남아있는 상태다. p 084, 085 더 기울어진 방으로 해설 - 정은경(문화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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