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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르는데 있어 제목도 한몫을 한다. [소나무가 무성하니 잣나무도 어우렁더우렁], [명태가 노가리를 까니, 북어냐 동태냐], [눈 내리면 대구요, 비 내리면 청어란다] 같은 제목을 보고서 흥미가 동한다. 제목자체에도 흥이 넘쳐나는 것 같다. 우리말에 깃든 생물이야기라고
하니 우리말도 알아가고 더불어 생물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면 일석이조다. 헌데, 정신을 가다듬었다. 시리즈로 간행되는 책은 거의 대부분이 전권을
다 읽고, 계속해서 출간되는 책마저 읽어야 속이 풀리는 이상한 습관 때문이다. 섣불리 1권을 읽었다가 마지못해 읽어야 하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가장 최근에 출간된 책을 선택했다. 일단 읽어보고서 결정하기 위해서이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정말 드물게 내 선택이 옳았다.
우리가 쓰는 격언이나 잠언, 속담 그리고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관용어, 옛이야기에서 유래한 고사성어에
생물들의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는 저자. 그래서 그것들을 한데 모아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생물 혹은 자연과 함께 생활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리의 문화를 말을 통해 알아가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눈 내리면 대구요, 비 내리면 청어란다’는 겨울에 눈이 내릴 때는 대구가 많이 잡히고 봄에 비가 올 때는 청어가 더 많이 잡힌다는 뜻이라고 한다. 북한에서는 ‘눈 본 대구, 비
본 청어’라고 한단다. 이어서 저자는 대구와 청어의 특성과
우리가 이들 생선들을 어떻게 요리해 먹는지를 설명한다. 또 ‘칠팔월
은어 곯듯’이란 말은 음력 칠팔월에는 알을 낳는 은어의 배가 홀쭉해진다는 데서 비롯된 말로, 갑자기 수입이 줄어 살아가기 곤란함을 뜻한다고 한다. 역시 저자는
은어의 생태에 대한 설명을 이어간다. 이처럼 우리말 속에 들어있는 생물을 통해서 속담과 그것들의 생태를
알아가면서도 무언가 자꾸만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글에는 가슴에 관한 관용어가 의외로
많다. 가슴 앓다, 가슴 저미다, 가슴을 치다, 가슴 태우다, 가슴에
멍이 들다, 가슴에 새기다, 가슴이 숯등걸이 되다 등등.. 하나같이 슬픔, 아픔, 분노, 애태움 등 억울하고 원통한 마음이 깃들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가슴이 우리 몸에서 목과 가로막 사이의 부분으로 마음이나 생각을 뜻하기도 하고 몸에서 중요한 심장과 허파를 둘러싸고 있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라고
저자는 추측하기도 한다. 또 우리의 신체 중에서 가슴과 같이 많은 관용어가 있는 부분으로 등골을 빼놓을
수가 없다. 등골이 서늘하다, 등골 빼먹다, 등골 뽑다, 등골 우리다, 어르고
등골 뺀다 등등.. 등골은 등짝 한가운데 길게 고랑이 진 곳으로 척수에 해당되며 다른 말로 골수, 또는 뼛골이라고 한다. 골수에 맺히다, 골수에 사무치다, 뼛골 빠지다와 같은 말이 그래서 나왔을 게다. 대부분 원한이나 고통 따위가 뼛속에 파고들 정도로 깊고 강하다는 뜻이지만 말에 따라 듣는 어감이 사뭇 다름을
알게 된다.
남의 눈을 피해가며 제 이익만을 취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에 ‘왜가리 새 여울목 넘어다보듯’이란
말이 있다고 한다.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왜가리는 백로과의
가장 크고 흔한 여름철새로 북한에서는 왁새라 부른다고 한다. 여름에는 중앙아시아, 중국, 일본 등지에서 번식하다 겨울철에 동남아시아로 이동하여 겨울나기를
하지만 일부는 우리나라 남부에서 겨울을 보내기도 한단다. 기후온난화로 철새가 붙박이 텃새로 바뀐 것이다. 왜가리를 악새라고 한다는데 글이 이르러서는 생물학자들이 말하는 말도 안되는 노래가사 세 개를 여담으로 들려준다. <짝사랑>에서 으악새를 억새풀이라고 하는 것, 꽃식물은 홀씨가 아닌 씨앗을 만드는데도 <민들레 홀씨 되어>라고 한다는 것, 그리고 <찔레꽃>은 붉은색이 없고 하나같이 흰색인데도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이라고 노래한 것이 그것이라고 한다.
저자가 이 책에 소개하는 50여개의 우리말 중에서 그나마 기억에 남는 것은 손에 꼽을 수 있다. 물론 모르는 말도 많았지만 그렇다고 다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일까? 때로는 모르는 우리말을 알아가는 맛으로, 때로는 저자의 여담을 듣는 재미로 읽어가지만 여전히 허전하다. 그것이 무엇인지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책을 읽기 전 마음 속에 품고 있던 기대가 툭 하니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냥 쉽게 읽으면 되는 것을 아마 내가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나마 몇몇 글은 내가 그 말들의 뜻을 새롭게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고, 또 몇몇 글은 재미가 있었기에 다행이다 싶었지만, 시리즈 전체를 읽고 싶다는 생각은 아니 든다. 내가 이 책을 읽기 전 마음속에 품었던 기대는 무엇이었을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선뜻 떠오르지는 않는다. 아마 변덕인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