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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루] 검은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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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루의 '검은 강'을 통해 대만 소설을 처음 접해보았다. 미야베 미유키의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 '이유'를 워낙 재밌게 읽었던지라 실제 일어났던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검은 강'은 당연히 내 구미를 당기는 소설이었다. 또한 대만 작가라는 점도 매우 끌리는 점이었다.이야기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농촌에서 도시로 상경해 커피점에서 일하며 미래를 꿈꾸는 평범한 '자전'이라는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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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루의 '검은 강'을 통해 대만 소설을 처음 접해보았다. 미야베 미유키의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 '이유'를 워낙 재밌게 읽었던지라 실제 일어났던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검은 강'은 당연히 내 구미를 당기는 소설이었다. 또한 대만 작가라는 점도 매우 끌리는 점이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농촌에서 도시로 상경해 커피점에서 일하며 미래를 꿈꾸는 평범한 '자전'이라는 여성이 '훙보'라는 늙은 남자를 알게 되고, 그와 불륜관계에 빠진다. '훙보'는 대학교수로 일하고 있는 '훙타이'라는 부인과 재혼해 살고 있었다. '자전'에게도 '셴밍'이라는 남자친구가 있었고 그녀는 언젠가 자기의 커피점을 차리고 '셴밍'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자전'은 '훙보'를 알게되고 '훙보'가 젊은 여성에게 욕정을 느끼며 그녀의 꿈은 산산조각이 난다. '자전'이 '훙보'와 그녀의 부인인 '훙타이'를 칼로 찔러 죽이기 때문이다.


사건이 터지고 대만 여론은 '자전'을 '사갈녀'라고 지칭하며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들을 여과없이 내보냈다. 사람들은 피해자들을 무조건 선한 사람들, 가해자를 아주 악한 사람,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그녀를 헐뜯었다. 또한 냉정하게 판단해야할 재판부 역시, 법정에서 그녀에게 호통을 치고 위협까지 가하며 몰아세운다. 이에 그녀의 변호를 받았던 변호인 조차 계속 이 사건을 맡아야할지 자신이 없었다고 고백할 정도 였다.


하지만 작가 핑루는 달랐다. 그녀는 '자전'이 왜 그런 살인까지 저질러야 했을까 ? 그 의문에서부터 출발해 그녀의 불행했던 과거와 또 다른 '자전'이 넘쳐나는 대만의 시대배경을 바탕으로 픽션을 절묘하게 뒤섞는다. 이 사건에 연루된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 내용과 기고문, 기사내용 등등은 논픽션이다. 그러나 '자전'의 이야기와 '훙타이'의 독백 같은 것들은 작가가 만들어낸 픽션의 일부이다.

작가는 그럼으로써 단순 돈을 노린 범행으로 보이는 이 사건에서 몇걸음 뒤로 물러나 다각도로 볼 수 있게끔 만들었다. 그제야 보이는 언론의 잔인함과 남성위주로 돌아가는 재판부, 이 사회가 가해자에게 내리치는 끔찍한 채찍질들. 핑루는 그 혐오의 세계에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녀가 인터뷰에서 언급했듯, 세상은 흑과 백만이 존재하는 것이 분명 아닐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 역시, 회색지대가 불분명하다. 혐오가 판을 치고 맘충, 노인충, 일베충 등등 온갖 벌레들이 드글드글하다. 이런 사회배경에서 또 다른 '자전'이 나타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면 모두들 합심해 '그' 또는 '그녀'에게 자신의 분노를 투영해 열심히 물어뜯을 것이다.


살인은 분명 나쁘지만, 실제 그녀를 살인에 이르기까지 강하게 등을 떠밀었던 가난과 사회배경, 그리고 그 안에 내재된 혐오 역시 죄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f*******a 2017.09.2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