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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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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세시 시간을 오려내는 거예요오후 세시는 권태롭다면서요? 스케치북 안에서 아버지는 외눈박이 거인이에요엄마가 물을 주고 있는 꽃밭엔갈라진 혓바닥 같은 꽃들이 다투어 피고 있어요사립문으로 구렁이가 들어와요쉬 , 쉭 , 쉬이익놀란 계집아이가 울음을 터트려요목젖이 보이는 불안이 솥으로 뛰어들어요뱀 껍질 , 눈알 , 크레용 , 불안을 섞은검은 솥이 통째로 끓어요어디선가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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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세시

 

시간을 오려내는 거예요

오후 세시는 권태롭다면서요?

 

스케치북 안에서 아버지는 외눈박이 거인이에요

엄마가 물을 주고 있는 꽃밭엔

갈라진 혓바닥 같은 꽃들이 다투어 피고 있어요

사립문으로 구렁이가 들어와요

쉬 , 쉭 , 쉬이익

놀란 계집아이가 울음을 터트려요

목젖이 보이는 불안이 솥으로 뛰어들어요

뱀 껍질 , 눈알 , 크레용 , 불안을 섞은

검은 솥이 통째로 끓어요

어디선가 비릿한 냄새가 스며들어요

문밖에서 흔들리는 종소리가 주문 같아요

외눈박이 거인이 팔팔 끓는 솥을

계집아이 머릿속에 쏟아부어요

아이의 하얀 원피스가 피로 물들어요

그러자 스케치북 안에선

구렁이를 탄 계집아이가

오후 세시로 날아가요 !

 

p. 58 , 59

안현미 ㅡ곰곰 ㅡ중에서 ㅡ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한 바탕 몸쓸 꿈에 시달리다 깬 오후의 어느날

였을까... 어디를 떠돌다 누구를 만나다 왔는지

의미도 해석도 불가한 꿈들을 잔뜩 잔뜩 꾸게될

때가 있지 않은가...익숙한 얼굴인데 가만 보면

이름을 모르겠고 누군지 분명 아는데 자세히 보

면 얼굴이 없어 비명을 지르게 된다던가 , 몇 번

이고 같은 자리만 빙빙 돌고 도는 꿈...약속한 장

소에 아무리 해도 무슨 수를 써도 당도할 수 없는

꿈, 그냥 그런 저런 생각들이 났다고..몹쓸 악몽

이지만 어쩌지도 못하는 , 그러니 기억에서 오려

내는 방법 뿐...이랄까... 꼭 그 시간, 그 부분 만.

y*****7 2016.05.08. 신고 공감 0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그녀의 요리 ㅡ들!
"그녀의 요리 ㅡ들!" 내용보기
곰곰 주름진 동굴에서 백 일 동안 마늘만 먹었다지여자가 되겠다고 ?백 일 동안 아린 마늘만 먹을 때여자를 꿈꾸며 행복하기는 했니 ?그런데 넌 여자로 태어나 마늘 아닌 걸먹어본 적이 있기는 있니 ? p . 12 비굴 레시피재료 비굴 24개 / 대파 1대 / 마늘 4알눈물 1큰술 / 미증유의 시간 24 h만드는 법1 . 비굴을 흐르는 물에 얼른 흔들어 씻어낸다 .2 . 찌그러진 냄비에 대파 , 마늘 ,
"그녀의 요리 ㅡ들!" 내용보기
곰곰

주름진 동굴에서 백 일 동안 마늘만 먹었다지
여자가 되겠다고 ?

백 일 동안 아린 마늘만 먹을 때
여자를 꿈꾸며 행복하기는 했니 ?

그런데 넌 여자로 태어나 마늘 아닌 걸
먹어본 적이 있기는 있니 ?

p . 12


비굴 레시피

재료

비굴 24개 / 대파 1대 / 마늘 4알
눈물 1큰술 / 미증유의 시간 24 h

만드는 법

1 . 비굴을 흐르는 물에 얼른 흔들어 씻어낸다 .
2 . 찌그러진 냄비에 대파 , 마늘 , 미증유의 시간을 붓고 팔팔
끓인다 .
3 . 비굴이 끓어서 국물에 비굴 맛이 우러나고 비굴이 탱글탱글하
게 익으면 먹는다 .

그러니까 오늘은
비굴을 잔굴 , 석화 , 홍굴 , 보살굴 , 석사처럼
영양이 듬뿍 들어 있는 굴의 한 종류로 읽고 싶다
생각컨대 한순간도 비굴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으므로
비굴은 나를 시 쓰게 하고
사랑하게 하고 체하게 하고
이별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고
당신을 향한 뼈 없는 마음을 간직하게 하고
그 마음이 뼈 없는 몸이 되어 비굴이 된 것이니
그러니까 내일 당도할 오늘도
나는 비굴하고 비굴하다
팔팔 끓인 뼈 없는 마음과 몸인
비굴을 당신이 맛있게 먹어준다면

p . 16 , 17

안현미 시인 의 시집 <곰 곰 > 중에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너무 아끼고 아끼다 모셔와 황송하고 송구하고 미안하다

첫 시부터 여자를 꿈꾸며 행복했냐 곰곰 ㅡ묻는 ..
그저 아린 삶일건데
그래서 그 백 일의 시간조차
이제 네가 겪을 시간의 예고처럼
아린 맛의 세월인 것이 여자인거라고
마늘인 거라고 그게 인고라고 ..하는 듯하지?

비굴 레시피는 또 어떤가 ㅡ
한바탕 폭폭 끓여 후르룩 빈 속에 들이켜야 겠단 생각이
얼른 든다 .
그게 잔굴이든 비굴이든 뭐든 짠 내나는 눈물 맛이 날 듯
하고 어쩐지 그건 잘 울궈낸 홍합탕과도 비슷할 것 같다.
아 ㅡ그건 전혀 재료에 없건만 ...
안 현미시인은 천상 여자라는 순명을 사는 사람이고 그걸 시로
쓰고 있단 생각을 한다 ㅡ정말 아끼고 좋아하는 시들이 많은데
오늘은 이쯤 한다 ㅡ 눈이 아픈 까닭에 ㅡ아하핫..
눈물이 나면 좀 보탤까 ㅡ





y*****7 2016.04.20. 신고 공감 0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