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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롭게 이 시집을 읽었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 놀라움 때문에 이 책을 읽는가? 그렇게 생각했다. 내 상식과는 맞지 않는 내용이 전부였다.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은 돌을 다루고 있다. 그 바닷가의 돌을 얘기하고 있는가 하면 대게 다리를 얘기하고 있다. 대게 다리를 맛보고 있으면 시간을 소재로 가져왔다. 시간을 따지다 보면 남성성이 그곳에 있다. 남성성은 물로 얘기된다. 조금은 질척하다. 그러다 사랑을 얘기한다. 생각이 럭비공이다. 어디로 튈 지 모른다. 김민정의 글은 그렇게 보여 진다.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한 작품만 그런 것이 아니고 대부분의 글이 그렇다. 상식의 틀을 마구 찢어 놓는다. 그것을 꿰매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내가 왜 이 책을 읽고 있는가? 무엇 때문이 이 글을 쓰는가? 그것이 나도 혼란스럽다. 책이 구입되었으니까? 예스24에서 워낙 띄운 시집이니까? 또 책의 가격이 적당했으니까? 포인트가 필요하니까? 하루에 리뷰 한 편, 블로킹 2편 등을 고정적으로 하자는 내 마음의 약속이 작용하니까? 하지만 읽기도 글을 쓰기도 껄끄럽다. 비교적 윤리적인 나와 워낙 맞지가 않다. 나를 신사적이고 규칙적인 사고에서 끌어 내린다.
말장난이 심한 것 같다. 애 섰어 애썼구나! 신체가 신났습니다 최장사네 닭집에서 두 다리를 한 다리씩 나눠 먹고 배부릅니다. 애가 중의적으로 들린다. 신체도 그렇게 들린다. 언어를 유희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모양이다. 그 연결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낯설게 하기의 전형적인 표현이라고 하지만 조금은 거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렇게 파격적인 신이 곳곳에 나타난다.
의자/ 앉자/ 안자/ 안 자 <꼬시지 마>의 전문이다. 언어 유희적이다. 참 언어가 말캉하다.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이런 유형의 언어가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시집이다.
이런 흐름의 특징들이 거창하게 표현하면 소통의 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벽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 문은 문인데 꼭 닫힌 문이 아니고, 벽은 벽인데 빛을 거두지 않는다. 말하자면 똑딱 단추처럼 정확하게는 아닐 지라도 어슴푸레하게 느낄 수 있게 한다. 그의 이런 표현은 그를 잘 나타낸다. 흔히 민정 하면 뭉게뭉게 구름이 생겨날 듯하다. 알 것 같지만 온전하게 드러나지 않는 뭉게구름, 그것은 독자들의 수용 여부에 달렸다. 나에겐 그것들이 무척 생경하게 다가오고, 거북스럽게 느껴진다.
그의 시선은 거침이 없다. 그것이 그대로 표현으로 나타난다. -어디 가나/ -집에 간다/ -대낮부터 마누라 너무 조지지 말고/ -해수탕 가고 없다 내 마누라 <오늘 하지 중에서> 거침이 없다. 오히려 저속하다고 할 수 있을 듯한. 19금인 언어들도 넘쳐난다. 이런 것들이 무슨 미학적인 것일까 하다가도 그의 거침없는 표현이, 상식을 뒤집는 발상이 오히려 그의 것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그것이 매력이라고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거북스러운 표현이고 부담이 되는 언어다. <주몽이라는 말이 지구의 것인가 하면/ 전문가들이 그렇다니까 그렇다손 치더라도/ 주몽도 공정하게 몽정을 했을 거니까> 란 표현은 오히려 애교스럽다. 그의 하지는 늙어간다.
그는 <결정적 순간을 결정적 순간으로 만드는 것은 모든 것의 일치가 아니라 일치가 되는 우연에 포커스가 있는 것이다. 결정적 순간이라는 타이밍, 필연과 우연이 겹치는 단 한 순간. 그래서 결정적 순간을 잡는다는 표현이 가능한 것이다.> 순간 포착이 뛰어나다. 그의 시에서 매력적인 포인트다. <우리는 남자와 여자여서 함께 잠을 잤다./ 방은 하나/ 침대는 둘/ 양말은 셋( 여자는 손수건 대신 양말 한 짝으로 코를 풀었다지 아마//................ 호텔 체크아웃을 누가 할 것인가/ 숙박 요금이 3일 치나 쌓였으니/ 이쯤 되면 폭발적인 곁눈질이다.> 곁눈질, 순간적인 포착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기묘한 상황의 순간을 포착해 이렇게 그림을 그려준다. 민정의 시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포인트다. 시인은 이렇게 순간적으로 만난 것에 뼈대를 만들고, 옷을 입히는 기술이 대단하다. 그 기술이 시인을 시인이 되게 하는 요인이 아닌가? 혼자 생각해 보게 한다.
그의 시에는 여자들이 많이 등장한다. 여자들은 그의 취기를 드러내기에 좋은 소재인 듯하다. <한 사람이 지나갔다/ 그를 따라갔던 소녀다/ 아프다/ 몹시 문란하지 않으면/ 사랑은 탄생할 수 없다.......밤에 뜨는 여인들 중에서> 사랑이 밤으로부터 출발에 세월로 이어짐을 표현한다. 나이가 들어서도 서로의 밀착된 관계에서 사랑이 이루어짐을 그려낸다. 아프다. 그의 사랑의 출발점은 항시 직설적이다. 그의 언어는 거추장스런 옷을 입지 않는다. 날것 그대로 제시된다. 그것이 모여 상징이 되고, 서러움이 되고 고통이 된다. 심지어 죽음이 된다.
그의 시에는 절기가 들어간다. 절기를 소재로 해서 많은 표현이 이루어져 있다. <소서라 치자>에서는 ‘빤하잖아 보는 것을 사랑하라/ 사랑을 보기만 해야지/ 보는 것을 사랑하면/ 저렇게 얻어터지는구나/.......왜 맞을까 안 맞으면 또 어쩔 건데’ 라는 구절이 나온다. 절기가 가 져 온 의미를 배설하듯 이렇게 드러내고 있다. ‘그래야 모라도 심지 않겠나 싶어서/ 이 더운데/ 뭐라도’ 이 절기는 곳곳에 이야기를 끌어들이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사랑이 내용이라면 절기는 형식이 될 듯하다.
시인의 시가 읽기가 쉽지 않다. 내용적으로 어렵다는 얘기가 나이고 기질적으로 어렵다는 말이다. 내용은 직설적이고 분명해 다가가기가 쉽다. 말하고자 하는 것도 분명하게 제시된다. 거침이 없는, 파격적인 사고가 틀을 파괴하고 있고 우리의 표현적인 부분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다가오게 한다. 그렇기에 기존의 것들을 고수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힘들게 된다. 제도적이고 신사적인 사고와 깨끗한 차림새를 요구하는 나에겐 무척이나 힘들게 만드는 언어들이다. 하지만 이 글은 새로운 세계를 향한 거침없는 외침이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비윤리적인 부분이 도식적인 내 사고에 무섭게 다가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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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시집은 표지가 예쁘고 제목이 좋아서 더 수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제목이 와닿아서 시인의 다른 작품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 채 구매했는데 내용도 좋았어요 옆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읽을 만한 시집입니다 물을 채운 은빛 대야 속에 돌을 담그고 들여다보며 며칠을 지냈는가 하면 물을 버린 은빛 대야 속에 돌을 놔두고 들여다보며 며칠을 지내기도 했다 돌의 쓰임을 두고 머리를 맞대던 순간이 그러고 보면 사랑이었다 <아름답지만 쓸모없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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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순간이라는 타이밍, 필연과 우연이 겹치는 단 한 순간. 그러므로 결정적 순간을 잡지만 결정적 순간은 드러날 수 없게 된다. 설명되어질 수 없는 방식으로 보이지 않는 순간을 잡는 것. 포커스는 거기에 맞춰졌다. 아이러니 또는 밀봉된 가장 안쪽이 생겨나는 순간.
김민정 또한 결정적 순간의 방식. 돌려 말하기는 꿈에서도 하지 않으므로. "삶을 현장에서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현장에서 체포"(앙리 카르티에 브레송)한다." - p.97 (시인 이원)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에 실린, 다소 거친 시들은 거부감보다는 오히려 희화화된 숨결로 느껴진다. 그 숨결은 시에 대한 긴장감으로 느껴졌으며, 그 힘은 시집을 순식간에 읽어내려가게 하는 힘이다. 이상한 마력. 오랜만에 느끼는 매력이다.
"먹빛이었다가 흰빛이었다가 / 밤이었다가 낮이었다가 / 사과 쪼개듯 시간을 반토막 낼 줄 아는 / 유일한 칼날이 실은 돌이었다 / 필요할 땐 주먹처럼 쥐라던 돌이었다 / 네게 던져진 적은 없으나 / 네게 물려본 적은 있는 돌이었다" - p.008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중에서
김민정의 시는 먹빛이었다가 흰빛이 되기도 하고 밤이었다가 낮이기도 하다. 변화무쌍한 시들은 감동 대신 재미를 주고, 일탈의 통쾌함 대신 쾌활함을 준다. 일탈이라 여길 수도 있으나, 일탈이라 하기엔 그 주제가 너무나 보편적이어서 슬프기까지 하다.
"어디선가 따귀가 날아들었다 얼굴이 돌아갔다 180도라면 호소해봤을 텐데 360도였다 한번 꼬인 목은 꽈배기 축에도 못 꼈다 이해받을 수 없는 통증이라면 혼자 꾹 참는 게 나았다 병신 같은 년이란 욕을 먹었다 그보다 더 정확할 수는 없어서 배시시 웃었다." - p.34 <시집 세계의 파편들-젖은 마음>
슬퍼도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는, 그래서 건강한, 삶. 그 삶들을 마냥 웃어제끼기에는 힘들 법도 한데, 그냥 웃어버린다.
"우리 은밀히 모이자고 그런 다음 / 광화문 한복판에서 삐라를 뿌리는 거야 / 어때 기막히지? // 아뇨 코 막혀요 / 독서 권장 리플릿을 손으로 나눠주면 되지 / 왜 굳이 하늘에서 삐라로 뿌리자는 거예요?"
시대의 아픔을 모른 척 하는 건지, 정말로 모르는 건지, 모를 어떤 이의 시들. 모두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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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시집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제 주변에도 시 덕후 친구 한 명 있는데 그 칭구칭긔한테 추천 받아서 바로 질렀습니다~!!~!!!!~~ 표지도 딱 제 취향이고 제목부터 마음에 들더라고요. 솔직히 문학동네 좋아해서 대부분 믿고 구매하는 편이에요 ㅎㅎ 이 시집도 기대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답니다 정말 좋았어요 다른 친구들한테 추천하고 있어요 짱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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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없음을 바라는 삶이 더 편한 날이 오더라. 네게 던져진 적은 없으나/ 네게 물려본 적은 있는 돌이었다/ 제모로 면도가 불필요해진 턱주가리처럼/ 밋밋한 남성성을 오래 쓰다듬게 해서/ 물이 나오게도 하는 돌이었다// 한창때의 우리들이라면/ 없을 수 없는 물이잖아, 안 그래?// 물은 죽은 사람이 하고 있는 얼굴을 몰라서/ 해도 해도 영 개운해질 수가 없는 게 세수라며/ 돌 위에 세숫비누를 올려둔 건 너였다/ 김을 담은 플라스틱 밀폐용기 뚜껑 위에/ 김이 나갈까 돌을 얹어둔 건 나였다/ 돌의 쓰임을 두고 머리를 맞대던 순간이/ 그러고 보면 사랑이었다(「아름답고 쓸모없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