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3)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0%
  • 리뷰 총점8 67%
  • 리뷰 총점6 33%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0.0
  • 50대 7.0
리뷰 총점 종이책
우리의 죄는 야옹 - 길상호 시집
"우리의 죄는 야옹 - 길상호 시집" 내용보기
집에서 책꽂이를 뒤적이다 발견한 '우리의 죄는 야옹'이라는 시집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물건 또는 마음)이 시인의 눈을 통과하여 나오는 목소리 또는 말이 시집으로 발화한다. 길상호 시인의 해독되지 않는 낯선 말들이 모여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가만히 조심스럽게 무엇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따라 나도 고개를 이리 돌렸다, 저리 돌렸다 해보지만,, 가만히 읊어봐도 소리내지
"우리의 죄는 야옹 - 길상호 시집" 내용보기

집에서 책꽂이를 뒤적이다 발견한 '우리의 죄는 야옹'이라는 시집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물건 또는 마음)이 시인의 눈을 통과하여 나오는 목소리 또는 말이 시집으로 발화한다. 길상호 시인의 해독되지 않는 낯선 말들이 모여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가만히 조심스럽게 무엇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따라 나도 고개를 이리 돌렸다, 저리 돌렸다 해보지만,, 가만히 읊어봐도 소리내지 않고 눈으로 잡으려고 해도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공기처럼 모양이 없다. 무엇이 나를 이 시에 붙들어 매는가?

 

-봄비에 젖은-


약이다

어여 받아먹어라

봄은

한 방울씩

눈물을 떠먹였지


차갑기도 한 것이

뜨겁기까지 해서

동백꽃 입술은

쉽게 부르텄지


꽃이 흘린 한 모급

덥석 입에 물고

방울새도

삐 ! 르르르르르

목젖만 굴려댔지
 

틈새마다

얼음이 풀린 담장처럼

나는 기우뚱

너에게

기대고 싶어졌지


시인의 말을 옮겨적고 나면 더 쉽게 알아지려나


물어와 운문이 산문이
고양이들을 데려와 함께 지내면서
나는 야옹야옹,

새로운 언어를 연습한다.

말이 되지 않는 고양이어를 듣고서도

눈치가 빠른 고양이들은

나를 정확하게 이해해준다.

얼토당토않은 말은 적당히 무시하면서 ···· 

 

시가 되지 않는 문장들은

교감으로 당신에게 가닿길 바란다.

 

2016년 늦가을

길상호

 
그의 고양이어가 어느 모르는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는 때가 있겠지

그렇겠지!!

k*****7 2019.03.27. 신고 공감 12 댓글 20
리뷰 총점 종이책
눈 오고 비 내리는 밤의 (흐)느낌
"눈 오고 비 내리는 밤의 (흐)느낌" 내용보기
길상호. 이름이 지금 여기의 사람 같지 않다. 먼 곳에서 날아온 바람 같다.   우울은 전염성이 있다. 의외로 같은 것끼리의 접착이 쉽지 않다. 같은 극의 자석이 서로를 밀어내다가도 어느 순간 몸을 홱 뒤집어 하나가 될 때가 있다. 그렇게 유사한 속성은 못 이긴 듯 강렬하게 밀착되는 순간이 있다. 이 시집이 내게 그랬다. “서늘한 온도의 접착력에 놀라 뒷걸음을 쳤지만 입속의 혀
"눈 오고 비 내리는 밤의 (흐)느낌" 내용보기

 길상호. 이름이 지금 여기의 사람 같지 않다. 먼 곳에서 날아온 바람 같다.

 

 우울은 전염성이 있다. 의외로 같은 것끼리의 접착이 쉽지 않다. 같은 극의 자석이 서로를 밀어내다가도 어느 순간 몸을 홱 뒤집어 하나가 될 때가 있다. 그렇게 유사한 속성은 못 이긴 듯 강렬하게 밀착되는 순간이 있다. 이 시집이 내게 그랬다. “서늘한 온도의 접착력에 놀라 뒷걸음을 쳤지만 입속의 혀까지 이미 얼어버린 뒤였다(겨울, 거울)” “심장을 헤집고 들어와 / 무표정한 나의 흙빛 얼굴에 / 빗살무늬를 그려대는 당신은 / 비의 손금을 갖고 있다(고인돌)”

 

  학창시절에 나는 단순하고 근본이 착한 사람을 좋아했다. 그래서 친구들은 잘 웃었다. 얼굴에 나의 어둠을 덕지덕지 붙이고 다니지 않았지만 먹물 같은 우울을 가진 사람인지라 나와 다른 사람이 편했다. 나 한사람으로도 우울은 얼마든지 증식될 수 있으니 그것을 중화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야 나의 우울함이 옅어져 위험수위에 도달하지 않을 테니.

 

  <우리의 죄는 야옹앞부분을 읽으며 내가 경계하는 병적인 우울이 내게 튀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행여 자기파괴와 소멸의 극단 지점에서 조아리는 유서(주문)이지 않을까 조심히 책장을 넘겼다. 계속 등장하는 손금에 시선이 머물렀고, 망가진 눈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더니 울컥 눈물이 솟았다. “얼음과 물 사이에 / 어제는 없던 울음이 생겨난다(얼음이라는 과목)”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것, 식어버린 것, 포개지다 만 것, 삐걱거리는 것, 거품처럼 꺼져버리는 것들이 가득하다. 잃음과 놓침, 지움과 버려짐, 금과 흉터... 가슴속 깊은 곳에 꼬깃꼬깃 접어둔 슬픔이 고개를 쳐들며 흐느꼈다. 자기도 모르고 있던 아픔이 통각을 일으킨다. “손톱 속에 당신을 묻고 / 나는 다시 나의 손금을 사네(손톱 속의 방)” 무심한 주인을 만나 차마 제 안에 있는지도 몰랐던 묵은 감정들이 밖으로 뭉쳐 나온다.

 

  지인의 블로그 글을 무심히 읽다가 터져버린 울음 같은 것이 이 시집 곳곳에 내장되어있다. 그것은 너의 과민한 반응이며, 시인의 과잉 정서라며 거리두기를 해보지만 이내 실패한다. 그것은 언젠가 내가 느꼈던 혹은 앞으로 느낄 피해갈 수 없는 슬픔인 것이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읽고 소설 전반을 지배하는 습습함에 그만 옅은 감기에 걸렸었는데, 주섬주섬 감기약을 챙겨 먹어야했던 그때처럼 감기기운이 나를 포위했다. 뿌리칠 수 없는 어떤 알아줌이나 알아버림 같은 게 있었다. “온기도 없는 달이 뜬 밤 / 수천 겹 물결을 열고 아픈 이름들이 기포처럼 떠오르기도 했지만 / 얼굴을 생각해내기도 전에 꺼져버렸다(잠잠)” 그런 것이다, 세월이란.

 

  사십대가 되면 눈물이 메마를 줄 알았는데 웬걸 왈칵 쏟아진다. 멈춤을 지시하지만 눈물샘이 말을 듣지 않는다. 얼어있다 터져 나오는 물줄기처럼 주체할 수 없다. 상대를 향한 공감이면 좋겠는데 혹시나 자기연민의 홍수가 아닐지 부끄럽다. 길상호의 시는 그런 면목 없는 나에게 눈물지을 그럴듯한 핑계를 대준다. 나의 청승과 주책맞음을 눈치껏 감싸준다. 혼자 울고 싶은 밤이나 발목이 시큰한 새벽에 펼치면 누구나의 삶이 그러하다며 자 그럼 오늘도 우울한 시간되세요(고양이와 커피)”라고 따뜻한 햇살 한 줌입속에 넣어줄 것 같다

     

이달의 사락 s********d 2017.02.09.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고양이 발바닥, 밤하늘 별자리, 우주의 기분, 죄사함... 길상호욱, 우리의 죄는 야옹
"고양이 발바닥, 밤하늘 별자리, 우주의 기분, 죄사함... 길상호욱, 우리의 죄는 야옹" 내용보기
고양이 발바닥은 땅을 딛고 다니는 밤하늘 별자리 같아서, 어느 날 고양이 들녘이 내 가슴에 꾹꾹이를 할 때 우주가 열렸다. 열린 우주에서는 어느 날 고양이 용이가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발가락 하나를 잘라냈을 때 별 하나가 떨어지는 사건도 있었다. 딸기와 포도로 나뉘는 고양이 발바닥의 세계는 우주가 열린 이후로 쭈욱 대전 중인데, 용이와 들녘이가 모두 딸기파인 것은 나와
"고양이 발바닥, 밤하늘 별자리, 우주의 기분, 죄사함... 길상호욱, 우리의 죄는 야옹" 내용보기

  고양이 발바닥은 땅을 딛고 다니는 밤하늘 별자리 같아서, 어느 날 고양이 들녘이 내 가슴에 꾹꾹이를 할 때 우주가 열렸다. 열린 우주에서는 어느 날 고양이 용이가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발가락 하나를 잘라냈을 때 별 하나가 떨어지는 사건도 있었다. 딸기와 포도로 나뉘는 고양이 발바닥의 세계는 우주가 열린 이후로 쭈욱 대전 중인데, 용이와 들녘이가 모두 딸기파인 것은 나와 아내에게는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물티슈


  낡은 바다가 지어놓은 여관
  그곳에 오래 머문 적 있다
  주머니 속에서 굴리던 조개껍데기
  무늬가 다 사라질 때까지,
  옷깃을 스친 인연들이
  인연 전으로 모두 돌아갈 때까지,
  우리는 별빛이 끝난 새벽마다
  창틈에 삐져나온 파도 한 장을 뽑아
  서로의 때 낀 입술을 닦아주었다
  파도는 아무로 뽑아 써도
  쉽게 채워지곤 했으므로
  너와 나 사이에 드나들던
  거짓말도 참말도 점점 희미해졌다
  그러다가 어느 날은
  담장을 걷던 고양이가 같이 뽑혀와
  붉은 혀로 쓰윽,
  우리의 눈길을 핥고 가기도 했다
  망막에 낀 얼룩이 사라지자
  너는 모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서먹한 얼굴로 각자 짐을 챙겨
  그 낡은 여관을 빠져나왔고
  남겨놓고 온 우리는
  몇 겹의 파도가 천천히 지웠다


  고양이 발바닥만큼이나 말랑말랑한 시들이 날아다니는 새벽이다. 고양이 용이와 고양이 들녘이 그 시들을 겨냥하여 오른쪽 앞발을 팽팽하게 당긴다. 유연한 과녁은 서정적이다가 유머러스하다가 재미있다가 서글프다가 하면서 제게 꽂히는 고양이 발톱을 받아들이는데, 상처 하나 없이 말끔한 얼굴을 하고서 재차 허리를 곧추 세우는 고양이들을 바라보고는 한다. 제풀에 지친 고양이가 먼저 돌아선다.


   그림자 사업

 
  저의 직업은 그림자 소매치기입니다. 뒷모습을 버린 사람들에게서 그림자를 슬쩍하는 건 아주 손쉬운 일이지요. 뒤따라다니며 주사기를 대고 쭉 빨아올리면 그것으로 그만이니까요. 놀라 뒤돌아보던 사람도 홀쭉해진 그림자를 알아보는 일은 없습니다. 증거도 없이 멱살부터 잡는 놈이 가끔 있지만 미리 덩치를 불려둔 바닥의 나를 보여주면 열이면 열 꽁무니를 빼고 도망가지요. 그렇게 모아온 그림자들은 농도에 따라 나눠 얼려둡니다. 조울증을 다스리는 귀한 약이 되기도 하거든요. 조증이 최고치에 달했을 때 투여하면 그야말로 직방이지요. 가끔 가난한 사람들이 밤의 어둠도 그림자라고 잘못 뽑아 수혈했다가 별빛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는데, 그래서인지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 벌이가 쏠쏠합니다. 어떠세요. 저와 손잡을 생각 없으신가요?


  언제나 그림자를 거느릴 뿐 그림자를 따라간 적 없는 고양이가 걸어간다. 절대 깡총거리지 않고, 간혹 폴짝거리는 것으로 그림자를 건너뛰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지치는 대신 멈추는 것으로 고양이는 자존심을 지킨다. 이미 멈춘 다음에도 고양이 등에는 여분의 활기가 넘치니, 고양이가 등을 핥는 것은 제 몸의 조증을 다스리는 중이니 건드리지 않는 것이 집사의 도리이다. 


   그늘에 묻다


  달빛에 슬몃 깨어보니
  귀뚜라미가 장판에 모로 누워 있다
  저만치 따로 버려둔 뒷다리 하나,
  아기 고양이 산문이 운문이는
  처음 저질러놓은 죽음에 코를 대고
  킁킁킁 계절의 비린내를 맡는 중이다
  그늘이 많은 집,
  울기 좋은 그늘을 찾아 들어선 곳에서
  귀뚜라미는 먼지와 뒤엉켜
  더듬이에 남은 후회를 마져 끝냈을까
  날개 현에 미처 꺼내지 못한 울음소리가
  진물처럼 노랗게 배어나올 때
  고양이들은 죽음이 그새 식상해졌는지
  소리 없이 밥그릇 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나는 식은 귀뚜라미를 주워
  하현달 눈꺼풀 사이에 묻어주고는
  그늘로 덧칠해놓은 창을 닫았다
  성급히 들어오려다 창틀에 낀 바람은
  다행히 부러질 관절이 없었다


  고양이들의 밤 발걸음은 빵부스러기처럼 착한 자국을 남겨 밤을 노니는 우리가 따르기에 제격이다. 고양이 드라이브는 운전석의 고양이 그리고 하나의 밤 쯤 떨어져 있는 조수석의 우리가 함께 하는 것, 시속이 아니라 초속으로 표현되어야 할 속도감을 누리고 싶다면 권할 만 하다. 다들 모르는 것들을 고양이만 알아, 고양이처럼 등이라도 핥아야 번역될 수 있는 무소속의 언어를 바람결에 들을 수도 있다.


   우리의 죄는 야옹


  아침 창유리가 흐려지고
  빗방울의 방이 하나둘 지어졌네
  나는 세 마리 고양이를 데리고
  오늘의 울음을 연습하다
  가장 착해보이는 빗방울 속으로 들어가 앉았네
  남몰래 길러온 발톱을 꺼내놓고서
  부드럽게 닳을 때까지
  물벽에 각자의 기도문을 새겼네
  들키고야 말 일을 미리 들킨 것처럼
  페이지가 줄지 않는 고백을 했네
  죄의 목록이 늘어갈수록
  물의 방은 조금씩 무거워져
  흘러내리기 전에 또 다른 빗방울을 열어야 했네
  서로를 할퀴며 꼬리를 부풀리던 날들,
  아직 덜 아문 상처가 아린데
  물의 혓바닥이 한 번씩 핥고 가면
  구름 낀 눈빛은 조금씩 맑아졌네
  마지막 빗방울까지 흘려보내고 나서야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되어
  일상으로 폴짝 노래설 수 있었네

   
  어떤 전조도 없이 불쑥 나타나는 고양이는 일상적이되 치명적이다. 우주의 기분, 알 수 없는 묘한 존재의 내력을 파악할 길이 없으니 그 속내를 이렇게 부르기로 한다. 시집 한 권을 모두 읽고 났더니 고양이 두 마리가 나를 중심으로 대각선 양쪽에 자리를 잡고 숙면 중이다. 숨소리 몇 번 푸득거리고 몇 번이나 몸을 뒤집더니 그예 발바닥을 허공으로 뻗었다. 밤하늘 별자리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중이다.



길상호 / 우리의 죄는 야옹 / 문학동네 / 119쪽 / 2016 (2016)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17.08.2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