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태어나서 단편소설집을 읽어본 적이 없다. 단편소설에 대한 먼가 모를 선입견이 있어서였을까? 장편으로 이루어진 글에 익숙한 나는 단편으로 이야기가 끝나면 너무 아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우연찮은 기회에 자음과모음 출판사(YES24 블로그)에서 서평 이벤트를 하기에 응모를 해봤는데 운 좋게 당첨이 되어 처음으로 단편소설을 읽게 되었다. 남편: 혹시..... 외계인 믿어? 참 별거 아닌 대화이지만 여기에서 남편은 아내와의 얼어붙었던 감정이 따뜻함과 위로의 느낌으로 바뀌게 된다. 먼가 작은 희망이지만 아내와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작은 믿음이 발생하는 순간이었다.
* 이 서평은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다만 서평은 제 주관적인 후기로만 구성되었습니다.
![]() ![]() ![]()
|
|
소설을 읽다보면 작가의 세계에 빨려들어갈때가 종종 있다. 작가의 삶을 엿보게 될때도 있고 힘들땐 위로와 격려도 받을때가 있다. 그만큼 책에는 허구의 글이라도 글쓴이의 자취가 조금은 느껴지기 마련이다. 공감하기 어려운 소설또한 있기 마련. 현실과 상상이 뒤섞여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작가의 세계도 있다. 이번에 읽은 김하서작가의 소설 [줄리의 심장]은 불안, 환상, 망상, 결핍된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독특한 책이구나라고 느낄때쯤 단편들의 끝나는 자락에는 '이게 뭐지?' '무슨소리야?' 라는 내용에 대한 이해부족과 반전아닌 반전에 어리둥절해 하기도 하고 잠시 생각후 소름돋을 때도 있었다. 상상력 풍부한 작가에게 감탄하지만 이책은 현실에서 만날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와 해소되지 못한 불안속에 망상으로 일그러진 사람들의 이야기일수도 있다. 총 7편의 단편으로 엮인 책은 바람난 아내와 이혼한 남자 [앨리스의 도시], 아픈딸아이에 괴로워하는 남자[버드], 이혼후 유령도시에서 살게된 남자 [유령버니], 심장이 없어진채 죽어있는 개앞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남자 [줄리의 심장], 아내를 죽이기 위해 오키나와로 떠나는 남자 [아메리칸 빌리지], 도시에서 자꾸만 없어지는 파인애플도둑을 잡으려하는 남자 [파인애플 도둑], 아내의 유산수술후 만나게 된 소녀로 인해 최악의 하루를 보내게 되는 남자 [디스코의 나날]의 이야기가 담겨져있다 7편 모두 현실속의 존재의결핍속에서 오는 불안과 부재로 인한 환상과 망상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남자들의 모습을 볼수있다. 시종일관 음울한 분위기와 힘든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주인공인물들의 고요한 슬픔과 외로움이 읽는 내내 아련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온전히 공감하기 어려운 책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의 결과와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어 당황스러웠던 소설이다. 그런데 의외로 흡입력과 가독성은 정말 좋은 소설이다 '나는 이제 아무것도 확신할 수가 없었다. 아내가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구구단을 외우는 남자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쪽과 이쪽의 경계는 무엇이며 그 벽은 영원히 견고한지.이쪽은 정말 안전하고 저쪽은 위험하다고 누가 장담하는가.' (126p. 줄리의 심장중)
|
|
단편 소설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고 이런 소설을 쓴 사람이 한국 작가라는 사실에 두 번 놀랐던 <줄리의 심장>은 새로운 장르의 개척과도 같았다.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과 구성으로 음울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지점으로 모여드는 완벽한 글. 그래서인지 <줄리의 심장>에 실려 있는 여러 개의 단편 소설 하나하나가 모두 새로웠고, 완벽했다.
가끔 단편 소설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점은 단편 소설 간의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것이었다. 작은 소재들이 모여서 탄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그중에 다른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비슷한 내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럴 때마다 조금은 아쉬웠고 그 안에서나마 각 글의 개성을 찾으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줄리의 심장>은 단 한 편도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하나하나의 단편이 모두 새로웠고 완벽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풍기는 음울하고 난해한 상황들은 모두 계획되어 있었고, 이 계획을 세운 작가가 위대해 보였다.
총 7가지의 단편 소설 중에 어느 하나 빠짐없이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첫 작품이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그 어떤 배경 지식 없이 읽기 시작한 처음이라서인 것 같다. 뭐지? 뭐지? 왜 이런 내용이지?를 반복하다가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다음 작품부터는 그런 의문을 품지 않고 온전히 작품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전이라면 반전이고, 어찌보면 이미 계획되어 있는 결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음울한 작품 세계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줄리의 심장>은 음울한 작품 세계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완벽하게 짜여져있는, 감동은 아니지만 어떤 깨들음은 있는, <줄리의 심장>을 추천하고 싶다. |
|
줄리의 심장, 환상 공간과 현실 세계의 통로는 어디인가?
![]()
아내는 지하철에서 만났다는 중년 남자를 만나러 야심한 시각에 외출을 하고
![]()
|
|
http://blog.naver.com/eoqkrtnzl/221096882567 http://blog.daum.net/eoqkrtnzl/15427903 제2회 자음과모음 신인상 수상작가 김하서의 첫 소설집인 <줄리의 심장>을 재밌게 읽었다. 인간의 어둡고 불안한 심리를 묘사한 단편들이 모두 일곱 편이 실려있는데 하나같이 흥미로운 주제였다. 「앨리스의 도시」, 「버드」, 「유령 버니」, 「줄리의 심장」, 「아메리칸 빌리지」, 「파인애플 도둑」, 「디스코의 나날」 등... 총 일곱 편의 단편소설은 작가 김하서의 독특한 내면과 작품세계를 잠시나마 들여다보는 듯했다. 미리 말을 하자면 내가 느끼기엔 책의 제목인 <줄리의 심장> 다음에 실린 글은 분위기가 다른 듯했다. 앞의 네 편과 뒤의 세 편의 분위기와 결말이 사뭇 달라 출판사가 의도적으로 순서를 정했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말을 하자면 첫 소설집 답지 않게 퍽 가독성도 높고 내용 속으로 빨려 들게 만들었다. 후루룩 읽히는 내용이지만 결코 후루룩 넘길 내용이 아니라서 되풀이해서 읽어도 좋을 듯한 그런 내용이랄까? 결코 밝은 내용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음침하고 침울하고 기괴한 내용이라서 작가의 내면세계가 궁금해졌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어두운 부분일 거란 생각이 드는 단편들이었다. 등장인물이 만들어낸 감당할 수없는 비참한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심리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비현실의 세계. 각각의 소설을 끝까지 읽어야만 어렴풋하게 정체를 드러내는 각 작품 속의 등장인물을 둘러싼 현실 같은 비현실이다. 한 마디로 김하서의 <줄리의 심장>은 재밌다. 신인상을 받았느니 어쨌느니 하는 평가는 믿지 않는 편임에도... 내 개취적인 느낌이겠지만 <줄리의 심장>까지는 생각할 거리도 많아서 읽고 있는 부분의 앞부분을 되새기게 했지만... <줄리의 심장> 다음 편인 「아메리칸 빌리지」 편부터는 작가가 앞 부분처럼 되새길 기회를 주지 않아 아쉬웠다. 즉... 작가의 작품 성격이 달라진 듯하여 다소 민숭민숭하다는 느낌이었지만... 뭐,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았다. 해도 짧아지고 스산한 바람이 부는 이 계절에 읽으면 분위기가 제법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할까? 아등바등... 잘 살아보겠노라 아무리 발버둥 쳐대도 어쩔 수없이 밀려드는 공허함이 <줄리의 심장>에 녹아있었다. 너무나 사랑했으나 바람난 아내, 갑자기 아픈 아이...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등장인물의 불안감이 현실을 부정하게 만든다. 등장인물의 상황이 현실인지 비현실인지는 소설을 마지막 부분까지 읽는 순간에서야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다. 이런 점에서 이 소설의 내용을 추측하게 만들고 끝까지 책장을 붙들고 있게 만드는 매력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다른 사람에게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서는 책인지 잘 모르겠지만 내게는 <줄리의 심장>이 일단 흥미롭고 재밌었다. 배신한 아내로부터 멀어지고 싶어 찾아 든 낡고 스산한 아파트의 분위기도 상상이 되었고 등장인물의 심리도 이해가 갔다. 이 책 <줄리의 심장>에서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외로움인 것처럼 느껴졌다. 곁에 있으되 아무도 없는 것과 같은 근원적인 외로움이 만들어내는 흔들리고 불안한 인간 내면의 부정적 심리... 현실처럼 느껴지는 등장인물이 만들어낸 비현실... 그 속에서의 음울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절대 고독... 제2회 자음과모음 신인상 수상작가 김하서의 <줄리의 심장>은 작가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준 그런 책이었다. <줄리의 심장>을 읽는 동안 우울해지고 가라앉았지만 내 기준에서는 꽤 괜찮은 책이었다는 평가를 하고 싶었다. 작가로서 경력을 더 많이 쌓아서 작품이 좀 더 성숙해진다면 김하서의 작품을 꽤 좋아할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아무튼... 꽤 가독성이 높았었고 흥미롭게 책장을 넘겼던 <줄리의 심장>이었기에 작가의 건필을 빌어본다. 그리고 끝간 데 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디스코의 나날」에서 저 사람 어디까지 갈 것인지가 걱정되고 궁금해졌다.
|
|
줄리의 심장
어긋난 시간의 차원, 환상 공간과 현실 세계를 오가는 욕망과 고독에 관한 통찰!
|
|
〔앨리스의 도시〕에서는 계속 악몽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기분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기에 더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그래서 이야기는 끝났는데 뭔가 석연치 않아 찝찝하다. 〔버드〕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이라서 더 그런 부모의 마음에 공감이 되고 안타까웠다. 털도 거의 없는 붉은 피부의 아주 어린 새의 죽음 앞에 그들의 자식이 겹쳐보였다. 혹시나 그 작은 새가 그들의 아이는 아니었을지.... 조금이라도 더 곁에 있고 싶어서 떠나가지 못하고 집안을 맴돌았던 것 같았다. 너무 큰 반전에 어찌할바를 몰랐던 〔줄리의 심장〕 책의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한동안 멍한 상태로 자리에 앉아있었다. 어느 날 심장이 없어져 버린 채 발견되는 개 줄리. 중요한 장기를 잃어버린 개를 그냥 묻어버리는 비인간적인 짓을 할 수 없어 심장을 찾을 때 까지만 냉동실 한쪽에 숨겨두기로하는데... 자꾸 이상한 행동을 하는 아내.. 충격 반전!! 요즘 읽은 책들 중에 역대급 반전이었다!!! 누가 이상한거지? 와 지금까지도 알 수 가 없다. 〔아메리칸 빌리지〕6살 딸과, 16살의 늙은 푸들을 아내의 부모님께 맡겨두고 오키나와로 여행을 떠나는 부부. 충동적으로 가게되는 여행같이 보이지만, 남편의 주도하에 아내 모르게 진행되는 여행. 그 여행에서 아내를 살해하려한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자꾸 어긋나 버리는데... 부부사이에 대화가 없으면 자연스레 멀어지는 것 같다. 서로에 대한 불신의 벽을 쌓은 채 오해속에서 서로 멀어져 버린것은 아닐까. 결국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총 7가지의 에피소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으로 이야기가 순식간에 전개되는데 글의 흡입력이 장난이 아니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애매모호해서 이게 현실인지 환상인지 도저히 구분히 가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행복과는 거리가 먼 악몽을 꾼 듯 두렵고 긴장되고 불안한 감정들이 담겨있다.
공포나 분노와 같은 감정이 비교적 분명한 대상을 갖는 것과 달리 불안은 그 대상을 포착할 수가 없다. 무엇이 나를 불안하게 하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야말로 나를 참을 수 없이 불안하게 한다. 소설의 화자는 아내와 소원하거나 아이를 잃은 중년 남성으로 고정되어 있고, 아내 혹은 아이의 부재는 화자가 사로잡힌 불안의 원천이 된다. 그 속에서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불안해하며 외로워한다. 과연 그 불안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을까? 책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혼돈은 계속 이어진다. 어쩌면 그 속에서 지금 우리의 현실을 들여다보는지 모르겠다. 가족과의 소통부재에서 오는 답답함, 책임을 지지 않으려 그 상황을 피해버리는 무책임. 끊임없이 변해가는 세상속에서 혼자 고립된 나 자신..... 불안해하고 그 자리에 서 있을 것인지 아니면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 선택은 내 몫에 달려있다.
|
|
줄리의 심장 김하서
차례 앨리스의 도시 버드 유령 버니 줄리의 심장 아메리칸 빌리지 파인애플 도둑 디스코의 나날
초인종이란 물건은 처음에만 누르기가 힘들지 그다음부터는 외판원이 된 듯 용감하게 눌러댈 수 있었다. + 79
최소한 달라질 수 있는 회망이라도 주워 올 거야. + 137
그러나 나는 그때 까지도 깨닫지 못했다. 삶은 보이지 않는 무수한 거미줄로 연결되 어 있으며 누구도 세상의 불의와 범죄와 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 168~169
그럼 무엇을 하고 살 거 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없다. 토네이도를 쫓거나 고물을 쫓으며 살아가는 인생도 있는데 나는 무엇을 쫓아야 할지 아직 모르겠다. 지금까지도 찾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면 모두가 비웃을 것이다. 고 백하자면 이 나이에도 휘청거리고 있는 내가 한심하고 부끄럽다. + 179
함께 살지만 서로를 건드리지 않는 것. 그것이 율이 생각하는 가족이다. + 219
놀이기구 하나를 타는데도 저렇게 기를 쓰고 매달려야 하는 걸 그는 이해할 수 없다. 그냥 손을 놓아버리면 그만 아닌가. 손을 놓 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 230
꼬리처럼 이어지는 불행들로 먹먹함과 동시에 못 본척 무시하고 지나치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또 현실이더라.
내가 서있고 일어서야할 바로 이 자리, 여기.
|
![]()
제2회 자음과모음 신인상 수상작가 김하서 작가의 첫 소설집, 이번 소설집에는 일곱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수록된 작품들은 비현실적인 느낌, 몽환적인 느낌과 더불어 딱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라는 문장이 생각났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의 1974년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내가 알게 된 것은 자우림 김윤아 님의 솔로 앨범 수록곡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녀도 파스빈더 감독의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다고도 했다. 어쩐지 그 한 문장으로 딱 이 작품을 표현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인간에게 불안이란 언제, 어디서라도 따라 붙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불안을 멀리하려고 해도 그 괴물은 불시에 언제든 나를 나타나서 나를 장악한다. 이 소설집에 나오는 등장인물들과 스토리 라인은 불안이 계속 따라 붙는다. 이 책의 뇌구조를 펼쳐보면 가장 핵심 단어? 빅 픽쳐는 아마도 불안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작품 하나하나 모두 읽는 내내 나까지 불안으로 가만히 앉아서 읽을 수 없게 만들었고 그것은 끊임없이 머릿속에 따라붙어서 머릿속은 물론 눈빛마저 흔들리게 만들었다. 우울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불안은 어쩔 수 없는 인생안의 카테고리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싫다고 저리 가라고 사양하고 손사래를 쳐봤자 돌아오는 것은 더 큰 불안감일 뿐이다.
해소될 수 없는 불안감이지만 삶은 그런 것들이 더해져서 더욱 단단함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짐작만 해볼 뿐이다. 존재의 불확실성이 가득한 세상을 사는 우리, 어찌 불안하ㅣ 않을 수 있을까? 궁극의 감정은 결국 우리를 단련시키려는 하늘의 뜻인가보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삶 속에서 캐치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의 불안감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그것들에 지지 않고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억의 책이다. 텅빈 공간 속, 마음 속까지 동질감으로부터 위로하려는 마음인 것 같다.
여자의 눈동자가 이상했다. 보통 살아있는 사람들의 눈동자에서 무언가 중요한 하나가 사라진 섬뜩한 눈동자였다. 분명 여자의 눈은 그를 향해 있었지만 여자는 동시에 그를 보고 있지 않았다. 열려 있지만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는 혹은 다른 것을 보고 있는 듯한 여ㅏ의 동공은 탁하고 소름끼쳤다. (앨리스의 도시, 12쪽) 건너편의 콘크리트 건물에서 소름 끼치는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짙은 어둠뿐이었고 그도 어둠속에 갇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어둠 속에 완벽히 고립되었다. 그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 어둠 자체가 되는 것, 그것은 그가 그토록 열망하던 일이었지만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유령 버니, 101쪽) 도시는 온통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그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벽이 갈라지는 소리를 견디며 어둠 속 어디에선가 작고 희미한 불빛이 켜지길 오랫동안 기다렸다. (유령 버니, 101쪽) 그녀는 줄리의 죽음을 슬퍼하기 이전에 혐오감에 진저리칠 것이다.그리고 돌연 육식을 금하고 채식주의자가 될ㅈ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의 선언을 옹호하지도 지지하지도 않을 것이다. 삶의 유일한 따듯한 기억이 그런 식으로 모욕되는 것을 참지 못할 뿐이다. (줄리의 심장, 110쪽) 조와 안은 나란히 서서 수족관 앞에 펼쳐진 진짜 바다를 바라보았다. 하얀 파도가 넘실거리는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함에 가슴이 시원하게 뚫린 것 같았다. 조는 남자애 손목의 FREE WILLTY 라고 새긴 타투가 떠올랐다. 고래는 이제 진짜 자유다. (아메리칸 빌리지, 163쪽)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지만 삶을 계속 살아야 하니까요." (파인애플 도둑, 192쪽) "혹시... 외계인 믿어?" 내 목소리는 떨렸지만 울음기는 어느새 말라 있었다. (중략) "안 믿어." "나도 안 믿어." 아내의 대답에 얼어붙었던 가슴에 기쁨이 잔잔히 퍼져나갔다. (파인애플 도둑, 196쪽) 그는 절실하게 매달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를 알고 있다. 절실한 순간부터 삶은 가차 없이 잔혹해진다. 살아오면서 한 번이라도 무언가에 절실하게 매달렸던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본다. 다행히 떠오르지 않는다. 뜻밖에 죽은 그의 아이가 떠오른다. 그는 그 아이에게 절실했었나. 그는 대답할 수가 없다. (디스코의 나날, 230쪽) |
|
줄리의 심장 (2017년 초판) 저자 - 김하서 출판사 - 자음과모음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74p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면 일상속 작은 일들도 공포로 다가온다. 현실과 환상이 혼재하는 강렬한 단편집 [개들이 식사할 시간]으로 강한 인상을 준 자음과모음에서 또 한편의 환상 단편집이 출간 되었다. 이 작품 역시 환상과 현실의 경계 그 어딘가를 그리는 단편집으로 7가지의관계에 대한 독특하고 여운이 남는 기괴하고 기묘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개들이 식사할 시간]은 정제되지않은 있는 그대로의 날것의 느낌이 강했다면, 이 [줄리의 심장]은 직접적인 잔혹한 묘사는 배제된체 현실과환상과 망상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모호한 경계를 통해 은근한 공포를 주며 결말에 대해 여러 방향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단편 전반을 어우르는 사람과 사람간의 단절과 고요하고 고독한 느낌 때문인지 가슴 서늘한 황량한 느낌을 주는 단편집이었다. 1. 앨리스의 도시 정장차림의 토끼가면을 쓴 사내가 자신을 사시미칼로 찌르는 꺼림칙한 꿈을 꾼 남자는 길거리에서 자신에게간밤의 꿈이야기를 하며 잡아 끄는 흙발의 소녀 앨리스에게 관심이 간다. 앨리스와 얘기를 하는 도중 앨리스는 남자에게 10초뒤 어떤 일이 벌어질것이라 말하고, 10초뒤에....... - 끝없는 악몽을 꾸는 듯한 단편이다. 앨리스와 토끼가 만나 초현실적인 환상의 세계로 간다는 동화에 악의에의한 복수를 덧입히면 이런 네버엔딩 나이트 메어 스토리가 탄생되는구나.... 2. 버드 태어난지 얼마 안된 신생아에게 치명적인 RS바이러스가 감염되 고열에 시달리다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된다. 아기의 엄마와 아빠는 어린 몸으로 바이러스와 싸우는 참혹한 아기의 모습에 생의 의지를 잃고하루하루 악화되 가는 아기를 바라 보기만 한다. 아기의 생사를 가를 마지막 고비가 지나고 집으로 돌아온부부는 닫혀있던 집에서 새들의 흔적을 발견하는데...... - 딸아이가 태어나자마자 한동안 인큐베이터 신세를 진적이 있다. 젓가락 처럼 가녀린 팔과 다리에 이름모를 주사 바늘과 전선을 꽂고 누워 있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찢어지다 못해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할 정도로큰 충격을 받았고 모든것이 내 탓인것 같아 괴로운 시간들을 보냈었다.(물론 지금은 건강하게 잘 지낸다..)이 단편을 보니 그때의 지독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차갑고 답답한 백색 공간 속에서 아이의 건강을 빌어 주는것 밖에 할 수 없는 부모의 심정이 와닿는 작품이다. 유령이 나오지만 공포스럽다기 보단 슬픈 이야기이다..저편에선 새처럼 훨훨 날아오르길.... 3. 유령버니 아내와 이혼하고 인적이 드문 아파트로 이사한 남자는 입주자가 거의 없어 자신이 이사한 곳을 빗대 유령도시라는 신문 기사를 읽고 조용하고 차분한 삶을 기대한다. 그러나 들뜬 마음도 잠시....잡음조차 없는 무소음의고요한 공간에 방치된 남자는 서서히 공포감이 들기 시작하고 아파트에 자신외의 다른 사람을 찾기 위해 초인종을 누르며 사람을 찾는데..... - 빈집엔 유령손님이 찾아온다...자고로 집을 계약할땐 이것저것 따져보며 여러 사항을 체크해야지...쯧쯧..유령도시 처럼 조용하다고 덜컥 계약을 하나...-_-;;; 그러니 아내가 도망가지...부실공사와 유령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단편. 멀쩡한 사람도 유령처럼 보이는 유령도시에서 누가 유령이고 누가 인간인지 모를 모호한 상황들이 공포감을 더해준다. 4. 줄리의 심장 다섯살짜리 첫째와 십일개월 아이를 키우는 평범해 보이는 집. 잘자던 첫째가 경기를 일으키며 일어나 바지에오줌을 적시며 외친다. "늑대가 줄리를...." 이내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딸..그리고 아빠는 하얀색 털뭉치의 고깃덩이를 발견한다. 7년동안 그의 집에서 키우던 푸들 줄리는 심장이 잔인하게 도려진체 죽어 있는것....이후 육아 스트레스로 우울증 증세를 보이던 아내는 이상증세를 보이는데..... - 두 딸을 키우는 아빠로서 보면서 미쳐버리는줄 알았다. -_-;;;; 아무래도 산후 우울증으로 보이는 아내의이상증세와 점차 육아와 살림에서 손을 놔버리고 집안과 아이는 방치된체 엉망진창이 되고....아빠는 어떻게던무너지지 않고 제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하지만....가장 미쳐있던건 아빠였을지도....아...과하게 감정이입 되고답답하고 숨막히는 상황 때문에 힘든 작품이었다...잘 버텨준 아내가 고마울 지경... 5. 아메리칸 빌리지 외도하는 아내를 심판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계획한 오키나와 여행을 가는 조. 조는 아내 안을 데리고 사전에계획한 소바집으로 위장한 불법무기거래소에서 아내의 머리를 관통시킬 매그넘 44구경을 인도 받는다. 이제하루만 지나면 미군들이 머무는 아메리칸 빌리지 대관람차 안에서 아내의 숨통을 끊을 수 있다고 위안한다.그리고 결행의 당일 아침....매그넘이 사라졌다!..... - 환상이 배제된 현실적 단편. 9년이라는 매너리즘에 빠진 결혼생활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살인 여행을 계획하고 매그넘을 구매하지만....그런 일탈 여행이 또 다른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난 이제 8년차구나...나도 슬슬 계획을 짜볼까?.... 6. 파인애플 도둑 아내가 생각을 정리한다며 친정 경주로 내려가 버렸다. 혼자 텅빈집에서 지내는 사이 남자가 사는 도시에선신출귀몰한 파인애플 도둑이 나타나 도시의 모든 파인애플을 휩쓸어 간다. 도둑의 정체는 CCTV에도 잡히지않고 목격한 사람도 없지만 값비싼 보석이 아닌 그저 파인애플 이기에 사람들의 반응은 미적지근 하다. 몇일이 지나고 거리 곳곳에선 썩어가는 파인애플 껍데기 무덤이 발견된다. 썩은 파인애플 무덤 근처를 지나던 소녀가 말벌에 쏘여 죽는 사건이 발생되고, 남자는 자주 가는 떡볶이집 사장과 의기투합해 파인애플 도둑을 잡으려 하는데...... - 왜 파인애플 인가?...-_-;;; 도둑의 정체는?....어떤 메타포가 숨겨져 있는가?..모르겠다..-_-.머...세상의 희한한 일에 대해선 관심과 열정을 쏟아내지만 뭣때문에 아내가 친정으로 갔는지, 왜 한달이나 연락이 없는지에 대해선 신경도 안쓰는 무신경함....그렇게 살지 맙시다... 7. 디스코의 나날 경력단절을 우려한 아내의 의지로 3개월된 아이들 낙태한날 태오는 답답한 마음에 아내를 홀로 두고 병원앞 주차된 아우디에 탄다. 맞은편 도움을 요청하는 친구의 문자를 무시한 뒤 투신자살한 친구 때문에 거리를배회하던 율은 아우디속 남자를 보고 아무 거리낌 없이 남자의 옆자리에 타 집에 데려달라고 한다. 그렇게누군가를 잃은 두 남녀는 어둠속을 달리고....무언가를 치는데...... - 상처 받은 영혼은 서로를 알아보는 건가. 아이를 잃은 태오의 앞에 나타난 의문의 소녀와 연이어 벌어지는불행한 사건...태오에게 벌어진 최악의 하루인듯.... 작가의 의도인지 공교롭게 7가지 단편 모두가 가족간의 소통의 부재로 인한 갈등이나 불화에서 비롯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게다가 모든 단편의 주인공이 누군가의 아빠, 누군가의 남편인 남성으로 특정된다.(마지막7번째 단편 [디스코의 나날]은 남자와 소녀가 주인공이지만) 안타깝게도 여기 등장하는 남자들은 지독히도무신경한 남자들로 아픈 아이 때문에 이상증세를 보이는 아내의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하고(버드), 아이를 출산하고 지독한 산후 우울증도 눈치채지 못해 둘째까지 출산하게 만드는 무신경함(줄리의 심장)을 보인다. 그러다보니 아내들은 남자와 별거를 하거나(파인애플 도둑) 심지어 남편을 떠나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앨리스의 도시, 유령버니, 아메리칸 빌리지) 무신경하면서도 좀스럽기까지한 남자는 아내에게 복수하기 위해살해계획을 세우기도 하고(아메리칸 빌리지) 살인을 실행에 옮기기도 한다. -_-;;;;; 몇몇 단편은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최악을 향해 치달아 가니 공허한 마음만 남더라...그들도 이시대 평범한 남자들이기에 그들의 무신경을 탓하기엔 세상이란 정글이 너무 치열하고 각박하다...이미 생생한 공포를 경험했으니 용서해 주기로...-_- (내가 왜 쉴드를 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특히 아픈 아이나 낙태 같이 육아와 관련된 단편은 두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더욱 감정 이입되고 작품에서 묘사 되는 지독한 상황들이 과장이 아니란걸 알기에...그런 건드리기만 해도 깨져버릴것 같은 살얼음 같이 긴장되고 날선 감정의 대치 상태를 경험 했기에 충분히 공감가는 이야기였고 마음이 쓰렸다. ㅠ_ㅠ 평범한 일상속에서 갑자기 미쳐버린 세계로 360도 바뀌어 버리는...평범한 일상속 공포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