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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에 담아요,
마음
지금은 사소해 보이는 게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 거잖아. 물론, 기나긴 과정을 거쳐서.
우리는 혼돈으로 태어나 혼돈의 모습을 빼앗기게 된다.
가방에 담아 둘까,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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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은 간혹 착각을 한다. 내가 낳은 아이에 대해서 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다 알고 있다는 자신을 갖는다. 그런 때도 분명 있었고, 아이또한 부모에게 온전히 의지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아이의 성장만큼 아이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아진다는 것, 이것을 먼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든다.
아이의 입에서 어느 날 부터인가, "우리 반의 누구와 누구가 사귀기로 했대. 엄마 누구랑 누가 사궜었잖아, 그런데 깨졌대."등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가 대화의 주제로 떠오르는 날이 많아졌다. 선생님이 내주신 수행평가를 위해 남자네 집, 여자네 집 오고가는 것이 아직은 자연스러운 그들에게 이성의 감정이 생겨나고,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날들이 생겨났다고 생각하니, 피식 하고 웃음이 새어나온다. 주말이면 초인종을 눌러 놀러오던 친구들의 발걸음이 줄어 이유를 물어보니, 이성친구가 생겨서 놀러 간다는 것 같다는 아이의 말을 들으면서, 간식챙겨주면 넙죽넙죽 잘 받아먹으면서 친구 엄마인 나에게 말도 잘 걸고, 수다도 늘어놓던 녀석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아이의 말에 마냥 웃음이 텨져나오면서, 우리 아이에게도 멀지 않은 일이구나 싶어서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나도 빨리 성장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김혜진님의 『가방에 담아요, 마음』에는 5편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만남과 시간을 통해 자라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싹을 틔우고, 잎사귀를 키우면서 열매를 맺게 되는지를 꾸밈없이 그대로 담담하게 담아내어 독자의 마음을 흔들어주었다.
누구에게나 사랑은 쉽지 않다. 상대를 위한 나의 마음이 무엇인지 몰라서 힘들고, 알아도 내 마음을 그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몰라서 힘들고, 그에게 전달한 내 마음이 잘 도착했는지 대답이 오기까지가 힘이 든다. 내 마음과 상대의 마음이 같다해도 그 마음이 수평선을 그을 수 없듯이 항상 다르게 변화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받아들이까기의 힘겨움이 우리를 또 기다린다. 그렇다고 포기한다면 우린 나의 작은 감정하나까지 책임지지 못하고 날려보내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며, 그 마음은 단 한번도 날개짓하지 못한 채 영원히 잠재워있어야만 한다. 사랑은 우리에게 힘듦과 함께 도전을 부추키는 용기를 함께 실어다준다.
사랑은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절대. 나 혼자 상대를 바라보는 외로운 사랑도 상대가 있으니 절대 혼자는 아니다. 다만 바라보는 방향이 나를 향하지 않고 있음에 외로울 뿐 절대 외로울 수 없는 게 사랑인 것이다. 사랑을 하는 순간, 가장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때이다.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기도 하고, 나만을 위해 나의 몸과 마음을 자주 들여다보며 더 많은 것을 채워주기 위해 애를 쓰면서 나를 향해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나의 마음이 가장 많이 깊어지는 순간, 내가 내 스스로를 가장 많이 성장시키는 때이기도 하다. 우리는 힘들지만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것, 우리는 누구나 나를 위해 사랑을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방에 담아요, 마음』 속 5편의 이야기 속에는 설레고, 가슴졸이고, 출구없는 답답함과 스스로 문을 찾기 위해 애쓰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친구와의 만남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사랑도 있고, 친구의 사랑을 보며 눈물을 내는 그리운 사랑도 있고, 다가서지 못한 채 끝을 낸 아쉬운 사랑도 있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사랑을 하고 있다. 다만 빛깔이 다르고 어떤 감정을 더 많이 소모했는지 다를 뿐, 끊임없이 사랑의 감정을 소비하고 있다. 그 소비의 감정을 잘 담아두고 하나씩 꺼내어보는 순간이 오면, 그 땐 분명 지금보다 더 깊고 넓은 사랑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사랑이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찾아오는 또 하나의 사랑스런 모습이 될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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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했다. 첫사랑이었다. " 아름다운 시 같다. 세 번째 소설인 '에이와 삐'를 가장 울림 있게 읽었다. 왜 '비'가 아닌 '삐'일까? 평범한 두 아이의 밋밋한 연애니까 그냥 '에이와 비'여야 했다. 그러나 굳이 '삐'라고 칭한 것은 평범하지만 특별한 대상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에게 말하기엔 밋밋하지만 내게는 특별한 거니까. 흔한 첫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싱거운 풍경이다. 잔잔하고 미지근한 게 별다른 사건도 없었지만 특별한 이야기인 셈이다. 김혜진 작가는 '사소하고 평범한 것들이 지닌 옅지만 견고한 결'을 쓰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학창 시절에 한 번쯤 겪을 법한 첫사랑은 그렇게 '별거 없이' 지나간다. 그때는 그걸 모른다. 그렇게 지나가야 애절하고 아련하고 그립다. 시간이 지나고서야 그것이 첫사랑이었음을 불현듯 깨닫는다. 교실과 집을 왔다 갔다 하는 학창 시절에 무슨 스펙터클한 연애 사건이 있겠는가? 잠깐 눈빛이 스치기만 해도 마음이 쿵쿵댄다. 지극히 사소하고 평범하며, 현실적이다. 다섯 편 모두 과장되지도 호들갑스럽지도 않다. 오랜만에 내 첫사랑을 떠올려봤다. 더는 매력적인 이성을 봐도 귓불이 달아오르지 않고 횡격막이 요동치지도 않으며 미친 듯이 고백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나도 한때는 손끝만 스쳐도 뒷골이 마비되었으며 편지지를 고르느라 문구사에서 오래 머물렀고 일기장에 그녀의 얼굴을 그리곤 했다. 소설을 읽으며 이런 감정이 몇십 년 만에 다시 호출되는 시간이었다. 감정에 서툴렀고 쉽게 상처받았고 시야가 좁았다. 그래서 많은 게 새로웠고 감각은 민감했고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진하게 사귀지 못했기에 아름다웠다. 서로 더듬이질만 반복했다. 미숙했기에 과감하지 못했고 부족했기에 후회로 범벅되어 있다. 다 큰 어른이 읽으니 이런 느낌이 드는데 청소년이 읽으면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하다. 산만한 남자애들이 읽기엔 심심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섬세한 여자애들이 읽는다면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서정적이다. 그림도 맘에 든다. 튀지 않는 이야기에 어울리는, 풋풋한 감성이 묻어나는 솔직한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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