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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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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막을 내린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대회는 남의 집 잔치와도 같았다. 안방에서 벌어졌고 세계 뛰어난 선수들이 총출동 했으나 정작 우리나라의 선수는 보기 힘들었다. 메달을 단 한 개도 획득하지 못한 몇 안 되는 개최국 중 하나로 결국에는 이름을 올리며 대회는 종료되었으니, 세계 무대와의 격차가 아직 심히 남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장이었던 것 같다. 올림픽 때면 늘 육상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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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막을 내린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대회는 남의 집 잔치와도 같았다. 안방에서 벌어졌고 세계 뛰어난 선수들이 총출동 했으나 정작 우리나라의 선수는 보기 힘들었다. 메달을 단 한 개도 획득하지 못한 몇 안 되는 개최국 중 하나로 결국에는 이름을 올리며 대회는 종료되었으니, 세계 무대와의 격차가 아직 심히 남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장이었던 것 같다. 올림픽 때면 늘 육상 종목에서의 선전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워낙 세분화되어 있고 그만큼 걸려 있는 메달도 많은지라 육상을 잘 하면 딸 수 있는 메달의 수도 늘어난다. 허나 우린 안타깝게도 메달은커녕 결선 진출도 기대할 수 있는 육상 종목이 거의 없다. 예전에는 끈기, 저력 등의 단어를 떠오르게 하는 마라톤에서 종종 메달이 쏟아졌지만 이젠 그마저도 버거워보인다. 그렇다 하여 육상 종목을 보는 즐거움마저도 누리지 못해야 한단 법은 없다. 현실이 척박하여도 즐거움이 있다면 마음껏 누리는 것이 옳다. 죽어라 매달리는 사람도 이기지 못하는 자가 바로 즐기는 자라 하지 않았던가. 전 국민이 육상을 즐기는 분위기에서라면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괜찮은 육상선수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우리나라 선수가 없다는 이유로 외면해왔던 육상 종목들의 매력을 책을 읽으며 새삼스레 깨달을 수 있었다. 왜 흑인들이 육상 종목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최근 육상 각 종목에서 보이는 속도전의 양상이 어떠한지 등등 흥미로운 주제들이 계속해서 펼쳐지는데 책으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바로 우리나라에 처음 육상 종목이 도입되었을 무렵을 묘사해놓은 부분이었다. 달리는 주체가 대부분 양반의 자제였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항상 품위를 유지해야만 하는 이 족속(?)들을 달리게끔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듯. 출발을 알리는 이는 아마도 나름의 경건함을 유지코자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까 싶다. 현대엔 모든 달리기 종목이 시계 반대방향으로 트랙을 돌게끔 되어 있다. 그러나 왼쪽에 대해 알게 모르게 우리가 지닌 부정적인 편견 탓이 우리나라의 달리기는 반대로 진행되었었단다. 그 외에 단정함을 상실했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을 여성 육상 종목들까지, 그 시절로 돌아갈 순 없겠지만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괜히 웃음이 난다.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그게 불과 100여년 안팎의 일이라니 놀랍지 아니한가. 그 시절에 비한다면 분명 장족의 발전을 이룬 것이다. 허나 세계와의 격차는 여전히 크고 우리의 목마름은 언제 즈음 멎을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엘리트 체육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세계 무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려면 그만큼 실력 있는 이를 발견해 육성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오로지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고, 대입을 위해 체육 과목은 어느 순간부터 시간표에나 존재하는 형식적인 시간으로 전락해버린다는 점 등을 간과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근시안적인 태도로 오로지 다음 대회에서의 메달 몇 개만을 바라본다면 아마 앞으로 영원히 우리의 척박한 육상 토양에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미친 듯이 오래도록 달려본 사람은 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더는 달릴 수 없을 것만 같은 순간 오히려 다리가 저절로 움직인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턴가는 내가 내가 아닌 무아지경의 상태에 이르러 달리기를 멈출 수 없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달리기는 일종의 중독이다. 물론 제 체력의 한계를 과도하게 뛰어넘는 운동은 한 사람을 위험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육상의 모든 종목은 제 한계에 도전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기록으로 보답한다. 나로부터의 자유, 세상으로부터의 자유. 모든 운동이 그러하겠지만 육상은 더더욱 그렇다. 대부분이 별다른 도구 없이 그저 몸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육상은 평등하기까지 하다. 이 평등한 운동에 한 번 푹 빠진 사람들은 헤어나질 못하니, 체육 엘리트들의 우수한 성적을 기대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 몸을 움직여 한 번 달려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리라. 

이달의 사락 q*****2 2011.11.0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