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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열님을 처음 접하게 된 노래는 영화 ing 에 나오는 노래인 '기다림' 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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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이승열이라는 뮤지션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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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하고도 아련한 목소리, 블루스부터 프로그레시브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보여주는 작가주의적 사운드, 그리고 인간사 절망의 서사를 단 한사람이 한 앨범에 모두 담아냈다. 바로 이승열 3집 'Why We Fall'이다. 인간의 절망은 이토록 장엄하다.
1번트랙 [Why We Fail]에서, 이승열은 우리 삶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수면 위로 부유시킨다. 물방울 소리를 연상시키는 튠의 신디사이저 아르페지오 연주에서, 마치 빨려들어가듯 어쿠스틱 기타가 더해진다. 이 신비의 사운드에 마치 첨언을 구하듯 차분한 목소리로 이승열 비극을 전한다. '너의 진심을 뒤틀어버리고 / 차가운 도시에 거꾸로 박힌다'. 우리는 왜 실패하는가. 말미에 이르러 마치 무언가를 토해내는 듯 퉁퉁거리는 일렉 기타는 이 고통스러운 질문에 말 없이 화답한다.
이후로는 '우리가 실패하는 이유'에 대하여 고집스러운 탐구가 시작된다. 이어지는 2번트랙 [라디라]는 앨범의 일종의 무게중심과도 같다. 리듬과 멜로디, 그리고 기타리프 모두 매우 날렵하다. 흔들리지 말 것을 당부하는 가삿말에 흥겨운 멜로디가 이어진다. 이후에 펼쳐질 각 트랙 변화구에 대해 미리 스파링해두는 넘버이다. 또 12번 트랙 [그들의 블루스(Blues)]의 반전에 넉다운되지 말 것을 당부해두는 트랙이다.
그리고 3번 트랙 타이틀곡 [돌아오지 않아]가 이어진다. 어쿠스틱 기타라는 기둥을 세우고, 오르간 소리와 클라리넷 소리 등 공명이 이루어지는 악기를 대위함으로서 신비로운 느낌은 이어진다. 박제화되는 나비의 비극을 이미지화한 가사는 이 비극의 모습을 점점 뚜렷히 한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가성의 구음, 그리고 끝없이 공명하는 사운드까지 매 순간순간마다 작가주의적이다. 이어지는 [솔직히]에서는 잠시 숨을 죽이고 단순화된 프레이즈를 연달아 쏟아낸다. 정돈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끝없이 바닥으로 침잠하며 반복적으로 애시드 사운드를 연출하고 있었던 기타의 노이즈가 노출되는 순간, 이승열 3집의 미학은 뒤틀림이라는 것을 쓰라리게 느끼게 된다. [너의 이름]에 이르러서는 비극적 대서사가 드디어 정점에 이르른다. 깨끗한 피아노 소리에서 출발하여, 사운드의 진폭을 극대화하여 마치 노래 속에 빨려들어가는 듯한 음악적 경험을 선사한다. 이 넘버에 이르러서는 도저히 '실패의 그늘'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만 같다. 헤드멜로디의 감도 역시 앨범 내에서 가장 서슬 푸르다. 고음역대의 기타 솔로잉 역시 날카롭게 약점을 헤집고 들어온다. 이승열이 그리는 카오스(Chaos)는 이토록 장엄하다. 마치 대서사의 마침표를 찍 듯 마지막 코드톤음을 찍는 마지막 순간마저도.
이어지는 트랙들에서도 역시 애시드 블루스, 전자음악을 활용한 사이키델릭 록, 로그레시브 록까지 장르음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견고한 사운드를 구축한다. [너의 이름]에 이어지는 [또 다시]에서는 라디오헤드(Radiohead)를 연상시키는 딜레이(잔향)의 향연이 이어지고, [Lola (Our Lady Of Sorrows)]에서는 드럼, 보컬, 신디사이저 모두 딜레이를 걸어두고, 여기에 공명으로 소리를 내는 금관악기의 솔로잉까지 첨가한다. 이렇게 이승열은 더더욱 헤어나올 수 없는 슬픔의 늪을 만들고 청자를 가두어버린다.이쯤 이르르면 난도질 된 이승열의 얼굴은 좀처럼 회복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 헤어날 수 없는 늪에서 이승열 스스로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한대수와 함께 한 [그들의 블루스(Blues)]가 기다리고 있는 것. '그냥 그러다 오십 되는 거야' 식으로, 이승열은 이러한 비극이 그냥 그게 삶이라고 증언한다. 한대수의 거친 목소리는 자유로움의 방점을 더한다. 밝음과 어두움이 얽혀 있는 인생이라는 것을, 이 슬픔에 현혹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일 것을 권고한다.
[그들의 블루스]와 나머지 11개 트랙이 보여주는 극단의 지점, 그리고 그것의 변증법을 통해 이승열은 우리 삶의 본질을 꿰뚫는다. 삶이란 이토록 어두운 것, '돈'과 같은 가증스러운 분노의 대상만이 존재하는 것, 그러나 그것이 결국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삶의 어두운 면면들은 또 다른 밝음과 한 데 섞이며, 환상적인 블루스 잼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말이다. 그것이 '우리의 블루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