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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추구라니, 명상과 관련된 책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은 침묵의 정신적인 가치를 말하면서도 침묵과 소음에 대해 학문적 태도로, 과학적으로 파고들어간 책이었다. 여기서 말한 침묵의 추구란 소음과 대비되는 것으로서의 외부적인 고요함의 추구인 동시에 내면의 고요인 침묵의 추구이다. 작가가 침묵을, 침묵의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깊이 있게 파고들어간 일련의 연구들은 정신적인 것의 가치를 말하는 다른 많은 책들이 어떻게 보면 두루뭉술하게, 감각이나 영혼 같은 보이지 않는 것, 초월적인 것에 대해 말하는 것에 비해, 실생활과 관련되어 있으면서도 과학적이라 읽는 동안 지적인 욕구 충족의 쾌감까지도 느끼게 해 주었다. 침묵의 추구에 대해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소음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알게 되는 여러 가지 사실들 또한 무척이나 흥미롭다.(예를 들어 자동차 안에서 오디오를 크게 틀어 놓고 가장 강한 음압-자동차 유리가 박살날 정도의-에서 견디는 사람을 가리는 데시벨 드래그 레이스와 관련된 이야기 같은 것) 실제 소음으로 인한 치명적 피해에 관한 언급은 꼭 알아야 할 실용적인 정보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개발도상국에서 소음으로 인한 심혈관 손상으로 인한 심장마비가 연간 4만 5천 건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 미국인 세 명 가운데 하나가 이어폰 사용으로 인해 청력에 손실을 입는다는 사실, 에어컨을 비롯한 백색소음의 위험, 지속적인 배경 소음이 아동의 언어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며 자폐증 발생 증가와도 관계가 있다는 것 등.... 나 자신도 소음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소란한 현대 사회란 물리적인 의미에서 시끄럽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신적인 측면에서의 산만함 같은 것에 가까우며, 그렇기에 침묵이나 명상 또한 순전히 정신적인 측면의 고양과 관계가 있다고 믿었었다. 그런데 상상 이상으로 소음의 물리적인 폐해가 큰 것, 심지어 소음이 계속 커지면 인류는 공룡이 밟은 길을 가야 하리라는 주장까지 있다는 것이 놀랍다. 읽어 가면서 소음에 예민한 개성 강한 작가의 일상 이야기를 읽는 느낌, 소리와 침묵에 대한 과학 서적을 읽는 느낌, 소리와 침묵에 관한 사회과학 서적을 읽는 느낌, 침묵에 대한 통찰을 말하는 인문 서적 혹은 명상 서적을 읽는 느낌을 차례로 받아, 마치도 몇 권의 책을 읽은 듯한 기분이 들었던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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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읽은 만한 잔잔한 에세이가 오랜만에 나온거 같다. 마음의 여유를 만들어준 고마운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