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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나타난 개인과 그(녀)를 둘러싼 구조, 그리고 인물들의 살림살이 등이 지금까지 이르게 된 과거의 역사와 이들의 앞으로의 전망까지를 영화 속에서 관계적으로 찾아보려는 것이 비평의 본류 또는 영화소비자들의 능동적 참여가 아닐까 생각한다. 소위 말하는 ‘사회학적 상상력’의 영화학적 변용인 셈이다. 그러므로 이를 통해 몇 가지 전문적인 용어를 살짝 곁들이면서, 영화 줄거리나 소개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사실상 ‘영화를 통해 현실을 읽어내기’ 그리고 ‘영화를 통해 현실로 나서기’ 쯤이 되지 않을까? 나아가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비교적 소개가 덜 되어있는 노동관련 영화들을 살펴봄으로써, 국내 영화의 지평과 내용을 확장·심화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전작 《안토니오 그람시와 문화정치의 지형학》을 통해 드라마, 소설 등의 일상적 소재를 활용해 사회학적 이론을 보다 쉽게 전달하려 시도했던 이성철 교수가 이번엔, ‘영화와 노동’의 만남을 주선한다. 강단사회학의 타성을 극복하고자 노력해왔던 그의 보다 확장된 시도다. 여기에 중국문화 전문가인 이치한 교수가 힘을 보태 영화 비평에서 한 발 나아가 새로운 인문학의 지평을 열어 보이고 있다. 유럽, 중국, 미국, 일본, 한국 등 다양한 국가들의 문화에서 노동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또 이러한 노동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서 어떠한 공통점을 가지게 되었는지, 15편의 영화를 탐험하며 느끼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책의 일독을 강력히 추천하며 그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소개한다. ★ 역사의 추동력 ‘노동’의 재조명 ▶‘영화와 노동의 만남’이라는 다소 신선한 주제의 책이다. - 기존에도 이런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단편적이고 하나의 책에서 주제가 일관되게 진행되지는 못했다. 때문에 노동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영화라는 소재를 통해 수미일관하게 조명해보았다는 점에서 책이 가지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1994년부터 부산에 소재하고 있던 ‘영남노동운동연구소’의 일원으로 활동해왔다. 연구소는 이후 약 13년 간 노동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정책생산과 현장과의 결합을 도모해온 곳이다. 여기에 참여한 연구자들과 현장활동가들은 모두 뛰어난 역량과 모범적인 마음가짐을 가진 분들인데 모두 제 나름의 전문분야가 있었다. 노동운동, 산별노조, 단체교섭, 노동교육, 노동정치 등의 분야에서 최고 고수들이었다. 저도 노동문제와 운동에 일조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 분들의 분야를 따라간다는 것은 역량 밖이었다. 그래서 ‘노동세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또 다른 틈새시장을 발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 문화 분야에 관심을 돌리게 된 것 같다. 물론 문화연구는 이미 굉장히 많다. 하지만 이를 노동의 관점에서 보려는 글들은 많지 않다. 여기에 착안해 2001년부터 노동문화에 관한 나름의 공부를 해왔다. 그 결과 《노동자계급과 문화실천》이라는 이론서를 내놓게 되었고, 그것이 이 책을 출간하게 된 배경이 되었다. 한편 무엇보다 현재 많은 분들의 ‘노동에 대한 관심이 잦아들었다’고 생각했다. 일반 대중이나 학생들, 심지어 노동자 자신들도 말이다. 노동은 삶의 근간이고 역사의 추동력인데 왜 이런 일들이 생겼는가에 대한 생각은 책의 곳곳에 밝혀두었지만,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영화를 통해 미력하지만 재조명하고 싶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노동관련 전공을 보다 손쉽게 전달하려는 생각도 있었다. ▶책을 통해 영화에 대한 지식이 정말 해박함을 느꼈다. 그동안 문화를 통한 사회학적 이론 전달이라는 시도를 해왔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가. - 어릴 적부터 영화를 많이 접했다. 장르 불문, 장소 불문, 시간 불문이었다. 그동안은 단순한 영화소비에 지나지 않았다. 어느 날, 마음에 남는 영화들을 메모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노동관련 영화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이런 습관이 책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문화를 통한 사회학이론의 전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주지하다시피 1980∼90년대 한국사회는(물론 지금 다시 반복, 심화되고 있지만), 경제적인 문제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 때문에 문화 이야기는 비교적 한가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문화 역시 당대의 물적 토대에서 비롯된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서 문화의 두 측면(문화실재론과 문화실천론) 중 문화실천의 부분을 그동안 특별히 강조해왔다. 이는 여타 사회운동과 효과적으로 상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전달방법을 선호한 것 같다. ▶영화라는 매체가 가지고 있는 양가성에 따라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현실로 나서기”라는 시도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 어쩌면 영화는 가장 “자본주의적 매체”이기도 하면서, 또한 환상과 현실의 반영인데. - 그렇다. 흔히들 영화는 가장 자본주의적 매체라고 한다. 수용자들로 하여금 환상을 갖게 한 결과 현실도피적 성향을 조장하고, 관음증에 빠지게 만들며, 결국 개인주의화시킨다는 주장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렇게만 생각한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리고 문화만을 통해 세상을 근본적으로 의미 있게 바꿀 수도 없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랑비에 속옷 젖듯이 좋은 경험과 모범적인 사례는 체내외에 축적되어야 한다. 특히 젊은 층에서 이런 경험이 더욱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그동안의 영화편식은 지양되어야 할 측면이 있다. 책에 소개된 영화들은 일단 재미있다. 국내외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아 다양한 상들도 탄 작품들이다. 대중적인 셈이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은 이들 작품들을 잘 모른다. 여러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가장 편안하게 보고 또한 가장 가슴이 답답해질 작품들이다. 이러한 경험과 느낌이 축적된다면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답답한 가슴속을 풀려고 나서지 않을까? ★ 다시 ‘전태일 정신’이 필요하다 ▶노동 문제라는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주제를 ‘영화’를 통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데 책의 미덕이 있다고 생각한다. 15편의 영화를 선정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고, 또한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 꼭 추천하고픈 영화는 무엇인지 소개해 달라. - 15편의 영화를 선정하게 된 기준은 첫째, 자본주의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다루자. 둘째, 각각의 노동문제 소재는 다른 것으로 하자. 셋째, 비교적 다양한 국가들의 영화를 배치하자. 넷째, 이를 영화 속 연대기 순으로 배치해 자연스럽게 자본주의 발달사나 노동운동사가 되도록 하자. 다섯째, 재미있는 것을 고르자 정도가 되겠다. 제가 본 영화 중에 감명 깊은(?) 것들이 많다.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1980년대 학생운동권의 분화를 짐작할 수 있는 김응수 감독의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 타비아니 형제의 〈빠드레 빠드로네〉 켄 로치와 마틴 리트 감독의 일련의 작품들, 이리 멘젤의 〈가까이서 본 기차〉, 몽골 영화인 〈동굴에서 나온 누렁개〉와 〈낙타의 눈물〉 등이 떠오른다. 이들 영화들 모두 추천한다. 그리고 책의 부록에 소개된 약 300편의 관련 영화들도 모두 추천작이다. ▶이소선 어머님께서 전태일 열사의 곁으로 가셨다. 때문에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던져주는 의미가 더욱 남달랐다. ‘전태일’이라는 상징이 우리 노동운동사에 남겨준 과제는 여전히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 어머님의 소천을 마음 속 깊이 조의를 표한다. 40여 년 전태일 열사의 뜻을 어머님께서 이어오신 것인데 현실은 여전히 척박하여 더욱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어머님은 당신 가슴 에만 열사를 묻지 않고 우리들 가슴에 전해주고 가셨다. 열사의 마지막 편지처럼.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은 여러 중요한 평가를 받는다. 영화사적으로는 한국의 새로운 영화운동(뉴벨바그)의 중심에 서 있는 작품 중 하나다. 또한 사회운동사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영화에 담겨있는 내용과 실제 사료들을 보면 이때부터 체계적이고 본격적인 노·학연대가 시작된다. 그리고 영화 미학적으로도 뛰어난 작품이다. 하지만 지금 이러한 모든 중요한 점들이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태일 사상’이 아니라 정신이 다시 필요한 셈이다. ▶공저자인 이치한 교수가 중국 영화 부분을 맡은 것으로 짐작된다. - 이치한 교수와 함께 쓴 부분은 책의 말미 두 편의 논문이다. 학술논문 형태로 발표한 것이기에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미꾸라지도 물고기다〉와 〈24시티〉가 그것이다. 이 교수는 중국고전문학 전공, 특히 〈홍루몽〉 권위자다. 〈24시티〉를 보면 홍루몽의 내용이 중요하게 들어 있다. 〈미꾸라지도 물고기다〉는 현재 중국의 최대 난제인 농민공 문제를 다루고 있고, 〈24시티〉는 중국 사회주의 체제의 대표적인 노동력 관리방식이었던 단위체제가 붕괴되면서 일어나는 노동자들의 삶의 변화를 세대별로 추적하고 있다.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아울러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 주위에 널리 소개해 달라(웃음). 먼저 《영화가 노동을 만났을 때: 시즌2》를 쓸 것 같다. 아직 할 이야기와 소재들이 남아 있다. 약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 후에는 청소년과 아동들을 위한 노동관련 책을 쓸 계획이다. 동화가 될 지 어떤 형태가 될 지는 두고 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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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에서 자유로운 인간이 있을까? 현대 사회의 대부분은 '삶' 속에서 '노동'을 제외하고 살 수는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혹은 대학을 졸업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동 시장에 상품으로 나아가게 된다. 우리 나라에서 '노동'과 관련없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노조 파업,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산업실습생 사고 등 다양한 사건 사고들이 늘 뉴스의 한자락을 채운다. 보고 싶지 않아도 눈에 띄는 주제이지만, 사람들은 그다지 관심이 없는 듯 하다. 나의 학창 시절을 돌이켜봐도, 노동에 대해서 배운 것은 딱히 없다. 대학교에서도 딱히 없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니 나는, 선택권도 없이 떠밀리듯 노동자가 되었다. 유럽의 어느 나라를 보면, 필수적으로 노동 교육을 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운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교과서 집필 단계에서도 어느 분야의 누가 '노동'을 담당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오가다가 결국은 '노동 교육'은 흐지부지 되는 경우도 있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대부분은 "노동자"이지만 "노동"이라는 가치에 대해서는 따로 교육받은 적이 없다. 나는 유럽이 선진국이다! 우리나라를 떠나자! 라고 얘기하고 싶은 게 아니라, 노동 교육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겐 필수적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우리나라 같은 노동 시장에서 필수적인 부분인데. (개인적으로 대학교에서도 필수 교양으로 '노동', '육아' 등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영화가 노동을 만났을 때>는 영화 속의 '노동'이라는 주제로 15개의 영화들을 풀어낸다. 이주 노동자 문제, 여성 노동자 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 다양한 노동자들이 여러 가지 사연을 갖고 등장한다. 어쩔 수 없는 자본주의 사회와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노동자들이 얼마나, 어떻게 치열하게 살아갔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회는 이렇게 밖에 변화하지 못했는지 이 책을 보면 조금은 알 수 있다. 이렇게 쓰니 엄청 무거운 주제 같은데 책은 생각보다 쉽게 페이지가 살랑살랑 넘어간다. 이 책의 묘미는 '노동'을 어렵게 풀어낸 책이 아니라, 충분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어, 뭔가 불편한데! 뭔지 잘 모르겠어.' 했던 그런 것들을 정리해주는 느낌이랄까. '노동'에 관련된 책들을 읽으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것은, '국가'의 성립 이유 자체가 '자본가의 이익'을 지키고 대변하기 위한 것이란 게 나온다. 처음, 그런 구절을 접했을 때는 갸우뚱했지만 이 책을 보면서 계속 그 말을 곱씹게 된다. 그리고, 영화 속 여러 나라의 현실들이 우리 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노동 시간은 법적으로 정해져있지만,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68시간 노동이 되기도 하고, 이를 정부 또한 묵인하고 관습(?)적인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OECD 2위인 노동 시간을 가진 노동 강국(?)의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신문에서도 노동 문제를 단순히 정규직VS비정규직의 문제로 다루지만, (정규직이 무슨 죄인가-) 자본을 가진 사람이 내놓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문제이지. 언론에서도 이런 프레임을 이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언론은 왜 저런식의 기사를 낼까? 노동자들 사이의 분열을 통해서 이들이 얻으려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 책을 살펴보다 보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단순히 재미있는 영화들을 다룬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와 연관지어 한 번 쯤 더 생각해보게 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켄 로치' 감독의 '빵과 장미'도 여기서 다루게 되는데, 정규직 관리자의 갑질과 횡포(성상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사람들의 아니꼬운 시선 등 단순히 옛날의 미국의 이야기구나- 라고는 할 수 없는 그런 사건들의 연속이 우리 나라와도 연관짓게 된다. 잘 팔리는 경차를 만드는 사람들은 모두 비정규직이고, 휴대폰 문자로 해고를 통보하고, 노조가 파업을 하면 모든 것을 "돈" 때문으로만 돌리는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 또한, 당연하게 누리게 된 것이 아닌데. 전태일 열사가 그러했듯, 70년대의 여공들이 겪었던 걸 지금 우리가 겪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 노동 현장이 참 좋다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노조의 파업 과정에서도 그 과정들을 '왜 파업을 할 수 밖에 없었는가?'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너무나 자본주의의 논리로만 생각하게 되는 게 안타깝다. (교육이 필요하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뭐랄까 단순히 영화를 소개한 책을 읽었을 때, '아, 이 영화 참 재밌겠다. 보고싶어!' 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 이 책은 조금 다르다. 조금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책이다. 우리가 관심이 없고, 욕은 하지만 누군가는 해결해주겠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렇게 하는 건 당연해!, 그런거 신경쓰지말고 공부나 해, 등등의 말들을 했던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 모두의 '문제'와 '관심사'인 노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그리고 사회가 조금씩, 바른 방향으로 하루 한 걸음씩만 나아가길 바라며. 한 사람의 열 걸음이 아닌, 열 사람의 한 걸음의 가치를 한 번 더 생각해 보며 책을 덮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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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역사를 싣고, 영화는 노동을 싣고
새책[영화가 노동을 만났을 때] 영화로 만나는 15개의 노동 이야기
호밀밭, 17,000원, 2011년
우리는 한번 씩 ‘영화 같은’ 삶을 꿈꾸고는 한다. 그 이유는 삶이 지루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지금의 삶에 만족을 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영화 같은’ 삶이란 우리가 꿈으로만 꿀 수 있는 미래의 희망태를 가리키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만, 왜 영화는 현재와 아니라 ‘미래’, 현실태가 아니라 ‘가능태’로만 여겨져야만 할까? 그것은 우리가 접하는 많은 영화들이 그러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비쳐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영화가 그러한 것만은 아니다. 역사를 그린 영화도 있고, 현실의 모습을 반추할 수 있는 영화도 있다. 단지 이것은 장르의 문제만은 아니다. SF 영화라 할지라도, 공상적인 모습을 그린다 할지라도 얼마든지 현실의 문제와 밀접하게 그려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러한 영화를 ‘찾아서’ 보고, 현실에 비춰 ‘유추하고, 해석하는’ 노력을 기울이는가 하는 점이다. 그렇다고 일상에 바쁜 우리들이 언제 안목을 키우고, 정보를 찾고 하겠는가? 그래서 우리에게는 우리의 지적 여행을 도와줄 일종의 가이드가 필요한 것이다.
창원 노동사회교육원 이사이자 창원대 사회학과 교수인 이성철 선생님이 중국학과 이치한 선생님과 함께 쓴 <영화가 노동을 만났을 때>는 우리에게 독특한 지적 여행을 이끌어 줄 훌륭한 가이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에는 총 15개의 영화가 소개되어 있다. 이름을 들어봄직한 영화들, 예를 들어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나 <파업전야> 같은 영화도 있고, 영 낯이 생소한 <베가스 오브 라이프>나 <실크우드> 같은 영화들도 있다. 또한, 켄 로치의 <빵과 장미>나 <네비게이터>와 같은 비교적 최근의 영화도 소개되어 있으며, 같은 시대이기는 하지만, 뭔가 거리감이 느껴지는 <미꾸라지도 물고기다>와 <24시티>와 같은 중국 영화들도 있다. 또한 같은 시기의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 영화인 엘리오 페트리의 <노동자계급 천국으로 가다>와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인 장 뤽 고다르의 <만사형통>을 소개한다.
이 책은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글 형식과는 다소 다르다. 영화의 대부분의 줄거리를 자세하게 노출하여 스포일러(spoiler)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스포일러를 제공하는 것도 이 책의 목적 중 하나인 듯 보인다. 왜냐하면 이 책은 영화(장르)에 대한 분석 보다는 그 텍스트가 말하는 내용을 중심에 놓고 다루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영화’에 대한 책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노동’에 대한 학습서라고 볼 수 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영화’를 매개로 자연스럽게 거대한 노동사에 대한 총체적 전망을 제공해 준다. 말하자면 영화 작품 하나하나가 하나의 ‘사진’ 또는 ‘나무’라면 이 책은 ‘동영상’ 또는 ‘숲’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예컨대 대니 드비토 감독의 <호파 Hoffa>에 대한 글을 보면 단순히 영화를 요약하고 설명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노동운동의 전설적인 조직 팀스터(전미트럭운수노조)와 미국노동운동사에 대한 지식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 <노동계급 천국으로 가다>를 통해서는 FIOM(금속연맹) 등 이탈리아 노동조합 조직편제와 1969년의 뜨거운 가을 등 노동운동사를 전반적으로 소개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영화 줄거리와 딱딱한 노동운동 지식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지레짐작 하면 안 된다. 이 책에는 수 많은 소설(예컨대 존 스타인벡이나 밀란 쿤데라 등의 소설)과 영화음악(엔리오 모리꼬네를 비롯하여 ‘어메이징 그레이스’ 등)에 대한 소개도 다양하게 하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가 ‘영화’와 ‘노동’을 만나게 하면서 발생하는 수많은 파생적 지식들을 하나하나 모아 집적해 놓은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이 지루함에 빠지지 않고 지적 여행의 묘미를 느끼게 해주는 장치인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이성철 선생은 앞으로도 <영화와 노동을 만났을 때> 2편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또한 청소년들을 위한 책 역시 준비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하신 바 있다. 부디 집필에 매진하여 풍부한 지적 여행의 행로를 하나하나 개척해 주면 좋겠다. 우리는 이 행로를 차근차근 공짜로 편하게 다니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아울러 지방이라는 어려운 조건에서도 좋은 책을 낸 부산의 신생출판사 “호밀밭”의 건투를 함께 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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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독서와 나는 거리가 멀었다. 작년 초 기자단을 시작하면서 내가 얼마나 글에 무지한지 깨닫기 시작했고 그 후로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시간을 내서 꼭 서점에 들렀다. 일단 책과 친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관심 있는 책들은 사서 읽거나 체크해둔 후 도서관으로 향해 찾아 읽었다. <영화가 노동을 만났을 때>는 단순히 제목에 '영화'가 들어가서 끌린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영화보다도 '노동'에 초점을 맞춘 책이었다. 처음에는 읽기를 주저하다가 15개의 이야기 중 첫번째 이야기를 읽는 순간 정말 이 책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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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노동을 만났을 때>는 창원대학교 사회학과 이성철 교수가 같은 대학의 중국학과 이치한 교수와 함께 집필한 책입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이 책은 영화를 매개로 하여 노동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의 관점에서 영화를 비평하는 책을 기대한 독자라면 책을 읽고 적잖이 당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혀놓았듯이 이 책은 비평집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노동에 관한 학문적인 통찰을 담고 있는 연구서도 아닙니다. 이 책은 논리적인 구조가 잘 짜여 있는 교양서라기보다는 저자가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의 내용을 그대로 출판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글의 방향에 두서가 없이 생각나는 내용을 바로바로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방식으로 내용이 전개됩니다. 또한 이제는 웹소설에서조차 보기 힘든 이모티콘들을 교양서의 문장에서 확인할 때, 독자로써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나마 후반부에 배치되어 있는 세 편의 글들은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이라서 그런지 앞서 언급한 경향이 전혀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한번쯤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가장 주된 이유는 흔히 ‘정전’이라고 불리는 목록에 자주 호명되지 않는 작품들을 세심하게 소개하였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간단한 검색만 해도 ‘세계 영화사를 빛낸 위대한 작품들’의 목록을 정리한 각종 영화연구소나 언론기관들의 목록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목록들은 대개의 경우 서구, 그것도 영미권 지식인들이 합의한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들에 의해 걸러진 영화들은 전반적으로 정치적인 의의보다는 미학적인 의의에 심하게 편중되어 있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다시 말해서 영화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고자 하는 예비 시네필들은 정전을 학습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구 이데올로기에 물들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취향을 계발하는데 있어 결코 건강한 출발이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영화가 노동을 만났을 때> 또한 동양보다는 서양의 사례를 비중있게 다룹니다. 다만 저자들은 기계적인 균형에 신경 쓰기보다 제1세계 지식인들의 감식안으로부터 소외되거나 적극적으로 호명되지 못한 작품들을 조망하는데 지면을 할애합니다(물론 모든 작품들이 그런 것은 아니고 그 중에는 ‘장 뤽 고다르’의 <만사형통>과 같은 예외도 있습니다). 영화를 다루는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영화에 대한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고 확인할만한 이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설프게 비평을 시도하는 지적인 만용을 목격할 때가 더러 있습니다. 이 책은 이와 같은 유혹에 빠지지 않고 노동 전문가로서 본연의 소임을 다한다는 점에서 미덕이 있습니다. ‘영화로 만나는 15개의 노동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결국 이 책에서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은 영화가 아니라 노동입니다. 영화는 그저 거드는 존재일 뿐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열다섯 편의 영화들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만, 중요하게 눈여겨보아야 할 내용은 각각의 영화와 결부된 노동운동의 역사입니다.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태동한 이래 무산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노동을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는 유산계급과의 갈등은 필연적이었고,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할 당연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지난한 싸움이 오랜 기간 이어져 왔습니다. 이는 다시 말해서 자본과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오늘날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계급에 속박당하며 과도한 노동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노동 운동은 결코 우리와는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로 우리 자신에게 해당하는 절실한 문제입니다. 문제는 노동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하더라도,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게 느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역사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역사를 돌아보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노동 운동의 부조리한 실태를 개선하고 보다 더 나아간 운동의 형태를 모색해야 합니다. 권력을 두고 벌이는 싸움에서 억압당하는 쪽은 언제나 정치적으로 올바르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운동의 내실을 단단하게 다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공부가 필요합니다. 시중에 노동 운동의 역사를 소개하는 서적들이 꽤 존재합니다만, 어느 책으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영화가 노동을 만났을 때>로 발걸음을 떼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영화와 곁들이는 설명을 접하다보면 노동 운동의 문제를 더욱 절실하게 느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