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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기 좋은방=""> 한편으로 이미 그녀의 추종자들을 만들어낸 신이현의 단편소설이다. 중상류의 멀쩡한 집안에서 공부도 1등하며 평온하게 살아오던 주인공 '모영'은 어느날 갑자기 전쟁이 터진것처럼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인하여 생활은 180도 바뀌게 된다. 그러면서 스스로 무너져 버리는 자신을 주체할수 없어 매춘행위를 아무런 생각도 없이 해버린고 끝내 불운한 삶을 마감한다. 가장 눈부시게 어여쁜 나이 여고시절 '모영'은 아주 불했하고 아주 얼빠졌었고 무척이나 쓸쓸하게 지나간다.
소설 마지막에 모영'의 호주머니에 나온 피묻은 쪽지에 적혀 있던 일본의 시는 소설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표현한다. 하나의 시, 한편의 소설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주인공 '모영'에 대한 심리묘사가 뛰어난 신이현의 놓칠수 없는 단편이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무엇을했을까? 한마디로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나 자신을 주체할수 없었다. 나는 왜.. 가장 예쁠시기에 나의 예쁨을 뽑내지 못했을까? 다신 돌아올수 없는 너무나 안타까운 시간들이다. 현재 가장 예쁜 시기를 보내는 이들이여.. 어여쁜 젊음을 마음껏 발산하며 인생을 즐기라 말하고 싶다. 아래의 시가 이 소설은 대표한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거리는 꽈르릉하고 무너지고 생각도 않던 곳에서 파란 하늘 같은 것이 보이곤 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주위의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나는 멋부릴 실마리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아무도 다정한 선물을 바쳐주지 않았다
남자들은 거수경례밖에 몰랐고
깨끗한 눈짓만을 남기고 모두 떠나가 버렸다
내가 가장 예뻤을때
나의 머리는 텅 비고
나의 마음은 무디었고
손발만이 밤색으로 빛났다
내가 가장 예뻤을때
나의 나라는 전쟁에서 졌다
그런 엉터리없는 일이 있느냐고
블라우스의 팔을 걷어올리고 비굴한 거리를 쏘다녔다
내가 가장 예뻤을때
라디오에서는 재즈가 넘쳤다
담배연기를 처음 마셨을때처럼 어질어질하면서
나는 이국의 달콤한 음악을 마구 즐겼다
내가 가장 예뻤을때
나는 아주 불행했고
나는 아주 얼빠졌었고
나는 무척 쓸쓸했다
때문에 결심했다 될 수록이면 오래 살기로
나이 들어서 굉장히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불란서의 루오 할아버지같이 그렇게 [인상깊은구절] 어머니 코고는 소리는 점점 커져가더니 당나귀 우는 것처럼 괴상하고 요란해졌다. 어머니는 그 소리에 스스로 놀라 벌떡 일어났다가 다시 쓰러졌다. 언니는 아주 늦게 돌아왔다. 휴학을 하고 취직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화장을 하지 않아 언니는 다른 여자처럼 보였다. 옷도 면바지에 스웨터 차림이었다. 꾸미지 않고는 절대 대문 밖에는 못 나간다고 생각하던 언니였다.숨어있기> |
| 예쁘다? 예쁘다라는 형용사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아름답다, 귀엽다, 친근감 있다 등등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단어이다. 어휘 수를 많이 터득하지 못한 꼬마애들을 관찰해 보면 예쁘다가 얼마 나타나지 않는 형용사 중 하나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될 것이다. 예쁠 나이...한참 예쁠 나이...가장 예쁠 나이가 있다면 과연 언제일까. 우리 사회에서 본다면 그 나이는 성인이 되기 직전의 청소년 때가 아닐까 한다. 어른이 되면 뭔가 해 낼 것 같은 자신감과 희망 그리고 무모함이라 비하할 수도 있는 정열과 생명력 등등.. 그러나 그런 나이에 그들의 예쁜 빛을 퇴색시키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신이현의 <내가 가장="" 예뻤을="" 때="">를 보고 돌이키게 되었다. 집안의 몰락으로 인한 원조교제, 불우해지는 가정은 주인공 모영에게는 탈출구를 찾게 만들었고 탈출구라 할 수 있는 종태에게 배신감을 주었고 그로 인해 모영은 종태에게 죽임을 당한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아주 불행했고 나는 아주 얼빠졌었고 나는 아주 쓸쓸했다.' 전쟁 당시의 작가가 아닌 우리의 청소년에게 더 어울리는 말 같아 씁쓸하다.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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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기 전에 제목만으로는 무슨 내용인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라니? 소설을 다 읽은 지금, 그것은 어느 일본 시인의 시 제목에서 따온 것임을 알게 되었다. 십대 후반의 꽃같은 시절, 그러나 그 시절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그 시절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상황의 어려움이다. 일종의 대비라고나 할까? 어쨌든 예쁨은 단순히 예쁨으로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처절한 비장미로 다가온다.
한 소녀가 있었다. 사업을 하던 아버지 아래서 유족하게 살아가던 그 아이가 불행에 빠지는 것은 IMF와 함께 다가온 아버지의 부도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잠적하고 빚쟁이들에게 집마저 빼앗긴 가족은 여관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반에서 2등을 하던 소녀 모영에게 이제 공부는 별 의미가 없다. 단란주점에서 일하면서 원조교제를 한다. 스케이트 보드를 잘 타는 남자친구 종태와도 의식적으로 멀어지려 한다. 그러나 결국은 파멸이다. 단속에 걸려 경찰서에 다녀온 모영은 이제 자포자기 상태에서 인생을 방기한다. 원조교제하던 아저씨와 여관에서 자고 나오는 그녀의 배 위로 종태의 칼이 날아든다.
신이현이 그리는 오늘 우리 청소년들의 모습은 자못 충격적이다. 자신들도 정확히 모르는 이유에 의해서 스스로의 삶이 파괴되어지는 상황. 그 상황을 그려나가는 신이현의 붓은 몹시 건조하다. 그러나 그 건조함에는 대단한 설득력이 묻어 있다. 높은 목소리도 아니고 지레 흥분하지도 않는다. 사실을 그저 담담히 서술할 뿐이다. 그래서 그의 글은 더욱 서글프다. 그 슬픔 속에서 상황을 극복하려는 몸부림을 읽어내는 것은 이제 독자의 몫이다.
그러나 결말에서의 죽음 처리와 더불어 이 소설은 몇 가지 점에서 습작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우선 작중 인물들의 어떤 행동들이 너무 작위적이다. 공부는 전혀 안하고 학교도 거의 다니는 둥 마는 둥 하는 승희의 꿈은 묘하게도 이 상의 <날개>에 나오는 금홍이와 같이 귀여운 남자를 사육하는 개성적이고 독립적인 인물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너무 비현실적이고 너무 고차원적이다. 그리고 모영이가 반성문을 쓰다가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를 발견하는 과정이라든지 그 시를 마지막에 전문(全文) 인용하는 것에서도 작가 자신의 주관적 개입이 느껴진다.
또한 이 소설에는 상징이 많이 나온다. 빚쟁이들에게 빼앗긴 옛집과 그 곳에 심어져 있는 나무들에 대한 서글픈 묘사. 이러한 것들이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소모적인 집착을 상징한다면 종태가 타는 스케이트 보드는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시원한 탈출구를 의미한다. 또 하나, 너무 비현실적이고 이 소설에서 정확히 무슨 의미가 있는지 얼른 들어오진 않지만, 개구리로 자라나는 올챙이들이 상징하는 자유를 향한 갈구도 생각해 볼 만하다. 그런데 이러한 상징들이 통일적이고 총체적인 이해와는 무관하게 소설 속에 배치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소 서걱거리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상깊은구절] "이모영." 종태가 나를 불렀다. 나는 돌아섰다. 그는 성큼 다가오더니 주머니에서 손을 뺐다. 곧이어 날카로운 것이 내 배를 찌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강렬한 아픔을 주면서 내 뱃속을 꿰뚫었다. 나는 주저앉았다. 이 순간이 되기까지 안으로 참고 참으면서 뛰쳐나올 구멍을 찾고 있었던 것처럼 붉게 화난 피가 뭉클뭉클 솟구쳤다. 종태, 나는 벌써 숨이 가빠져 그의 이름을 제대로 부를 수가 없었다.날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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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설정은 신이현의 '내가 가장 예뻤을 때'처럼 역설적이어야 한다. 젊고 빛나는 시기에 오히려 가장 불행한 주인공의 모습에서, 이 작품에 인용된 시의 화자가 처한 아이러니함에서 우리는 우리의 비극적 세계를 인식할 수 있다.
주인공이 겪어야 했던 가난, 그로 파생되는 불행은 주인공이 자신의 생에서 가장 예쁘게 보내야 하는, 파릇파릇한 시기에 닥친 것이기에... 독자들에게 아프게 다가온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원조 교제 등을 소재화하여 주인공이 세상에 지쳐... 몰락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으나 한편으론 이런 설정들이 작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라는 시를 보고 이 소설을 구상했던 것 같은데... 솔직히 시 한편이 소설 한권보다...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시를 풀이해서 소설화했다는 느낌?! [인상깊은구절]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아주 불행했고 나는 아주 얼빠졌었고 나는 무척 쓸쓸했다 |
| 신이현의 책은 쉽게 읽혀진다. 아마도 출판사의 성격에 따라 이런 종이재질에 활자를 선명하게 해 놓아서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나는 그녀의 이 쓸쓸하지만, 영리한 성장소설을 단숨에 읽을 수 있었을 거다. 작가의 내공은 그런 건것 같다. 오래 생각한 후 나오는 짧막하고 단순한 문장문장들. 그것이 모여져 하나의 사건을 이야기하는 구조를 가지지만 그 구조들을 읽고나면, 그 배후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감동과 재미 느낌들. 감동을 주기위해, 수많은 사건들과 말을 써 놓고 자기 소설에 도취되어 헤어나오지 못한 실수가 아닌 그런 내공. 이 점에서, 신이현은 짧고 단순하기까지한 어떤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성장이야기를 한다. 사회를 꼬집는다. 남일이겠거니 여기며 살던 나의 이기주의를 부끄럽게 한다. 독자를 정화시키고, 감동을 주며, 따듯하게 하는 것. 소설가와 문인의 역할 중에 그런 것이 있다면, 신이현은 참 좋은 작가이다. 이 책은, 참 스타일적으로도 괜찮고 대사들도 실제적이다. 요즘, 카메라 워크만 현란한 10대 성장영화가 얼마나 많았던가를 생각하면 이 중편 이야기 하나가 참 소중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주인공 여자애를 너무 무신경하고 조금은 냉소적으로 그린 것이 아쉽긴 하다. |
| 신이현의 소설은 재미있다. 은희경 소설처럼 배배꼬인 웃음도 없고 성석제 소설처럼 슬며시 미소지어지는 웃음도 없지만, 그녀의 소설은 재밌다. 그 재미를 진한 회색빛이라고 하면 어떨까.. 열일곱, 아홉, 그때 나는 어땠는지.. 내가 가장 예뻐야 했을 열아홉, 수능시험을 막 마친 나는 세상이 나에게 등을 돌렸다 생각했다. 불안해하시는 아빠, 한숨만 쉬시는 엄마, 어두컴컴한 세상. 나도 그러고 싶었을 꺼야. 어쩌면, 나도.... 텁텁한 책장을 넘기면서(매끈한 종이를 그리워하며) 나, 몇마디 하고 싶은데.. 그때 나도 힘들었고, 나보더 더 힘들었던 친구들도 많고 더 더 힘들었던 친구들도 많은데, 왜, 작가는 끝까지 희망을 잘라버렸을까? 우린 지금, 시린웃음이나마 지을수 있는데 그리고 그때 생각하며 새로운 무언가를 얻을때도 있는데 말이다. 그래도, 나 너무 억울하다. 그때는 분명 내가 제일 예뻐야 할 때였는데 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