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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와 향락의 그늘 아래 - 농민의 생활
조선 후기, 지배 계층들은 의식주 모든 분야에서 사치했다. 한 예로, 여인들이 머리숱이 풍성해 보이도록 머리를 부풀려 둥글게 만 '다리(얹은머리)'로 머리를 치장했다. 그 값이 비싸서 심할 경우 다리 하나의 값이 집 몇 채에 이를 정도였다.
우의정 채제공이 임금에게 아뢰었다. "이즈음의 크나큰 폐단 중에 '다리'보다 더한 것은 없습니다. 가난한 유생의 집이라도 이를 마련해야 하는데, 60,70냥의 돈이 아니면 살 수가 없습니다. 모양을 제대로 갖추고자 하면 수백 냥의 돈이 필요하기에 땅을 팔고 집을 내놓아야 하는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아들을 둔 자가 며느리를 보아도 다리를 마련하지 못해 시집온 지 6, 7년이 넘도록 시부모 뵙는 예를 행하지 못한 채 인륜을 저버리는 경우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 『정조실록』 26권. 정조 12년(1788) 10월 3일
외래품 사치도 지배 계층에 널리 퍼져 있었다. 정조도 값비싼 외래 물품을 늘어놓고 이를 마치 고상한 운치가 있는 것처럼 으스대는 자들이 많다며 큰 폐단임을 지적했다. 사회가 피폐해지고 백성들이 도탄에 빠져 나라가 망해가고 있는데 일부 상류층은 프랑스산 샴페인과포도주를 마시고, 영국에서 만든 화장품과 옷을 사들였다. 이들 중 일부는 일본이 나라를 강탈할 때도 친일파가 되어 향락적인 생활을 이어갔다. 통분할 일이다. 이들이 향락을 누릴 때 나라의 근본인 백성들은 어떻게 살았나.
시냇가 허물어진 집은 사기그릇 엎어놓은 듯 / 북풍에 이엉 날아가 서까래만 앙상하네 묵은 재에 눈 덮여 아궁이는 싸늘한데 / 체 구멍처럼 뚫린 벽에 별빛 비쳐드네 집안의 살림살이 너무 빈약하여 / 다 내어 팔아도 칠팔 푼도 되지 않겠네 (...) 아침 점심 두 끼 굶고 밤에 돌아와 불 지피고 / 여름에는 갖옷 하나 겨울에는 베옷 입네 들냉이 싹은 묻혔으니 땅이 녹길 기다려야 하고 / 이웃집 술 익어야만 지게미나 얻어먹지 지난봄 꾸어 먹은 쌀이 닷 말이니 / 그 일로 올해는 참으로 살길 막막하네 (...)
- 정약용, 「첨정簽丁」 『목민심서』
18세기 후반 실학자 박제가朴齊家(1750~1805)는 『북학의北學議』에서 1년에 무명옷 한 벌 입기 힘든 농민의 곤궁한 형편을 전한다. 일생 동안 제대로 된 침구는 구경도 못한 채 짚자리를 이불 삼아 아이를 기르고, 아이들은 열 살 전후까지 겨울에도 거의 벌거숭이로 자란다고 했다. 버선이나 신이 있는 줄도 모른다는 표현으로 빈농의 궁색한 살림살이 상태를 알렸다. (6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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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박근혜 전대통령의 1심 선고 판결이 있었다. 법정은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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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3월 10일,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우리나라 헌법사에서 한 획을 그은 한마디가 헌법재판소에서 울려펴졌습니다. 다만, 다만, 다만의 연속일 때 피가 말랐던 한 시민으로서 그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겨울 한복판에서 두 손 꼭 붙잡고 촛불을 들었던 그 간절한 소망에 대한 답을 들었습니다. 우리네 민족사에서 민초들의 삶만큼 스펙타클한 것 또한 없다고 생각합니다.이 책은 그 민초들의 삶을 실었습니다. 제목부터 <모멸의 조선사>. 역사의 격랑 속에 어떻게든 자신을, 가족을, 이웃을, 나라를 지키고자 애쓰고 분투했던 그들의 이야기에 이제야 귀기울여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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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물 때문에 가기도 하지만/ 물 때문에 뒤집어지기도 한다네/ 백성이 물과 같다는 말은/ 옛날부터 있어왔다네/ 백성이 임금을 받들기도 하지만/ 백성이 나라를 엎어버리기도 한다네…' (조식, '민암부'(民巖賦))
남명 조식은 물이 배를 뒤집을 수 있다고 했다. 옛날부터 있어왔다는 그 말은 남명의 시절에도 그리고 그 후로도 단지 이야기에 불과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500여년 뒤, 견고하고 단단해 결코 전복될 것 같지 않았던 배를 물의 힘으로 뒤집을 수 있다는 경험을 했다. 강렬했던 촛불의 경험을. 불가능 할 것 같았던 물길을 연 하나하나가 누구였던가.
조선시대, 전체 인구의 10%에 불과한 양반 지배층들은 폐쇄적으로 세습된 특권을 대를 이어 누리며 그 견고한 그들만의 리그를 위해 나머지 90%를 다스렸고 억압했고 수탈했다. ‘모멸의 조선사’는 그 90%의 이야기다. 순응하고 때론 저항하며 피지배자의 혹독한 삶을 살아낸 조선의 민초들의 이야기다.
저자는 백성들의 직업과 역할에 따라 농부, 어부, 장인, 광부, 상인, 도시노동자, 광대, 기생, 백정, 노비 등 열 부류로 나누었다. 그리고 각 장의 도입에 배치한 짧은 에피소드를 통해 당시 백성들의 삶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지배층들이 권력 유지를 위해 펼쳤던 정책에 대한 백성의 반응을 순종과 적응, 선망과 상승, 기피와 저항이라는 세 가지 틀을 통해 상세히 분석해 놓았다. 왕과 지배자의 관점에서 본 조선사가 아닌 백성들의 삶을 통해 들여다보는 조선사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저작임에 틀림없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지배와 피지배는 존재한다. 보다 세련되고 복잡한 시스템을 통해 구조화되고 일상화되어버린 그 계급의 질서가 말이다. 일하지 않는 자가 권력과 부를 누렸던 조선시대와 지금이 다를 바가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당시 90%와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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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백성들의 삶을 다룬 <모멸의 조선사>. 당시 조선 백성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농민은 물론 상인과 수공업자, 광산업자, 광대, 백정, 노비, 도시노동자, 어부, 기생까지 폭넓게 다루면서 그들 각각이 지배세력과 권력들로부터 어떤 고난을 받았으며 그에 대해 어떻게 순응 내지 저항해왔는지를 보여준다. 각 장의 도입부에 배치된 짧은 소설 형식의 에피소드들이 이후 펼쳐질 내용들의 이해를 돕는 점도 특징. 차고 넘치는 지배계층 이야기가 아니라 일반 백성 중심의 삶을 보다 세밀하게 들여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쓸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