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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었던 것 같다. 세상 변화에 가장 느린 반응을 하는 사람이 은퇴를 앞둔 중년 남자라고. 나 역시 그 말에 동의한다. 가끔 남편과 이야기 하다보면 이 사람은 왜 세상과 동떨어진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있는지, 이러다 아들과 생각차이로 싸우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회사에선 직급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지만 집에선 그렇지 않다. 집이 회사는 아니니까. 아이들에게 부하직원 대하듯 하진 않지만 혹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 진짜 은퇴를 하게 되면 사사건건 잔소리하는 건 아닌지 고민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남편을 보면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본인 스스로 아직은 젊고 더 일할 수 있다고 믿을 텐데 회사에선 정년이 있으니... ‘나 아직 끝나지 않았어!’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게 혼자만의 외침이 되는 건 아닌지.. 남편의 얼굴을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대형 은행의 임원 승진을 앞두고 자회사로 좌천되어 정년을 맞이한 다시로 소스케. 그는 특별한 취미도 친구도 없이 평생 일만하고 살았다. 이런 사람이 은퇴로 인해 시간이 남아도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못다 이룬 꿈을 찾아 두 번 째 인생을 찾겠노라 다짐했지만 마음과 달리 주변은 그를 이미 끝난 사람 취급한다. 이대로 연금을 축내며 늙을 수 없다 생각한 다시로는 헬스클럽에 등록하고 구직 활동에도 나서보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많은 생각 끝에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마음먹고 공부를 위해 문화센터를 찾는다. 그곳에서 동향 출신의 여인을 만나 연모의 정을 품게 되고 그 와중에 헬스클럽에 다니던 젊은 벤처 사업가에게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바로 자신의 회사에 고문으로 달라는 것. 고민을 하다 이 제안을 수락하며 열심히 일하게 되는데...
정년퇴직도 그렇지만, 어떤 분야라도 다 젊은것들이 차지하게 마련이지. 나는 ‘평생 현역’이란 불가능하다고 봐. 그리고 그걸 얻으려고 아등바등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고, 끝까지 아등바등하지 말고 깨끗이 시드는 편이 훨씬 모양새가 나지. (29) 기업이라는 곳은 사람을 부추겨서 뼈가 빠지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일하게 만들어 놓고 한껏 올려놨다가 나이가 들면 땅바닥으로 내치는 데다 그런 끝에 ‘끝난 사람’이 무슨 수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까? (88)
나이를 먹는 것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정이나 직장 그리고 우리 사회에도. 그래야 곤대를 부리는 어른이 줄어들지 않을까? 나이 든다는 건 아니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매일 새롭다. 오늘은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내 인생이다.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나이 먹어 가는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설령 가르쳐 준다 해도 내 나이 먹음이 타인과 똑같지 않다. 그래서 지혜롭게 나이 먹는 게 중요한데 우리는 열심히 일할 줄만 알지 인생을 깊게 생각할 줄 몰랐다. 그랬기에 은퇴하고 나서 마음 안에 구멍이 크게 난 것이겠지. 일하는 것만 즐기지 않고 가정에 충실하고, 내 주변을 뒤돌아 봤다면 이렇게 아프거나 힘들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픔이 있다.
나도 남편에게 늘 말한다. 매일 조금씩 은퇴하는 연습을 하라고. 취미를 갖는 것도 좋고, 은퇴 후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도 좋고, 닥쳐서 하기보다 조금씩 생각하고 고민해 보라고. 그게 쉽지 않음을 알기에 많은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어느 세대든 힘들다. 10대는 대학 때문에 힘들고 20대는 취직 때문에 힘들고, 30대는 결혼과 출산 때문에 힘들고, 40대는 아이들 교육 때문에 힘들고, 50대는 아이들 대학 때문에 힘들고, 60대는 아이들 결혼 때문에 힘들다. 70대는 자식들 독립시키고 온전히 못한 노후 때문에 힘들지 않을까?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걱정하는 것도 어리석지만 현재만 살 것처럼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안타깝다. 현실과 미래 추의 균형을 맞추는 것. 현재를 사는 중년인 내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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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쪽이 넘어가는, 최근 몇 년 사이 발간된 책 중에서는 두꺼운 편이지만 빠르게 잘 읽히는 책입니다. 회사에 충성하다가 정년퇴직 후 방황하면서 새로운 목표를 갖고 싶어 대학원 진학을 다짐하기도 하고 젊은 여성과의 연애를 꿈꾸다가도 '과거의 영광하고 싸워 이길 장사 없네'라는 깨달음을 얻는 60대 남성의 이야기입니다. 굉장히 전형적인 이야기 같지만 인물의 감정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어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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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 법학부를 나와 대형은행에 입사해 고위직까지 올랐다가 계열사 전무로 퇴직한 남자의 이야기. 처음엔, 아 꼰대란 하고 혀를 끌끌찼다가 나도 사실 저만큼 가볍고 생각이 짧고 허영이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어 반성을 해보았다. 30년 40년 직장생활을 오래 하고 있다는 거는, 자랑스러울 일도 아니고, 회사형 인간으로는 나쁘지 않다는 증거일 뿐이다. 음악가나 작가 같은 창작의 영역에서 꾸준히 작품을 내는 이들과는 다르다. 그래서 창작자는 못 되더라도 최소한 피고용인이 아니라 내 일을 하는 사람으로 살다 죽고 싶다. 어떤 일이든. 이 책 주인공도 회사가 있어야만 자기 정체성이 만들어지고, 회사 없이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회사형 인간이다. 바보다. 회사에 영혼을 파는 게 이런 거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회사형 인간은 그렇게 바보이고 나도 그렇다. 책을 읽으며 낄낄거리기도 하고 어리석은 판단을 하고 유치한 행동을 할 땐 기함을 했지만 나도 그랬을지 모른다. 엉뚱하게도 바보가 되지 말자는 각오를 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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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 법학부를 나와 대형은행에 입사해 고위직까지 올랐다가 계열사 전무로 퇴직한 남자의 이야기. 처음엔, 아 꼰대란 하고 혀를 끌끌찼다가 나도 사실 저만큼 가볍고 생각이 짧고 허영이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어 반성을 해보았다. 30년 40년 직장생활을 오래 하고 있다는 거는, 자랑스러울 일도 아니고, 회사형 인간으로는 나쁘지 않다는 증거일 뿐이다. 음악가나 작가 같은 창작의 영역에서 꾸준히 작품을 내는 이들과는 다르다. 그래서 창작자는 못 되더라도 최소한 피고용인이 아니라 내 일을 하는 사람으로 살다 죽고 싶다. 어떤 일이든. 이 책 주인공도 회사가 있어야만 자기 정체성이 만들어지고, 회사 없이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회사형 인간이다. 바보다. 회사에 영혼을 파는 게 이런 거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회사형 인간은 그렇게 바보이고 나도 그렇다. 책을 읽으며 낄낄거리기도 하고 어리석은 판단을 하고 유치한 행동을 할 땐 기함을 했지만 나도 그랬을지 모른다. 엉뚱하게도 바보가 되지 말자는 각오를 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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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미디어 출판사에서 출간된 우치다테 마키코 저 끝난 사람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