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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외세크의 소설은 읽고나면 도대체 리뷰를 어떻게 써야할 지 고민이 된다. 처음 읽은 「가시내」도 최근에 읽은 「남자들을 사랑해야 한다」도 그랬다. 절판돼 읽지 못한 「암퇘지」가 가장 난해하지 않을까 했는데 웬 걸, 읽어보니 가장 명료하지 않은가. 어쩌면 출간된 그 때에 읽지 않아서 여유가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1996년도에 나왔고 2000년에 번역되었으니 20년 전 작품이다. 훗날 번역된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적 색채, 연출이 가미돼 있다. 이 작품으로부터 물려받은 다리외세크의 시그니처 같은 걸까 생각해본다. 원제는 Truismes. 역자 후기를 보면 자명한 이치 정도로 번역된다는데 저 단어에서 보이는 truie가 암퇘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말로 도저히 옮겨지지 않아 암퇘지라 번역했다는데 영미권에서는 Pig tale로 소개되었다. 카프카의 「변신」을 모티프로, 욕망과 자본주의를 여체에 투사하면서 다양한 작품들이 중첩된다. 사드 후작부터 <살로 소돔의 120일>, <그랑 부페La grande bouffe> 등이 생각났다. 문학작품답게 에두른 문장으로 표현되긴 해도 그 퇴폐와 향락은 끝간 데 없고 충격적이라는 뜻이다. 특히 위정자, 사회 고위층들의 욕망 따위들이... 역자 후기에선 헐크 등을 소개하면서 망가 영향도 있다고 하던데 일본식 망가보다는 유럽스타일 포르노그래피(혹은 80년대 실제 프랑스) 분위기였다. 「가시내」에 묘사된 시절을 겪은 프랑스인이라면... 남자 혹은 욕망에 휘둘리는 순간에서는 문득 <혐오스런 마츠코>를 떠올렸다. 이 책의 주인공이 암퇘지가 되어가는 과정과 마지막은 마츠코의 비극적인 삶과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불안정한 삶을 사는 젊고 예쁜 여성과 그를 욕망하는 사회, 그 위선의 민낯 그리고 뜬금없는 자연주의! 주인공은 집세랑 식비 때문에 향수가게에 취직하는데 취업하는 조건으로 지배인에게 몸을 내준다. 신체가 강탈되는 동안 시선은 고용계약서에 가 있었다. 그렇게 특별한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게 된 주인공은 시간이 가면서 신체가 변하는 것을 느낀다. 처음엔 더없이 매력적이게 되더니(여기에도 이유가 있지만 굳이 언급하진 않겠다) 나중엔 점점 이빨도 손도 가슴도 피부도 달라지기 시작한다. 짐승과 같은 욕망에 휘둘리다 보니 짐승이 되어가는 것이다. 짐승같은 욕망 때문에 개 같다고 느낀 주체들은(손님들) 괜찮았는데 정작 그 대상인 그녀가 변한다. 그러면서 사람의 음식 특히 햄, 살라미 등을 역겹게 느끼고 꽃, 풀 따위에 끌리게 되는데 그것을 표현한 문장이 인상깊었다. 남자친구가 돼지고기를 튀긴 음식을 사 왔는데, 주인공은 구토를 하고 온몸을 떨며 진정하지를 못한다. 짧게 옮겨보겠다. 가까스로 쿠션에 기대고 있으니 조금 속이 진정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이내 돼지 목을 자르는 모습이 선명하게 눈앞에 떠올랐다. 오노레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를 껴안은 채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비계 부위부터 야만스럽게 물어뜯었다. 손님들의 얼굴도 눈앞에 떠올랐다. 그들은 내 옷에 꽂혀 있는 꽃들을 먹는 시늉을 하고 있었지만 모두들 이빨을 드러낸 채 내 목을 물어뜯고 있었다. -마리 다리외세크, 「암퇘지」 중 시간이 갈수록 욕망은 지독해지고 그 구분하는 선은 흐려져 간다. 그렇게 돼지가 된 주인공이 어떤 애정어린 보살핌을 받을 때는 다시 인간이 되었다가 다시 짐승이 되었다가 하는데... 누구와 함께 있느냐 혹은 사회로부터 한낱 몸뚱이로 취급을 받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수용소에 갇혔던 광인이 세상을 이끌기도 하고 독재자가 수용소로 끌려가기도 하고 욕망 아래 뭉친 연대가 섞일 수 없는 인종(계급)의식으로 인해 파괴되기도 한다. 화학약품으로 세계의 멸망을 앞당긴 기업가는 달밤이 되면 늑대인간으로 변하고, 피자배달부를 주문하여 욕구를 채우는, 세상은 요지경이다. 도덕이 사라지고 욕망만이 남은 사회, 돼지로 변한 주인공은 어떤 선택을 할까? 96년도에 출간된 소설임을 감안하여 별 셋. 위에서 언급한 영화 <그랑 부페La Grande Bouffe>는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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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분량에 엄청 진하고 어두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떤 느낌과 흐름일지 예상이 되면서도 여전히 읽는 내내 가슴 아프다. 추천 받아 읽었는데 주변에 다시 추천하고 싶다. 그런데 이렇게 잔인하고 슬픈 이야기인데 표지가 어울리지 않게 너무 발랄하다는 느낌도 들고. 예쁘긴 한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