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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유명한 광고업자 샤를 퀴블리에가 집을 보러 갔다가 고장 난 엘리베이터에 갇혀 19일(12월 5일~ 24일 밤)을 보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풀려나지만 비극적 최후를 맞는 한 편의 부조리극이다. 풍자성이 강한 이 한 편의 소설만으로도 작가 성향을 짐작할 수 있는데 작가 이력을 보니 더 심중이 굳어진다. 앙리 프레데릭 블랑은 자기소개를 <초문학의 교황>이라고 할 만큼 괴짜다. 그는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낸 뒤 공무원이 되기를 꿈꾸었으나 원하던 소방관도 교사도 되지 못하고 이를 만회하려는 마음에서 작가가 되고자 했다. “그는 엑스마르세유 대학교에서 문학과 철학을 전공한 박사 학위 소지자로, 극장 매표원, 서점 판매원, 관광 안내원, 야간 경비원, 화재 경비원 등” 힘든 직업을 전전하며 글을 썼고 15년간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다가 1989년 『잠의 제국』으로 데뷔했다. 『저물녘 맹수들의 싸움』은 1990년에 발표되어 1998년 브누아 라미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는데 나는 영화는 보지 못했다.
샤를은 소비자와 여자의 심리를 꿰고 있는 광고업자인 걸 자랑스럽게 생각했지만 현대판 쥐덫 같은 엘리베이터에 갇힌 순간부터 그의 능력은 하찮은 것으로 증명된다. 그의 몰락을 구경하는 집주인 발메르 부인을 유혹해 탈출하려는 계획은 번번이 실패한다. 주변인들도 그를 광인, 구경거리로만 취급하는데 현실적이라기보다 이건 너무 연극적이지만 이 소설의 풍자성에 동의하고 읽는다면 설득력 있다. 갇힌 샤를의 정신 공황 상태(분노-현실 부정-불안 공황 상태-체념-초탈-현실 수용-상황 분석-전략 세우기)에 감정이입하며 읽다 보면 더욱 그렇다.
스스로 갑이라고 생각했던 샤를의 착각, 사람의 마음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 자만, 과부 주인 여자가 성적 결핍 때문에 자신을 욕망한다는 오해 등등 그를 통해 우리는 인간 생각의 많은 허점들을 통찰하게 된다. “「매사에 주의하자! 세상은 정글이다! 위험은 언제나 예기치 않은 데서 온다!」”고 생각했으면서 그는 엘리베이터에 갇힐 줄, 자기보다 더 고단수의 맹수를 만날 줄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풀려나면 자연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 거라는 건설적인 희망도 잠시 그의 망상은 자신이 풀려나는 게 아니라 크리스마스 만찬 재료가 될 거란 생각까지 미치자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걸 거부하기까지 한다.
인간의 마음을 읽고 소통을 능숙하게 할 것 같은 광고업자, 서로를 이어주는 통로인 엘리베이터, 인간이 인간에게 베푸는 이타주의 등등 이 소설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통념은 제대로 작동하는 게 하나도 없다. 작가가 시간적 배경을 따뜻한 분위기 가득한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설정한 것도 그런 저의가 있다고 본다. 이런 교훈을 배우고 우리는 더욱 소통하며 더욱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모를 일이다. 현실이 맹수들로 가득한 약육강식의 세계라고 생각하는 게 엘리베이터에 갇힌 샤를만이지 않잖은가. 우리가 보는 현실이 엘리베이터 안보다 넓다고 장담할 수 있나. 샤를의 예처럼 짧은 순간 철저히 망가지기도 하는게 인간이다.
ps) 엘리베이터에 갇힌 남자라는 모티프를 보고 김영하 단편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가 생각났는데 서로 비교해봐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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