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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순신의 삼국지 이야기1]당신의 다섯번째 삼국지
"[진순신의 삼국지 이야기1]당신의 다섯번째 삼국지" 내용보기
책을 받고 박스를 뜯기 전, 나는 책이 아니라 목침이 잘못 배송된 줄 았았다. 박스를 뜯고 책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자, 나는 일단 두께에 기가 죽었다. 그런데 책을 살펴보니 이 책의 띠지에는 "처음 삼국지를 읽는 사람은 이 책을 들지 말라!"라는 말이 인쇄되어 있다. 오호라, 이는 심히 나를 도발하는 문구이다. 중국 고지도가 인쇄된 빨간 표지와 더불어 말이지. 그래서, 800페이지
"[진순신의 삼국지 이야기1]당신의 다섯번째 삼국지" 내용보기

책을 받고 박스를 뜯기 전, 나는 책이 아니라 목침이 잘못 배송된 줄 았았다. 박스를 뜯고 책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자, 나는 일단 두께에 기가 죽었다. 그런데 책을 살펴보니 이 책의 띠지에는 "처음 삼국지를 읽는 사람은 이 책을 들지 말라!"라는 말이 인쇄되어 있다. 오호라, 이는 심히 나를 도발하는 문구이다. 중국 고지도가 인쇄된 빨간 표지와 더불어 말이지. 그래서, 800페이지의 압박을 떨쳐내고, 나는 이 책에 기꺼이 도발당해 주기로 했다. 

이 책의 저자 진순신은 1924년 일본 고베에서 출생했지만 원래는 대만인이다. 대학에서는 인도어와 페르시아어를 전공했다고 한다. 기본적인 일어, 중국어를 더하면 도대체 몇 개 국어를 하시는 양반인지 알 수 없다. (페르시아어라니! 몽골사를 연구하기 딱 좋은 사람아닌가!) <아편전쟁>등  중국역사소설 장르에서는 독보적인 존재이고, 일본에서 좀 쓴다, 하는 역사 소설가들은 다 타본다는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내게는 중국 관련 문화역사 기행서로 더 친숙한 작가이다.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 한중 수교 이전 국내에 읽을 만한 중국기행서는 이 분 번역본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삼국지야 워낙 많은 판본으로 다양하게 즐기는 소설이니 딱히 더 소개할 내용은 없다. 인생의 첫 삼국지를 세로쓰기본으로 읽은 내 윗 세대분들을 제외하고 헤아려 본다면, 아마 내 또래 독자들에게 이 <진순신의 삼국지 이야기>는 인생의 다섯번째 삼국지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어려서 만화 삼국지로 처음 접한 후 축약본 동화 삼국지를 읽고 논술용이라 광고해대는 이문열 삼국지를 읽은 후 질려서 황석영이나 장정일 삼국지를 읽고, 그 다음 단계로 만나게 되는. 하지만 인생의 다섯번째 만남이라고 전혀 가슴떨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신을 만나기 위해 내가 그렇게 긴긴 날들을 돌아 돌아 방황했구료!'하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특이한 매력을 지닌 삼국지이다.

일단, 저자는 지금까지의 삼국지는 다 나관중의 뻥이 심하고 편파적 시각을 지닌 소설<삼국연의>에 바탕을 두었음을 지적하고, 당시의 역사서와 문헌 자료를 뒤져서 정확한 사건 개요를 전달해 주려고 노력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소설적 재미는 없지만 그들이 왜 그 당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정확히 알게 되는 보람이 있다. 당시 중국의 관제라든가 행정 구역 등 배경 상식도 정확히 서술되어 내게는 읽기 유익하였다. 또 재미있는 것은 이 소설은 오두미교라는 당시 도교 교단의 인물과 불교의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난세의 온갖 영웅들을 관찰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리고 흉노족, 월지족 등 한족 이외의 인물들과 그들의 정황도 많이 반영하여 기존 삼국지의 유씨 한 왕실과 한족 위주의 시선을 뛰어넘어 서술해준다. 그러다보니 조조의 재조명이 많이 등장하고 유비 관우 장비는 거의 등장하지도 않을 정도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국내 모 작가의 지나친 작가의 개입과 유장하다 못해 영탄조로 가는 삼국지에 질린 분들께 권해주고 싶은, "당신 인생의 다섯번째이자 마지막 삼국지"라고나 할까. 

번역도 좋다. 그런데 186쪽 네번째 줄의 '변의 부친 황태후 하씨'는 '모친'의 오타. 그리고 207쪽 맨 아랫줄에서 '하태후가 며느리인 동태후를 미워하여'는 '시어머니'가 맞다. 그외 800쪽이라는 분량에 비해 오타나 오류가 없는 편이다.  그래서 안심하고 친구분들께 권한다.



m******n 2011.10.17. 신고 공감 10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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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삼국지라 오해해서는 안된다.
"이게 삼국지라 오해해서는 안된다." 내용보기
한국은 삼국지를 원본 그대로 번역하거나 (황석영, 김구용) 원본을 따라가지만 추임새를 가볍게 넣은 삼국지 (박종화)가 주류이다. 삼국지의 큰 틀과 주요주제들을 빗겨나가는 법은 잘 없다. 이문열의 처참한 실패는 언급할 가치가 없다. 어설프게 요시카와 에이지를 흉내내서 이것저것 붙여보려 했지만 원문을 직접 번역할 역량이 없고 한문에 밝지 않아 평설이라는 걸로 보충해보려한
"이게 삼국지라 오해해서는 안된다." 내용보기

한국은 삼국지를 원본 그대로 번역하거나 (황석영, 김구용) 원본을 따라가지만 추임새를 가볍게 넣은 삼국지 (박종화)가 주류이다. 삼국지의 큰 틀과 주요주제들을 빗겨나가는 법은 잘 없다.

이문열의 처참한 실패는 언급할 가치가 없다. 어설프게 요시카와 에이지를 흉내내서 이것저것 붙여보려 했지만 원문을 직접 번역할 역량이 없고 한문에 밝지 않아 평설이라는 걸로 보충해보려한 것 같다.

일본은 유명한 '요시카와 에이지'부터 삼국지를 고스란히 번역하는 것보다는 2차창작으로 다루는 것을 선호하는 듯 하다. 90년대 말에 나온 기타카타 겐조의 '삼국지'는 매우 자연스러운 재창작으로 나관중의 '삼국연의'가 없었어도 나올 수 있었을 법하다.

진순신은, 같은 삼국시대를 다룬 '제갈공명'과 달리 이번의 '삼국지이야기'는 (일본 제목인 "비본삼국지"가 주는 의미대로) 역사의 이면에서 일어난 일들을 의심하고 가상으로 꾸며보는데 의의가 있는 듯하다.

유비가 사실은 조조와의 합의대로 둘이 남을 때까지 합작으로 경쟁자들을 제거해나가기 위한 동맹을 맺었다던가, 조조가 장노의 어머니와 한편이었다던가, 조식과 견부인의 스캔들은 조비가 조장한 것이었다던가, 더욱 심한 건 원래 삼국분립을 이상적으로 생각한 제갈량이 사마의와 짜고 싸움을 일부러 기피했다는 것이다. 반전이 과도하니 진행될 수록 지루해진다.

의의가 있다면 일본의 대중문화, 특히 만화에서 삼국시대를 다루는 2차 창작물들은 많은 부분이 진순신의 영향을 받았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용랑전', '창천항로' 등에서.

'제갈공명'은 괜찮은 정통역사소설이라고 할만하지만 이 '삼국지이야기'는 개정판에서는 원래의 제목으로 되돌려놓길 권한다. 이거 하나 읽고 삼국지가 원래 이런 거라고 독자들이 착각하면 곤란하니.

그리고 부분적으로 번역에 오류가 제법 보인다. 왕윤과 거사를 도모한 '토손서'는 '사손서'가 맞다. 번역자는 선비士를 흙土로 읽는 가장 기초적인 실수를 했다. 한자 및 일본어를 이해하는 능력 자체보다는 역사를 이해하지 못한 게 문제가 된다.

g*****7 2021.01.2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