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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에 관심이 많은 내가 도서관이나 대형서점에 갔을 때 느꼈던 아쉬움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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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책을 왜 읽는가
《파브르 곤충기》와 함께 《파브르 식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벌레 이야기요, 하나는 푸나무 이야기입니다. 으레 벌레 이야기만 알려졌으나, 푸나무 이야기를 나란히 읽어 보면, 파브르라 하는 사람이 지구별 어여쁜 목숨붙이를 얼마나 사랑하면서 아끼려 했는가를 헤아릴 수 있습니다.
동물학이고 식물학이고 무슨무슨 학문이고를 떠나, 가장 크게 돌아보면서 가장 깊이 살필 대목이란 바로 사랑이에요. 크고작은 벌레들 표본을 많이 모았대서, 벌레들 한살이를 두루 꿰뚫는 논문을 많이 내놓았대서, 대학교에서 강의를 한대서, 이런저런 책을 숱하게 내놓았대서, 벌레를 비롯한 숱한 목숨붙이를 제대로 알거나 올바로 안다고 할 수 없어요. 사랑하지 않는다면 알지 못하는 셈입니다. .. 우리 나라에 사는 소똥구리 세 종류는 전부 이른아침부터 늦은저녁까지 멈추지 않고 소똥을 빚는다. 열심히 일하다가 가끔 쉴 때는 소똥을 한 조각 떼어먹기도 하는데, 마치 어린아이가 초콜릿을 먹듯 달고 맛있게 먹는다. 녀석이 똥을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가만히 보고 있으면 쩝쩝거리는 소리가 실제로 귀에 들리는 듯하다 … 이렇듯 매서운 탓에 말벌의 성질이 포악하고 독단적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말벌은 애정이 넘치는 화목한 집단을 이루며 일을 매우 조직적으로 분업화해 조화롭게 살아간다 .. (20, 62쪽)
이는 학문 자리뿐 아니라, 공무원 자리에서도 똑같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자리에서도 이와 같습니다. 아이를 낳아 집에서 보살피는 어버이도 이와 매한가지예요. 어디에서나 언제나 삶·사람·사랑을 생각해야 합니다. 삶을 살피고 사람을 돌아보며 사랑을 생각하면서 해야 할 학문이요, 행정이며, 교육이고, 아이키우기입니다.
《파브르 곤충기》와 《파브르 식물기》는 무엇보다 이 삶·사람·사랑을 알뜰히 눈여겨보는 이야기를 담습니다. 벌레 지식이나 푸나무 정보를 다루지 않아요. 벌레와 푸나무를 찬찬히 바라보고 살피며 헤아리는 까닭은, 벌레와 푸나무를 더 잘 알고 싶기 때문이 아니에요. 벌레와 푸나무를 참다이 아끼고 사랑하는 길을 찾고 싶기 때문이며, 이 벌레와 푸나무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 착하고 예쁘게 어우러지는 길을 열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자가용을 몰지 못한대서 아이답지 못하겠습니까. 아이들이 영어를 못한대서 사람답지 않겠습니까.
아이들은 언제나 아이답게 자라야 합니다. 아이들은 늘 사람다이 살아야 합니다.
참다게 살아갈 수 있으면서 해야 하는 학문입니다. 착하게 이웃과 동무와 살붙이를 사랑할 수 있으면서 맡는 공공기관 행정직, 이른바 공무원입니다. 아름답게 어깨동무하는 길을 열면서 정치를 하든 교육을 하든 문화를 하든 예술을 하든 과학을 하든 할 노릇입니다.
아이들은 회사원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전문가가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어른 또한 회사원으로 살아야 하지 않아요. 어른 누구나 전문가가 될 까닭이 없어요.
사람다운 사람이어야 하고, 아름다운 보금자리를 즐거이 누려야 합니다. 고운 꿈을 멋지게 이루면서, 맑은 말과 밝은 눈빛으로 사랑을 꽃피우면 넉넉합니다.
사람을 아끼는 사람은 벌레를 아낍니다. 사람을 아끼는 사람은 푸나무를 아낍니다. 푸나무를 아끼기에 사람을 아끼고, 벌레를 아끼기에 사람을 아껴요.
《파브르 곤충기》를 남긴 사람이든, 《시튼 동물기》를 남긴 사람이든, 그리고 《조복성 곤충기》를 남긴 사람이든, 서로서로 한동아리로 흐르는 넋이자 얼이요 꿈이고 빛입니다.
지식이 아닌 삶입니다. 정보가 아닌 사랑입니다. 학문이 아닌 살림입니다. 권위나 권력이 아닌 어깨동무요 두레예요.
지식을 쌓자며 책을 읽는다면, 스스로 바보가 되겠다는 소리입니다. 학문을 이루겠다며 책을 파고든다면, 스스로 얼간이가 되겠다는 셈입니다.
서로를 사랑하는 꿈을 열고 싶으니까 책을 읽습니다. 나와 너와 우리가 이어지는 고리를 살가이 깨달아 착한 빛줄기를 드리우고 싶기에 책을 펼쳐요. 아이들한테 《파브르 곤충기》를 읽히고 싶다면, 아이들을 낳거나 아이들하고 함께 지내는 어른들부터 이 책을 찬찬히 새겨읽은 다음, 아이들한테는 ‘종이책’ 아닌 ‘흙책’과 ‘풀책’을 이야기보따리로 들려주며 함께 부대껴야 합니다.
2011년에 오랜만에 빛을 본 《조복성 곤충기》는 1948년에 나온 《곤충기》와 1975년에 나온 《조복성곤충채집여행기》를 간추려 한데 모은 책입니다. 1948년에 나온 《곤충기》와 1975년에 나온 《조복성곤충채집여행기》는 도서관에서는 거의 찾아볼 길이 없고, 헌책방에서도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책입니다. 이 땅에서 이 나라 이 겨레 벌레붙이를 살피고 파헤치며 다룬 아름다운 책이지만, 이 책들을 눈여겨보거나 되살리거나 보듬으려는 손길이 너무 얕았어요.
예쁘장한 책을 천천히 읽습니다. 앞으로도 이 책이 예쁜 손길을 받으면서 예쁜 사랑을 고이 이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면서 읽습니다. ‘필독 추천 명작 도서’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리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사람들한테 좋은 사랑을 두루 나누는 길잡이 구실을 한다면 참으로 기쁘겠다고 빌면서 읽습니다.
《조복성 곤충기》는 환경책입니다. 이 나라 생태·환경을 한눈에 알아보도록 돕는 책입니다. 이 나라 생태·환경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좋을까를 돌아보면서 적바림한 책입니다.
우리 가까이에 흔하게 있으나, 흔히 알아채지 못하는 이야기를 차근차근 깨달으면서 올바로 알아차리자고 이끄는 책입니다. 삶을 슬기로이 일구면서 내 땅 내 마을 내 터전을 슬기로이 보살피자는 뜻을 널리 나누려는 책이에요.
나는 무엇을 누려야 즐거운 하루일까요. 나는 어떤 밥을 어떻게 차려서 먹어야 고마운 하루인가요. 나는 어떤 옷을 입으며 뽐내야 예쁜 모습일까요. 나는 어떤 돈벌이를 하면서 얼마나 은행계좌를 늘려야 넉넉한 삶일까요.
아이들이 《파브르 곤충기》를 읽든 《조복성 곤충기》를 읽든 쇠똥구리나 개똥벌레나 사슴벌레를 만날 일이란 없습니다. 깊은 멧골이나 시골로 놀러가더라도 요사이는 항공방제라는 이름으로 수목원에까지 농약을 마구 뿌립니다. 흙을 밟을 만한 데는 온통 농약투성이입니다. 흙이 없는 데는 온통 시멘트바닥이거나 아스팔트바닥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땅에서 잘도 경제개발을 하고 경제활동을 한다는데,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는 국회의사당에서는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참 그럴듯하게 밀어붙이는데, 나무 한 그루 심지 않는 지식인과 공무원과 건설회사 일꾼은 어마어마하게 큰 돈을 들여 온나라 물줄기를 시멘트로 발라대는데, 《파브르 곤충기》를 읽든 《조복성 곤충기》를 읽든 무엇을 바꾸거나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내 살림집에서 벌레붙이 하나 만나기 힘든데, 아이들 다니는 학교나 학원에서 바퀴벌레나 개미 몇 마리 말고는, 더러 나방 조금 아니면 마주치기조차 힘든데, 이런저런 책을 읽는들 얼마나 값지거나 뜻있거나 사랑스러울는지요.
개똥벌레가 어떻다느니, 개똥벌레랑 반딧불이는 같은 이름이라느니, 파리가 알을 몇 개쯤 낳고, 이 가운데 몇 개쯤 까며, 애벌레는 얼마만에 어른파리가 되는지를 지식이나 정보로 안다 한들 스스로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요. 한미자유무역협정과 4대강사업을 지식과 정보로 아는 이들 가운데 ‘당차게 자가용을 버리고 시골로 살림집 옮겨 흙을 파먹고 살겠다’고 외치는 이는 몇이나 되는가요.
설명서를 읽고 빨래기계를 돌려 빨래를 해내는 일이 나쁘지 않아요. 다만, 식구들 옷가지를 내 손으로 조물조물 주무르고 비비면서 빨래하는 일보다 아름답지 않습니다. 늙고 아프며 힘 못 쓰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큰도시 넓은 아파트 방에 모시는 일이 나쁘지 않아요. 다만, 시골 흙집에서 늘 흙을 만지고 파란 빛깔 하늘 맑고 시원한 물을 마시는 터전에서 언제나 곁에서 보살피며 함께 흙을 파먹고 살아가며 모시는 일처럼 아름답지 않습니다. 자가용 타고 할인매장에서 물건 값싸게 사들이는 일이 나쁘지 않아요. 다만, 식구들 다 함께 시골 논둑길을 거닐며 장마당 천천히 오가며 이야기꽃 피우는 일만큼 아름답지 않아요.
조복성 님은 학문하는 길을 씩씩하고 당차게 걸었습니다. 다만, 학문만 하는 길은 안 걸었습니다. 사람이 되고자 하는 길을 걸었고, 벌레붙이를 바라보며 당신 한삶을 늘 되새기는 한편, 사랑스레 지구별을 돌보는 꿈을 빚으려고 땀흘렸어요.
사람 하나 태어나서 죽기까지 책은 손수레로 다섯 차례 나를 만한 부피면 넉넉합니다. 넉넉할 뿐더러 넘칩니다. 《조복성 곤충기》는 다섯 수레 책 가운데 하나로 놓으면 즐겁습니다. 책은 다섯 수레만큼만 읽으면서 삶을 아리땁게 일굴 수 있으면 즐겁습니다. (4344.12.2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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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곤충기라니...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최초로 곤충기를 쓴 사람은 누굴까 궁금해한 적이 있다. 석주명 박사인가 이런 생각도 했었는데 조복성 박사였다. 한데 왜 여태 몰랐던 걸까? 아마도 꾸준히 그의 업적을 알릴 만한 기회가 없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이 반가웠다. 선구자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의 설렘과 열정, 에너지, 무모함, 그리고 예상치 못한 어려움 등을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조복성 곤충기> 또한 곤충채집일기를 통해 선구자의 애환을 엿볼 수 있었다. 40도를 오르내리고 한 되의 물로 하루를 보내야 하는 몽강의 사막에서 100여 종의 희귀 곤충을 채집하고 기뻐하는 그의 소회가 담긴 채집일기를 읽고 있자니 어찌 사람이 이리 무모할까 싶으면서도, 그의 열정이나 집중력에 깊이 고개 숙여지는 바가 있었다. 당시의 시대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빈대 이야기라든가, 야바위 노름에 내몰린 물방개 이야기는 다른 곤충기에서 볼 수 없는 해학을 느낄 수 재미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