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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서 찾은 긍정적 사유의 길 - 최혜진, 『그림책에 마음을 묻다』 그림책을 읽는 어른들이 많아지고 있다. 어른들이 그림책을 읽는다고? 그림책을 아이들만 읽는 책으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그림책 읽는 어른들’은 모순처럼 보인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성인이 되어 그림책을 읽어본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림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이라면 그림책을 왜 어른들이 읽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최혜진은 『그림책에 마음을 묻다』(북라이프, 2017)에서 어른들이 읽(어야 하)는 그림책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른들이 읽는 그림책이 특별히 있는 게 아니다. 아이들이 읽는 그림책을 어른들도 더불어 읽는다. 아이들 때문에 읽는 거 아니냐고? 어른들 스스로 그림책을 읽는다. 도대체 그림책 속에 무엇이 있길래 어른들이 스스로 읽는다는 것일까
지은이는 프랑스의 아동문학 평론가 소피 반 더 린덴의 말을 빌려 그림책과 마주한 순간의 강렬한 경험을 표현한다.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어느 날 갑자기 낯설고 거대하고 복잡한 세상에 도착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새로 배워야 할 대상이죠. 아이들 마음은 불안과 질문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한 내면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불안과 질문에 답해줄 수 있는 이야기, 그러니까 문학이 필요합니다. 세상에 대해 안심하도록, 그래서 성장할 용기를 내도록 말이죠.”(8쪽) 지은이는 “성장할 용기”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미 성장한 사람에게 “성장할 용기”가 왜 필요하냐고? 성장할 용기는 마음의 문제이다. 지은이는 마음을 치유하는 처방전으로 그림책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 책에는 스물하나의 질문과 그에 대한 처방전으로 스물하나의 그림책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스물하나의 질문에는 하나로 환원될 수 없는 다양한 내용들이 나온다. 그럼에도 여기에는 마음의 중심을 잡지 못한 채 길을 잃고 헤매는 상황이 공통적으로 드러나 있다. 아이들이 지극한 호기심으로 자기 앞에 펼쳐진 세계와 마주하고 있다면, 어른들은 지극한 두려움을 안고 자기 앞에 드리워진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 호기심과 두려움으로 구분해서 썼지만, 사실 이 두 감정은 하나로 묶을 수도 있다. 호기심의 밑바탕에 두려움이 있고, 두려움의 밑바탕에는 호기심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두려운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는 어른들은 자기 스스로 억누르고 있는 호기심에 눈을 뜸으로써 마음을 치유하는 첫 발을 내딛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자기 외모가 못났다고 생각하는 소심한 사람 A가 있다. A는 몇 년 전 SNS에서 알게 된 동갑내기 여성을 한없이 부러워한다. SNS 상으로 비치는 “그녀는 옷도 잘 입고 웃을 때 정말 예쁘고 피부도 너무 좋아요.”라는 말에 부러운 이유가 잘 나와 있다. 말 그대로 A는 타인의 삶(그것도 SNS에 실린)을 기준으로 자기 삶을 판단하고 있다. 지은이는 A에게 베아트리체 알레마냐가 지은 『조금 부족해도 괜찮아』라는 그림책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의 원제는 ‘I cinque malfatti’이다. 이탈리아어로 ‘malfatti’는 시금치와 리코다 치즈를 짓이겨 만든 완자를 뜻한다. 대충 만든 음식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제목에 암시된바, 이 그림책에는 어딘가 하나씩 모자란 친구 다섯이 등장한다. 모자라긴 해도 이들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나름대로 재미있는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얼굴도 잘 생기고 피부도 매끈한 데다 몸은 쭉 뻗어 날씬하고 코도 오뚝한 ‘완벽’이라는 친구가 이들 앞에 나타난다. 완벽이는 별 일 없이 시간을 보내는 다섯 못난이들에게 자꾸만 뭐든 하라며 자기 생각을 강요한다. 완벽이 입장에서 보면 다섯 못난이는 참 답답한 존재들이다. 생긴 것도 시원찮은 못난이들이 게으르기까지 하니 누가 저런 얘들을 좋아할까 싶다. 완벽이는 다섯 못난이를 위하는 마음으로 그런 잔소리를 퍼붓는지도 생각하겠지만, 듣는 사람 처지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다섯 못난이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처음에 이들은 핑계를 댄다. 배에 구멍이 숭숭 뚫린 친구는 “나는 생각을 해도 모두 구멍으로 빠져 나가.”라고 이야기하고, 위아래가 거꾸로 된 아이는 “나는 무슨 생각을 해도 자꾸 생각이 뒤집어져.”라고 한탄한다. 완벽한 아이로 태어난 ‘완벽’이는 이런 얘기들이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이래저래 다섯 못난이는 혀를 차는 완벽이 앞에서 주눅이 들 만한 상황이다.
참다못한 완벽이가 다섯 못난이를 향해 외친다. “그렇다면 너희들은 아무 쓸모가 없어! 아무것도 아니라고!” 지은이에게 상담을 신청한 A가 이 말을 들었으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완벽이는 자기 생각을 말했을 뿐이다. 돌려 말하면 완벽이 생각을 못난이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얘기다. 실제 완벽이의 거친 말을 듣고 자신들의 가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 못난이들은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결코 화를 내지 않아. 화가 나려다가도 구멍으로 빠져나가거든.” “나는 여기 주름 사이사이 추억들을 가득 간직하고 있어.” “나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어. “나는 모든 걸 망쳐버리지. 하지만 어쩌다 내가 뭔가 해내면 정말 정말 기뻐!” (28쪽) 첫 번째, 세 번째 아이들이 어떤 말을 하는지 주목해 보자. 첫 번째 아이는 화가 나면 구멍으로 빠져나간다고 이야기한다. 생각이 구멍으로 빠져나가면 문제가 있지만, 화가 구멍으로 빠져나가면 좋은 거 아닌가? 세 번째 아이는 다른 사람은 볼 수 없는 걸 자기는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통념에서 벗어나 창의적으로 생각한다는 뜻이겠다. 아이들은 이렇게 완벽이가 주장하는 바를 스스로 뒤집는다. 못난이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완벽’이는 정말 완벽한 것일까? 아니다. 완벽이는 다만 완벽한 척 할 뿐이다. 당장 완벽이는 못난이들의 장점을 보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타인의 장점을 보지 못하는 사람을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지은이는 그림책에 실린 이야기를 들려주며 A에게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면 결단이 필요합니다.”(29쪽)라고 강조한다. 못난이들이 완벽이 말을 그대로 따랐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못난이들은 완벽이처럼 되었을까? 아니, 완벽이‘처럼’ 되면 도대체 무엇이 좋아질까? 못난이들은 사라지고 완벽이와 그를 닮은 아이들이 사는 세계를 상상해 보라. 물론 지은이의 이런 이야기가 A의 삶을 뒤바꿨으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은이는 다만 A에게 외부의 시선과는 상관없이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라고 권유하고 있을 뿐이다.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순간 마음을 치유하는 길이 열린다. 못난이들은 자기 마음을 들여다본 결과 자기 내부에서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이 공존한다는 걸 알았다. 완벽이는 부정적인 면만 말했지만(완벽이는 결코 완벽하지 않다), 못난이들은 스스로 긍정적인 것을 찾아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마음을 치유하는 게 결국은 자기의 본모습과 대면하는 일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스물하나의 가슴 아픈 이야기들에는 공통적으로 자기의 본모습을 애써 외면하는 상담자들의 부정적인 마음이 들어 있다. 지은이는 그림책 읽기를 통해 부정적인 것 너머에 있는 긍정적인 것을 상담자들 앞에 제시한다. 부정적인 것을 향해 마음이 쏠리면 긍정적인 것이 보이지 않는다. 자기 마음을 닫은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는가?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항상 다른 사람들이 자기에게 다가와 주기 원한다. 자기가 다가가면 거절당할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치유하는 길은 이리 보면 자기 안의 긍정을 찾는 데서 시작한다. 지은이는 이러한 긍정의 사고를 ‘아이들이 읽는’ 그림책에서 발견하고 있다. 아이들이 읽는 그림책을 어른들이 적극적으로 읽어야 할 이유를 지은이는 바로 이 지점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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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활자가 많은 책들을 보면 와글와글 떠드는 것같아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삶에서 느끼는 무게를 책에서도 받는 것은 알게모르게 지쳤다는 반증이겠지요? 그러다가 그림책에 마음이 갔습니다. 예쁜 그림에 눈이 가고, 그속에 담긴 순하고 예쁜 마음에 저절로 미소짓게 되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아이들만 읽는 책 아니냐는 편견 아닌 편견에 약간 서운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모든 어른들은 그속에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그림책은 모두에게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담담하게 조용하게 그리고 따스하게 위로를 건네는 작가님의 이 책이 모처럼 저에게 휴식이 되고, 쉼표가 되어주었습니다. 여기에 소개된 그림책도 하나하나 찾아서 읽어보고 선물도 하려고 합니다. 다른 분들도 조용하고 따스한 위로 받으시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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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 대한 매력을 깨닫고 그림책 수업에 참여했다가 추천받은 책입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래 그렇지, 맞아 맞다! 감탄이 나옵니다. 인생의 수많은 고민거리들 방황하는 것들 가운데 100프로 정답을 찾는 건 아니지만 어떤 마음가짐이면 좋을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책입니다. 소개해주는 그림책들도 다 주옥같은 책들이네요. 지인에게도 선물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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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중 하나는 지역의 힐링 독서 강의를 4년째 꾸준히 들었던 것이다. 어른들의 마음을 나누고 만지는데 주로 그림책을 활용하는데 그림책이 이렇게 깊이있구나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나아가 동아리도 만들며 적극적으로 그림책 사랑을 실천하고 아이들과도 나눌 수 있었다. 독서 토론수업의 가장 큰 딜레마는 아이들이 책을 읽어오지 않는 것인데 그림책 토론의 경우 오히려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꽤나 적극적인 발문과 주장, 대안과 경청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 충만한 시간이 되곤 한다.
이 책은 콕 찝어서 읽고 싶었던, 필요했던 책이다. 절친인 두 명의 독서치료사가 증상별 소설을 처방해주는 ‘소설이 필요할 때’를 열광하며 읽었었는데 ‘그림책에 마음을 묻다’는 그림책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더 반가왔다. 글밥 많은 두꺼운 책, 필독서 목록 상위권을 차지하는 고전들, ‘아직도 읽지 않았다니 부끄럽다’목록과 늘 숙제처럼 뒷덜미를 붙잡고 있는 ‘반드시 재독할 책들(까라마조프나 부활 등등)도 중요하지만 때론 한 권의 그림책이 충격적으로 마음을 두드린다.
책을 읽으며 이 글들이 책으로 만들어지기 전에 먼저 블로그에 쓰여졌다는 것을 알았다. 블로그의 한 꼭지를 채웠던 이야기가 책으로 묶여 나처럼 새로운 독자에게도 다가올 수 있었다. 책을 읽고는 블로그도 들어가 살펴보게 된다. 목차를 보면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들, 힐링 독서 수업에서 자주 다루어졌던 익숙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저자인 에디터C에게 보낸 고민에 대해 그림책을 처방하며 함께 마음을 읽어나간다. 저자 자신의 경험들이 솔직하게 담겨있어서 더 공감하게 되고 내담자가 편안히 마음을 열게 될 것 같다. 비단 사연의 주인공만을 위한 조언은 아니다. 내 안의 여러 모습들도 답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림책 작가 이야기’에 선정된 네 분은 더 눈여겨 보게 된다. 모두들 ‘역시, 빠질 수 없지’ 하고 탄성하게 되는 분들이다. 나의 인생 그림책들을 다시 만나서 기뻤다. 새로운 무기가 생긴 기분도 든다. 작가의 탁월한 필력, 반짝이는 문장들,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정확하게 ‘직면’하는 힘 등 모두 부럽기 그지없다. 수년간의 강의를 마치고 내년에는 안식년에 돌입하실 계획인 우리 힐링 독서 선생님께 드릴 선물로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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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을 듣고 그림책으로 처방해주는 책인데요 이름을 쓴다는 건 '이게 나예요'라고 선언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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