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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바보, 감동과 오열
"다시 만난 바보, 감동과 오열" 내용보기
안흥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강풀 화백의 작품을 거의 읽은 나는 이 책을 분명히 읽었고, 제목도 눈에 익었다. 그러나 주인공이 바보면서 주위 사람들이 그를 애틋하게 여겼다는 것만 떠오를 뿐,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심지어 주인공의 이름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무리 10년 전에 읽은 책이라고 하더라도 읽을 때는 틀림없이 감동을 느끼면서 열독을 했을 텐데, 이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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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흥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강풀 화백의 작품을 거의 읽은 나는 이 책을 분명히 읽었고, 제목도 눈에 익었다. 그러나 주인공이 바보면서 주위 사람들이 그를 애틋하게 여겼다는 것만 떠오를 뿐,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심지어 주인공의 이름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무리 10년 전에 읽은 책이라고 하더라도 읽을 때는 틀림없이 감동을 느끼면서 열독을 했을 텐데, 이럴 수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을 했다. 그런 인연으로 만난 책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겠다.

 

 

바보 1

 

 

첫째, 이 책을 읽으면서 망설였던 기억이 났다. 옛 시절의 나는 제목에 민감한 성향인 듯하다. 제목이 선호하는 내용이 아니라면 피했던 듯하다. '바보'라는 제목을 보면서 바보들의 이야기를 굳이 읽을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을 했었을 것이다. 영화 『기생충』도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관람을 망설였고, 대중가요 「솔개」나 「제비」도 제목이 품격이 떨어지는 듯해서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은 당연히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본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고, 노래 솔개와 제비도 좋아하고 있다. 강풀 화백의 작품을 선호하면서도 제목으로 인해서 자칫하면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나의 생각이 편견임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이 책은 정말 감동적인 명작이었다.

 

둘째, 여주인공의 존재를 떠올리면서, 남주인공의 감동을 실감했다. 나는 독서는 물론이고 영화를 보더라도 주인공의 비중과 관계없이 여주인공이 더 강렬하게 남는 경우가 많았다. 이 작품의 남주인공은 '승룡'이고, 여주인공은 '지호'이다. 둘은 거의 같은 비중으로 나오는데, 책장을 넘기면서도 지호에 대한 기억은 거의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승룡이는 마치 나의 추억인 듯이 내용이 생각났다. 그만큼 승룡이는 감동적인 존재로 새겨졌던 듯하다.

 

셋째, 강풀 화백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특성이 떠올랐다. 저자의 작품은 다양했다. 순정물, 공포물, 판타지물, 역사물 등에서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당연히 많은 캐릭터가 있는데, 그들의 공통점은 비록 환경에 의해서 악행을 저지른다고 해도 기본적으로는 선한 성품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내 기억으로 화백의 작품에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도저히 정을 느낄 수 없는 인물은 『26년」에서 전두환(이름이 나오지는 않지만, 그 시대 권력자는 그 사람뿐이다.) 씨뿐이다. 그에 대한 긍정적인 묘사는 단 한 컷도 없었던 듯하다.

 

이 작품에도 딱한 사람이 많다. 어릴 때의 사고로 바보가 된 승룡이,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바보 오빠와 살고 있는 지인이, 어린 시절에 피아노 영재였으나 방황하는 지호, 유흥업소 지배인이 된 상수, 종업원인 희영이……, 하나같이 안쓰럽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착한 성품을 지닌 것이 느껴진다. 작가의 이런 경향은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리라고 본다.

 

넷째, 지금의 내게는 가장 편안한 책이었다. 나이가 드니 책을 읽기가 힘들다. 특히 원색 만화에서는 색채 위에 글을 썼을 경우에는 그 글을 읽기가 힘들었다. 안경을 써도 역시 읽기가 쉽지 않았다. 그로 인해 요즘은 책을 선택할 때 내용을 훑어보는 것이 기본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고 읽을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 책은 원색이기는 하지만 그림이 단순했다. 대화와 해설은 대부분 흰색 바탕에 검은색으로 썼으니 읽기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아마 10년 전에 이 책을 읽을 때는 시력이 좋았을 테니 이런 생각을 못 했을 것이다. 새삼스럽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보 2

 


 

첫째, 나의 편견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나는 10여 년 전에 웹툰에서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그리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바보』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듯하다. 그래도 강풀 작가에 대한 신뢰를 갖고 읽으면서 뭉클한 감동을 느꼈고, 책까지 읽었다.

 

긴 세월이 지난 후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았을 때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내용은 거의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감동적으로 읽었다는 것은 기억하는 데도 불구하고 『바보』라는 제목에서 거부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작가의 다른 책들은 대부분 5권으로 되어 있는데, 이 책은 2권뿐이니 부담이 적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나는 『바보』라는 낱말에 대해서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스스로의 인성을 반성했다.

 

둘째, 나의 기억력 감퇴를 다시 확인했다. 아무리 읽은 지가 10년이 되었다고 해도, 선호하는 작가이고 감동적으로 읽었던 책이었다. 부분적인 내용은 잊었다고 하더라도 대강의 윤곽, 최소한 주인공의 마지막 정도는 기억해야 할 텐데, 마지막 순간까지도 짐작을 하지 못했다. 새로운 작품을 읽듯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책장을 넘겼으니 좋기는 한데, 나의 기억력에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셋째, 예전의 정서가 그리웠다. 예전에는 동네마다 바보라고 불리는 사람이 한 명 정도는 있었고, 학교에도 바보 또는 저능아라고 할 수 있는 학생이 한 명은 있었다. 그러나 나의 기억에 의하면 그런 바보를 동네 사람들이 배려했던 듯하고, 학교의 일진(예전에는 그런 말도 없었다. 정확하게는 주먹대장이라고 할까.)들도 바보를 건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배려했던 듯하다. 어린 시절에 동네에는 내게 삼촌 나이쯤 되는 바보가 있었는데, 내가 성장해서 고향을 떠날 때 까지도 여전히 동네에 살았다. 동리 사람들이 먹고살게는 해주었던 것이다. 요즘은 어느 동리에도 바보가 없는 듯하다.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지능이 높아져서 바보가 없는 것일까, 각박한 세상에서 견딜 수 없어서 도태가 된 것일까?

 

넷째, 작가의 문학적인 저력에 다시 감탄했다. 저자는 원래부터 만화가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원주의 어느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다가 학내 사태에 참여하고 만화를 통해 투쟁하다가 만화가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저자에게는 국문학도로서 문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것이다. 각 장을 소개할 때마다 프롤로그 형식으로 사건의 주요 장면을 4컷 정도 보여주는데, 이 부분은 영화의 예고편, 또는 복선도 겸하는 효과적인 배치인 듯하다.

 

그래서일까? 이 작품은 어느 한 칸이나 대사도 뺄 곳이 없고, 덧붙일 것이 없지 않나 싶다. 작품으로서 완성도가 높은, 한 편의 시나리오로도 완벽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재미, 작품성, 감동 모두 구비한 작품이었다.

 

다섯째, 눈물샘을 걷잡을 수 없었다. 나는 요즘 아침마다 1~2시간 정도 독서를 하고 있다. 이 책은 400여 쪽이므로 이틀 정도는 읽어야 하는데……. 가슴이 뭉클한 정도가 아니라 쏟아지는 눈물로 인해서 책장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10년 전에 처음 읽을 때도 이랬던가? 기억이 안 난다. 나이가 들면 눈물이 많아지는 것일까? 한국의 노인들을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던데……. 최근 1년 동안에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오열에 가까울 정도로 눈물을 흘리기는 처음이었다.

 

 

바보 1~2의 등장인물들

 

10년 전에 책을 읽을 때, 나는 리뷰 대신 등장인물 소개로 대신했던 듯하다. 그때 정리한 것을 일부 보완했다. 다만 인물 소개에 혹시 스포일러가 포함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을 안 읽은 독자들은 아래를 읽지 말기를 권한다.

 

지호 : 여주인공.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즐겼고, 해외에 유학을 갔다가 10년 만에 귀국. 그러나 어떤 이유로 집으로 돌아오면서 승룡과 상수 등을 만나게 됨.

 

승룡 : 남주인공. 유년 시절에 연탄가스 중독으로 뇌기능이 손상됨. 지호의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별을 느끼는 것을 좋아함. 부모가 돌아가신 뒤 동생 지은과 함께 살고 있으면서 외국으로 떠난 지호를 기다림.

 

상수 : 지호, 승룡과 초등학교 동창. 초등학교 시절에 자신의 실수로 낸 화재를 승룡이가 덮어쓴 데 대한 미안함으로 승룡이와 친구가 됨.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주점 <작은 별>을 운영하면서 희영, 지호 등을 만나게 됨.

 

희영 : 지호, 승룡, 상수의 후배. 자신의 아름다움을 과시하려는 허영심으로 인해 낭비를 일삼다가 유흥업소 종업원이 됨. 상수에게 연정을 느끼고 그가 운영하는 <작은 별>의 종업원이 됨.

 

업소 주인 : 이름을 밝히지 않음. 자신의 업소에서 싸움을 벌인 상수의 강단에 호감을 느끼고 <작은 별> 운영을 맡김. 빚을 미끼로 희영을 품에 안았으며, 나름 그녀에게 진심을 보이며 집착하고 있음.

 

지인 : 승룡의 여동생. 바보인 오빠에 대한 수치심과 부모의 사랑을 오빠에게 빼앗겼다는 질투심 등으로 성격이 예민해졌음. 승룡에 대해서는 적대적이기까지 함.

 

승룡 아버지 : 승룡이가 서너 살 무렵에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 혼신의 힘을 다해서 승룡을 방 밖으로 밀어냈지만 자신의 목숨을 구하지는 못함.

 

승룡 어머니 : 승룡이가 어린 시절에 세상을 떠남. 승룡에게 토스트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줌으로써 생계를 잇도록 했고, 동생인 지인이를 잘 보살피도록 당부를 함.

 

지호 아버지 : 의사. 너그러운 성품으로 지호를 믿고 있으며, 승룡의 부모를 치료했던 인연으로 인해 승룡에게 애정을 주고 있음.

 

지호 어머니 : 남편과 비슷한 성품. 딸을 믿고 이해하고 있음.

 

고물 장수 : 승룡이가 버린 신발을 볼 때마다 주워서 승룡의 집에 갖다주는 등 승룡이를 배려하고 있음.

 

호랑이 할아버지 : 자칭 풍납토성 관리자. 산성에 올라 지호를 기다리는 승룡이를 보고 승룡과 지호 사이를 짐작하게 됨.

 

건달 : 상수가 경영하는 <작은별>에 가끔 와서 노닥거림. 그리 악하지는 않은 듯함.

 

동리 불량배 3명 : 어린 시절부터 승룡의 주위를 감돌고 있음. 상수에게 꼼짝을 못 하고, 불량배라고는 해도 특별한 말썽을 부리지는 않음.

 

이 작품을 누구에게 권할까?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면 읽을 수 있다. 등장인물에 대해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몰입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y******3 2022.02.26. 신고 공감 6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