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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의 요리사들(戰場のコックたち)』의 시대적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이다. 전장에서 벌어진 일상적인 미스터리를, 조리병인 '에드'가 명석한 두뇌로 풀어나간다. 반면,주인공 팀은 에드의 곁을 따라다니는 시선과 동시에 주변 상황과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후반부로 접어들면 팀은 자신만의 감각으로 사건의 배열을 짜맞추고 해결의 실마리를 얻게 되니, 일인칭 관찰자 시점이자 주인공 시점이 된다. 초반에는 "여기 전쟁터 맞아?!"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너무나 루즈한 일상 속에 자잘한 제3자의 죽음만이 전쟁임을 알릴 정도로 전개된다. 그러다가 절반에 도달할 즈음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전쟁의 참극을 호되게 맛본다. 방금까지 말을 섞던 동료 병사가 시체로 실려 나가고, 식사중 적군의 총탄에 맞아 팔과 다리가 파열된다. 전쟁터에서 선택지는 너무 많고 실수의 대가는 생사를 가른다. 결말에 이르러 히틀러의 자살, 독일의 항복, 연합군의 승리, 미군의 원자폭탄 투하로 일본이 항복하기까지를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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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1. 16. 목.
이런저런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 책을 진작에 읽었음에도 리뷰를 늦게 올리게 됐다. 서포터스로 뽑아주신 예스블로그와 출판사측에 너무 미안하고 죄송한데, 어쩔 수가 없었다. 리뷰가 너무 늦은데에 마음깊이 사과 드리며 책은 진심으로 재밌게 읽었기에 감사함을 전한다, 전쟁터 이야기지만 그 속에 흐르는 전우애와 인간미가 참 따뜻했고, 등장하는 젊은 군인청년들의 성장소설 같았으며, 나 또한 그들과 함께 전쟁터에 참여한 듯 책을 읽는 내내 분주한 마음이었다. 중간 중간 터지는 미스테리한 사건들 때문에 이야기는 지루할 틈이 없고, 그 사건들을 해결하는 조리병들의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했다. 또한 전쟁의 참혹함을 군인들의 행동과 말투로 담담하게 표현함으로써 전쟁의 부당함을 역설하는 작가의 필력이 대단했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할머니와 부모님, 그리고 누나와 여동생이 있는 팀 콜은 요리사였던 할머니의 레시피 공책을 부적처럼 챙겨서 2차세계대전에 특기병으로 참전하게 되고 거기서 조리병이 된다. 그리고 거기서 G중대로 가게 되며 리더인 안경잡이 에드를 만나고, 작고 거만한 의무병 스파크, 잘생기고 머리좋은 금발의 라이너스, 붉은 머리 오하라, 명랑한 성격의 디에고, 똑똑한 통신병 와인버거 등등의 전우들을 사귀게 된다. 전투도 먹어야 할 수 있기에 이들은 보급되는 전투식량을 나눠주기도 하지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맛있고 따뜻하게 음식을 만들어서 전우들에게 공급하는 게 최우선의 목표이다. 팀은 부대에서 조리병으로 생활하면서 다양한 사건들을 겪으며 해결도 하게 된다. 이 곳에 투입 될 때 타고 내린 뒤 필요없어진 낙하산을 모으는 라이너스를 조사해서 그 이유를 알아냈을 때는 참 마음이 아팠다. 전쟁 중에도 딸들을 결혼시키기 위해서 웨딩드레스를 만드는 이야기는 가슴이 찡하기도 하고, 그걸 이용해서 이런저런 물자를 조달하는 라이너스도 대단해 보였다. 또 맛은 없어도 요리 재료로 쓰이는 분말달걀 600상자가 없어졌을 때 먹기 싫었던 팀이 다행으로 생각하면서도 그 사건의 본질을 찾아 밝히는 내용도 재미있다. 악질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로스대위를 골탕먹이기 위한 비버중사와 다른 부하병사들의 이야기는 전쟁 중 흔하게 당할 수 밖에 없는 여성과 여자아이들을 생각하면 고소하기도 했지만, 추방당하는 비버중사는 좀 안타까웠다. 그리고 경미한 처벌을 받은 로스대위가 서서히 다른 곳으로 이관되어 가는 것은 지금 현재의 군대나 사회에서도 벌어지는 일이기에 여전히 답답하면서도 이해가 갔다. 작전명 마켓가든에서는 전차부대가 네덜란드 국도를 일직선으로 북상하는 작전인데, 이 작전 중 네덜란드의 어느 민가에서 죽는 부부의 이야기는 다소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나중에 큰 딸 이야기가 나오며 조금 수긍이 갔다. 그리고 이들이 남긴 로테와 테오를 데리고 갔던 여군과 결혼하여 이 아이들을 입양해서 키우는 얘기가 에필로그에 나오는데, 전쟁에서 잘못했던 마음, 안타까웠던 마음을 잊지않은 팀의 따뜻한 마음에 가슴이 뭉클했다. 또 전쟁터를 벗어나서 후방으로 가고 싶은 마음에 자해를 하는 군인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유령들에서는 기가 막히면서도 얼마나 두려움이 크면 그런 일을 저지를까 하는 마음에 몹시도 안타까웠다. 잘못 찌르면 죽을 수도 있는데, 등뒤에서 칼을 꽂게 하는 어리석은 군인들의 모습이 참 철없는 어린아이들의 짓 같기도 했지만, 얼마나 전쟁터의 생활이 싫고 두려우면 그렇게까지 할까 하는 마음에 전쟁의 공포가 죽음의 공포만큼이나 크다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던힐인줄 알았던 클라우스 좀머가 스파이로 몰렸을 때 그를 구하기 위해 작전을 짜는 것은 팀 콜의 따뜻한 인간미가 가장 크게 부각되는 사건이었다. 독일계 미국인으로 독일군에서 탈영해서 죽은 미국인 던힐의 군복을 바꿔입고 군표를 가지고서 연합군에 합류한 클라우스 좀머는 조리병으로 있으면서 자신의 얘기를 조금씩 했었다. 딸까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 가족에게 돌려보내기 위해 팀콜이 부대 내에 집단식중독을 일으키게 하고 친구들의 협조로 클라우스를 탈출시키는 것도 대단했다. 그리고 그 사건의 진위를 다 간파한 미하일로프 중대장이 팀의 성장을 기특해 하며 군대에 남을 것을 제안하지만, 팀은 돌아가겠다고 한다. 그리고 전쟁은 끝나고 살아있는 군인들은 모두 고향으로 돌아간다. 에필로그에서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40년 만에 해후하는 이들의 얘기는 가슴을 먹먹하게 하면서 다들 잘 살아냈다는 생각에 마음이 푸근해졌다. 팀은 살아있다는 게, 죽은 전우들에 대한 미안함과 전쟁에 대한 참혹한 기억을 가지고 끝까지 가야하는 자신의 숙명임을 깨달으며 이야기는 끝맺는다.
일본의 여성작가가 유럽의 전쟁이야기를, 그것도 조리병의 눈을 통해서 이렇게도 세세하고 따뜻하게 썼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야기를 끝까지 밀고가는 힘도 있고, 중간중간에 나오는 군인들 간의 에피소드도 재미있고, 독일이 유태인을을 지독하게 모아놓고 고문한 현장에 대한 모습도 생생하고, 무엇보다 작품 전체에 흐르는 전쟁의 부당함과 그 어느 곳에서도 잃지않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따뜻한 정을 잔잔하게 그려놓은 게 정말 마음에 든다. 500페이가 넘는 두꺼운 분량이지만, 전혀 어렵지 않고 지루하지 않으며 누구라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참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책 속의 인상 깊은 구절들 >
새삼스레 생각났다. 불길에 휩싸인 채 낙하한 공수병, 임무를 다하지 못한 채 목숨을 잃은 유도병, 구호소에서 그저 죽음을 기다리던 부상병, 지금까지 정신없이 달려왔기 때문에 몰랐지만 내가 그렇게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지금 살아 있는 것은 우연히 제비뽑기에서 당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 번 뽑을 제비는 백지일까, 아니면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을까? 궁둥이 언저리에 소름이 돋고 몸서리가 났다. 훈련 중에 교관이 말한 대로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다. 분명. 뭘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자유를 위해서? 지금까지 내내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출발 전 쓴 유서가 자꾸만 머리에 어른거렸다. 아아, 젠장. --- 82p.
간신히 청소를 마친 나는 울면서 할머니에게 "전부 원래대로 됐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쭈그리고 앉아 나와 눈높이를 맞추고는 "원래대로 되는 건 세상에 없단다."라고 말했다. --- 210p.
자타가 인정하는 먹보인 나조차 실은 요새 식욕이 나지 않았다. 배는 고팠고 맛있는 음식에는 굶주려 있었다. 하지만 음식이 영 목을 넘어가지 않았다. 그런 병사는 나만이 아니었다. 안 먹으면 움직이지 못한다. 움직이지 못하면 죽는다. 머리로는 아는데 몸이 거부했다. 원인을 나름대로 고민한 끝에 찬 음식이 이어진 탓에 위가 피로한게 아닐까 하고 일단 결론을 내렸다. 혹한 속에 전선의 병사에게 차가운 음식을 먹이다니 전쟁터의 요리사로서 당치도 않은 이야기다. 하지만 따뜻한 음식을 주고 싶어도 이곳에서는 여의치 않았다. --- 319p - 320p.
"사단 본부엔 칠면조가 있었다더라." 우리 일반 사병은 눈 덮인 식탁에서 차가운 콩 수프를 먹고 사단 본부의 장교들은 바스토뉴의 따뜻한 실내에서 칠면조를 먹는 것이다. 지휘관인 매콜리프 준장은 항복을 권하는 독일군 사령관에게 '허튼소리!' 라고만 답신을 보냈다는데, 그럴거면 우리에게도 칠면조를 조금 나눠주면 좋겠다. 항복해서 독일군의 포로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으니까 준장의 용맹스러운 대답을 칭송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결국 장교는 장교구나 싶다. --- 328p.
중대 사령부를 설치한 민가의 거실에서는 참모 세 명과 미하일로프 중대장이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아 포커를 치는 중이었다. 낯선 젊은 금발 여자 둘이 참모 곁에 앉아 있었다. 시가와 알코올 냄새, 거실 구석 소파에서는 다른 참모가 검은 머리 여자를 끌어 안고 있었다. 낡은 축음기에서 향수를 자극하는 느릿한 노래가 들여왔다. 마를레네 디트리히가 부르는 「릴리 마를렌」이다. --- 412p.
"뭐, 됐어. 그런데 조금 전 클라우스 좀머가 행방불명됐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자네와 같은 G중대 관리부에 있었고, 필립 던힐이란 이름을 썼던 크라우트 말이야. 수용소 내에 탈옥한 흔적이 없고 철조망도 끊기지 않았어. 그런데도 녀석은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나는 기쁜 나머지 코가 벌름거리는 것을 애써 감추었다. --- 476p.
그리고 전원이 뼈에 가죽만 남아 있었다. 하나같이 머리를 빡빡 밀어 머리카락 한 올 없었다. 인간이 이렇게까지 앙상하게 마를 수 있나 싶어 놀라울 정도였다. 계속 웃는 사람이 있어서 뭐가 우스운 건가 다가가보니, 그저 입술에 살이 없어서 치아를 가리지 못하게 된 것뿐이었다. 망령. 아니 죽은 자들.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 487p.
"아들이 죽었단 소식을 들은 이발소 집 부인이 말이지, 내 앞에선 꿋꿋하게 굴더니만 저기 개표구에 선 순간 풀썩 주저앉지 뭐야. 그걸 보니까 얼마나 가슴이 메던지. 넌 무사히 돌아왔으니까 어머니한테 잘해드려." --- 499p.
망설임은 내 속에서 응어리져서 두려움과 불안이 되어 심장을 따끔따끔 찔렀다. 살아 돌아온 기쁨은 돌아올 수 없었던 자들에 대한 죄책감을 낳았다. 잡낭 안에는 죽은 동료들의 유품이 들어 있었다. 오하라의 유발과 브라이언에게 받은 캐러멜 포장지. 아름다웠던 전화(戰火)에 대한 동경에 자물쇠를 걸어 잠그고, 동료들과 헤어진 쓸쓸함에 젖었다. --- 503p.
시간을 되될릴 수는 없다. 한번 한 행동은 영원히 새겨져 지워지지 않는다. 어렸을 때 흑인들을 조롱하는 낙서를 했을 때처럼 나는 디에고에게 상처를 주고 끝내 용서받지 못했다. 그리고 에드의 죽음을 회피하지도 못했다. 적병도 수없이 죽였다. 한번은 상대가 항복했는데도 총을 쐈다. 빼앗은 목숨, 구한 목숨, 모욕을 주고 만 목숨, 세고 들자면 끝이 없지만 그렇다고 아픔이 마비되는 일은 없었다. --- 중략 --- 인간은 망각하는 동물이다. 시간이 지나면 명백한 과오조차 정당화한다. 누군가가 이기면 누군가는 지고, 자유를 위해 싸우는 자를 다른 자유를 위해 싸우는 자가 쳐부순다. 그렇게 해서 증오는 연쇄된다. 세상은 백도 흑도 아니다. 회색의 세계다. 이 흐린 하늘처럼 명암이 변덕스레 바뀌는. 잔인하고 아름다우며 향수를 자극하는 회색이 한없이, 한없이 뒤덮고 있다. --- 502p. - 503p.
※ 이 리뷰는 예스블로그의 서포터즈에 선정되어 출판사 (주)북이십일 아르테에서 도서를 제공받아서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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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의 요리사들 후카미도리 노아키/권영주 북이십일 아르테/2017.10.27.
할머니의 요리 네시피 공책을 갖고 군에 입대하여 훈련을 받는 티모시 콜(키드)가 선임병 에드(에드워드 그린버그)의 권유로 남들이 하찮게 여기는 요리병이 된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공수부대로 투입되어 죽을 고비를 넘기며 집결지에 집결하면서 보조 낙하산을 모으는 라이너스를 만난다. 임시본부로 쓰이던 저택이 폭격으로 사라지는 사건을 목격하기도 하며 전쟁의 참상을 체험한다. 맛이 없어 전 사병이 싫어하지만 영양 만점인 달걀분말 3톤이 하루 밤에 사라진 사건을 에드와 요리병들이 해결하는데, 범인은 미군 광고의 얼굴이지만 무능하고 책임감 없는 중대장을 골탕 먹이려는 부하들 이었다. 이 사건으로 누명을 쓰고 처벌 받을 뻔한 흑인병사 윌리엄스를 구하면서, 키드의 어린 시절 흑인을 비하하는 그림을 그리고 할머니에게 혼난 추억을 되살리며 인종차별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된다. 네덜란드 페헐에서 시가전의 근거지로 집을 제공해준 얀센씨 부부가 자살을 한다. 자살의 원인을 에드의 날카로운 과학적 추리로 알아간다. 그 부부의 아들과 딸인 로테와 테오를 어렵게 구하여 추락한 수송기 C-47의 부조종사 여군 테레즈 존슨에게 맡긴다. 전투의 와중에 군복을 바꿔 입은 던힐을 만나 <굴뚝새와 솔개>의 동화에 나오는 꼬리 내린 붉은 여우의 수수께끼를 푼다. 전투에서 다친 디에고가 유령의 소리를 듣게 되는 사건의 진상을 에드와 함께 밝힌다. 전쟁터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해를 하는 병사들의 이야기다. 그러다 에드의 어린 시절을 알게 되어 돌아갈 집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는다. 디에고와 말다툼 끝에 싸움을 하게 된다. 이 때 싸움을 말리던 에드는 유탄에 맞아 죽고 깨진 안경만 유품으로 남긴다. 마지막으로 포탄의 유탄이 떨어질 때 키드를 살려준 던힐이 실은 독일인 병사 좀머였다는 것을 알게 되어 혼란스러워 하고, 그를 도와주려다 지하실에 갇히기도 한다. 군사재판을 받게 된 좀머를 의무병 스파크와 에드가 만들어준 인연의 사람들을 활용하여 탈출시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전쟁의 끝에서 유대인 학살현장을 목격하면서 나치의 잔학상을 알게 되고, 2차 대전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온 키드는 40년 후 다시 무너진 베를린 장벽에서 전우들을 만나며 그들의 후일담을 듣는 내용이다. 2차 대전의 중반부터 끝날 때까지의 유럽 서부 전투 모습을 그리면서도 인종차별과, 인도주의, 나치즘과 참혹한 전쟁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면서,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소설이다.
“트럭으로 돌아왔을 때 할머니 뺨은 젖어 있었어. 그제야 다리에서 우리한테 말을 건 젊은 남자가 땀을 흘린 게 아니라 울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 난 그걸 보고서야 사태의 중대함을 알았어. 그다음 날 아침 할머니는 평소와 다름없는 할머니였지만 악동 녀석하고 노는 건 두 번 다시 허락해주지 않았고 가끔씩 나를 걱정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게 됐어. 할머니 말처럼 한번 배신한 신뢰는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한다고 생각해.”(p.210) 쭈그려 앉아 눈높이를 맞추고 ‘원래대로 되는 건 세상에 없단다.’라고 말하던 할머니를 추억하면서 인종차별의 잘못을 깨달으면서 마음이 성장한다.
“굴뚝새와 여우, 내려간 꼬리, 세 개가 모여 있으니 이 동화가 관계있다고 봐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아이들 방 책꽂이에 그림책도 많았거니와, 딱 장난감 장인인 아버지가 자기 전에 들려줄법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야기를 인형의 장치에 어떻게 적용하나… 문득 에드의 얼굴을 보았다가 움찔했다.(p.300)” 어렸을 때 들려주는 이야기가 어린아이들의 감성발달에 어떤 영향을 줄까 하는 생각을 하게하는 그런 장면이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이야기는 그들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됨을 알게 하는 일화라 생각되었다.
“그렇지만 이번 일은 제 처음이자 마지막 계획입니다. 모든 연고는 다름 아닌 에드워드 그린버그가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전 그 녀석이 받는 신뢰를 이용한 것뿐입니다. 그 녀석이 없었으면 좀머를 도망치게 하는 일은 불가능했을 겁니다.”(p.485) ‘라이너스도, 보급중대 중대장도, 이름 모를 당번병도, 스파크와 와인버거도 그 녀석이 맺은 관계였다. 나조차도 그중 한 조각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며, 좀머를 구한 것도 결국 에드의 공으로 돌린다.
좀머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멱살을 잡고 주먹을 날렸을 것이다. 이 상황을 보니 어떤 기분이드느냐고 따지고 싶었다. ‘그럼 너희가 우리에게 떨어뜨린 폭탄은?’ 상상 속의 좀머는 내 노여움에 대답했다. ‘복수심에 사로잡혀 살육과 강간을 자행하는 소련의 적군은? 너 자신은 어떻지 콜? 네가 다리에 그린 침팬지와 다윗의 별은 어떻게 다르지?’ 광대뼈에 차가운 물방울이 떨어져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약간 흐렸던 하늘에 검은 구름이 묵직하게 드리워지고 섬광이 균열처럼 번쩍 했다. 천둥소리는 멀지 않았다. 이윽고 빗줄기가 드세져 우리 위에도, 무덤을 파는 독일사람 위에도, 땅 속에 묻히는 유대인의 시체 위에도 똑같이 비가 내렸다.(p.493)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한번 한 행동은 영원히 새겨져 지워지지 않는다. 어렸을 때 흑인들을 조롱하는 낙서를 했을 때처럼 나는 디에고에게 상처를 주고 끝내 용서받지 못했다. 그리고 에드의 죽음을 회피하지도 못했다. 적병도 수없이 죽였다. 한번은 상대가 항복했는데도 총을 쐈다. 빼앗은 목숨, 구한 목숨, 모욕을 주고 만 목숨, 세고 들자면 끝이 없지만 그렇다고 아픔이 마비되는 일은 없었다. ‘나를 걱정해준다면 바깥세상에서 열심히 살아라. 앞으로 더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전쟁터에 가지 않아도 되도록’(p.522) 한번 한 행동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흉터처럼 남아 일생을 반성하며 살아온 키드라 불렸던 티모시 콜의 회상이다. 전쟁이 끝나고 40여년이 흘렀지만, 전쟁이 남긴 상처를 되새기면서 여러 가지를 도와주고 먼저 죽은 에드워드 그린버그를 그리워한다.
저자 후카미도리 노와키는 2010년 단편 <오블랑의 소녀>로 미스터리 신인상에 가작으로 입선하면서 작가로 데뷔하였다. 2015년 출간한 <전쟁터의 요리사들>로 나오키상, 오야부 하루히코 상, 서점대상 후보로 오르며 화재가 되었다. 작품으로 <갈림길 노스트라다무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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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오브 브라더스>라는 미국 드라마가 꽤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시작으로 전쟁이 마무리되는 그 시점까지의 이야기를 한 공수부대의 대원들의 시점으로 사실적으로 그려냈기에 많은 이들의 호평을 이끌어내지 않았나 생각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철저한 고증은 당시 전쟁의 분위기를 생동감있게 느낄 수 있었기에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전쟁터의 요리사들> 역시 동일한 배경 심지어 주인공들이 101 공수사단에 소속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기에 그 내용이 무척 기대가 된다. 후카미도리 노와키라는 저자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이 이야기는 어떤 매력을 갖고 있을까? 콜을 비롯한 에드, 디에고는 공수부대원이자 조리병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설정은 그동안의 많은 영화와 소설로 다루어진 2차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인 상황을 색다른 관점으로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준다. 더구나 이 책에 소개된 다섯 가지의 에피소드는 미스터리라는 작가의 허구적인 상상으로 표현되고 있기에 역사라는 거대한 사실의 내용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허구와 사실, 어느 한 쪽으로 기울게 된다면 애매한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전쟁터의 요리사들>은 한 권의 책이라는 제한된 상황에서 그러한 조화를 제대로 이루고 있다라고 생각한다. 우선 역사적인 배경을 살펴보면 1944년 6월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하여 실제 미국과 영국의 공수 부대가 대규모로 작전에 동원되었으며, 등장인물이 소속된 101 공수사단 역시 노르망디가 위치한 코탕탱 반도에 침투하여 작전을 수행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후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성공하였지만, 여전히 프랑스에서 저항을 하던 독일군과 교전을 벌이는 과정이라든지 독일의 후방을 차단하며, 동시에 독일 본토를 공격하기 위하여 '마켓 가든 작전'이라 불리우는 네덜란드 지역에서의 공수 작전, 그리고, 1944년 12월 독일의 서부 전선에서의 마지막 공세라 할 수 있는 벌지 전투 기간에 벌어진 바스토뉴에서의 혈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는 모두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101 공수 사단이 유럽 본토에서 활약한 역사적인 사실이기도 하다. 이러한 실제의 역사적인 상황을 바탕으로 저자는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게 된다. 한 마을에서 라이너스가 보조 낙하산을 수집하는 이유라든지 통째로 사라져버린 달걀 분말 사건에 대한 조사, 네덜란드에서 한 민간인 부부가 자살하면서 아이들을 맡긴 이유, 바스토뮤에서의 오싹한 유령의 존재 등과 같이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스터리한 소재들이 에피소드로 등장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콜을 비롯한 그의 동료들의 활약이 흥미롭게 펼쳐지게 된다. 2차세계대전이라는 상황이라는 사실적인 배경으로 인하여 이러한 허구는 있음직한 이야기로 보여지고, 가상의 이야기로 인하여 당시 상황에서 전쟁이라는 이름 하에 묻혀진 다양한 삶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기에 사실과 가상의 이갸기가 잘 버무려진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아울러 전쟁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로 인하여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과 생각할 부분이 등장하는 것도 바로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 등장하는 레드 볼 익스프레스(Red Ball Express)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는 작가의 상상이 아닌 실제 2차 세계대전에서 실제로 미군이 운용하던 운송 시스템이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군수 보급을 위하여 트럭으로 구성된 이들이 목적지까지 급행으로 달릴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인데, 이 트럭의 운전수는 바로 흑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라든지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떠올린다면 실제 전투에서는 대부분 백인들이 전투에 임하였다. 이는 전쟁 상황에서도 여전히 흑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였기에 흑인들은 대부분 후방에서 허드렛일을 하거나, 보급의 역할을 수행하였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레드 볼 익스프레스는 당시 전장에서 큰 활약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주체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실제 역사에서는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콜의 유년기 시절 흑인 마을 입구에서 친구의 강요로 흑인을 비하하는 원숭이 그림을 그린 기억과 함께 등장하고 있기에 작가의 상상력에 의하여 그간 잘 드러나지 않았던 역사적인 사실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허구의 이야기는 작품 곳곳에서 전쟁의 참혹한 상황 속에서의 실제 벌어진 일들을 이끌어낸다. 점령 기간 동안 독일군에 부역한 피점령 주민들의 비참한 삶의 모습이라든지 유태인에 대한 학살, 전쟁이 거듭될수록 전장에서 이탈하기 위하여 자해를 벌이는 미군의 모습은 가상이 아닌 사실의 이야기로 연결되기도 한다. 또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콜의 심경 변화를 통하여 단순히 개인의 상황을 넘어서서 전쟁에 대한 시각의 변화로도 확장되기에 눈여겨 볼 만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전쟁터의 요리사들>의 저자 후카미도리 노와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점에서 일을 하면서 글을 썼다고 한다. 이 작품만 놓고 보더라도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이해, 그리고, 그 방대한 분량을 한 권의 책으로 압축할 수 있는 그녀의 능력에 대하여 다시금 감탄하게 된다. 자국을 배경으로 한 것이 아니라 머나먼 유럽에서 싸우던 미군을 자신의 상상력을 통하여 글로 쓴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 때문에 후마키도리 노와키의 다음 행보가 무척 기대가 된다. ( 이 리뷰는 예스블로그 이벤트에 당첨되어 쓴 글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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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의 요리사들 후카미도리 노아키/권영주 북이십일 아르테/2017.10.27. sanbaram 할머니의 요리 네시피 공책을 갖고 군에 입대하여 훈련을 받는 티모시 콜(키드)가 선임병 에드(에드워드 그린버그)의 권유로 남들이 하찮게 여기는 요리병이 된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공수부대로 투입되어 죽을 고비를 넘기며 집결지에 집결하면서 보조 낙하산을 모으는 라이너스를 만난다. 임시본부로 쓰이던 저택이 폭격으로 사라지는 사건을 목격하기도 하며 전쟁의 참상을 체험한다. 맛이 없어 전 사병이 싫어하지만 영양 만점인 달걀분말 3톤이 하루 밤에 사라진 사건을 에드와 요리병들이 해결하는데, 범인은 미군 광고의 얼굴이지만 무능하고 책임감 없는 중대장을 골탕 먹이려는 부하들 이었다. 이 사건으로 누명을 쓰고 처벌 받을 뻔한 흑인병사 윌리엄스를 구하면서, 키드의 어린 시절 흑인을 비하하는 그림을 그리고 할머니에게 혼난 추억을 되살리며 인종차별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된다. 네덜란드 페헐에서 시가전의 근거지로 집을 제공해준 얀센씨 부부가 자살을 한다. 자살의 원인을 에드의 날카로운 과학적 추리로 알아간다. 그 부부의 아들과 딸인 로테와 테오를 어렵게 구하여 추락한 수송기 C-47의 부조종사 여군 테레즈 존슨에게 맡긴다. 전투의 와중에 군복을 바꿔 입은 던힐을 만나 <굴뚝새와 솔개>의 동화에 나오는 꼬리 내린 붉은 여우의 수수께끼를 푼다. 전투에서 다친 디에고가 유령의 소리를 듣게 되는 사건의 진상을 에드와 함께 밝힌다. 전쟁터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해를 하는 병사들의 이야기다. 그러다 에드의 어린 시절을 알게 되어 돌아갈 집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는다. 디에고와 말다툼 끝에 싸움을 하게 된다. 이 때 싸움을 말리던 에드는 유탄에 맞아 죽고 깨진 안경만 유품으로 남긴다. 마지막으로 포탄의 유탄이 떨어질 때 키드를 살려준 던힐이 실은 독일인 병사 좀머였다는 것을 알게 되어 혼란스러워 하고, 그를 도와주려다 지하실에 갇히기도 한다. 군사재판을 받게 된 좀머를 의무병 스파크와 에드가 만들어준 인연의 사람들을 활용하여 탈출시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전쟁의 끝에서 유대인 학살현장을 목격하면서 나치의 잔학상을 알게 되고, 2차 대전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온 키드는 40년 후 다시 무너진 베를린 장벽에서 전우들을 만나며 그들의 후일담을 듣는 내용이다. 2차 대전의 중반부터 끝날 때까지의 유럽 서부 전투 모습을 그리면서도 인종차별과, 인도주의, 나치즘과 참혹한 전쟁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면서,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소설이다. “트럭으로 돌아왔을 때 할머니 뺨은 젖어 있었어. 그제야 다리에서 우리한테 말을 건 젊은 남자가 땀을 흘린 게 아니라 울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 난 그걸 보고서야 사태의 중대함을 알았어. 그다음 날 아침 할머니는 평소와 다름없는 할머니였지만 악동 녀석하고 노는 건 두 번 다시 허락해주지 않았고 가끔씩 나를 걱정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게 됐어. 할머니 말처럼 한번 배신한 신뢰는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한다고 생각해.”(p.210) 쭈그려 앉아 눈높이를 맞추고 ‘원래대로 되는 건 세상에 없단다.’라고 말하던 할머니를 추억하면서 인종차별의 잘못을 깨달으면서 마음이 성장한다. “굴뚝새와 여우, 내려간 꼬리, 세 개가 모여 있으니 이 동화가 관계있다고 봐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아이들 방 책꽂이에 그림책도 많았거니와, 딱 장난감 장인인 아버지가 자기 전에 들려줄법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야기를 인형의 장치에 어떻게 적용하나… 문득 에드의 얼굴을 보았다가 움찔했다.(p.300)” 어렸을 때 들려주는 이야기가 어린아이들의 감성발달에 어떤 영향을 줄까 하는 생각을 하게하는 그런 장면이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이야기는 그들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됨을 알게 하는 일화라 생각되었다. “그렇지만 이번 일은 제 처음이자 마지막 계획입니다. 모든 연고는 다름 아닌 에드워드 그린버그가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전 그 녀석이 받는 신뢰를 이용한 것뿐입니다. 그 녀석이 없었으면 좀머를 도망치게 하는 일은 불가능했을 겁니다.”(p.485) ‘라이너스도, 보급중대 중대장도, 이름 모를 당번병도, 스파크와 와인버거도 그 녀석이 맺은 관계였다. 나조차도 그중 한 조각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며, 좀머를 구한 것도 결국 에드의 공으로 돌린다. 좀머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멱살을 잡고 주먹을 날렸을 것이다. 이 상황을 보니 어떤 기분이드느냐고 따지고 싶었다. ‘그럼 너희가 우리에게 떨어뜨린 폭탄은?’ 상상 속의 좀머는 내 노여움에 대답했다. ‘복수심에 사로잡혀 살육과 강간을 자행하는 소련의 적군은? 너 자신은 어떻지 콜? 네가 다리에 그린 침팬지와 다윗의 별은 어떻게 다르지?’ 광대뼈에 차가운 물방울이 떨어져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약간 흐렸던 하늘에 검은 구름이 묵직하게 드리워지고 섬광이 균열처럼 번쩍 했다. 천둥소리는 멀지 않았다. 이윽고 빗줄기가 드세져 우리 위에도, 무덤을 파는 독일사람 위에도, 땅 속에 묻히는 유대인의 시체 위에도 똑같이 비가 내렸다.(p.493)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한번 한 행동은 영원히 새겨져 지워지지 않는다. 어렸을 때 흑인들을 조롱하는 낙서를 했을 때처럼 나는 디에고에게 상처를 주고 끝내 용서받지 못했다. 그리고 에드의 죽음을 회피하지도 못했다. 적병도 수없이 죽였다. 한번은 상대가 항복했는데도 총을 쐈다. 빼앗은 목숨, 구한 목숨, 모욕을 주고 만 목숨, 세고 들자면 끝이 없지만 그렇다고 아픔이 마비되는 일은 없었다. ‘나를 걱정해준다면 바깥세상에서 열심히 살아라. 앞으로 더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전쟁터에 가지 않아도 되도록’(p.522) 한번 한 행동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흉터처럼 남아 일생을 반성하며 살아온 키드라 불렸던 티모시 콜의 회상이다. 전쟁이 끝나고 40여년이 흘렀지만, 전쟁이 남긴 상처를 되새기면서 여러 가지를 도와주고 먼저 죽은 에드워드 그린버그를 그리워한다. 저자 후카미도리 노와키는 2010년 단편 <오블랑의 소녀>로 미스터리 신인상에 가작으로 입선하면서 작가로 데뷔하였다. 2015년 출간한 <전쟁터의 요리사들>로 나오키상, 오야부 하루히코 상, 서점대상 후보로 오르며 화재가 되었다. 작품으로 <갈림길 노스트라다무스>가 있다. (이 리뷰는 예스24를 통해 북이십일 아르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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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처럼 조리병이 되다.
전쟁은 남의 일이었다.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미국이 참전을 결정하기 전까지는. 참전이 결정되자 거리 곳곳에 지원병을 모집한다는 포스터가 나붙었다. 티모시 콜(이하 ‘팀’)이 17살이 되는 1942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의 주인공 스티브 로저스는 약골임에도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자원 입대하여 실험용 혈청을 맞아 캡틴 아메리카가 된다. 한국식 나이로는 이팔청춘에 해당하는 팀도 마찬가지였다. 뭐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이맘 때엔 다들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었을 테니까.
막상 팀이 입대를 해서 공수 소총병으로 훈련을 받게 되자, 그가 잉여에 가까운 존재로 인식된다. 사격도 잘하지 못했고 달리기도 평균보다 느려, 덩치만 큰 어린애, 즉 ‘키드’라는 별명만 생겼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에게는 실험용 혈청을 맞을 기회가 없었고, 그가 선택할 수 있는 탈출구는 조리병과 같은 특기병이 되는 것이었다. 운명이었다. 그가 할머니의 레시피 공책 한 권을 부적 대신 챙겨 열차에 탄 순간부터 조리병이 되는 것은.
소년은 성장한다.
전쟁의 광기는 사람을 잡아먹는다. 팀과 같은 G중대 소속의 네번째 조리병이었던 매컬리는 아군의 손에 죽었다. 가엾고 심약한 젊은이였던 그는 노르망디 지방의 코탕탱 반도에 강하하고 나서 패닉 상태에 빠져 아군에게 총을 쏘았다. 그 때문에 적으로 오인되어 벌집이 되어 죽어갔다.
이런 어이없는 죽음이 벌어지는 장소에서 예비 신부를 위해 기관총병인 라이너스 밸런타인은 예비 낙하산을 모은다. 아이러니한 것은 독일군으로 징집된 약혼자를 기다리던 예비 신부가 죽었다는 것이다. 부상병 이송 작업을 돕다가 구호소에 떨어진 폭탄때문에.
군의 홍보모델이라는 이유로 무능력한 상관이 어린 소녀를 강간하고도 처벌받지 않는 부조리한 상황에 반발, 그에게 앙갚음을 하기 위해 자기 경력을 산산조각 낼 수 있는 도난 사건을 일으킨 비버 중사의 경우는 흔치 않는 사건이다. 만약 전장(戰場)이라는 특수상황이 아니었더라면 비버 중사가 그렇게 행동했을까
징병제 국가인 대한민국에서는 종종 군입대를 피하기 위해 신체를 훼손하는 사건이 보도된다. 하지만 모병제 국가에서도 전쟁의 상황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군인이 전쟁터에 나가면 싫다든지 무섭다든지 그런 말은 통하지 안는다. 몸이 좋지 않다. 감기에 걸렸다 같은 말도 통하지 않는다.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고 후회한들 이미 늦었다. 울어봤자 얻어맞지 않으면 업신여김을 당하고 따돌림을 당할 뿐이다. 탈주하면 군법회의에 회부되거나 적전 도주죄로 그 자리에서 사살된다. [pp. 384~385]” 회복될 가망이 없는 부상을 입는 것만이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렇다고 자해(自害)를 했다가 발각되면 군기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따라서 외부의 공격에 의한 부상만이 전쟁터를 합법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수단이 된 것이다. 그렇기에 전쟁터의 유령이 돌아다닐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남은 자들
1945년 히틀러가 자살하고 독일군은 항복했다. 팀을 비롯해 살아남은 자들은 고향으로 돌아갔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한번 한 행동은 영원히 새겨져 지워지지 않는다. 어렸을 때 흑인들을 조롱하는 낙서를 했을 때처럼 나는 디에고에게 상처를 주고 끝내 용서받지 못했다. 그리고 에드의 죽음을 회피하지도 못했다. 적병도 수없이 죽였다. 한번은 상대가 항복했는데도 총을 쐈다. 빼앗은 목숨, 구한 목숨, 모욕을 주고 만 목숨, 세고 들자면 끝이 없지만 그렇다고 아픔이 마비되는 일은 없었다. [pp. 522~523]”
마치 탐정처럼 전쟁터의 수수께기를 모두 풀어버린 에드워드 그린버그를 비롯한 많은 이의 죽음 위에 평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평화는 실감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지금 이 풍경이 가짜일지도 모른다. 꿈에서 깨어났더니 또 여느 때와 같은 전쟁터더라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광장의 분수, 벤치에 누워 무방비하게 자는 노인, 인도 곳곳에 떨어진 담배꽁초. 꽁초가 이렇게나 많으면 분명 아이들이 떼로 몰려들어 주웠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어떤 아이도 달려오지 않았다. 울면서 부모를 찾지도 않고, 우리가 준 초콜릿이며 비스킷을 게걸스레 먹지도 않았다. 위를 올려다보니 거대한 분홍색 아이스크림 모양 간판이 광고탑 위에 붙어 있었다. 깨끗한 쇼윈도, 네온사인, 치맛자락을 팔랑이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지나가는 젊은 여자들. 청결한 비누 냄새가 난다. 그러고 보니 좋은 냄새가 나는 여자도 오랜만이었다. 평화롭다. 이게 바로 평화다. 우리는 이것을 위해 싸웠다. 그렇건만 이 허무함은 뭔가? [p. 500]”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에 대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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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전쟁에 관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단순히 아군이 이기는 장면에 환호를 하며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 내렸지, 그 이상의 생각은 해 보지 못한 것 같다. 이 작품을 만나고 전쟁이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전쟁에 임해서는 어떻게든 적을 죽여야만 내가 살 수 있다. 적을 죽이는 것에 대해 어떤 일말의 양심적 거리낌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주인공의 입을 빌려 적을 죽인, 즉 살인을 했다는 자책감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인간적인 성숙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군대와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요리사들을 주된 배경에 내세워 전장(戰場)에서 겪는 다양한 사건과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많은 것은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1939년 9월 1일 하켄크로이츠의 상징인 나치스 독일군이 폴란드를 침공하고, 프랑스의 항복으로 나치스 지배하에 놓이게 된다. 이탈리아와 일본은 독일과 동맹을 맺으면서 두 번째 세계대전의 구도로 들어간다. 이렇듯 유럽은 나치스 하에서 혼란한 상황이었고 미국은 대공황으로 경제적으로 힘들고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1941년 12월 일본군이 하와이 진주만에 정박 중이던 미국 전함을 폭격, 미국은 참전을 결정하였고 수많은 젊은이들은 ‘자유와 정의를 위해 싸우자’는 슬로건하에 너도 나도 지원하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 작품은 세계 최대 전쟁인 나치 독일과 연합군의 전쟁사와 허구를 가미하여 탄생한 전쟁 소설이라 하겠다.
‘먹는 것’이 살아가는 낙이었던 티모시(팀)콜(‘키드’로도 불린다)은 가족의 만류가 있었지만, 할머니의 응원에 힘입어 입대를 결심한다. 얼룩덜룩 자국이 남아 있는 낡은 레시피 공책을 가지고. 배치를 받은 기지에서 조리병 증원 모집 공고를 보고 마음이 동하는데, 사실 군대 내의 조리병은 무시당하거나 미움을 받는 분위기였다. 어쨌든 마음이 간절하다보면 누군가 끌어당긴다. 팀이 밥을 먹는 것을 보고 에드워드(에드)는 조리병을 권유하고, 오등 특기병이 되어 미 육군 제101 공수사단 제 506 낙하산 보병연대 제3대대 G중대 관리부 소속 조리병이 된다. 팀과 에드, 디에고, 라이너스 이들은 절친이 되어간다. 이들의 첫 임무로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투입되어 C-47 수송기에서 강하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코탕탱 반도에 낙하하여 보급 물자 확보, 사령부 및 구호소 설치 지원, 대원들의 식사 관리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는 한 가운데 적의 대공포화가 작렬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전쟁터와 기지 내에서 기이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낙하산을 모으는 라이너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600상자나 되는 분말 달걀, 네덜란드 민가에서 벌어지는 얀센 부부의 죽음, 유령을 보았다는 디에고... 기이한 이 사건들을 상부의 손을 빌리지 않고 동료들끼리 해결을 해 나가는 구성이다. 하나씩 하나씩 드러나는 사건의 전모에서 군대 조직 내의 비리나 군인의 아픔이 나타난다.
“……전쟁터만큼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경계가 모호한, 연옥 같은 장소는 없잖냐. 6월에 강하했을 때부터 우리는 각자 사신을 등에 지고 신의 재판을 기다리고 있어. 나도, 너도, 적들도 다들 이미 유령이나 다름없다고. 진짜가 걸어 다녀도 이상할 거 없지.”(P349)
유령의 소리를 듣고 하루하루 두려움에 의기소침하는 디에고. 이 사건에는 병사의 공포심과 고독이 있었다. 오로지 명령에 의해 움직일 뿐 아무런 선택권이 없는 군대다. 다치고 아파서 구호소에 들어가면 일시적으로 전선을 벗어날 수 있지만, 피냄새가 진동하고 아픔에 절규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숨을 거두는 모습을 보는 일은 또 다른 고문이다. 전쟁터는 연옥이며 구호소는 연옥에서도 가장 어두운 밑바닥, 지옥과의 경계에 있다는 말이 아픔으로 다가온다. ‘싸울 수 없게 되니까’ 상처를 내고, 죽지 않을 만큼만 자해를 해서 본국으로 송환되기 위해서. 유령의 소리는 바로 그런 병사의 자해 소동으로 매듭을 짓는다.
“……돌아갈 수 있을까.” “당연하지. 돌아가지 않으면 안 돼.” 던힐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단언했다. 평소답지 않게 말수가 많았다. “가족이 웃을 수 있는 건 렌즈 저편에 네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 네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이런 사진은 영원히 못 찍게 될 거다. 그러니까 살아야 해.”(p331)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전쟁은 사람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가족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종전(終戰)의 기약이 알 수 없는 두려움은 체념을 부르기도 한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 힘없고 가난한 사람은 전쟁터로 내몰린다. 약간의 충성심과 치기어린 혈기도 있었겠지만, 결국은 돈에 이끌림을 받는다. 제각각 사연을 품은 채로 만난 이들은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된다. 내가 죽거나, 네가 죽을 수 있는 곳이 전쟁터다. 부상을 당해서 구호소에서 죽어가기도 한다. 눈을 뜨면 팔, 다리가 붙어 있나 확인해야 했으며, 붙어 있으면 안도감을 느낀다. 겹겹이 쌓여 있는 시체 더미, 살을 에는 듯한 추위, 배고픔을 함께 겪은 우정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참담하기도 하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동료를 바라보아야 하는 아픔이다. 먼저 보낸 수다쟁이 오하라, 안경잡이 에드. ‘만약’이라는 말은 후회와 한탄의 또 다른 이름이다. 생사를 같이 했던 형제 같은 전우를 잃은 상실감에 목이 메인다. 죽고 싶지는 않지만 혼자 외떨어지는 게 싫어서, 구호소에 가기 싫고 동료들과 함께 총을 들고 싸우는 편이 훨씬 낫다는 말도. 닥터 브로콜리는 칠판에 아무렇게나 갈겨썼다. ‘열등 인종(운터멘슈)’. 유대인. 그리고 침략국에서 선별된 사람들이다. 녀석들은 평범하게 살던 사람들의 생활을 어느 날 갑자기 빼앗고 노예로 부리면서 그들이 재배한 식량을 독차지한다. 침략이란 곧 스스로를 배불리기 위해 피지배자에게 굶주림을 떠넘기는 행위다.(p353)
“인간이 존재하는 한 전쟁은 없어지지 않아.”(후략)(p485)
고래(古來)에도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다. 인간이 인간을 살상하고 수백 수천 년 된 문화 유적지를 파괴한다. 자신들의 이념을 강요하려는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다. 소중한 생명을 하찮게 생각하는 인간 경시의 현실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전쟁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무섭게 파고든다. 틀린 주장이었으면 좋겠지만, 어쩌면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오랜 역사에서부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을 보면.
작가는 “각국의 이해관계로 인해 생긴 ‘정의’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것인지 보여주고 싶었다”는 의도로 집필했다고 한다. 이 작품을 리얼하게 묘사하기 위해 많은 서적, 웹사이트, 영상 작품을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본문에 등장하는 독일어는 독일인에게 감수를 부탁했으며, 군사 용어나 미군, 독일군의 에피소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또 하나의 나의 느낌은 독일을 비롯한 추축국에 속한 일본,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양심적 거리낌이 이 작품을 쓰는 작은 계기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미스터리한 사건을 하나하나 해결해 가는 스토리의 구성은 놀랄 만큼 재미있다. 전쟁터의 젊은 군인의 이야기로 유쾌 발랄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전쟁으로 인해 인간과 인간의 삶은 어떻게 바뀌는지 보여주는 감동의 휴먼 드라마였다. 아직도 남아있는 인종차별 문제를 비롯하여 어린 나이에 입대하여 전쟁터의 다양한 사건, 사람들을 보면서 내면이 성숙해가는 성장소설의 단면도 보여준다. 삶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전쟁도 삶의 한 부분이라면 어디서든 있을법한 이야기다. 현실에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이상 깊이 있는 울림을 주는 전쟁터의 이야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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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망각하는 동물이다. 시간이 지나면 명백한 과오조차 정당화한다. 누군가가 이기면 누군가는 지고, 자유를 위해 싸우는 자를 다른 자유를 위해 싸우는 자가 쳐부순다. 그렇게 해서 증오는 연쇄된다. 세상은 백도 흑도 아니다. 회색의 세계다. 이 흐린 하늘처럼 명암이 변덕스레 바뀌는, 잔인하고 아름다우며 향수를 자극하는 회색이 한없이, 한없이 뒤덮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p. 523)
후카미도리 노와키는 이런 이유로 소설을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아무리 인간이 망각하는 동물이라도 과오를 기억해야 한다며, 내가 기억하게 해주겠다는 목적으로 이 소설을 쓰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그녀는 철저한 자료 조사로 무장하고는 제2차 세계대전, 구체적으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한복판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그런데 사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많아도 너무 많다. 여기서 후카미도리 노와키의 진가가 드러나는데, 그녀는 전쟁터의 군인들이 아닌 요리사들을 전면으로 내세운다. 물론 그들도 군인들이다. 다만, 요리를 하는 군인들이다. 인생을 사는 낙이 ‘먹는 것’인 티모시(팀) 콜은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의 레시피 공책을 즐겨 봤다. 티모시의 할머니를 거론하자면 그녀는 ‘정치 같은 것보다 요리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그래서 할머니가 티모시에게 조언을 할 때면 요리 이야기가 꼭 들어간다. 조리병이 될까 생각 중이라는 티모시의 편지에 할머니는 이런 답장을 한다.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란다. 하지만 보람은 있거든. 요리도 싸움의 중요한 요소야. 나도 젊었을 때 그런 기분으로 식사를 만든 적이 있어.’ (p. 26)
그 답장을 받고 티모시는 조리병이 되기로 결심하는데..『전쟁터의 요리사들』은 조리병이 된 티모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전쟁도 먹으면서 해야 하기 때문에 에피소드가 끊이지 않는다. 미스터리한 일도 계속 발생하는데, 에드워드(에디) 그린버그와 잘 풀어낸다. 그래서 전쟁물보다는 미스터리물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장르 구별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중요한 것은 전쟁 자체에 대한 의문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안타깝게 희생되는 사람들이다.
나는 뭘 위해서 목숨을 걸고 정신을 소모시켜가며 싸우고 있나. 만약 상관이 대답을 요구한다면 ‘독일군을 무찌르고 세계 평화를 되찾기 위해서입니다, 서’라고 대답할 준비는 돼 있다. 하지만 속으로는 고개를 갸웃할 것 같았다. 악을 처단하기 위해? 자유를 위해? 소중한 동료를 위해? 나를 되찾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일반 시민을 위해? 아무리 저항해도 그들은 내 손에서 빠져나가 목숨을 잃는다. 그래도 계속해서 싸우는 것은 휘말린 급류의 속도가 너무 빨라 거스를 수 없다는 것, 그저 그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 (p. 354)
그래도 급류는 속도가 느려지고, 티모시는 제대해서 고향으로 향한다. 티모시는 큰 부상 없이 돌아왔지만, 아직 돌아오지 않거나, 영영 돌아올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그의 많은 동료들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티모시는 슬프고 아프다. 그걸 아는 할머니는 그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아픈 걸 참을 필요도 없고 아프지 않게 된 걸 떳떳하지 못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단다, 티모시. 수프의 맛을 들이는 거랑 마찬가지야. 조금씩, 서두르지 말고.” (p. 504)
수프의 맛을 들인 적은 없지만, 아마도 평생 해도 못 들이는 게 수프의 맛이지 않을까 싶다. 티모시의 슬픔과 아픔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명암이 변덕스레 바뀌는, 잔인하고 아름다우며 향수를 자극하는 회색을 위해 기도하는 그 마음이 전쟁의 상흔이 아닐까 감히 추측해 본다. 그리고 이 마음을 반드시 기억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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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끼기에 이 책은 문제가 좀 있다. 그 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밴드오브브라더와의 유사성이다. 2차 대전은 공수 사단만만 참여한 전쟁도 서부전선만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노르망디와 네덜란드에서만 벌어진 싸움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간적 시간적 배경과 그것들의 배치와 동선 심지어 등장인물들의 시선까지도 밴드오브브라더스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중대만 다를뿐 실제 존재했던 101 공수사단 전투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해당 드라마와 이 책이 같기 때문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밴드의 주요 볼거리인 전투신이 빠지고 대신 미스터리와 추리 드라마가 대신 채워졌다는 점이다. 낙하산 사건만 제외하면 그 미스터리 추리 드라마들이 밴드오브브라더스와 공간적 시간적 배경이 같아야만 생겨날 수 있는 얘기가 아닌데, 하고 많은 전투 중에서 왜 하필이면 그토록 유명한 드라마에서 배경을 그대로 가져왔는가 하는 점이 이해되지 않는다. 요리사라는 제목에서 차별성을 두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요리애기가 나오는 것도 별로 없는데 말이다. 전쟁터의 조리병을 실감나게 다루려면, 조리병이 크게 구별되지 않는 공수부대보다는 해군이나 보병 같은 다른 부대의 전문 조리병들을 선택하는 편이 훨씬 요리사들의 이야기거리가 풍성했을 텐데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빗발치는 화포 속에서 요리를 할 기회가 별로 있지도 않다. 밴드오브 브라더스에서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본 에피소드가 의무병 유진 로의 얘기였는데 그는 싸우는 대신 부상병 응급처치만 하는데도 그 어느 전투병사 못지 않게 용감하게 쏟아지는 빗살을 뚫고 돌아다녀야 한다. 당연하게도 다친 병사가 '메딕!!!'을 다급하게 외치는 장소가 바로 전장에서 죽음이 쏟아져 나오는 곳, 화염이 가장 치열하고 가장 위험한 장소 아닌가. 쉴틈없이 불러 대는 '메딕!!' 소리에 귀기울여 달려가던 의무병의 내면은 그의 독백을 통해서가 아닌 그의 눈빛과 행동에서 읽을 수 있다. 의연함 속에 숨은 두려움과 절망과 또 짧은 인연속에 싹텄던 사랑까지..특수병을 다룬다고 해서 이런 감동을 기대했지만, 전쟁터의 요리사들에서는 화염을 뚫고 밥을 하거나 먹을 것을 전달하는 치열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미스터리를 처리하는 방식은 애드라는 천재 조리병의 추리에 전적으로 의지한다. 치밀하지도 않고 추리라기보다는 추측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이런 소설적 우연으로 추측은 추리가 되어 전모가 밝혀지고 거기에는 전쟁터에서 숨겨졌던 다양한 삶과 사연이 욕망, 두려움과 함께 드러난다. 이 천재 추리 반장은 화자인 주인공의 우상이다. 주인공은 그를 애틋한 만화적 감성으로 바라보고, 독자 역시 그들의 우정에 이입된다. 밴드오브 브라더스에서 멍청한 중대장 대신 투입된 스피어스와 약간 비슷한 카리스마와 매력이 상기되는 인물이다. 너무 많은 잘잘한 일화가 밴드오브브라더스에서 부분적으로 다룬 씬들에 장황한 설명만 덧붙인 게 되어버렸고 훈련소에서 시작해서 전쟁 이후 등장인물들의 간략한 삶을 전해주는 에필로그로 끝나는 전체적 구성과 순서까지 그대로 밴드오브브라더스와 흡사하다. 아류 정도가 아니라 구성과 배경을 그대로 가져와서 자세한 설명과 해석을 추가하고 몇몇 개연성 없는 미스터리를 추가한 밴드오버브라더스 보조콘텐츠 정도로 밖에는 보여지지 않는다. 왜 그런 것들 많지 않나. 영화나 드라마의 시각적 매체라는 특수성 때문에 다 표현하지 못한 것들 혹은 덕후들의 팬심을 달래주기 위해 제작된 콘텐트들.. 적어도 내가 가대했던 것은 전쟁터에서 조리병이라는 특수한 임무 수행에 따른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내용들이었는데 요리하는 씬은 별로 없다. 요리대산 추리를 주로 한다. 굳이 책 제목에 요리사가 붙은 이유가 궁금할 정도다. 전에 스베틀리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를 읽었을 때 나온 조리병들 이야기가 오히려 짧지만 생생하고 긴장감 넘쳤다. 무수히 많은 지난 끼니들이 다가오는 한 끼니에게 유효하지 않다던 김훈의 <칼의 노래>에서 전하는 한 문장이 오히려 전장에서 식생활이라는 것의 실제를 훨씬 더 절실하게 느끼게 해준다. 다음으로 내용의 유사성이다. 노르망디에서의 착륙씬은 거의 드라마를 평면적으로 글로 옮겨놓고 해설을 붙인 정도였고 나무에 걸려 죽은 병사의 시체씬 착륙후 헤매다 서로 만나는 씬 등 수도없이 많은 장면이 드라마에서 나온 씬이다. 특히 유대인 수용소를 발견하는 씬은 거의 통으로 복사해서 붙여넣기 한 것처럼 분위기마저 유사하다. 이 책이 내게 준 건 전쟁 컨텐츠에 대한 관심 뿐이다. 2차 대전에 추축국으서 독일과 같은 편에 섰던 침략국 일본이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전쟁을 소재로 하여 글을 쓰고 싶다면 제 3국인이 등장인물로 나올 수는 있다. 그러나 등장 인물은 미국인인데 일본인의 정서여서 처음부터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뭔가 가짜를 읽는 느낌 아 뭐 소설에 진짜와 가짜가 있느냐고 말하면 할말이 없지만 이 정도 분량에 제법 자국 문단에서 수상 내역까지 있는 작품(?)이라면 판타지 웝소설이 아닌 고증이 들어산 역사 소설을 기대하는 것처럼 뭔가 전하는 진실을 기대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첨엔 전쟁터에서 그것도 역사상 유래가 없던 공수부대의 그 치열한 삶과 죽음의 현장을 사소한 감정에 집착하고 잘잘한 일들의 해석과 설명에 몰두하는 계몽적 일본식 정서로 입혀져 있어서 그 거부감 때문에 읽던 책을 덮고 <서부전선 이상없다>를 <읽고 밴드오브 브라더스>를 완주했다. 우연이었지만 제롬k제롬의 자전거를 탄 세 남자에서 전쟁(1차대전) 전의 독일의 분위기를 영국인의 눈을 통해 읽었으며 또 우연이었지만 19세기 중반 독일 내 유대인 문제가 제기뒤던 상황을 마르크스의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라는 저작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1월동안 나의 독서생활은 내내 19세기 얹어리와 20세기 중반의 전쟁의 포화와 그 이전의 시간대를 방황하고 있었던거다.우연아지만 요즘 읽고 있는 먼북으로 가는 좁은 길도 마찬가지다. 하루에 서너장 밖에는 진도를 못빼고 있기는 하자만.. 엉뚱하게도 남남 커플(실제로 커플이란 건 아님)의 케미가 돋보였고 재미았었다. 예전의 학원물을 보는 것처럼 에드는 우상의 대상으로서 완벽한 캐릭터를 뿜어내는데 주인공은 또 이 친구에게 완전히 반한 상태다. 밴드오브브라더스와의 차별성이라면 두 사람의 전우애가 드라마에서 자주 보여지는 것처럼 거칠고 남성적이기 보다는 좀더 학원물같은 섬세한 감정 개인에 대한 관심 이런걸로 드러난다는 점이다. 그래도 이 책이 나한테 제일 잘 한 건 밴드오브브라더스를 보게 만든 거 같다. 참 잘 만든 드라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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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여기가 전쟁터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것 같았다. 우리가 태평하게 쉬고 있는 이 순간도 전선에서는 누군가가 싸우고 있다. 이 한때의 휴식이 끝나면 이번에는 우리가 누군가를 쉬게 하기 위해 싸울 것이다……. 뭔가 다른 생각을 하자. 머릿속을 다른 것으로 가득 메우는 게 훨씬 편하다. 그래, 분말 달걀 도난 사건이라든지. (p.165)
(서평에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일본 작가가 쓴 전쟁소설 《전쟁터의 요리사들》. 이 소설은 세계2차대전에 참전한 미국 병사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처음에는 낯설기도 했지만 이내 긴박한 전쟁 이야기에 금새 빠져들었다. 그래도 한결 편하게 한 요소는 1인칭 화자의 시점이었다. 화자인 티모시 콜은 열아홉으로 자원하여 유럽 전쟁터로 왔다. 그는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할머니의 레시피 공책을 들고 조리병으로 지원하여 배속되었다. 1944년 6월. 프랑스에 강하한 티모시 콜은 격전지에서 조리병으로 복무를 시작한다. 전투가 벌어지면 다른 병사와 똑같이 참전을 하고 평시에 조리병으로 일하는 체제이다. 물론 전지에서도 주된 임무는 조리병의 그것이다. 병참 기지에서 팀은 자신의 이름보다는 ‘키드 Kid’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그는 에드워드 그린버그, 디에고와 팀을 이뤄 조리병을 맡게 되었다. 모두 스무살 안팎인 병사들은 미국에서 출신지도 다르고 서로 성격도 판이하다. 그래서 티격태격하거나 데면데면 했다. 그렇지만 생과 사를 가르는 전투를 하나씩 치르면서 자신들도 모르는 새에 서로 끈끈한 전우가 되어 간다. 키드(팀)는 특히 에드워드 즉 에드와 절친하면서 병영 생활을 하게 된다. <전쟁터의 요리사들>은 노르망디 공수 작전, 네덜란드의 마켓 가든 작전을 시작으로 실제했던 사실들을 무대로 한다. 배경과 모티브로 삼았다. 그러면서 추리물의 구조로 앞 부분을 장식한다. 병영에서는 의문의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생사가 달린 전투와 직결되지는 않을지라도 무시하고 지나가기에는 석연치 않은 일들이다. 어떤 병사는 보급품으로 남은 낙하산을 자꾸만 모은다.
특히 조리병 임무와 무관하지 않은 일이 벌어져서 키드는 절친 에드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전투 식량 중 하나인 분말 달걀이 다량으로 분실되는 일이 벌어진다. 무려 600 상자 분량인데 흔적도 없이 부대에서 사라졌다. 에드는 냉철한 분석력과 뛰어난 추리로 이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1944년 6월 하순. 팀이 속한 G중대는 네덜란드의 요충 도시로 향한다. 이 곳에서 민간인인 얀센 부부의 저택을 협조받아서 독일군들 소탕 작전을 펼친다. 이곳에서도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 팀과 에드는 가까운 동료들을 잃는 아픔을 겪는다. 한편 얀센 부부는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다. 이 사건도 미스테리를 띄고 있었다. 에드는 이전의 여러 일들을 통해서 부대 내에서 상관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얀센 부부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테리도 추적하게 된다. 격전지에 투입된 지 어느덧 6개월여가 흘렀다. G중대는 벨기에로 향하는데 혹한의 추위가 병사들을 기습한다. 겨울이어서 더욱 조리병의 임무는 중요해진다. 키드(팀)를 비롯한 조리병들은 동료들에게 어떻게든지 뜨끈한 식사를 제공하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조리병을 통해 바라보고 체감하는 전쟁도 전쟁을 실감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왜냐하면 음식 재료들의 공수를 보면 보급품의 실상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보급품은 공중에서 비행 수송기로 오거나 육로로 온다. 그런데 혹한 겨울에도 형편없는 식재료로 만족하는 것은 다른 전선들도 고전을 치르고 있음을 피부로 실감하게 하였다. 지독한 겨울의 전쟁터에서 주인공들은 첫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발은 참호족이 걸리고 보급품은 부실하고 작전 성공은 지지부진하다. 그래도 큰 피해가 없던 G중대에서 의문의 사건이 발생한다. 한 부대에서 세 명의 병사들이 잇달아서 기습을 당해 큰 부상을 입고 구호소로 이송되었다. 그들은 모두 뒤에서 급소를 찔려서 위중한 상처를 입었는데 한 명은 혼수상태가 되고 두 명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상부에서는 숲에서 잠복한 독일군 잔당이 같은 수법으로 공격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한편 팀의 동료인 디에고가 전쟁 신경증 이란 병을 앓게 됐다. 키드와 동료들은 이전에 네덜란드에서 격전을 치르며 처참한 전투를 수행했었다. 디에고는 트라우마가 커서 예민해져 있었는데 뜻밖의 경험을 한다. 유령의 소리를 들었다는 것. 처음에 키드와 상관들은 착각이거나 신경병일 거라고 여겼다. 그런데 면담을 하러 온 군목이 예상밖의 말을 한다. 디에고가 특정한 장소에서 듣고 있다고 주장하는 오싹한 소리를 군목도 또렷하게 들었다는 것이다. 에드는 이번 사건에서도 총명함과 기지를 발휘한다. 디에고의 주장, 그리고 똑같은 수법으로 기습을 당해 큰 부상을 당한 세 명의 병사들. 그들 사이에는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팀/키드는 에드와 콤비를 이루어서 동료 전우들과 함께 이 일도 해결한다. 이제 이야기는 절반 정도를 통과했다. 주인공들은 혹독한 겨울도 이겨내고 봄을 맞이했다. 독일군은 패색이 짙다고들 다들 말하지만 종전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전쟁터의 요리사들>은 팀/키드를 중심으로 2차대전이 막바지에 다다르는 현장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역사적으로는 작전을 바탕으로 해서 사실적인 묘사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팀과 조리병 동료들의 활약이 구심점이 되어서 전쟁 이야기를 전개한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미드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군대 용어와 군사 작전 용어가 즐비하게 등장하는데, 숱한 2차대전 영화들의 장면들을 떠올리며 읽었다. 그래서인지 적응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 미스테리한 사건들이 굵직하게는 앞 부분에 세가지가 나온다. 낙하산을 수집하는 군인, 분말 달걀이 도난된 것. 유령을 본다는 디에고의 경험. 앞의 두 가지는 기대치보다는 흥미를 끌지 못했다. 끈기를 가지고 제4장 유령들 편을 읽을 때부터 독서에 탄력을 받았다. 사실 정확히 페이지도 말할 수 있는데 345페이지부터 였다. 읽는 데에 집중도와 가속력이 확 붙었다. 1945년이 시작되었고 주인공들은 최전선으로 투입이 된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이 적어도 한번은 목숨의 위험을 겪는다. 절정 부분으로 향하면서 누군가는 전투 중에 죽음을 맞는다. 반전이 등장하고, 이것을 뛰어넘는 대반전이 또 한번 나온다. 앞부분은 정교하기는 해도 크게 재미는 느끼지 못했다. 앞에서 말한 대로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너무도 흡사한 설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4장을 거치면서 이야기는 전혀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스토리를 들려준다. 정말 재미있고 몰입도 있게 읽을 수 있었다. 엔딩의 이야기는 약간 사족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그 이전의 스토리에서 느낀 감탄을 저해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어벤저스 영화에서 자막 후에 나오는 쿠키 영상 같았달까. 작가의 말이나 옮긴이의 말도 일체 없이 내용으로 꽉꽉 찬 2차대전 소설. 전쟁 장편 소설 한편, 오랜만에 제대로 읽었다는 감흥을 선사한 『전쟁터의 요리사들』 이었다.
“……돌아갈 수 있을까.” “당연하지. 돌아가지 않으면 안 돼.” 던힐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단언했다. “가족이 웃을 수 있는 건 렌즈 저편에 네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살아야 해.” (p.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