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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결산] 안녕, 뜨겁게-배지영
"[2017 결산] 안녕, 뜨겁게-배지영" 내용보기
"케이 씨는 직장에서도 꽤 유능하겠죠?""전혀 그렇지 않아요.""그 일이 케이 씨의 꿈이었나요?""아뇨. 그저 직업일 뿐인걸요.""하긴 직업과 꿈은 엄연히 다른 거니까. 그럼 케이 씨에겐 꿈이 있나요?"이번에도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없던 꿈이 갑자기 떠오를 리 없었다."그런 거 없는데요.""하고 싶은 건요?"다시 생각해봐도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그냥 뭐, 빈둥거리면서 살면 좋죠.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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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 씨는 직장에서도 꽤 유능하겠죠?"

"전혀 그렇지 않아요."

"그 일이 케이 씨의 꿈이었나요?"

"아뇨. 그저 직업일 뿐인걸요."

"하긴 직업과 꿈은 엄연히 다른 거니까. 그럼 케이 씨에겐 꿈이 있나요?"

이번에도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없던 꿈이 갑자기 떠오를 리 없었다.

"그런 거 없는데요."

"하고 싶은 건요?"

다시 생각해봐도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그냥 뭐, 빈둥거리면서 살면 좋죠. 어렸을 때처럼. 저절로 눈이 떠질 때까지 자고, 실컷 텔레비전이나 보고. 그래도 먹고 살 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거?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니까. 그냥 우리나라에 있는 맛집들이나 찾아다녀봤으면 좋겠네요."


  배지영의 소설 『안녕, 뜨겁게』의 주인공 윤제이는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이 없다. 하고 싶은 일은 없지만 일은 해야 해서 월간 <좋은 이웃>에 '상근 프리랜서'로 근무하고 있다. 거창하게 말해서 프리랜서이고 쉽게 얘기하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스물아홉, 모아 놓은 돈도 애인도 없다. 스스로 꿈이나 열정도 없다고 말한다. 감정 기복이 심한 편집장 및 사장과 나이는 같지만 출생 신고를 늦게 했다고 우기며 언니라고 부르는 한보람 기자와 명문대 출신인 조 기자, 광고부 손근필 부장과 일하고 있다.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다고 해서 사장은 그녀를 로커라고 부른다. 

  윤제이는 편집 회의 때 자신에게 발언권이 주어지면 심하게 말을 더듬고 자신감이 떨어진다. 사장이 고함을 치며 종이를 날리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그것들을 주워서 사장을 놀라게 만든 적도 있다. 광고 같은 기사를 쓰고 성인용품점에서 파는 기구들의 사용법들을 다시 쓰는 아르바이트도 겸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조 기자가 쓰려다 만 외계인과 교신을 통해서 실종자를 찾는 남자에 관한 기사를 쓰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녀는 외계인과 채널링을 통해 실종자를 찾는 배명호 씨를 어렵게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외계인과 만났던 흔적인 시그니처가 귀에 남아 있음을 확인한 풍년 식당 주인은 배명호 씨의 소재를 알려준다. 그는 감시를 피해 그녀와 몰래 만나면서 지구에 찾아와 지구인들을 납치해 가는 MJ 의 정체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제이를 케이로 부르기로 하고 그녀가 가지고 있는 주파수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는다. 기획 기사를 쓰기 위해 배명호 씨에게 접근한 그녀지만 그녀는 남자 친구와 아버지가 사라진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제이가 기억하는 실종 당시의 장면을 추측으로 그들은 외계인의 신호를 기다린다. 

  소설은 이 땅의 젊은이들, 꿈보다는 현실 때문에 좌초된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인물을 그리고 있는 듯했다. 더 이상 포기할 것도 없는 세대. 사장이 소리를 질러도 참고 외모를 비하하는 별명으로 불려도 참고 참고 참아서 참지 않아야 할 것도 참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척하다가 소설은 외계인과 실종, 채널링이라는 설정으로 독자를 끌고 들어간다.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 같은 일상을 공유하던 사람이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기계를 만들고 실종의 배후에는 인간 납치를 시행하는 외계인이 있다고 믿는 배명호 씨는 사라진 아내를 찾고 있는 중이다. 

  제이는 아버지가 사라지기 전 이상한 경험을 했다. 꿈이라고 생각했지만 꿈이 아닌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외계인이 나타나 그녀의 아버지를 납치해 간 기억을 떠올린 것이다. 그 기억을 통해 아버지를 찾고자 하는 제이에게 배명호 씨의 존재는 소중하다. 그들은 과연 사라진 가족을 찾을 수 있을까. 

  맛집을 찾아다니고 저절로 눈이 떠질 때까지 자는 것. 제이는 일곱 살 때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난만한 그 시절이 좋았다고 회상한다. 먹고 살 걱정이 없는 어린 시절. 학교에 가고 경쟁을 하고 취업을 해서 고단한 일상을 보내야 하는 지금, 그녀는 많은 것들을 바라지 않는다. 같이 나이인데도 출생 신고가 늦었다고 언니라고 부르는 동료에게서 모든 것을 직원 탓으로 돌리는 사장에게서 자신을 두고 사라진 남자 친구에게서 놓여나 그녀의 말을 들어주고 꿈을 지지해주는 사람들 곁으로 가는 것이다. 

  죽으면 어떻게 될까. 죽은 자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사람들이 우리 곁을 떠나갈 때 남은 자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기억들을 간직한 채 살아가야 하는 걸까. 안녕이라고 말하지 못한 그들에게 우리 역시 잘 가라고 인사하지 못했는데. 소설은 남은 자들이 지구에서 벌이는 이별의 방식에 대해 그리고 있다. 『안녕, 뜨겁게』의 마지막 장을 덮는데 이상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포기하고 참고 눈물 흘리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소설은 우리가 다른 행성으로 사라진 이들에게 뜨거운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지구인이었다는 사실 하나를 속삭여 준다. 

s*****m 2018.01.22.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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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제이에게
"세상의 모든 제이에게" 내용보기
행복했던 때를 꼽아보라면 난 주저 없이 일곱 살이었던 해 가을이라 하겠다.왜냐면 그때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불안도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본문 7쪽불안의 시대죠.죄책감도 많구요.자신이 잘못한 것이 아닌 데도 말이죠.스물아홉에 제대로 된 직장도 모아놓은 돈도 애인도 열정도 꿈도 없는 제이.이 정도면 호 하나 달아줘도 될 듯 싶어요. 설상가상.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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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던 때를 꼽아보라면 난 주저 없이 일곱 살이었던 해 가을이라 하겠다.

왜냐면 그때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불안도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본문 7쪽


불안의 시대죠.

죄책감도 많구요.

자신이 잘못한 것이 아닌 데도 말이죠.

스물아홉에 제대로 된 직장도 모아놓은 돈도 애인도 열정도 꿈도 없는 제이.

이 정도면 호 하나 달아줘도 될 듯 싶어요. 설상가상.

그런데 요즘 이런 사람 차고 넘칩니다.

심지어 자존감도 떨어집니다.

직장에선 모진 구박을 받다보니 어처구니 없는 오해를 당해도(가령 좋아하지도 않는 도끼병 남자에게 자기를 좋아하지 말라는 소리를 들어도 너무 황당해 변명도 못해 어버버하는) 변명 한번 못합니다. 이쯤되면 고구마 목 멕히는 성격이죠.

가진 거라곤 학자금 대출. 도무지 줄지도 않는 빚과 모이지도 않는 돈 때문에

상가 옥탑방에서 엄마에게 얹혀사는 신셉니다.

싱글맘과 사귀는 세상에서 제일 잘난 오빠와 상가 건물주인 치과의사와 썸타는 엄마보다도

더 보수적이고 꽉 막힌 여자입니다.

왜냐하면, 제이에겐 큰 상처가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것이 그렇게 '온전한' 이별이었던 적이 없었던 거죠.

언제나 마음의 준비도 없이 불쑥 그렇게 느닷없는 이별이 왔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리는 어느새 제이의 어수룩하면서도 호기심 많은 캐릭터에 빠져버립니다.

어쩌면 우리의 스물아홉, 그리고 세상의 많은 제이들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불안도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살고 싶지만 우리는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렸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안녕'하고 뒤돌아서는 쿨한 이별 따윈 모르는 우직하고 찌질한 어른 말입니다.

달려가 끌어안고 떠밀렸다 일어서고 그렇게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이별하며

뜨겁게 안녕을 고하는 제이.

'겨우' 고속도로 휴게소 맛집을 찾아다서는 그녀의 행복한 해피엔딩이

어쩌면 우리가 그리는 행복도 그러한 소소한 것임을 깨닫게 해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엉뚱한 스물아홉 청춘의 '이별'방식에 

미소를 짓게 되는 건 왜일까요?


p*****9 2017.11.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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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현대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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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은 현대 배경이 잘 없기도 하고, 재미도 없기도 해서 주로 역사소설이나 고전을 많이 읽었었는데 모처럼 현대 배경의 소설에 주인공이 여자인 소설이 나왔다고 해서 읽어보았다. 처음에 가족얘기는 재밌게 읽었는데 뜬금없이 외계인이 나오고 sf적 요소가 나오는 바람에 이 책은 뭔가 덮었다가 다시 보게 되었다. 조금은 황당한 전개지만 주인공의 감정선을 잘 따라가다보면 그래
"오랜만의 현대소설" 내용보기

한국소설은 현대 배경이 잘 없기도 하고, 재미도 없기도 해서 주로 역사소설이나 고전을 많이 읽었었는데 모처럼 현대 배경의 소설에 주인공이 여자인 소설이 나왔다고 해서 읽어보았다. 처음에 가족얘기는 재밌게 읽었는데 뜬금없이 외계인이 나오고 sf적 요소가 나오는 바람에 이 책은 뭔가 덮었다가 다시 보게 되었다. 조금은 황당한 전개지만 주인공의 감정선을 잘 따라가다보면 그래도 마무리는 잘 지은듯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다.

s*******4 2018.09.1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