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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주요 특성인 단순화와 과장은 생각보다 무척 어려운 작업이다. “단순화는 대상의 다양성과 복합성을 완전히 이해하고 핵심만 뽑아서 표현해야” 하고, “과장은 단순화처럼 매우 까다로워서 성공하면 매우 유머 있고 세련되어 보이지만, 실패하면 아주 어색해 보인다.”(김이산, 『똑!똑!똑! 그림책』, 현암사, 2004년) 그러나 이 그림책은 단순화와 과장에서 성공하고 있고, 분명한 주제의식까지 포함하고 있어 좋은 그림책의 모범이라 할 만하다. 임금님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멋진 대포를 하나 갖고 있었다. 임금님은 대포를 매우 좋아했다. 그렇지만 전쟁이 없어 쏘아 볼 수는 없었다. 임금님이 늘 그렇듯 대포에 넋이 빠져 있는데 병사가 달려와 말했다. 여우가 강에서 함부로 물고기를 잡고 있다는 것이다. 임금님은 화가 났다. 강에 사는 분홍색 물고기는 임금님이 제일 좋아하는 물고기였기 때문이다. 임금님은 강으로 대포를 가져가서 쾅 쏘았다. 여우는 깜짝 놀라 도망갔다. 그런데 여우가 더 커다란 대포를 밀면서 왔다. 임금님은 더 커다란 대포를 만들어 강으로 갔다. 여우는 도망갔다가 훨씬 더 커다란 대포를 가져왔다. 더 커다란 대포로 상대를 제압하려는 작전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상대도 끝내 이쪽 편보다 더 커다란 대포를 만들어 대항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임금님은 크기로 겨루는 작전을 포기한다. 그 대신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지, 얼마나 화려한지, 얼마나 재미있게 생겼는지, 그리고 옮기기 쉽게 얼마나 가벼운지” 경쟁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또한 바람직한 작전이 아니다. 여우들이 도망간 자리에 온갖 기기묘묘한 모양의 대포들만 남기 때문이다. 그래도 버릴 수는 없었기 때문에 반으로 갈라서 욕조로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그 후로 임금님은 대포를 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답니다. 대포를 반으로 갈라서 욕조로 만든 상상력이 유쾌하기 그지없다.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껍데기는 가라」)고 노래한 신동엽 시인의 시가 생각나는 마지막 장면은 그 동안 등장한 인물들인 왕, 신하, 병사는 물론 토끼, 뱀, 오리, 새들도 등장하여 욕조에서 목욕을 한다. 임금님이 대포를 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자 동물들까지 평화로워진 것이다. 그러나 평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림책을 덮으면 놀라워라, 뒤표지에 왕, 신하, 병사는 물론 이들과 대결로 치닫던 여우들도 하나의 욕조에 나란히 앉아 있다. 모두들 눈을 지긋이 감고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데 어린 여우 한 마리만 즐겁게 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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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한 나라의 우발적인 전쟁 경쟁을 다룬다. 강에 사는 물고기를 잡아 먹는 여우에게 대포를 쏘았다가 여우가 더 큰 대포를 가져오는 낭패가 이 그림책의 발단이다. 임금도 질 수 없어 여우가 가진 대포보다 더 커다란 대포를 만들어 강으로 가져간다. 여우는 도망을 갔다가 더 커다란 대포를 가져왔다. 임금이 명령한다. "더더욱 커다란 대포를 만들어라!"라고 말이다.
그러나 대포 크기에서 여우를 이길 수 없게 된 임금은 얼마나 많은 대포를 가졌는지로, 그래도 안 되니 더 화려한 대포를 가졌는지 내기를 하지만 결국 진다. 심지어 얼마나 재미있게 생겼는지에서도 이길 수 없었다. 또 옮기기 쉽게 얼마나 가벼운지에서도 이길 수 없었다. 바로 그때, 임금은 여우의 대포는 나뭇잎에 마법을 걸어 만든 가짜 대포였음을 알아챈다. 이제 남은 것은 기기한 모양의 대포뿐. 임금은 대포를 반으로 갈라 욕조를 만들어 사용했고, 그후 대포를 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이 그림책은 1978년에 태어난 일본 작가 후타미 마사나오의 글이다. 1990년대 후반에 사회 생활을 시작했을 그는 일본이 재무장을 시작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이런 평화주의적인 그림책을 그릴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는 나라들이 어떻게 전비경쟁을 하는지, 또 어떻게 신무기 개발에 나서는지를 풍자적으로 그렸다. 마치 지금의 동북아 정세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지만. 확실히 작가는 기발한 상상력을 갖고 있다. 이렇게 전쟁의 무의미함을 이야기할 수 있다니, 참으로 유쾌한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에서는 다소 일본스러운 그림이 보인다. 일단 임금이 나 신하의 복장에서 일본풍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내용에 지장을 주거나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대포에 더 집중한다면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갈 수 있는 그림책이다. 불안정한 정세 속에서 이런 그림책도 함께 읽으면 어떨까. 평화를 이야기하니 조금 더 당기는 작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