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엇을 위하여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방향을 바꿔 본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전자의 생각만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워 살아갔던 때가 있었다. 다가올 것 같지도 않은 미래 때문에 불안해하고 아등바등 했었다. 잘 모이지도 않은 돈을 생각하고 남의 것을 부러워하고 시기로 보낸 나날들. 그 안에서 나는 매일 불행했고 불만으로 가득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돈벌이가 쉬운 일에 기웃거렸다. 하루를 게으르게 보냈고 만족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성격은 사나워져 갔다.
진심으로 살아갈 것과 관계 맺기를 당부하는 진성盡誠의 덕목은 몇 번을 곱씹어 볼만하다. 신뢰받는 사람이 되는 것과 사람으로서 길을 이 장에서 펼치고 있다. 언젠가부터 사람 사귀는 것에 염증이 느껴지고 그 사람의 깊이를 알고 싶지 않은 것으로 관계 맺기를 멈춰 버렸다. 타인에게 받을 상처를 미리 계산하고 정을 주지 않게 되었다. 내가 진심을 다하지 않고 상대방을 대하면 그 마음이 뻔히 드러날 수 있다는 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다른 이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던 것을 반성하고 먼저 손 내밀 수 있는 작은 마음들을 키워야 한다. |
|
지금 우리가 가야할 ‘사람다움’의 길 - 한정주, 『율곡 인문학』
한정주는 『율곡 인문학』(다산초당, 2017)에서 사람다움의 길을 묻고 있다. ‘사람다움’이란 무엇일까? ‘인문(人文)’이라는 말에 드러나는 대로, ‘사람다움’은 사람의 무늬, 달리 말하면 사람의 도리와 연관된다. 사람의 도리는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윤리이다. 윤리라는 말을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윤리는 우리가 사는 일상에서 피어난다. 이를테면 율곡 이이는 <자경문(自警文)>이라는 글에서 “먼저 그 뜻을 크게 가져야 한다. 성인을 본보기로 삼아서 털끝만큼이라도 성인에 미치지 못하면 나의 일은 끝마친 것이 아니다.”(16쪽)라고 이야기한다.
성인을 본보기로 사는 삶은 관념에 머물지 않는다. 율곡이 성인으로 받든 공자나 맹자와 같은 사람들을 생각해 보라. 그들은 마음에 먹은 뜻을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율곡의 사상이 지금 우리 시대에 필요한 인문학으로 거듭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인문학에서 말하는 사람의 도리에는 이미 실천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율곡이 산 16세기 조선 사회는 격동의 시대였다. 명종의 어머니인 문정왕후와 윤원형으로 대표되는 외척들이 이 시기에 권세를 누렸고, 이들이 물러난 자리를 차지한 사림(士林)들이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본격적인 당쟁을 일으키는 상황 또한 바로 이 시기에 벌어졌다. 후사 없이 죽은 명종을 이어 선조가 16세의 나이로 왕위에 올랐지만, 그는 한 시대를 개혁할 만한 성군의 자질을 내보이지는 못했다. 선조는 우유부단한 성격의 임금이었다. 시대가 태평성대라면 임금이 우유부단해도 그리 문제되지 않는다. 시대적 상황이 임금의 결점을 무마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격변기에 임금이 우유부단하면 어떻게 될까? 변화가 이루어질 절호의 기회를 그대로 흘려버릴 수밖에 없다. 율곡은 변화의 시대를 살았고, 그에 맞춰 임금에게 개혁해야 할 과제를 끊임없이 건의했다. 조선은 왕조국가이다. 신하가 아무리 좋은 개혁안을 올려도 임금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실행되기 힘든 사회라는 말이다. 선조는 율곡을 곁에 두기는 했지만, 율곡의 개혁안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그는 조선이라는 나라가 가야할 방향을 정립하지 못한 채 신하들이 하는 말을 믿지 못했다.
지은이의 말마따나 선조는 제도 개혁이 “임금의 권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정치적으로 압박할 것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꿰뚫어 보았다.”(303쪽) 임금이 사심(私心)으로 신하를 대하는 순간, 임금과 신하가 만나는 조정(朝廷)은 말 그대로 ‘정치판’이 되어버린다. 율곡의 개혁 사상이 정치판에 막힘으로써 조선은 나라 전체를 혁신할 기회를 놓쳐버린 셈이다.
지은이는 율곡이라는 한 사상가가 내보인 정치적 이력에 주목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율곡은 “평생에 걸쳐 ‘사람다움의 길’에 대해 질문하고 성찰하며 실천했던 대표적 인물이다.”(6쪽) 전체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지은이는 입지(立志), 치언(治言), 정심(定心), 근독(謹篤), 공부(工夫), 진성(盡誠), 정의(正義)라는 개념들을 통해 율곡이 걸어온 사상적, 정치적 길을 서술하고 있다. 입지는 세상에 펼칠 큰 뜻을 세우는 것이고, 치언은 할 말만 제때 하는 걸 의미한다. 정심은 마음을 단정히 하는 걸 뜻하며, 근독은 삼가는 마음을 가리킨다. 공부=학문은 이런 과정을 거쳐야 제대로 이루어진다. 진성은 학문에서 익힌 바를 정성껏 실천하는 것을 말하며, 정의는 그러한 실천과정에서 마땅히 취해야 할 윤리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율곡은 29세 때 관직 생활을 시작해 정승(영의정·좌의정·우의정)을 제외한 조정 내 핵심 기구의 수장 직을 두루 거쳤다. 정승에 오르지 못한 까닭은 오로지 정치가로서는 젊은 나이인 40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높은 관직보다는 오히려 덕망을 갖춘 지사(志士)로 더욱 높은 명성을 쌓았다. 그래서 박순과 같은 정승조차도 “율곡 같은 사람은 유림의 종장(宗匠)이 될 만한 인물”이라면서 존경했다. 그러나 선조와의 관계를 통해 본다면 율곡의 관직 생활은 결코 순탄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았다. 조선 시대를 통틀어 율곡만큼 실용적인 개혁안을 많이 제시하고 임금에게 실천을 강하게 주장한 인물은 없을 것이다. 임금이 선한 마음과 올바른 뜻을 세워 백성의 신뢰를 얻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그 마음과 뜻을 담은 정치를 행함으로써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율곡이 사망한 뒤 백여 년 후에 태어난 실학의 대부 성호 이익은 “조선이 개국한 이후로 시무(時務)를 안 사람은 아무리 손꼽아 봐도 율곡 이이와 반계 유형원 두 사람”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율곡의 불행은 마치 벽을 보고 이야기하듯 어떤 이야기도 귀담아듣지 않는 임금에게 평생을 두고 최선을 다해 간언해야 했다는 점이다. (271~2쪽)
29세 때 관직 생활을 시작해 요직을 두루 거친 율곡은 그러나 순탄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관직 생활을 보냈다. 그는 우유부단한 임금을 향해 현실 정책으로 실현되지 않는 말들을 쏟아내야 했고, 붕당으로 갈려 서로를 헐뜯기만 하는 신하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잡아야 했다. 그가 내세우는 ‘양비론(兩非論)’을 붕당에 찌든 정치인들은 기회주의로 몰았다. 자신들이 벌인 일은 생각하지 않고 상대를 비난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정치판’은 꼭이 우리 시대의 현상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율곡이 사망한 지 100여 년이 지난 후 성호 이익은 “조선이 개국한 이후로 시무(時務)를 안 사람은 아무리 손꼽아 봐도 율곡 이이와 반계 유형원 두 사람”뿐이라고 말했다. 시무(時務)는 그 시대에 긴급하게 해결해야 할 일들은 의미한다. 시대적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는 능력이 없다면 시무를 제대로 아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겠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지금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을 끊임없이 떠올렸다. 공익을 무시하는 붕당 정치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정치판을 휩쓸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무능력한 최고 권력자는 비도덕적인 정치꾼들과 공모해서 한국 사회를 벼랑으로 내몰기도 했다. 국민의 혈세를 4대강에 쓸데없이 흘려보낸 권력자도 있었다. 국정의 난맥상은 분명히 보이는데, 그것을 책임지는 정치인은 없다.
촛불을 든 국민들이 나서자 비로소 나라가 조금씩 안정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율곡이 이 시대를 살고 있다면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입지’에서 시작해 ‘정의’로 끝나는 <자경록>의 내용처럼, 그는 아마도 큰 뜻을 실현하기 위해 거침없이 정의로운 길을 내달렸을 것이다. 율곡이 제시한 ‘사람다움의 길’은 이렇게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이 가야 할 길을 냉정한 시선과 뜨거운 가슴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은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
![]()
다산초당의 신간 율곡인문학을 보면서 내내 도전을 받고 또 반성했다. 율곡이이는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등등의 논어 이런 책들은 10대시절 읽고 또 읽어 암송의 수준에 이르렀죠. 저는 우리 역사를 살아간 성인 율곡이이가 들려준 인문학이라서 정말 감동하고 감사하며 책을 읽었어요. 율곡스스로가 생각하는 성인에 대한 생각은 자경문을 통해 밝혀쓰여있거든요. 그 자경문을 하나 하나 풀어써준 한정주님께도 감사합니다. 인문학하면 특히 동양 인문학은 중국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평생을 학문과 인생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한 성인이 있었다고 하니 가슴 뿌듯했답니다.
![]()
이 책을 보면서 가장 고개 끄덕인 부분은 착하지 못한 자가 있어도 그 사람의 잘못된 행동을 드러내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다만 그런 사람은 그저 평범하게 대접해 주고 서로 왕래하지 않는다. 이 부분이었어요.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고 힘들어한 저에게 왜 너는 그렇게 어리석었니?하며 들려주는 어른말씀 같았거든요.
![]()
부지런히 책을 읽으라고 하는 율곡이이님세요. 하지만 독서로만 끝나는게 아니라 독서를 통해서 또 체험을 통해서 배운 것을 늘 실천하려 노력해야한다고 하네요.
![]()
오천원짜리에 있는 율곡이이님은 그래서 수능기간엔 정말 인기있죠. 수능 치러 가는 아들 뒷주머니에 오천원짜리 신권을 꼭 넣어주라는 말도 있습니다. 9번이나 장원급제하신 율곡님도 과거 낙방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퇴계이황님을 평생의 스승으로 모시고 궁금한 점이 있음 편지를 써서 물어보기도 했구요. 율곡은 친구도 딱 한 두명 밖에 없었다고 해요.
![]()
한정주님의 말씀에도 귀를 기울여보니 나 스스로 나만의 자경문을 만들어 늘 경계하는 삶을 시작해보라고!
![]()
율곡이 생각한 리더의 모습과 리더십도 참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저에게 참 도전이 되었답니다. 저도 한 가정을 이끌어가는 리더라고 자처하고 싶은데요. 말을 하는 것에 대해 율곡이이님이 정말 중요하게 강조하셨죠. 큰 뜻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지 다음으로 치언을 강조하셨거든요. 7장 정의까지 읽고 또 읽어서 저도 배운 것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겠어요.
|
|
달력이 한 두장 남으면 생각하는 것이 있다. '벌써 연말이네. 올해는 잘 살았나?' 연초에는 파이팅하는 의지로 목표를 세우지만, 연말이 되면 그 뜻은 달력 종이와 함께 사라지고 후회만 남는 것 같다. 채우지 못한 안타까움,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 등 살고 또 살아도 늘 씁쓸한 이유는 내가 사는 방법을 잘 몰라서가 아닐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한 문장이 <율곡 인문학> 책을 펼친 이유이다. 평생에 걸쳐 '사람다움의 길'에 대해 질문하고, 성찰하며 실천한 대표적인 인물 율곡 선생님께 묻고자 한다. 율곡 이이는 그가 20세에 쓴 <자경문>으로 대답했다. <자경문>은 어른 시절 정신적 지주였던 어머니, 신사임당을 잃고 4년간 좌절과 방황을 한 다음 더 이상은 자신의 삶을 낭비하지 않겠다며 지은 글이다. <자경문>의 원문은 이 책의 부록에도 나오는데 11문장으로 이루어진 글이다. 짧지만 뜬 구름 잡지 않고, 허황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 가능한 문장이었다. 한정주 작가님은 <자경문>을 해체한 후 7개의 핵심 주제로 다시 통합하는 방식으로 저술했다. 7개의 핵심주제는 평생의 큰 뜻을 세우고 굳세게 지키는 일인 입지, 말을 다스리는 치언, 마음을 다스려 안정시키는 정심, 홀로 있는 동안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근독, 평생 배우고 익히는 공부, 성실과 정성 진성, 사람이 지켜야 할 정의이다. 인생을 여행으로 비유하면, 독서는 여행에 앞서 지도를 살펴보는 것과 같고 실천은 말과 수레를 준비해 실제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 - <율곡 인문학> p188 -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에 첫 번째는 입지라고 강조했다. 입지는 평생의 목표를 세우는 것인데, 율곡 선생님은 이를 삶을 완성하는 열쇠라고 칭하기까지 했다. 그가 <자경문>을 쓸 때에도 입지가 매우 절실했다. 방황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기 위해 중심을 잡아주어야 할 강력한 철학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이 책에서 가장 쉽게 읽을 수 없었던 부분이 '입지'였다. 내가 흔들리고 불안해 하는 이유도 사람다움의 철학이 없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에 잠겼기 때문이다. 항상 목표를 세울 때 시험에 합격하겠다, 자격증을 취득하겠다와 같은 사소한 것에만 매달렸던 것같다. 율곡 선생님은 나에게 한마디로 일침을 가했다. 남을 위한다는 것은 남에게 알려지길 원하는 것이다. 남에게 알려지길 원하는 사람은 명예와 이익을 원하는 것이므로, 공부를 하는 근저에 사심이 깔려 있다. 율곡은 이렇게 명예와 이익을 원하는 마음은 이미 그 근본(큰뜻)을 잃은 것과 같다고 했다. 명예와 이익을 원하는 사람은 배움의 길을 갈 때도 다른 사람의 눈에 드는 것만 선택하고 그것만을 말하려 하는 법이다. - <율곡 인문학> p38 - 아직 철이 덜 들었는지, 아홉번 장원급제하신 율곡 선생님은 어떻게 공부를 했나 이런 자세로 4장에 들어갔다. 그리고 또 선생님께 호되게 혼나는 서당아이처럼 부끄러워졌다. 사실 요즘 공부하고 있는 분야가 있어서 이 많은 부분을 어떻게 빨리 하지라는 고민과 함께 읽었다. 율곡 선생님은 나에게 요령을 피우지 말고 숙독을 하며 배운 것을 쓸모있게 활용하라고 말씀하셨다. <율곡 인문학>을 읽고 나니 잠시 조선시대에서 성균관에서 인문학을 공부하고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는 <자경문> 외에도 <격몽요결>, <성학집요>, <율곡전서> 등 다양한 율곡 선생님의 책과 조선시대의 필독서들의 부분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한 수 배울 수 있도록 인도해 준 작가님이 누군가 보았더니 낯익은 분이 계셨다. 지난 번 다산카페에서 저자 강연회 때 만난 한정주 작가님이셨다. 고전 연구가로 역사와 고전을 현대인들이 읽기 좋게 잘 해석해 다양한 책을 쓰신 작가님이라고 소개했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마천의 <사기> 강연을 들을 때에도 재미있고 현대 사람들에게 공감할 만한 주제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율곡 인문학>도 그랬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감사하다고 인사라도 표해야 겠다. 2017년 씁쓸한 마음이 달래졌다. 그리고 더 희망차졌다. "사람다움이란 인간의 도리를 배워서 깨닫고 실천하는 데서 나온다."고 했다. 끊임없이 배우고 깨달아 평생을 실천하는 삶. 나도 율곡 선생님의 뒤를 걷는 현대인이 되고 싶다. |
|
율곡 이이 선생의 이야기는 역사적으로도 유명하다.
![]()
율곡인문학 다산초당
율곡이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사람다운 삶이다.
|
|
조선 최고 지성에게 사람다움의 길을 묻다
뜻을 성실하게 한다는 것은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이다. 마치 악취를 싫어하듯 악을 싫어하고 미인을 좋아하듯 선을 좋아하는 것이다. 이로써 스스로 만족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군자는 반드시 홀로 있을 때 삼간다.
|
|
사실상 우리는 그동안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를 정치적으로 역사적으로 이용했다. 그들의 삶과 업적에 대해 정확한 고찰없이 ,친일화가 이당 김은호에 의해 그려진 두개의 영정을 표준여정으로 지금껏 사용했으며, 지폐 속 인물 또한 마찬가지였다. 신사임당의 업적에 대해 지금까지 우리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자애로운 어머니상에 대해서, 율곡이이의 천재성에 대해서 부각하였으며, 그것을 역사적 사실인 것처럼 왜곡해 왔다. 신사임당에 비해 감춰진 율곡이이의 삶, 이 책은 9개의 과거에 급제한 조선시대의 천재가 아닌 평범한 한 인물로서 살아온 지난날에 대한 기록이 담겨진다. 율곡 인문학은 그가 남겨놓은 저서와 그 주변 인물들이 바라본 율곡이이의 모습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
|
<조선 최고 지성에게 사람다움의 길을 묻다, 율곡인문학>이라는 책의 제목만 봐도 누구의 이야기인지 짐작하겠다. 율곡은 이이의 호다. 오천원권 지폐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인 율곡 이이는 퇴계 이황과 더불어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성리학자다. 그런 율곡의 인문학이라? 책의 뒷표지에 율곡을 가리키는 수식어구가 여럿 있다. 하나씩 살펴볼까? '조선 성리학을 집대성한 위대한 학자', 성리학은 중국 송나라 주희에 의해서 창시되었다. 공자의 '인'에서 출발, 오랜 세월을 거쳐온 유학에 철학 사상이 가미된 게 성리학이라고 보면 된다. 고려말에 안향이 중국으로부터 가져온 성리학을 소개했다. 성리학의 시작은 중국이었지만, 오히려 중국보다 조선에서 학문, 사상,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정도로 학문적 깊이가 더해졌다. 그 중심에 율곡이 있었다. '현실의 한계 속에서도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던 개혁 정치가', 율곡은 과거시험에 9번 수석 합격할 만큼 조선시대의 우수한 인재였다. 그런 그가 임금의 측근으로 수시로 상소를 고하며 임금에게 올바른 정치를 할 것을 권유했다. 중종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중종에 이어 인종, 명종까지 당시 정치적 상황이 공신 및 외척들이 득세하며 그 와중에 조광조같이 개혁을 추진하고자 했던 많은 선비들이 사화를 겪으면서 관직에서 쫓겨나는 등 혼란의 연속이었다. 율곡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 임금에게 아부하지 않고 현실 정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바로잡으려고 했다. 그의 소신있는 발언이 힘을 얻지 못했지만, 그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은퇴 후에는 대장간을 차려 직접 생계를 꾸려 간 실천적 지성', 율곡은 성리학의 대가로 평생 글공부에 집중했던 선비였다. 그런데 한집에 모여살았던 대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려고 공인들이 하던 대장간 일을 하기도 했다. 아직 실학이 대두되기 전이지만 그는 시대를 앞서 실사구시를 실천하려고 했다. 그가 관직에 있을 때 자신의 안위를 위해 재산을 축적했다면 은퇴한 후에도 넉넉한 재산으로 빈곤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율곡은 평생 청렴하게 살았다. 율곡은 평생에 걸쳐 사람다움의 길에 대해 질문하고, 성찰하며, 실천하고자 했다. <율곡 인문학>은 그가 20세 때 쓴 <자경문>에서 밝힌 일곱 가지 주제를 각 장으로 나눠서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 1장부터 차례를 살펴보면 입지, 치언, 정심, 근독, 공부, 진성, 정의 순이다. 굳이 본문을 자세히 읽지 않고 차례에 나와 있는 사자성어와 뜻 풀이만 훑어도 율곡이 무엇을 교훈으로 삼아 실천하면서 살았는지를 알 수 있다. 독자의 입장에서 책을 최소 2회 읽을 것을 추천한다. 먼저 1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다음 2회는 차례에서 각자 새겨서 실천하고 싶은 장을 취사선택해서 읽는다. 그만큼 차례 구성이 색인의 기능을 겸하고 주제를 율곡의 원문에 충실하게 사자성어로 간략히 보여준다. 제 1장 입지는 먼저 뜻을 크게 가져라, 평생의 스승을 찾아라, 반드시 실천하라, 낡은 습관을 혁파하라다. 율곡은 뜻이 서지 않으면 3가지 폐단, 성현의 가르침을 믿지 못하고, 지혜와 용기가 없다고 했다. 율곡은 임금의 큰 뜻이 왕도를 실천하여 어진 정치를 펼치는 것이라며 선조에게도 상소를 올렸다. 율곡은 자신이 존경할 수 있는 역할 모델이자 스승으로 퇴계 이황을 찾아갔다. 또한 율곡은 버려야 할 낡은 습관 여덟 가지를 들고 있다. 책 49쪽에 제시되어 있는 글은 현대인들도 새겨들을 만하다. 특히 일곱째, 부귀영화를 부러워하고 청빈을 싫어하며 거친 옷과 음식을 부끄럽게 여기는 기질에 대해서 독자들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제 2장 치언은 말을 삼가고 두려워하라, 말과 행동을 서로 같게 하라, 말의 도리를 살펴라, 군자의 말법을 익혀라다. 율곡이 관직에 있을 때 김효원의 동인 세력과 심의겸의 서인 세력간의 대립이 있었다. 붕당의 시작이다. 율곡은 신하들이 말을 다스리지 못해 동서간의 대립을 가져왔다고 했다. 결국 나라의 혼란에 이어, 임진왜란이라는 국난을 맞이하는 비극을 초래했다. 제 3장 정심은 마음을 먼저 다스려라, 마음을 하나로 집중하라, 어지러이 흩어진 마음을 다잡아라, 여덟 가지 마음공부법을 익혀라다. 율곡은 어머니 사임당의 죽음 이후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취했다. 우선 욕심과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율곡이 <성학집요>에서 제왕이 반드시 갖춰야 할 마음공부로 제시한 것들 중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고, 감정에 치우치지 않도록 절제하는 것은 제왕 뿐만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요구되는 것이다. 제 4장 근독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경계하고 삼가라, 몸가짐을 바르게 하라, 불경한 생각을 버려라, 리더로서 근독의 본보기가 되어라다. 근독은 홀로 있을 때나 남이 볼 때나 똑같이 행동하라는 것이다. 율곡은 근독의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서 마음, 학문, 행실을 살피고 단속해야 할 대상으로 꼽았다. 그리고 가장 먼저 낮잠과 게으름을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제 5장 공부는 배우고 또 배워라, 독서의 법도를 익혀라, 순서와 절차에 따라 독서하라, 널리 읽고 깊게 토론하라다. 율곡은 독서를 죽어야 멈출 수 있는 평생의 과업이자 의무라고 생각했다. 독서란 앎과 실천이 결합된 말이다. 율곡은 글을 읽는 까닭이 옳고 그름을 분별해서 일을 행할 때 적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율곡은 <성학집요>에서 올바른 독서와 궁리의 방법으로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의문을 가져야 하고, 책 읽기와 생각하기 역시 일정한 과정과 법칙에 따라야 하고, 단 한 구절을 읽더라도 그것을 어디에 적용할 수 있을지 세심하게 관찰하고 헤아려야 한다고 밝혔다. 만약 책을 읽는 것에 그친다면 머리 속 지식만 늘어나는 셈이다. 지행합일이 되지 않는다면 말로만 떠드는 지식인을 양산하는 것이다. 율곡은 그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제 6장 진성은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일을 찾아라, 정성을 다해 실천하라, 사람을 정성껏 대하라, 신뢰받는 사람이 되어라다. 율곡은 어머니 사임당을 여읜 후 성정이 괴팍하고 덕이 없는 새 어머니를 섬기는 일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식으로서의 효를 다했다. 그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기 위해 노력했다. 제 7장 정의는 의로움을 가까이하라, 변화를 두려워하지 마라, 어진 사람을 가까이하라, 정의로운 길을 가라다. 율곡은 <동계거사>에서 모든 가족 구성원이 함께 살아감에 있어서 지켜야 할 내용으로 기뻐하거나 슬퍼하는 일에 치우치는 마음을 가져선 안되고, 한 집안에서 개인 재산을 두지 말고, 가족들끼리 서로 화목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율곡이 그의 저서에서 밝힌 내용은 그가 살았던 조선시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인생을 살아가는 올바른 지침으로 삼을 만하다. <율곡인문학>을 읽는 내내 진작에 율곡의 가르침을 알았더라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율곡의 가르침은 그가 평생을 두고 실천하고자 했기에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지 않는다. 율곡이 쓴 여러 저서들은 한자로 쓰여져 있다. 그래서 원문을 읽기란 쉽지 않다. 저자 한정주는 율곡의 저서들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엄선해서 당시 시대적 상황에 따라서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율곡인문학>을 읽고나니 저자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진다. 연말을 맞이하여 마음을 차분히 독서에 집중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아마도 새해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출발할 수 있으리라. https://m.blog.naver.com/geowins1/221148473609 |
|
|
|
지난 달, 좋은 기회로 최태성 선생님의 강의를 듣게되었다. 이 책은 율곡이 평생의 지침이자 철학으로 삼아 지켜 온 <자경문>을 해체한 후 일곱 개의 핵심 주제들을 숭심으로 다시 통합 정리하는 방식으로 저술했다.
7장 중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선찰오심이다.
책을 읽으면서 <자경문>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어 무척 뜻깊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