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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소설 [현남 오빠에게], 조남주 외. 다산책방.
"페미니즘 소설 [현남 오빠에게], 조남주 외. 다산책방." 내용보기
2017. 12. 7. 목.  최근 잘 나가는 젊은 여성 작가 7인이 요즘 가장 핫한 이슈인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운 단편소설집을 냈다. 각자가 쓴 소설을 우연히 모은 게 아니고, 처음부터 주제를 정해주고 단편소설을 주문했다고 한다. 어떤 방식으로 쓸까 작가들의 고민이 컸으리라고 추측이 된다. 이런저런 불평등에 대한 이슈가 많은 세상인데, 특별히 여성에 대한 불평등을 여성의 시각과
"페미니즘 소설 [현남 오빠에게], 조남주 외. 다산책방." 내용보기

2017. 12. 7. 목.

 

최근 잘 나가는 젊은 여성 작가 7인이 요즘 가장 핫한 이슈인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운 단편소설집을 냈다. 각자가 쓴 소설을 우연히 모은 게 아니고, 처음부터 주제를 정해주고 단편소설을 주문했다고 한다. 어떤 방식으로 쓸까 작가들의 고민이 컸으리라고 추측이 된다. 이런저런 불평등에 대한 이슈가 많은 세상인데, 특별히 여성에 대한 불평등을 여성의 시각과 생각으로 얘기하다 보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지는 않을까 살짝 우려도 되었다. 게다가 여성혐오 혹은 남성혐오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는 현실에서 어떤 이야기로 독자에게 각성을 주고, 남성과 여성 서로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얘기가 나올 지 내심 궁금하기도 했다. 개성이 강한 여성 작가들이라서 그런지 같은 주제를 향하고 있지만 소재들이 하나도 겹치지 않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소설을 썼기에 읽는데 무리가 없었고, 아주 잘 읽혔다. 편지글의 형식, 장차 시어머니가 될 엄마를 바로보는 딸의 시선, 여성의 맘으로 아들을 바라보는 엄마, 상처받은 여성이 일하는 방식, 타협하지 않는 여성 경찰의 삶, 성폭행이나 성희롱을 일삼던 남자들을 향한 복수의 환타지, 우주로 보내지는 미래인(?) 혹은 동물의 정착하는 모습 등, 이야기의 소재와 전개가 다채로와서 읽기도 수월하고 재미있었다. 

 

 

첫 번째 작품인 조남주 작가의 「현남 오빠에게」는 캠퍼스커플로 시작해서 10년을 사귀었기에 당연히 남들은 결혼하는 줄 알고 있지만, 친구의 말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각성을 한 여자가 강현남 오빠의 청혼에 편지로 답을 보내는 글이다. 아주 공손한 말투로 그동안 자상하게 자신을 돌봐주고, 조금만 힘든 일도 알아서 해주고, 심지어 자신의 진로까지 결정해준 현남오빠의 모습이 좋게 보면 아빠 같기도 하고 친오빠 같기도 하지만, 결국엔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음을 깨닫게 되는 나는 청혼을 거절한다. 그리고 청혼을 거절하는 편지 말미에 시원한 멘트를 날린다.

사람 하나 바보 만들어서 마음대로 휘두르니가 좋았니? 청혼 해줘서 고마워. 덕분에 이제라도 깨달았거든, 강현남, 이 개자식아!  --- 38p.

로 끝을 맺는다. 완전 내마음까지 후련해지는 마무리다.

 

 

두 번째 작품인 최은영 작가의 「당신의 평화」는 시어머니에게 시집살이를 고되게 하고, 남편에게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산 정순이 며느리가 될 선영을 집에 초대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여기서 화자는 정순도 며느리감 선영도 아니고, 정순의 딸인 유진이다. 유진은 어머니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어려서부터 봐왔기에 늘 어머니의 편이었고 어머니의 말을 들어주는 유일한 말벗이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그렇게도 힘들어했던 시집살이를 새로 올케가 될 선영에게 똑같이 돌려주려는 모습을 보이자, 계속 말린다. 어머니는 시어머니와 가족에게 최선을 다한 삶을 살았지만, 그게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알면서 며느리에게 다시 똑같이 되갚아줘서 자신도 보상을 받으려는 심리를 강하게 보인다.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듯이 가부장제라는 틀 속에서 어느새 스스로가 시어머니와 똑같이 닮은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모습을 며느리감은 황당하게 바라보지만, 딸 유진은 질린 듯한 표정으로 더이상 어머니의 하소연을 들어주지 않는다. 어찌보면 어머니의 모습이 짠하면서도 안타깝다.

유진의 할아버지는 효자였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아내를 자기 집안, 자기 어머니의 사노비 보듯 했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아빠는 자랐다. 아빠에게 본인의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가여운 존재였다. 그는 자기 어머니에게 보상을 해줄 여자를 구했다. 어머니의 모든 짐을 대신 짊어져줄 여자,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의 모든 궂은 일을 맡아 해줄 여자, 친구 하나 없는 어머니의 말벗이 되어주며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어머니의 생일상을 새벽부터 일어나 차려줄 여자, 떡두꺼비 같은 손자를 낳고 현명하게 키워낼 수 있는 여자. 아빠는 고액 연봉을 받는 파일럿이었고, 그런 여자를 얻을 자격이 있었다.

--- 55p. 

유진의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방식대로 유진의 어머니와 결혼을 했지만, 유진의 동생인 준호는 전혀 그렇질 않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앞으로 어머니 정순과 얼마나 갈등을 빚을 지 불 보듯 훤하다. 그리고 시누이로서 어머니와 올케 사이에서 유진이 참 힘들것 같아서 갑갑하기만 하다.  

 

 

세 번째 작품인 김이설 작가의 「경년(更年)」은 갱년기에 접어든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둔 엄마의 이야기로 다른 학부모에게 아들에 대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시작된다. 공부도 잘하고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던 아들이 또래의 여자아이들과 문란한 관계를 갖는다는 것이다. 귀가한 아들에게 물으니 오히려 자신도 스트레스를 해소할 한 가지는 있어야하지 않냐며 합의하에 관계를 가졌고 콘돔도 사용했다고 큰소리를 친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이 엄마가 원하는 대학교에 가주면 별문제가 없지않냐고 하니, 엄마는 기가 막힐 뿐이다. 열다섯 살의 소년이 이런 생각과 행동을 한다는 게 실제 있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충격적이었다. 좋아해서도 아니고, 호기심으로도 아니고, 스트레스 해소용이라니... 아이아빠에게 물어보니 아들이 강간을 한 것도 아니고, 공부도 잘 하고 있으니, 아들에 대해서는 걱정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오히려 함부로 몸을 던지는 여자아이들을 탓한다. 자신도 딸이 있으면서 내 딸은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아빠... 그야말로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윤서 엄마는 봉인이 풀린 듯이 거침없이 소문을 풀어놓았다. 윤서 엄마의 논리대로라면 성적에 목숨 건 여자아이는 되바라진 여자애였고, 성적에 관심 없는 여자애들은 아이돌이나 따라다니면서 화장이나 하는 골빈 여자애였다. 윤서도 내 딸아이도 요즘 여자애들이라는 것을 잊은 사람 같았다...중략... 윤서 엄마와 헤어질 무렵에야 윤서의 안부를 묻게 되었다. 윤서는 잘 지내지? 야무져서 엄마 걱정할 일을 만들지도 않을테고. 윤서 엄마가 해맑게 웃으며 답했다. "그럼요, 우리 윤서는 그저 순재해빠져서 공부밖에 몰라요." 윤서는 되바라진 여자애구나. 그럼 윤서 엄마는 어떤 여자아이였을까. 나는 또 어떤 여자아이로 사람들에게 평가받았을까. 그 평가 때문에 얼마나 많은 여자아이들이 스스로를 속이고 살아왔던 걸까. 그나저나 그 평가는 누구의 시선에 의해 결정된 것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 111p. - 114p.

아들의 충격적인 일탈에 엄마는 아들과 관계를 가졌을 여자아이들을 걱정하고, 또 초경을 시작하는 딸아이를 보며 안타깝기만 하다.    

 

 

네 번째 작품인 최정화 작가의 「모든 것을 제자리에」는 습진을 오래 앓다가 오른손이 흉해져서 붕대를 감고 다니는 율씨는 붕괴되어 버린 폐건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촬영해서 기록물을 남기는 직업을 갖고 있다. 건물의 층마다 다니면서 꼼꼼하게 촬영을 하는데, 하루는 어지럽혀진 층을 촬영하다가 쓰러진 소파 틈에 천을 발견하고 잡아당겨 보니 그게 치마다. 본능적으로 치마를 얼른 가방에 넣고, 다시 발견한 모자를 또 가방에 넣고 다시 돌아보다가 하나씩 자신도 모르게 그 장소를 정리정돈 하게 된다. 그리고 정리가 끝나고 나와서 카메라를 가방에 넣기 위해 치마와 모자를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리고 뭔가 제자리가 아님을 느끼며 오른손에 감긴 붕대를 푸는데, 어느새 손은 말끔하게 나아있다. 근데 그 손은 내 손이 아니고 내 손보다 후러씬 크고 킨 남자의 손이다.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는 작가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을까 정말 난감했다. 다시 한 번 읽었는데, 그래도 역시 난감하다. 앞의 세 작품과는 방향이 다른데, 마지막에 다 나은 손이 남자의 손이라는 데에 힌트가 있는 듯 하다. 습진을 앓던 손은 남자에게 폭행을 당했거나 성희롱을 당한 손이 아니었을가. 그래서 자신의 삶이 폐건물처럼 무너졌다고 생각하며 살다가 치마가 버려져 있는 공간을 보는 순간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음을 못견디고 치운 것은 아니었을까. 있는 그대로 촬영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본능적으로 정리를 한 것은 그 장소 뿐 아니라 자신의 잘못된 과거까지 제자리에 놓고 싶은 열망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렇게 정리가 끝난 뒤에 오른손은 상처가 없어졌지만, 그 손은 자신의 손이 아닌 남자의 손이다.

그 남자의 손은 내 손목에 붙은 채로 분명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152p.

그 남자가 누구지는 모르지만, 그 남자는 이미 잊었겠지만, 율씨에겐 커다란 상처와 아픈 기억으로 남아서 끝내 지우질 못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 작품인 손보미 작가의「이방인」은 추리소설처럼 읽히는 여자 경찰의 이야기다. 과거의 어떤 잘못으로 혼자 은둔해 있는 여자경찰에게 후배 남자 경찰이 찾아오고 계속 사건을 해결하자고 말하지만 거절한다. 어느 도시에서 계속 벌어지는 여성 연쇄 살인 사건을 함께 조사하자는 후배의 말에 마음은 흔들리지만 계속 거절을 하다가 결국엔 함께 하게 되고, 사건과 연관된 인물을 쫓다가 안타깝게도 후배가 죽게 된다. 사건의 뒤에는 감당하기 힘든 거대한 힘이 있음을 알게 되고, 그녀를 해고하려던 국장은 그녀가 찍어놓은 사진들을 받은 뒤에 복귀를 허가하며 그녀에게 이방인이 납시었다고 한다. 보통의 이런 류의 소설은 남성이 주인공이 되고, 여성은 옆에서 도와주는 주변인으로 나오는데, 이 소설은 그 반대이다. 왜 여성이 주인공이 되어서 남성이 서포트하는 것은 상상하질 못했을까. 그 동안의 고정관념 때문인지, 이 소설의 말미에 국장이 그녀에게 내뱉는 "이방인"이라는 말이 전혀 낯설지가 않다. 그녀가 더이상 이방인이 아니라 수사국의 멤버로서 제대로 섞여서 제대로 경찰의 일을 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이 기획을 청탁 받았을 때, 나는 막연하게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느와르풍의 소설을 한 편 쓰겠다고 마음먹었다. 나는 이러한 소설의 '여성' 주인공은 섹스어필 해서도 안 되고, 사랑에 빠져서도 안 되고, 다른 누군가 -- 특히 남성 -- 의 도움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제한은 사실, 우스운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풍의 소설에서 남자 주인공들은 섹스어필을 하고, 사랑에 마음껏 빠지고, 여성의 도움을 수도 없이 받기 때문이다.  --- 198p. 작가노트 중에서.

 

 

여섯 번째 작품인 구병모 작가의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은 한편의 엽기 환타지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처음엔 여성이 주인공인줄 알았더니 남성이었다. 외딴섬에서 여장남자대회가 열리고 그 대회에 초대받은 남자들은 오천만원이라는 상금에 혹해서 나온건데, 잘 지워지지 않는 진한 화장과 혼자서는 벗을 수 없는 원피스와 부츠를 입고 무대에 서는 순간 화살세례를 받고 살기 위해서 도망치기 시작한다. 여기저기 쓰러져서 피범벅이 된 여장남자들... 홀로그램같이 잡을 수 없는 사냥꾼들의 공격 속에서 회사 동료 대신 참가한 표는 그저 살기 위해서 다른 여장남자와 함께 도망치다가 공격을 하던 한 무리에게 잡히는데, 화장이 반 정도 지워진 덕분에 살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결정은 무섭고 끔찍하다. 

좋아, 허물이 벗겨지는 자는 무죄. 벗겨지지 않으면 유죄. 반만 벗겨지면…….  반만 벗겨진다니 대체, 벗겨지다 만다는 뜻인지, 벗겨지다 말아버리면 자신의 몸은 어떻게 된다는 건지, 무엇보다 그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어떤 즉결심판을 내리려는 것인지 표는 알 수 없었으나 그것을 따지기 전에 사냥꾼들--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집행인들--예닐곱 명이 한꺼번에 표를 밀어 넘어뜨리고 팔다리를 하나씩 맡아 붙들었다.  ---  239p. 

...중략...

통조림 뚜껑으로 흠집조차 나지 않던 원피스는 금속성과 함께 피냄새를 허공에 뿌리며 거짓말처럼 갈라졌다. 손들이 달려들어 옷을 잡아당기자 그전까지 피부의 일부인 양 들러붙었던 한꺼풀의 옷이 떨어져……뜯어져 나갔다. 옷 곳곳에 붙어 나온 살점에서 악취가 풍겼다. --- 240p. 

여기에 초대된 남자들은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하고도 제대로 죗값을 치르지 않은, 자신의 죄를 모르는 남자들이었는데, 이들에게 여성들이 벌을 주고자 일을 꾸민 것이다. 첫장면부터 스펙타클하고 영화를 보는 듯하게 빠르게 전개되는 내용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퍽퍽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여장남자들의 모습은 전혀 반항을 할 수 없고 일방적으로 추행이나 공격 앞에 무방비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약자들의 상황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남자이기 때문에 표가 당해야 한다면 억울하겠지만, 남자이기때문에 다른 남자의 성추행이나 성폭행에 대해서 분명 방관하거나 외면했을 때가 있었을 것이니 그 죗값을 반정도만 치른다고 봐야할까. 어쨌든 이 작품, 잔인한 듯 했지만 완전 신선하고 좋았다. 참고로, 여성의 얼굴과 독수리의 몸을 지닌 하르피아이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의 명으로 신의 비밀을 누설한 트라키아왕인 피네우스의 식탁의 음식을 먹어치우고 어지럽히는 괴물들로 나온다. 죄에 대한 복수를 해주는 정령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일곱 번째 작품인 김성중 작가의 「화성의 아이」는 지구에서 화성으로 쏘아올린 열 두 마리의 실험 동물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내가 화성에 정착하는 이야기다. 여기서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류의 동물인지 사람을 닮았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내가 여기서 만나는 라이카는 오래전 소련에서 쏘아올린 우주선에 타고 있던 개로 이미 죽었지만(?) 화성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라이카를 포옹했을 때 라이카는 내가 임신했음을 알려주며 내 성별까지 확인해 준다. 화성을 함께 돌아다니다가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는 탐사로봇 데이모스를 발견하고 그와도 함께 하게 된다. 데이모스는 나의 피 한방울로 내가 임신 12주임을 알려주고 아이는 잘 크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은 철저하게 나를 챙겨주며 출산을 기다린다. 

나는 이 모든 풍경에, 익숙한 이미지와 친구들로 이루어진 내 둥지에 와락 안심이 된다. 그러자 너로 인해 발생한 나의 말, 다정한 말을 아이에게 건네고 싶어진다.

"나는 온 우주에서 오직 너만을 걱정한단다. 얘야. 모든 별들은 어머니이고 우리는 춥지 않단다."

아이는 태어날 것이다. 나 말고 이모가 둘이나 더 있으니 걱정할 것이 없다. 만삭의 배를 어루만지며 이런 말을 읊조리자 데이모스가 내 성별이 여자냐고 되묻는다. 라이카가 윙크하듯 귀를 쫑긋 세운다.

소리에 화답하듯 배가 한 번 꿈틀거렸다.  --- 271p.

 

 

 

작품 한 편 한 편이 너무도 잘 읽힌다. 앞의 작품들은 어디서 많이 들은듯 하면서도 왠지 입으로 내뱉기는 힘들었던 이야기들이고, 뒤로 갈수록 작품들은 낯선 풍경에 당황하게 하면서 나중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언제부터인가 여성이야기를 하면 "페미니즘" 이라는 말이 나오게 되고,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일단 남성들과 한판 붙으려고 하는 남성혐오자쯤으로 보는 경향도 있다. 페미니즘은 그 동안에 억눌려온 여성의 삶과 이미지, 잘못된 생각들에 대한 개선, 혹은 재정립을 위한 주의인데, 아직도 색안경을 끼고 적대감을 갖는 남성들이 많다. 게다가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말이 있듯이, 여성마저도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말하지 못하고 말할 때마다, "제가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이기도 한다. 여기에 이 책을 쓴 여성작가들은 말한다. 여성이 남성 위에 서겠다는 것도 아니고,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다는 것도 아니다. 여성과 남성은 당연히 차이가 있으므로 그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함께 공존하자는 말이다. 지독하게 뿌리박힌 남존여비나, 남아선호, 게다가 요즘들어 나오는 여성혐오에 남성혐오까지 분명 함께 손잡고 살아야할 여성과 남성이 왜 서로를 못잡아먹어서 안달인지 정말 이해가 안가는 현상들이다. 분명 가족 중에 남성과 여성은 섞여서 살고 있으면서 말이다. 여성이기에 참고 살아야 했고, 여성이기에 마녀로 몰려서 죽임을 당했고, 여성이기에 멋진 작품을 내놓고도 외면당했고, 여성이기에 희생과 봉사를 당연하다는 듯이 강요 당했던 시절이 있었다. 남성적으로 상징 되는 정복, 약탈, 전쟁으로 인해 가장 많이 희생을 당했던 건 여성이었고, 어렵고 힘든 시절 남성들을 세워주고 빛내 주던 것은 어머니, 할머니, 누이들의 희생이 밑받침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론 어려웠던 시절의 할아버지들과 아버지들의 말로 못할 숱한 고난과 지금 이시대에 어려움을 겪으며 가족들을 위해 고생하는 아버지들의 희생도 우리는 알고 있다. 여성과 남성, 남성과 여성은 누가 우월한 것도, 누가 이기거나 져야 살아갈 수 있는 사이가 아니다. 함께 힘을 주고, 함께 도우며,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들이다. 어차피 어느 한쪽 만으로는 세상이 유지될 수는 없다. 화성만 빼고... (화성에 대한 얘기는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이 책의 말미에 나오는 이민경 작가의 발문 중 일부를 적으며 리뷰를 마친다.

이 일곱 편의 이야기들은 바로 거기서부터 이어진다. 컸던 혼란과 두려움이 보다 작은 혼란과 두려움을 낳은 데로부터.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스스로의 생각을 의심하는 데 지쳐 세상과 자신 중에 틀린 쪽이 아마도 자신이라고 생각할 뻔한 어떤 여성을 구해줄 것이다. 그 여성은 홀로 품고 있던 마음이 활자로 태연히 찍힌 것을 보고 자신에 대한 불신을 조금 거두어 볼 것이다. 이미 자신은 틀렸다는 마음을 먹은 지 오래인 여성의 마음마저도 조금 돌려볼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이 자신을 꺼내어놓는 데 필요한 혼란과 두려움은 점점 작아지다가 자취를 감출 것이다. 귀퉁이에 등장하는 조연의 모습에서 자신과 닮은 데를 찾고 반가워하던 여성은 주연이 아닌 것을 상상해본 적 없는 여성 인물들을 잔뜩 보다가 자신도 어느 결에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이런 것을 두고 문학의 힘이라도들 했나. 좀체 와 닿지 않던 말뜻을 이제야 다시 헤아려본다.   --- 282p.- 283p.    

 

 

c*****p 2017.12.11. 신고 공감 15 댓글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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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 - 힘이 되는 페미니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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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독서모임에서 읽고 토론한 책이다. 이번에 두 번째 읽으며 다시 읽기를 정말 잘했다고 느꼈다. 처음 읽을 때 막연하게 공감했으나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놓친 부분을 찾아낼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다.   내용이 친숙하다보니 페미니즘의 이론이 곳곳에 녹아있음을 쉽게 알아 차리고 생각을 정리하기에 좋았다. 또 여성 작가가 묘사하는 여성 캐릭터가 편안하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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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독서모임에서 읽고 토론한 책이다. 이번에 두 번째 읽으며 다시 읽기를 정말 잘했다고 느꼈다. 처음 읽을 때 막연하게 공감했으나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놓친 부분을 찾아낼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다. 

 

 내용이 친숙하다보니 페미니즘의 이론이 곳곳에 녹아있음을 쉽게 알아 차리고 생각을 정리하기에 좋았다. 또 여성 작가가 묘사하는 여성 캐릭터가 편안하게 다가와서 좋다. 다는 아니지만 남성 작가들이 여성인물을 묘사할 때 흔히 신체의 특정 부위에 확대경이나 현미경을 들이댄 듯 강조하는 데서 오는 묘한 불편함이 없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여성 주인공을 주변화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있게 한다는 점에서 자기 인생의 주인은 자신이라는 힘과 희망을 준다. 

 

 

  조남주의 <현남 오빠에게>를 다시 읽으며 새로운 발견을 했다. 작년에 읽었을 때 막연히 공감했던 데서 나아가 두 사람의 문제적 요소들이 정확하게 와 닿았고, 20여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내 연애 경험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러한 갈등 요소들은 완전히 사라졌다기보다 대체로 약해진 형태로 현재 진행형이다. 현남 오빠는 과거의 일과 사실을 두고 주인공과 기억이 다를 때 자신이 맞다고 주장하며 심지어 화를 낸다. 틀린 데도 말이다. 결국 주인공은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며 자기 부정에 빠지려다 극복하는데, 이건 여성들이 가까운 남성과의 관계에서 흔히 겪는 경험이다. 기억뿐 아니라 상대를 주도해야 한다고 압박감을 느끼는 가부장제의 남성들은 상대방 여성의 감정까지도 알아서 판단해 준다. 최근 이런 일로 나는 억울함을 참지 않고 남편에게 분노를 폭발시켰다. 뜻밖의 반응에 당황한 그는 내  화를 풀어주려고 노력했고, 덕분에 우리 집의 힘의 균형이 좀 더 평등해지며 평화로워졌다.

 

 최은영의 <당신의 평화> 역시 다시 읽으며 섬세하게 잘 구성된 소설이라고 느꼈다. 현재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가정문화가 잘 드러나 있다. 특히 모녀 심리학에서 다루는 엄마와 딸의 갈등이 딸 유진의 입장에서 차분하게 조명되고 있어 내가 유진인 듯하다가 유진의 엄마 정순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게 한다. 엄마 정순이 집안의 수족이 되어 일하다 병원에 실려가기 직전까지 남편이자 아빠와 며느리를 들인 후 명예남성으로 집안일에서 물러난 시어머니는 그들만의 평화를 누린다.

 

 소설 속의 정순은 전통적인 여성상에 틀어박힌 여성이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부터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찾으며 자신의 입지를 넓혀야 하는데 그러기는커녕 전통적인 역할을 며느리와 딸에게 고스란히 물려주려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실제로 독서모임에 3년 간 참여하며 정순 같은 여성을 두어 번 보았다. 결국 남편의 반대로 한두 번 참여하다 그만두었다. 진정한 평화는 일방적인 것일 수 없다.

 

 김이설의 <경년>은 청소년의 성문제를 다루고 있어 다시 읽어도 흥미로웠다. 특히 이번에는 비판적 관점으로 읽었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많은 청소년들이 '야동'을 접하고 성의 상품화로 인해 지속적으로 성에 노출되어 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성교육은 여전히 현실을 따라잡지 못한다. 지금은 초등학교 남학생들이 인터넷에 떠도는 여성혐오를 통해 셀프 성교육을 받고 있다고 페미니스트 교사들이 우려할 정도다.

 

 사춘기를 벗어나면서 아들이 엄마와 거리를 두는 반면 아버지와 가까워지는 것도 문제다. 부자 간의 친목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아들이 엄마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기피하면서 남자들만의 세계에 빠져 남성연대를 이루며 엄마를 통해 여성의 입장과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초기 다리를 끊게 된다는 점이다. 소설 속의 엄마인 나는 아들로 인해 상처받았을지 모르는 여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며 미안해하기보다 향후 아들과의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 화성연쇄살인범의 엄마도 자기 아들은 착한 애라고 하지 않던가. 난 그 기사를 읽고 기가 막혔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엄마와 아들은 얼마나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엄마가 자기자신은 물론 아들을 객관화해야 한다.    

 

 구병모의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은 참신한 소재에 그리스 신화적 판타지를 입혀 흥미진진하게 읽은 소설이다. 벗고 싶어도 벗을 수 없는 옷과 구두,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는 화장, 살기 위해 달려야 하는데도 복장이 불편해 제대로 달릴 수 없는 비참함. 이 모두 남성중심 사회가 여성들에게 강요하는 현실을 상징한다. 어쩌다 여성들은 이렇게 불편한 복장으로 살게 됐을까? 물론 요즘은 본인의 선택과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탈코르셋'을 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아직도 한편에서는 성형을 하다 목숨을 잃고, 여학생들이 다이어트로 건강을 잃고, 페미니즘과 '탈코르셋'에 동참한 여성 연예인이 악플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다. 사회의 요구와 아름다움에 대한 무의식적 강박에 사로잡힌 여성들은 아직도 자유롭지 않은 세상이다.

 

 또한 이 소설은 '표'처럼 페미니즘에 중립적인 남성의 위치를 생각해보게 한다. 성범죄자인 동료 대신 여장대회에 참가한 '표'가 죽임을 당하게 됐으니 참으로 억울해보인다. 그에게 유일한 잘못이 있다면 성범죄자인 동료와도 잘 지낸다는 것이다. 가부장제 사회는 남성연대가 작동하는 사회다. 소수의 성범죄자를 다수의 남성들이 묵인하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경우처럼 심지어 주변인들이 옹호하기도 하면서 강간문화를 유지시킨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인간적 양심에 비추어 잘못된 것은 잘못됏다고 말해야하는데 침묵과 옹호로 강간문화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립적인 사람은 공범자다. 애초에 '표'가 여장대회에 참가하게 된 것도 동료 '한'이 부탁했기 때문이 아닌가. 죽음의 위기를 맞은 '표'가 뒤늦게 깨달은 것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해야 했던 여성들의 위치성이다.

 

 최정화의 <모든 것을 제자리에>는 처음 읽었을 때 느낀 신선함보다 너무 추상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손보미의 <이방인>은 전형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나 정의와 직업의식에 투철한 여성 형사의 활약이 매력적이다. 영화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의 퓨리오사를 연상시키는 아니무스형 여성상이 반갑다. 김성중의 <화성의 아이>는 다시 읽어도 사랑스러운 소설이다. 뱃속에 새로운 생명을 품은 채 화성으로 날아와 당황하지만 친구들과 함께하며 불안하지 않은 미래를 기대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우리의 미래도 이렇지 않을까.  

 

 

 

a*******5 2019.10.18. 신고 공감 10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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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빛깔 페미니즘 단편집, [현남 오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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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독서모임에서 <82년생 김지영>을 추천해 읽고 토론했다. 3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에 걸친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의 회원들이 모두 공감했다. 한국여성의 현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계기가 되어준 소설이라는 점과 독서모임 회원들과 페미니즘을 자연스럽게 공유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보람 있었다. 조금 아쉬운 점은 사회소설이 지닌 딱딱함이다. 하반기에 내가 <현남 오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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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독서모임에서 <82년생 김지영>을 추천해 읽고 토론했다. 3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에 걸친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의 회원들이 모두 공감했다. 한국여성의 현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계기가 되어준 소설이라는 점과 독서모임 회원들과 페미니즘을 자연스럽게 공유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보람 있었다. 조금 아쉬운 점은 사회소설이 지닌 딱딱함이다. 하반기에 내가 <현남 오빠에게>를 추천하게 된 동기에는 책 자체에 대한 궁금증도 있지만 <82년생 김지영>에서 느낀 아쉬움에 대한 보상심리도 작용했다.

 

 조남주의 [현남 오빠에게]는 편지 형식의 글이다. 현남 오빠와 함께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며 청혼을 거절하는 '나'의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도움주기, 칭찬하기, 간섭하기 등은 사람들 사이에서 빈번히 일어난다. 현남 오빠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받으며 오빠의 의존적인 여자로 길들여지는 사이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나'의 모습을 통해 연인 관계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쉬운 여성의 자아가 상실되고 구속되는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 

 

 최은영의 <당신의 평화>는 삐거덕거리는 현대판 시집문화를 보여준다. 시어머니가 될 정순은 며느리가 될 선영을 집에 초대한 첫날부터 길들이려 하지만 딸 유진이 나서서 엄마를 말리는 모양새다. 혹독한 시집살이를 견디며 가족을 위해 희생해온 정순은 딸 유진에게 피해의식을 물려주고 며느리에게서 보상을 받으려는 구시대적 여성, 젊은 여성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명예남성이고 바로 우리 엄마 세대의 모습이다.

 

 김이설의 <경년>은 이른 나이에 성 경험을 하는 요즘 청소년 문제를 통해 가부장제하에서 남성의 성적 만용을 방관 또는 부추기고 여성을 착한 여자-나쁜 여자로 이분화해 바라보는 문제적 시각를 다룬다.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다른 여학생들과 피임 후 성관계를 가져온 중2아들의 당돌함을 대면하는 엄마와 아빠는 당황하지만 결론을 내리는 시각이 판이하게 다르다.

 

 최정화의 <모든 것을 제자리에>는 붕괴된 건물의 내부 영상과 이미지 파일을 자료로 보관하는 작업을 하는 율씨를 통해 통제와 질서, 규칙이 지배하는 남성중심의 좌뇌형 문화가 지닌 강박성을 보여준다. 습진이 생긴 오른쪽 손이 어느새 깨끗하게 나아 '어떤 남자의 손'으로 변해있는 마지막 대목이 상징적이다.

 

  손보미의 <이방인>은 느와르풍의 소설이다. 능력과 열정을 갖춘 여성 수사관이 실수로 인해 받게 된 정직 처분과 양심의 가책으로 인한 좌절을 극복하고 비리에 연루된 제약회사의 비밀을 케는 수사에 참여하며 복귀하는 모습은 '현남 오빠에게' 결별을 선언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는 또 다른 '나'의 미래상이라 할 수 있다.

 

 구병모의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은 여성의 현실을 신화적 상상력으로 구현한 독특한 작품이다. '누군가가 불편하게 여기거나 심지어 증오하는 인간과도 거리낌 없이 친숙히 지내고 편의를 봐주는' 표는 오천만 원의 상금+α에 혹해서 성폭력 전과가 있는 동료 한의 부탁으로 여장대회에 참가한다. 난데없이 나타난 사냥꾼들의 추격을 받다 '어둠 속으로 추락하는' 위기를 맞은 순간 그는 '머리카락과 옷을 빼앗기고 굴 껍데기와 사금파리로 살이 도려내어져 살해당한' 고대의 여성 수학자이자 철학자 히파티아를 떠올린다. 가부장제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남성이 죽음의 순간에야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살아가는 여성의 현실을 이해하게 되는 비극성을 스릴 넘치는 판타지 모험으로 보여준다. 

 

 김성중의 <화성의 아이>'화성에 쏘아 올린 열두 마리의 실험동물 중 오직 나만 살아 남았다'로 시작하는 사랑스러운 단편소설이다. '나'는 '암컷'으로 드러날 뿐 굳이 '인간 여자'임을 밝히지 않는 데서 모든 생명과 새로운 생명을 품은 생명의 소중함을 경쾌한 우주 언어로 희망을 담아 전달한다.

 

 여기에 실린 일곱 편 모두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었다. 우리의 현주소를 담은 앞의 세 편은 이해도 공감도 수월했다. 독서모임 회원들이 가장 공감한 소설들이다. 하지만 [현남 오빠에게] 마지막에서 '강현남, 이 개자식아!'라고 '나'가 일갈하는 대목에서 공감하기 어렵다는 회원도 있었다. 현남 오빠를 탓하기 전에  '나'의 성찰과 반성이 더 깊이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가장 논의가 활발하게 오간 작품은 요즘 청소년의 성관계를 바라보는 부모의 관점 차이를 드러내는 [경년]이었다. 부모의 입장인 중년이 많은 독서모임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끝날 것 같지 않은 화제였다.

 

 나는 뒤에 실린 네 편의 소설들을 더욱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구병모의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은 요즘 부는 '탈코르셋' 바람을 연상시킨다. 여장대회라는 가상현실을 통해 벗겨지지 않는 타이트한 스커트와 하이힐이라는 여성의 기호 속에 갇힌 성폭력 남성들을 신화적 상상력으로 처벌하는 것으로 설정한 장면이 스릴 넘치면서도 끔찍했다. '그의 모카신을 신고 두 개의 달 위를 걸어볼 때까지 그를 판단하지 말라'는 인디언 속담이 있을 정도로 서로의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페미니즘 소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나 독서모임에 적극 추천한다. 

a*******5 2018.11.24. 신고 공감 6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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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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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단편집에 참여한 작가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사실 이 단편집이 나왔을 때 제목을 보고 뜨끔하기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온라인 서점에 등록된 짧은 평들을 보며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싶었다. 조남주 작가의 <현남 오빠에게>는 읽어보면 별 내용 없다. <82년생 김지영>과 마찬가지로 그냥 평범한 누군가의 회고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는 충격적인 폭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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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단편집에 참여한 작가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사실 이 단편집이 나왔을 때 제목을 보고 뜨끔하기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온라인 서점에 등록된 짧은 평들을 보며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싶었다. 조남주 작가의 <현남 오빠에게>는 읽어보면 별 내용 없다. <82년생 김지영>과 마찬가지로 그냥 평범한 누군가의 회고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는 충격적인 폭로이겠지만 내겐 무던한 전개였다. 아마 일종의 의식화 과정에서 그 단계는 통과한 모양이다. 현남 오빠가 깔아준 (꽃은 없는) 길을 걸어온 주인공의 20대. 그 중에서도 이것 봐라? 싶었던 게 친구 지은이 이야기였다. 현남은 야구를 핑계로 3인 데이트를 하며 지은이를 꼬셔보려고 했지만 실패한다. 지은이는 주관이 뚜렷해서 현남의 꾀에 잘 넘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아, 그렇다고 지은이가 현남에게 여지를 주거나 한 건 전혀 아니다. 여자라면 누구나 안다. 전후 상황을 보면 지은은 현남에게 관심도 없고, 정말 말 그대로 친구와 야구장에 놀러간 것일 뿐. 십년이 가까운 연애 속에 수많은 지은이들이 있었을 거다. 두 사람이 한 것은 연애지 사랑이 아니기에 이 길고도 짧은 편지가 탄생한 것이다. 대다수는 이 커플 같은 연애를 한다. 평범하다. 하지만 사랑 같지는 않다. 계산하는 사랑도 사랑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두 사람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면 괜찮지 않나 생각도 했다. 어느 선까지는 양보할 수 있는 것니까 말이다. 나를 아낌없이 내어주는 것만이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순 없으니... 어떻게 모두가 소설같은, 영화같은 그런 열렬한 사랑을 하겠는가? 모두가 그런 사랑을 한다면 로맨스 장르는 벌써 폐업했을 것이다.

 

조남주 작가 스스로도 작가 후기에서 밝혔듯, 주인공과 현남의 이별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식민지가 독립 선언을 한다고 쉽게 풀어주던가? 주민번호를 비롯한 모든 것을 공유한 관계가 그리 쉽게 끝이 나겠는가? 현실을 조금 비튼 글이기에 그런 우려를 품게 된다는 점이 좀 슬프다. 단편집에서 세 편을 골라 읽었는데 조남주와 최정화, 구병모의 글이었다. 최정화의 단편이 참 좋았다. 후기에도 공감했다. 라면을 한 번도 안 먹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 노랭이 커피 믹스를 한 번도 안 마셔본 사람은 있어도 딱 한 번만 마셔본 사람은 없다. 이런 느낌으로, 페미니즘을 모르던 사람은 있어도 알게 된 후는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냥 직진만 있을 뿐이다. 세계를 보는 눈이 바뀌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것을 잘 담아낸 단편이 바로 <모든 것을 제자리에>다. 주인공 율은 건물잔해를 찍는 촬영기사인데, 습진으로 고생중이다. 과장은 율의 상처-외모에 관심이 많다. 율이 나중에 숏커트로 머리를 자른 후에도 굉장히 아쉬워한다. 율은 그런 관심이 달갑지 않고 알은체 좀 안 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어쩔 수 없다. 습진이 심해지니 붕대를 칭칭 감을 뿐이다. 보여주기 싫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율은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해야할 것 같아서) 무너진 건물의 일부를 치우고 정리해서 사진을 찍는다. 누가 봐도 정리된 사진에 당황하던 율은 자신의 손이 모르는 남성의 손으로 바뀐 것을 알게 된다. 습진 좀 걸리면 어떤가. 머리 좀 자르면 어떤가. 무너졌으면 무너진대로 그대로 놔두면 어떻겠는가. 뭐가 그렇게 달라진단 말인가?

 

왜 모든 것을 제자리에 놓아야 할까? 제자리에 둔다는 것은 누가 정했나? 제자리라는 것, 옳다는 기준- 사회의 통념을 누가 내게 가르쳐주었나? 율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쓰고 나서야 자기의 손이 누군지 모를 남성의 손이 된 것을 깨닫는다. 내 몸은 몸이되, 행동은 누군가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를 구성하는 모든 사고가 정말 나만의 것인가. 그런 고민이 드러난 소설다운 소설이었다. 좋았다. 역시 최정화... 구병모 작가도 기대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신화를 옮겨온 축제. 내가 벌받아야할 것을 다른 이를 내세워 처단하는 비겁자도, 그 자리를 채운 것이 나는 여기에 책임이 없다고 했던 방관자라는 것도 충분히 현실적이었다. 이건 아니라며 반대를 선언한 이가 실은 피해자와 다름없으며 그가 스러지는 것 마저도.

 

김이설 작가의 소설을 비롯한 나머지 작품들은 조금 더 찬찬히 읽을 예정이다.

e***a 2017.12.19. 신고 공감 6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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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결산] 여성주의 렌즈로 보는 습관『현남오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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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문학은 [김지영]열풍이었다. 『82년생 김지영』을 만든 조남주 작가가 이번엔 '강현남'이란 남자를 만들었다. 표제작  『현남오빠에게』란 작품이다. '현남오빠'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최은영 작가가 만든 선영, 준호도 있었고 유진과 정순도 있었다. 『쇼코의 미소』가 좋았었기 때문에 작가의 이름만 봐도 반가웠다.「당신의 평화」라는 작품이었다. 김이설 작가의 작품을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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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문학은 [김지영]열풍이었다. 『82년생 김지영』을 만든 조남주 작가가 이번엔 '강현남'이란 남자를 만들었다. 표제작  『현남오빠에게』란 작품이다. '현남오빠'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최은영 작가가 만든 선영, 준호도 있었고 유진과 정순도 있었다. 『쇼코의 미소』가 좋았었기 때문에 작가의 이름만 봐도 반가웠다.「당신의 평화」라는 작품이었다. 김이설 작가의 작품을 읽은 적은 없는 것 같지만 처음 접한 그의 작품 「경년庚年」은 퍽 인상깊은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가장 열심히 읽었던 「모든 것을 제자리」란 작품은 최정화 작가의 의도(있든 없든)를 찾아보겠노라 밑줄 그어가며 반복적으로 읽어보았던 작품이다. 그만큼 보람도 있었다. 손보미 작가의 「이방인」역동성과 무거움을 동시에 주었던 가장 낯선 분위기의 작품이었다. 경찰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역시, 구병모야', 하며 읽었던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은 현실의 적나라함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여성들의 절규를 들려주었다. 구병모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마지막으로 7개의 작품 중 가장 따뜻한 미소를 짓게만든 작품은 김성중 작가의 「화성의 아이」였다. '암컷'들의 화성이다.

 

  무지개가 생각난다. 단순히 7개의 작품이 실렸다는 이유로 무지개를 떠올리다니 진부하단 생각도 했다. '무지개' 하니까 근원의 색감들을 모아놓은 느낌이다.

 

  단백질에서 인류로 진화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겠지만 그 시간만큼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기반한 불평등은 강철같이 21세기에도 굳건하다. '꼴페', '한남충' 등 혐오단어들을 총알삼아 서로에게 겨누는 전쟁을, 남의 집일처럼 지켜보던 내게 무어라 설명하기 힘든 분노와 깨달음이 싹 트기 시작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전환이 일어나는 순간들이 쌓여갔다. '왜'라는 의문조차 품지 않았던 사건들로부터 부당함이나 억울함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아직도 뚜렷하고 확신에 찬 어조로 페미니즘 이야기를 하진 못한다. 페미니즘이 이 사회를 흔들기 시작했다는 것에 침침한 눈이 확 뜨게 하는 기분이었다. 일곱빛깔 작품들이 내가 저기까지 건너갈 수 있는 징검다리용 돌 하나 놓고 간 것 같다.

 

  작품의 배열이 잘 되었다.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소설집'이란 무게감을 잊고 가볍게 입문할 수 있게 출발로 「현남오빠에게」로 잡은 것은 탁월한 배치였다. 청혼받은 한 여성이 10년 간의 연애에 종지부를 알리고자 애인에게 쓴 편지글 형식이다. 대학 신입생때부터의 이야기가 담겼으니 20, 30대 여성들이 몰입할만한 글이다. 역시 조남주 작가 작품에서 느껴졌던 사실적이며 대중적인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다. 강현남이 82년생 중 '김지영' 처럼 84년생 남자 이름들 중 가장 흔한 이름인 것 같진 않지만.

 

  「당신의 평화」는 30대 이상의 여성들이 공감을 많이 할 작품이다. 맏딸 유진을 통해 시어머니의 구박과 남편의 무시 속에서 40여년 간 결혼생활을 한 엄마 정순을 그린 이야기다. 아마 우리 주변의 60대 이상 어머니들 모습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분들은 부모에게 효도했지만 자식에겐 대접 받지 못한 끼인 세대들이기도 하다.

정순은 언제나 자기 행동의 의미를 찾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의 행동이 옳고 귀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버텨왔다. 유진도 그 사실을 알았다. 누군가에게 강요받은 것이 아니라 모두 엄마의 자유의지로, 엄마의 신념대로 살아왔다는 믿음으로 정순이 견뎌왔다는 것을. 그런 엄마가 자신의 삶을 '이런 삶'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69쪽, 「당신의 평화」 중)

가부장제의 속박을 깨지 못하는, 아니 깰 생각도 없는 엄마를 바라보는 유진의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곧 나의 마음과 같았다.

 

  「庚年경년」은 40대 이상 여성 중 엄마라면 아들과 딸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작품이다. 중학생 아들이 엔조이를 목적으로 여러 여학생들과 성관계를 맺었다면 나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윤서는 되바라진 여자애구나. 그럼 윤서 엄마는 어떤 여자아이였을까. 나는 또 어떤 여자아이로 사람들에게 평가받았을까. 그 평가 때문에 얼마나 많은 여자아이들이 스스로를 속이고 살아왔던 걸까. 그나저나 그 평가는 누구의 시선에 의해 결정된 것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114쪽, 「庚年경년」 중)

세훈(세은)엄마인 '나'는 아들인 세훈의 걱정보다 상대방 여학생들이 더 걱정스럽고 미안하다. 미성년이 성관계를 맺으면 남학생은 능력있는 것이고 여학생은 되바라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 와중 딸아이의 초경이 있었다. '나'는 세훈이와 만난 여자애들(지예, 수민, 가영, 혜빈, 소영)이 떠올렸다.

그 아이들도 생리를 할 텐데, 걔들도 처음엔 무섭고 떨렸겠지. 누군가 그 아이들을 안아주면서 괜찮다고, 너희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었으면.

"엄마, 엄마도 울어? 왜 울어. 나 안 울게, 울지 마."

네가 여자여서, 세상의 온갖 부당함과 불편함을 이제 어린 너와도 나눠 갖게 된 것이 서글프기 때문이라는 걸 말할 수는 없었다. (119쪽, 「庚年경년」 중)

 

  「모든 것을 제자리에」는 페미니즘을 어떻게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소설집 전체를 다 읽고 다시 읽었다. 그제서야 무언가 보였다. 작가가 곳곳에 배치한 대화들 속에서, 일상의 언어들 속에서 발견한 것이다. 율의 손은 습진으로 엉망이다. '젊은 처자의 손(128쪽)'이라서 더 눈에 띈다. 대화의 물꼬는 오직 반복되는 습진 이야기다. 재개발로 지정된 건물의 폐허에 들어가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는 일을 하는 율은 그곳에 남겨진 흔적들을 그대로 찍기만 했다. 그게 자기가 해야할 일이니까 알 수 없는 불편함에 대해선 라면 국물로 달랜다.

사진은 그저 기록일 뿐 예술가의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과장은 아마 잊고 있는 모양이다. 사진에서 그가 어떤 꺼림칙함을 느꼈다면 그것은 응당 당연하다. 왜냐하면 그 사진들은 모두 잿빛으로 그을어 있으며 형태는 무너져 있고 또 가지런하게 그들이 지켜온 질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그 사진 속에는 사람이 없고 사람의 흔적이 있으며 그러나 그 흔적 또한 파괴되어 있기 때문이다. (131쪽, 「모든 것을 제자리에」 중) 

이 소설에서 율의 동선은 단조롭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면들이다. 거기 안에서 나누는 대화들을 한 발 떨어져 듣고 보고 있자니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자르시게?

아주 짧게요.

아주 짧은 단발?

아니요. 컷트요, 숏컷.

 

근데 손은 어쩌다 그랬대?

칼에 베였나? 나도 전에 사과 깎다 베인 손이 낫질 않아 고생한 적이 있었는데.(136쪽)

 

요새는 짧은 머리 여자들이 많지만 율씨는 숏컷을 하니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보여요. 게다가 손까지 그리 칭칭감고 있으니까 뒤에서는 생판 딴사람으로 보이지 뭡니까.(137쪽)

 

여자인 율이 짧은 머리를 자르러 가서도 '여자'라서 단발 이상의 짧은 머리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레짐작, 손을 다친 것은 주로 '여자'들이 하는 과일깎기 또는 음식 만들다 다쳤을 것이란 지레짐작이, 여자라면 비율적으로 높게 경험했을 일들을 끼워 생각하는 것이다.

 

공동체를 지향하는 나름 진보 성향의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옷가게에서의 경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남녀공용 상품이 절반 이상 진열된 가게이면서 막상 율이 M사이즈의 바지, 셔츠, 가디건을 골랐다. "혹시 남편분이 마른 체격이신가요?"(141쪽)라는 질문.

 

율은 반기를 들 줄 모르는 듯 하다가 소심한 반기를 조금씩 들기 시작한다. 상대방에게 들릴듯 말듯 할지라도. 폐가에 들어가 사진 찍는 일을 여자가 버티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잘 버티는 율에게 칭찬을 던진 과장의 태도에 율은 지금까지 출근할 때마다 느끼던 두려움의 실체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여자'직원으로 바라보는 말, 눈빛, 태도들이 율을 불편하게 해왔다는 것을 서서히 알아간다,

당시에 내 머릿속에 들어 있던 단 한 가지 생각은 모든 것을 제자리에 놓아야 한다는 것이었고 방을 다 치우고 난 뒤에 나는 거의 탈진 상태였다. 하지만 가능한 한 그 집이 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물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고 나는 그게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150쪽)

 

손보미의 「이방인」은 2년 전만 해도 유능한 경찰이었던 '그녀'가 자살 증강현실 중독에 시달리는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녀가 어쩌다 그렇게 추락했는지를 역추적하게 하는 소설이다. 경찰을 떠올리면 남성 중심의 직업군이다. 거기서 '유능함'까지 갖춘 경찰 역할은 대부분 남성이었던 영화나 드라마 밖에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손보미 작가는 여성으로 규정했다. 사람들은 여자 경찰이어서 더 엄격한 잣대로 평가한다. 마치 실수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물어 뜯는다. 경쟁의 소굴 속에서 버텨온 그녀가, 타고난 직감과 훈련된 수사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남자 경찰에 비해 더 필사적으로 바등거렸지 않을까란 짐작을 해본다. 인정은 긴 시간의 노력이 필요했지만 퇴출은 한순간이었다. 이 소설에서 다루는 또 다른 한 가지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이다. 범죄 대상이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다. 다른 나라의 성별 피해 비율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경우 여성 범죄 피해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국가내 성별로만 따졌을 경우 한국 49:51, 미국 77.4:22.5) 강력 범죄로 범주를 좁히면 여성의 피해 비율은 수직 상승한다.(거의 피해자 10중 8명이 여성) 아마 손보미 작가는 여기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나 싶다. K시에 일어나는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모두 여성으로 설정된 점, 정치권력, 재계권력, 국가기관까지 얽혀있다는 것을 슬그머니 보여주면서 단편에서 모두 실을 순 없지만 메세지는 명확히 전달하는 소설이었다. 소설 속 그녀가 괴로운 것은 죽은 여자애의 말을 믿지 않았다는 것, 남자애의 말만 믿었다는 것이다. 어떤 사건인지를 처음부터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독자가 어떤 사건인지 알아 가게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소설이다. 거기에 느와르풍의 소설이란 점도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무엇보다 그녀가 다시 경찰로 복귀해 줘서 더욱 반갑다.

 

구병모의 작품은 비현실적인데도 어색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마법같은 상황들을 억지로 만들어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게 한다.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에서도 그렇다. 상금 5000만원이 걸린 여장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낯선 섬에 들어간 '표'의 이야기다. 작년에 있었던 유명 가구 회사내 동료직원 성폭행 사건이 떠올랐다. 구병모 작가는 그 사건의 가해자를 '한'으로 설정했다. '한'이 한 짓이지만 '표'는 사회적 관계를 고려해 '한'을 비난하지 않고 일정한 관계를 유지한다.

너만 모르지, 아니 아는데 모르는 척하는지도. 그렇게 둘러대고 신경쓴다는 점에서 넌 이미 호구야. 네가 상대해주니까 널 계속 찾는 건데 그걸 받아주면 너도 한과 다를 거 하나 없어, 오십보백보야. 그런 무해한 척하는 순진함은 사실 나태함의 다른 이름이고 결국 넌 기꺼이 2차 가하재로 복무한거야…… 말이 심하다니 천만에, 그걸 복무가 아닌 다른 어떤 이름으로 부를 수 있겠니…… 피곤하다고? 저쪽은 인생이 조각났는데 고작 피곤함 따위를 내세우게 생겼냐고…….(224쪽)

표의 어정쩡한 태도를 본 한은 이를 교묘히 이용하여 초청장을 받은 것은 본인이면서 표에게 대행료를 지불할테니 대신 나가줄 것을 부탁한다. 언젠가 협업하게 될지도 모르는 직장 동료와 불편한 관계를 싫어하는 것도 있지만 300만원이라는 대행료와 잘 하면 우승상금 5천만원도 받을 수 있다는 의구심 드는 액수에 두 눈 질끈 감고 참가하기로 한다. 도대체 누가 왜 여장대회를 열었는가? 그리고 참가자들을 사냥하는가?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아도 독자는 알아챌 것이다.

 

   드디어 마지막 작품「화성의 아이」로 왔을 때 나는 조금 지친 상태였다. 여섯 개의 다른 이야기들은 뒤죽박죽 되었고 뒤로 갈수록 소설의 이면을 계산해야 하는 난해한 작품들이었기 때문이다. 마침 그때 나의 피로를 이미 안다는 듯 고생했다며 따뜻한 기운으로 나를 다독여준 작품이 「화성의 아이」였다. 우주선에서 300년 동안 동면한 클론이 화성에 도착하여 깨어난다는 이야기, 복제인간과 대화하는 개의 영혼 라이카, 그 개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벼룩 4마리, 화상 탐사를 위해 화성 곳곳의 사진을 찍고 분석하여 지구로 보내던 탐사로봇 데이모스까지, 이것이 '전원on'을 포함해 생명체 전부다. 아니, 클론 뱃속에 자라는 아기까지 포함시켜야겠다. 동정녀 마리아도 아니고 인간들이 우주에 내보내는 클론에게 임신까지 시키는 실험을 한 그 무자비함에 라이카는 분노했지만 어쨌든 복제인간, 영혼, 로봇. 뱃속 아기는 이제 화성의 태초가 되는 것이다.

"나는 온 우주에서 오직 너만을 걱정한단다.얘야. 모든 별들은 어머니이고 우리는 춥지 않단다." (271쪽)

 

너희들의 어머니는 여자였다. 두더지 게임처럼 고개를 쳐들고 망치로 맞으면 숨었다가 다시 고개를 쳐드는 일이 반복된다. 울퉁불퉁 튀어나온 것을 용납하지 않는 세계에서 이상하고 잘못되었다고 말하기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용기내지 않아도 될 상황이어야 하는 게 정상이었는데 왜 우리에게 '용기'가 필요해진 건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 아직은 다수의 편리함을 깨지 못하는 우리의 여린 면면들 속을 좀더 옹골차게 채워가고 배워가야할 것 같다. 늦은 밤길을 걸으면 불안해하고 짧은 바지를 입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야하고 갑갑해하면서도 브래지어 후크를 열지 못하는 것은, 용기의 문제가 아니라 고착화된 시선의 문제라는 걸.

 

 

 

 

 

 

 

 

 

 

 

 

 

 

 

 

 

 

YES마니아 : 로얄 g********s 2018.01.29. 신고 공감 5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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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작가들에 의해 써진 여자 이야기.
"여성 작가들에 의해 써진 여자 이야기." 내용보기
이 책을 페미니즘과 관련해서 읽었다. 여성들의 문제를 넣어서 생각하고 읽었다고 보면 된다. 7인의 여성작가가 쓴 7편의 글, 모두가 개성이 있고 독특함이 있는 글이었다. 소재를 이상한 곳에서 가져온 것도 있고, 고도의 비유적 요소를 사용하고 있는 글도 있다. 흥미보다는 문제 삼아 읽었다고 해도 될 듯하다. 지금 베스트셀러로 각광받고 있는 소설이지만, 잘 인정할 수 없는 내용들
"여성 작가들에 의해 써진 여자 이야기." 내용보기

이 책을 페미니즘과 관련해서 읽었다. 여성들의 문제를 넣어서 생각하고 읽었다고 보면 된다. 7인의 여성작가가 쓴 7편의 글, 모두가 개성이 있고 독특함이 있는 글이었다. 소재를 이상한 곳에서 가져온 것도 있고, 고도의 비유적 요소를 사용하고 있는 글도 있다. 흥미보다는 문제 삼아 읽었다고 해도 될 듯하다. 지금 베스트셀러로 각광받고 있는 소설이지만, 잘 인정할 수 없는 내용들도 있다. 남성과 여성의 가정, 사회적 위치에 대한 생각 등이 그것이다. 요즘 우리들의 생활상에서 남녀의 성 구분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나는 본다.

 

현남 오빠에게

너무 어릴 적에 남자를 만나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지방의 도시에서 서울로 진학해 학교생활을 적응해 나가는데 도움을 많이 받은 현남 오빠와 늘 저자세의 관계로 만남이 이루어진다. 오빠 위주로 생활이 이루어지고 오빠의 생각이 둘의 생각인 양 포장된다. 그리고 그것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이루어져 간다. 서로 소통하는 듯 모든 자료를 공유해 가지만 정작 오빠의 그늘이 되고, 나의 삶은 없어진다.

오빠가 좋아하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되어야 하고, 오빠가 싫어하는 나의 친구는 만나지 말아야 한다. 같이 수업을 들으면서 교수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주면 오빠는 그 교수를 싫어하게 되고 내 수업도 영향을 받는다. 오빠와 당연히 같이 사는 것으로 여겨져 가고, 나의 삶은 어느 곳에서도 공간이 없다. 내가 친구를 몰래 만나는 것도 그 공간을 조금이라도 만들어 보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 글은 현남 오빠의 당연히 응할 것이라 믿으면서 한 청혼에 편지로 거절의 의사를 표현하면서 시작된다. 둘의 만남과 사귐, 그리고 여자의 삶은 당연히 남자의 삶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는 듯 이루어져 가는 둘의 관계, 그 굴레에서 벗어나 자각의 깨달음을 얻으면서 자신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여자의 이야기다. 여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특이한 얘기다. 남녀 관계가 종속적인 관계가 아니라 대등의 관계임이 당연한데, 이곳에서는 현실이 그렇지 못함을 현남과 나의 관계를 통해서 조명해 보고 있다. 마지막 문장이 충격적이고 파격적이다.

오빠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나를 돌봐줬던 게 아니라 나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었더라. 사람 하나 바보로 만들어 마음대로 휘두르니까 좋았니? 청혼해줘서 고마워. 덕분에 이제라도 깨달았거든, 강현남, 개자식아! 현남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듯하다, 어느 쪽에 편들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또한 남녀의 만남, 둘의 관계를 보편적인 관계로 확대시키기엔 무리가 있는 듯하다.

 

당신의 평화

재래식 기구한 여인의 삶을 표현하면서 오늘의 여성들의 삶을 드러내 보고자 한다. 선영은 며느리가 되기 위해 시집이 될 공간에 시아버지가 될 사람의 생신에 초대받아 간다. 그 시어머니가 될 정순은 은인자중하면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남편을 받들면서 아이를 키우고 살아온 전형적인 유교적 가정의 어머니다. 그 어머니는 며느리 될 사람에게 이런 저런 일을 시키고자 한다. 자신이 그동안 그렇게 당해왔던 것처럼. 하지만 딸과 아들, 남편은 선영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고 선영은 그 자리가 불편하다.

이런 상황에서 그 여인은 자신의 애환을 딸, 유진에게 하소연하는 상황이 된다. 자신이 겪어온 자신이 없는 삶, 집의 어른들과 남편과 자식을 위해서 헌신하면서 자신이 없는 삶을 살아온 모든 과정들이 한없이 한스러워 한다. 그 하소연을 유진이 받는다. 그러면서 자식들에게 연연해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자신의 삶을 살 것을 요구받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행해온 일들이 그렇듯 그것이 쉽게 되는 일이 아니다. 며느리를 구박하고, 며느리를 시키면서 하는 일이나 잘 할까? 그런 일들이 막히니 심한 상처를 입는다. 그런 넋두리를 다 듣는 딸은 그의 엄마를 피해 자신의 거처로 가버린다. 하지만 또 서로 그런 일을 잊으면서 넋두리를 하고 들어줄 것이라고 얘기를 끝맺는다. 여성들의 삶의 가치관이 혼란스럽게 흐르는 상황이 여인의 삶을 통해서 잘 거론되어 나타난다. 정순의 평화는 어디에 있을까?

 

경년

다른 모든 여성들과 동일한 가장을 이루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평범한 삶을 살아온 나와 혼자 사면서 자신만의 삶을 가꾼 동생의 이야기가 대비되어 전개된다. 동생은 무척 자유롭다. 여행을 많이 다니고 친정에 무슨 일이 있을 때 손쉽게 그 일에 매진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가족들의 삶을 우선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의 삶이 바람직한 삶이라고 결론은 내리지 않는다. 삶의 방법을 보여줄 뿐이다. 나는 이런 와중에 아이들 문제로 고민을 한다. 아들은 학교에서 공부를 잘 하는 중학생이고 딸은 연예인을 좋아하는 어린아이다. 그 아들에게 이상한 소문이 들려온다. 아이들을 통해 만난 모임에서 아들이 여학생과 육체적으로 사귀고 있다는 얘기다.

집에 돌아와 아이에게 마음의 혼란을 전한다. 아이는 대수롭지 않게 스트레스 해소용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학습에도 지장을 받지 않고 엄마 원하는 대로 공부 잘 하고 있다고 말한다.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한다. 나는 상대가 되는 여자아이들을 생각하면서 그것은 안 될 일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 아빠와 의논을 한다. 아이 아빠도 아들 중심으로 생각하면서 여자들이 문제지 아들은 문제가 없다는 낙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글을 읽으면서 정말 황당해 졌다. 물론 저자의 상상력이겠지만 아이들이 벌써 성적인 문제를 윤리적인 의식 없이 동물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이런 소재를 표현한다는 자체가 놀라웠다.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마음에 지니고 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랴는 말처럼 조숙한 아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마음에도 온다. 정말 인간이 어디까지 추락하는가 하는 생각은 끔찍하게 다가온다. 저자는 여성들의 입장에서 이런 일들이 가능한 것인가 자문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들 이모의 브라질 여행을 떠난다는 얘기를 전하여 넌지시 그 삶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모든 것은 제자리에

나는 사진을 찍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파괴된 건물들의 실상을 카메라에 담아 그것의 실상을 보고하는 일을 한다. 건물이 다시 사용할 수 없는 것이라는 진단을 내리는 일에 관여하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과장의 지시를 받으면서 일을 하는데 거의 여성스러운 모습은 없다. 남자처럼 말하고 남자처럼 행동하며 남자처럼 일을 한다. 한 손은 상처로 인해 붕대를 감고 있고, 그것은 일의 훈장처럼 몸에 붙어 있다. 나는 참모습을 그곳에 숨기고 있다고 해도 될 듯하다. 나는 마음이 동해 미용실을 찾는다. 아예 단발로 잘라 과장이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자신을 드러낸다.

어느 날 건물의 3층을 찍은 일이 있었는데 그 촬영이 잘못 되었다. 그래서 나는 특별 휴가를 내고 다시 그곳을 찍기로 한다. 그 건물에 들어가기가 싫다. 거칠고 험한 상황과 일에 대한 마음일 듯하다. 그래서 억지로 들어간 나는 그 날 그곳에서 특별한 일을 한다.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원래 파괴된 모습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아야 하는데 그 공간의 장면은 깨끗하게 치워진 형태로 촬영이 된다.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상황이 될 듯하다. 그러면서 자신의 손에 감긴 붕대를 푼다. 그 속에는 비유적으로 남자의 손을 넣고 있다. 자신이 살아온 이력을 통해 오늘의 자신을 발견하고 있는 듯하다.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에 관한 얘기를 해보고 있는 글이라고 마음에 담았다.

 

이방인

경찰로 근무하던 여성의 얘기를 그리고 있다. 소년, 소녀가 자살한 사건과 관련해서 수사 관계의 일로 직위를 내려놓고 방황하는 그녀에게 직장 동료인 그가 끊임없이 다시 일어설 것을 요구하면서 기회를 만들어 준다. 그녀는 모든 것이 싫고 숨어 살고 싶다. 하지만 서울을 떠나진 않고 있다. 그것이 그에게 그녀가 다시 경찰로 돌아오고 싶어 한다는 의미로 다가가고, 사건과 정보를 그녀에게 끊임없이 제공해 주면서 돌아올 것을 권한다.

그런 가운데 국회위원이 관련된 실종 사건과 아이들의 죽음이 해부학에 시체가 사용되는 두 번 죽음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 그 국회위원이 가는 공장에 그녀는 따른다. 그녀는 그곳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결국 범죄자들에게 몰려 그가 죽는다. 이런 일련의 일들로 인해 그녀는 다시 경찰로 복귀하기를 희망하게 되고, 모든 동료들이 원치 않는 동료로 이방인이 되어 남는다. 내용은 미스터리를 섞어 별로 구체적인 요소도 없다. 단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여 흔히 남서 전용물인 수사 관계의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다.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고 여겨진다.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

여장 축제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한 사람()이 회사에서 동료의 메일을 훔쳐보게 되고, 이 축제를 알게 된다. 그리고 동료의 부탁을 받게 된다. 자신 대신에 축제에 참여해 달라고. 축제는 우승상금이 무려 5천만 원이라고 한다. 표는 참여 수고비와 상금, 그리고 참가 조건 등이 너무 마음에 들어 참가하기로 결정한다. 그들은 몸만 가면 되는 상황이 된다. 축제는 어느 섬에서 이루어진다.

그들은 축제장에서 모든 복장과 신발 등을 메이크업 받는다. 그리고 퍼레이드를 하면서 그들은 무대에 올라간다. 1번 참가자가 무대에 올라가면서 일이 벌어진다. 참가자가 화살에 맞은 것이다. 즉시 참가자들은 죽음에 내몰리게 되고 무대는 아수라장이 된다. 표는 뒤에 있다가 상황을 인지하고 달아나기 시작한다. 하이힐을 신은 발은 찢겨지고, 옷은 벗으려 해도 되지 않는다. 이성을 잃어버린 달아나기가 계속되고, 중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그들은 부딪히지도 않고 통과가 된다. 홀로그램의 일종으로 파악을 한다. 다른 세상의 존재들과 함께 부딪히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같은 참가자 한 명을 만나게 되고, 둘은 탈출을 도모한다. 그러다 그들에게 잡히고, 결과적으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어놓게 된다.

이 글은 남성들을 여성화시켜 그들의 삶을 단면을 보여주는 글이라 인식된다. 여성들이 일반적으로 얼마나 구속당하고, 지배당하며 사는가를 은근히 쫓기는 그들을 통해, 벗어날 길 없는 그들의 행로를 통해 보여준다고 생각해 본다.

 

화성의 아이

상상력의 고갈을 느끼게 하는 글이다. 생명체를 냉동시켜 우주로 보내게 되고, 그 곳에서 그 생명체는 깨어나 캡슐 안에서 나온다. 그 공간은 화성이다. 그 짐승이 나로 표현되고 있다. 나는 그곳에서 오래 전에 자신처럼 보내져 와 몸체는 산산이 흩어져 버린 한 영적 존재를 만난다. 그 존재는 나를 지극히 보살핀다. 그러다 또 다른 부분이 파손된 기계를 만난다. 그 기계는 그래도 많은 기능을 할 수 있는 컴퓨터다. 미래과학 분야에 깊이 들어가지 않으면 잘 이해가 안 되는 내용들이 다루어진다. 물론 허구이지만 재미있게 읽기 위해서도 미래의 일들에 대한 생각은 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그는 나를 안아 보더니 내가 임신을 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컴퓨터에게 임신 사실을 측정해 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임신이 되었고 언제 나온다는 것까지 계산되어 나온다. 그 후론 둘은 나를 위해 지극 정성을 다한다. 나는 생명체가 몸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무척이나 감동한다. 꿈에서는 악몽도 꾸고 하지만, 결국 생명체를 순산한다. 나는 그 생명체가 너무도 소중하게 인식된다. 언제 어디서든지 생명을 이어나감은 충분히 중요한 일이다. 그것이 인간이 아니어서 그렇지. 황당함 속에, 신비로움 속에 생명의 소중함을 느껴 보는 글이다.

 

여성들의 이름으로 써진 글에서 여성 문제를 심각하게 거론한 글은 앞의 3편 정도인 듯하다. 아내로서, 딸로서, 엄마로서 늘 구속된 삶을 살았던 우리 과거의 여인들의 아픔이 잘 드러난 글도 있고, 오늘날 아이들이 가지는 성에 대한 문제가 되는 사고도 그려진다. 이런 글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글을 읽은 사람들의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될 듯하다. 또한 부정적인 일들은 사회적 여론을 환기시키는 기능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이제는 법적으로 많이 완화되어 있다. 단지 정서적 관습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으리라. 경각심을 가지고 고쳐나가야 할 일들이다.

다른 글들은 소재들이 특이하다. 사진사, 경찰, 우주로 간 짐승, 여장남자 등 신비로움을 주는 존재들이다. 이들을 통해 여성들의 일면을 부각시키기는 하지만 특별히 페미니즘이라고 하기엔 내용이 분산되어 있다. 오히려 판타지적인 요소도 작용하고, 스릴러적인 요소도 있고 비장미를 드러내는 부분도 있다. 특별하게 한 쪽으로 몰아서 이야깃거리로 삼지 않아도 될 듯한 내용들이다.

 

책을 읽으면서 여성작가들의 생각의 폭을 만나 보았다. 신진 작가들이 추구하고 있는 세계가 남다르다는 인식을 했고, 특별히 여성적인 성향을 따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 자유롭게 서로 어울려 성별 구분 지우지 말고 살아가면 되는 것이 아니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자연이 준 섭리적인 요인 말고는. 무수한, 특별한, 신비로운 세계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고민의 대상이다. 그들은 성별 따지지 않고 우리들을 만나게 하고 있다. 모든 면에서 가장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페미니즘의 일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j****3 2017.12.01. 신고 공감 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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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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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여자로, 딸로, 아내로, 며느리로, 엄마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모두 ‘나’라는 사람이지만 각자의 역할에 따라 다른 건 요구한다. 때론 그저 여자로 살고 싶지만 이 사회는 나를 딸로,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살라 끊임없이 요구한다. 40년 넘게 살면서 나는 얼마나 희생했던가? 그런 것들 다 무시하고 오로지 나만을 위해 살았다면 나는 이기적이고 나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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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여자로, 딸로, 아내로, 며느리로, 엄마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모두 ‘나’라는 사람이지만 각자의 역할에 따라 다른 건 요구한다. 때론 그저 여자로 살고 싶지만 이 사회는 나를 딸로,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살라 끊임없이 요구한다. 40년 넘게 살면서 나는 얼마나 희생했던가? 그런 것들 다 무시하고 오로지 나만을 위해 살았다면 나는 이기적이고 나쁜 여자란 타이틀로 손가락질 받았을까? 아니라고 외치고 싶지만 어느 순간 나도 이 세상이 만든 여자, 딸, 아내, 며느리, 엄마의 역할에 순응했을지 모르겠다. 이건 아니야, 강하게 반발해야 해.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하나 참으면 편안할 걸 크게 일을 만들자 말자란 생각도 했고, 그래서 변하지 않은 것도 많다. 여자를 혐오하고 그래서 여성을 향한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는 세상. 예전에 비해 여성들이 성공하고 능력 좋고 많이 배웠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에 있는 여자들. 여자와 남자, 편을 가르기보다 다름을 인정하고 같이 잘 살아야 함에도 아직은 부족한 게 많다.

 

주목받는 여성작가 7인이 페미니즘 소설을 냈다. 소설 안에 나 혹은 우리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될 수 있다. 그래서 조금은 불편할 수 있지만 대체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첫 작품 ‘현남오빠에게’는 10년을 사귄 현남오빠에게 이별을 고하는 편지로 당연한 수순처럼 결혼에 골인할 것 같은‘ 나’가 ‘강현남 개자식아’로 끝을 맺어 시원함을 더했다. ‘당신의 평화’는 서른 중반을 지난 딸 유진과 유진의 엄마 정순씨의 이야기다.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최선을 다하며 살아온 정순씨에게 위안은 딸 유진이다. 유진에게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하지만 유진은 그런 엄마를 이해하면서도 감당하기 힘들다. ‘경년’은 갱년기에 접어든 두 아이의 엄마인 ‘나’의 이야기로 중학생인 아들이 또래 여자아이를 엔조이로만 생각하는 것에 묘한 죄책감을 느낀다. 철없고 아이돌을 좋아하는 딸. 그리고 공부는 잘하지만 뭔가 비어버린 것 같은 아들. 사태의 심각성을 나는 느끼지만 남편은 괜찮다고 말한다. 아들과 딸을 바라보는 이중적인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모든 것을 제자리에“는 붕괴된 건물 촬영기사라는 낯선 직업을 가진 여성 율에 대한 이야기다 여성이지만 어느 순간 남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게 당연해진 이야기는 서글퍼 진다. ’이방인‘은 경찰이 직업인 여성에 대한 이야기로 어느 직업보다 더 남자들이 우글거리는 그곳의 미묘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은 낯선 섬에서 벗을 수 없는 구두와 원피스를 입은 사람이 알 수 없는 사냥꾼에게 쫓기는 여장을 한 남자 표의 이야기로 이런 이상한 상황이 현실인지 꿈인지 알 수 없다. ’화성의 아이‘는 화성으로 쏘아진 동물들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나‘와 라이카 그리고 탐사로봇 데이모스의 이야기다.

 

앞 세 작품은 현실의 우리네 이야기라 이해하기 쉬웠지만 뒤의 네 작품은 간접적으로 비튼 이야기라서 한참을 생각했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의 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들이 그럼에도 즐거웠다. 내가 생각하는 포인트와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의 포인트가 완벽히 일치하지 않더라도 소설에 담겨있는 메시지가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연애 10년이면 누구나 그 커플은 결혼할 거야 하지만, 그걸 과감히 깨부순 첫 번째 이야기는 시원했다. 내 주변에도 이런 사람들이 많다는 걸 나는 안다. 새로 시작하는 연애도 귀찮고 익숙해진 그 사람과 결혼하는 것. 그러고 나서 매일같이 싸우는 부부들. 차라리 결혼하기 전에 헤어짐을 선택했다면 달랐을까? 오랜 연애=결혼 이런 공식은 아닌 걸로. 두 번째 당신의 평화는 우리네 엄마를 생각하게 한다. 곁에서 봤을 때 인자할 것 같은 내 엄마도 시어머니가 되는 순간 괴로운 사람일 수 있다는 게 슬프다. 오로지 아들과 딸만 바라보고 살았던 세상. 자신의 하소연 대상이었던 딸은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자신의 힘든 것만 보이지 딸의 힘든 것은 보이지 않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거부감을 느낀다. 곁에서 위로해주고 힘이 될 남편은 늘 3자가 되는 현실이 서글프다. 경년이란 작품은 아들을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공감하면서도 묘한 불편함이 인다. 아들일 때와 딸일 때의 잣대가 다른 것. 그렇게 바라보는 것. 엄마 혼자서만 불편하고 남편은 전혀 불편하지 않다. 이런 잣대로 아이를 키운다면 너무 이기적인 것은 아닌지, 하지만 그게 현실이라고 말해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차라리 내 인생이라면 호불호, 검정과 하양이 명확할까? 자식의 인생이기에 함부로 말할 수 없고, 그렇지만 불편한 상황을 그대로 놔두는 것. 에구야 힘들구나...

 

어느 작품하나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나름의 의미들이 있지만 앞의 세 작품만 이야기한다. 뒤의 작품들은 보다 많은 생각을 하고 의미를 찾아야 하니까. 7명의 작가들 모두 내가 좋아하는 작가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한권으로 만날 수 있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k*****3 2017.12.01. 신고 공감 3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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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조남주,최은영,김이설,최정화,손보미,구병모,김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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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나는 열심히 읽었다. 여성 작가가 썼든 남성 작가가 썼든지 말이다. 이야기가 시작되면 두근거리면서 문장을 따라갔다. 열린 결말이든 닫힌 결말이든 상관하지 않았다. 좋은 점이 하나라도 있으면 그건 내게 감동을 주는 소설로 남았다. 거대한 담론이 불어와도 그러려니 그 바람을 맞으며 책을 사고 읽었다. 후일담이든 불륜이 소재든 시대의 유행에 반응하면서도 짐짓 모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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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나는 열심히 읽었다. 여성 작가가 썼든 남성 작가가 썼든지 말이다. 이야기가 시작되면 두근거리면서 문장을 따라갔다. 열린 결말이든 닫힌 결말이든 상관하지 않았다. 좋은 점이 하나라도 있으면 그건 내게 감동을 주는 소설로 남았다. 거대한 담론이 불어와도 그러려니 그 바람을 맞으며 책을 사고 읽었다. 후일담이든 불륜이 소재든 시대의 유행에 반응하면서도 짐짓 모른 척 읽어댔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서 하루키 열풍이 불어와 그만의 색채가 한국 소설에 묻어나도 괜찮았다. 한국문학은 소중하고 과장을 덧붙이자면 경이로웠으니까.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 유명해지기 전에. 베스트셀러가 되기 전에 말이다. 나만 알고 나만 읽었다고 자랑하고 싶었는데 굉장해졌다. 김지영 바람이 불었다. 김지영은 그러니까 학교 다닐 때 반에 한 명은 꼭 있는 아이였다. 한 명도 모자라 두 명이 있어 이름 뒤에 번호를 붙이거나 큰 지영 작은 지영이라는 키가 큰지 작은지 단박에 알 수 있는 수식어로 불린 이름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기가 버겁고 힘들고 그래서 때론 목소리를 잃거나 이름을 소거 당하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많이 읽었다. 베스트셀러란 그런 것이다. 어느 날 책을 한 번 읽어볼까 하고 상위에 올라 있는 책을 사서 읽게 되는 힘을 발휘한다. 


  강남역 살인 사건으로 촉발된 우리 사회의 여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82년생 김지영』을 사람들이 읽게 된다. 『현남 오빠에게』라는 페미니즘 소설이 책으로 나와 읽은 건 내가 유행에 민감한 독자라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소설가들의 단편이 무려 일곱 편이나 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모든 일련의 일들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독자는 책을 읽을 기회를 가진다. 여성으로 살아가기가 힘든가. 힘들다. 남성으로 살아가기는? 힘들다. 모두 힘들다. 또라이 직속상관을 만나 서울에서 부산까지 일요일에 결혼식을 따라가야 하고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무시를 당하면서 14년이 넘게 일을 했다. 최근 그 사람은 도저히 힘들어서 직장을 그만두고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아내에게 솔직히 털어놓았다. 


   『현남 오빠에게』는 『82년생 김지영』을 쓴 조남주 작가의 단편을 시작으로 여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성의 이야기라고 썼지만 이는 우리 모두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당신의 평화」에서 결혼을 결정한 부부를 둘러싼 가족의 모습을 그려낸 최은영 작가의 소설에서 가부장적인 프레임에 갇힌 여자들의 고단함을 느낄 수 있다. 「경년更年」은 가해자의 입장에서 피해자의 이름을 호명할 때 가져야 할 죄책감을 그리고 있다. 김이설은 솔직하고 거침없는 중년 여성의 목소리를 통해 나이 듦과 이제 여자가 될 딸아이의 시작을 보여준다. 최정화의 「모든 것은 제자리에」는 폐허가 된 건물을 기록하는 손에 습진이 잡힌 여성 사진가의 내면을 따라간다. 손에 습진이 생겨 그것만이 화제가 되는 일터에서 자신의 손이 남성의 손으로 변화하는 것을 지켜본다. 


  「이방인」에서 손보미는 여성 경찰을 등장시켜 살인 사건을 수사하도록 한다. 이 년의 공백을 깨고 도시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단독 수사하는 그녀는 동료 경찰 한 명에게만 도움을 받는다. 추리 소설의 기법을 따라가면서 클리셰는 생략한다. 남성의 도움을 받고 그와 사랑에 빠지는 것 말이다. 작가 노트에서 손보미는 그러한 것은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구병모의 소설은 대단하다.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에서 구병모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뒤섞어 놓는다. 이분법이 필요 없어진 공간에 인물들을 몰아넣는다. 김성중의 「화성의 아이」는 『현남 오빠에게』의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소설로서 기능한다. 지구가 아닌 별에서 남성과 여성이 아닌 오히려 성姓을 뛰어넘는 존재를 통해 인류의 희망을 그리고 있다. 


  간단하게 요약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나의 생각일 뿐이다. 오독이 난무하다. 다른 관점으로 읽을 수 있는 게 소설이다. 같은 서사를 읽고도 감상이 다르다. 문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나는 크나큰 의문이다. 국회의원들이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해서 신세계가 펼쳐지지 않듯이 말이다. 『82년생 김지영』을 읽는다고 말하면 조롱 섞인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오히려 문학이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된다. 『현남 오빠에게』를 읽었다고 여성으로서의 자의식이 성장하지 않는다. 엉망인 세상에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이름 붙인 소설집이 나왔고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는 읽을 뿐이다. 


  싸우고 살지 좀 말자. 분노가 끓어오른다면 심호흡을 하자. 다른 이에게 물컵을 던지거나 서류를 날리지 말자. 나누기를 좋아하면서 화장실은 왜 공용으로 만들어 두나. 나이가 들면 결혼해야 하고 결혼하면 아이를 낳아야 하는 제도가 있나. 면접 보러 갔는데 애인은 있냐고 왜 물어보는 걸까. 이상한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우리 모두는 안전할 수 없다. 소설은 기괴함으로 둘러 싸인 지구에서 새로운 행성으로 보내는 탈출 신호.


s*****m 2018.06.06.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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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생소하고 불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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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이 소설 부분 부분이 불편했는가.라고 묻고 싶은 책.알고 보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현남씨 여친.서울이란 곳을 처음와서 현남에게 의지하고 살다가 생각해보니 현남이가 자기 길들이기를 한다고 욕하며 헤어지자는 여자.그럼 처음부터 헤어지면되잖아. 자기 필요할 때는 집구하는 것부터 여러가지 다 도움얻고.직장 없을 때 적은 부분이 가장 압권.책을 사주지도 않으면서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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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이 소설 부분 부분이 불편했는가.라고 묻고 싶은 책.

알고 보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현남씨 여친.
서울이란 곳을 처음와서 현남에게 의지하고 살다가 생각해보니 현남이가 자기 길들이기를 한다고 욕하며 헤어지자는 여자.
그럼 처음부터 헤어지면되잖아. 자기 필요할 때는 집구하는 것부터 여러가지 다 도움얻고.
직장 없을 때 적은 부분이 가장 압권.
책을 사주지도 않으면서 이 책 저 책 현남이가 사라고 했다는 부분. 돈을 주지 않고 나름 정보를 가지고 와서 책 사라고 조언하는 건 겁나 싫은가보네.
결국 휴직한다고 나와있는데 휴직 사유가 멀까?
공무원이 그냥 다른 직업 준비한다고 휴직하는 게 쉽지 않을텐데 연약한 척하면서 자기 하고싶은대로 다하는 무서운 여자. 현남이 여친.

여보세요, 현남씨 여친님아. 세상 공짜 없어요. 도움 받을 때는 니가 잘 모르고 어리숙한 거고, 니가 돈 벌고 살만하니까 헤어지자는 거니? 현남이도 너도 도찐개찐이다.
l*******e 2017.12.03.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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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결산] 현남오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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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으로 페미니즘 소설 열풍을 일으킨 조남주 작가가 참여한 단편소설집인데요, 최은영 작가와 김이설 작가 등 평소에 좋은 소설을 쓰던 많은 여성작가들이 함께 했습니다. 한국에서 30년 넘게 살아 온 젊은 여성으로서 너무 공감이 많이 가서, 때로는 읽으면서 마음이 너무 아프고, 불쾌하고 힘든 기억들이 떠올라 중간 중간 책을 덮고 쉬었다 읽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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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으로 페미니즘 소설 열풍을 일으킨 조남주 작가가 참여한 단편소설집인데요, 최은영 작가와 김이설 작가 등 평소에 좋은 소설을 쓰던 많은 여성작가들이 함께 했습니다. 한국에서 30년 넘게 살아 온 젊은 여성으로서 너무 공감이 많이 가서, 때로는 읽으면서 마음이 너무 아프고, 불쾌하고 힘든 기억들이 떠올라 중간 중간 책을 덮고 쉬었다 읽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남성 독자들은 공감 못할 행동이죠. 그만큼 같은 세상에 살지만 서로가 느끼는 세상의 결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으면 합니다.

a*****7 2018.01.20.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