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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를 향한 잿빛 우울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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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반에 흐르는 무거움과 침울함에 눌려 버릴 수 있다. 알수없는 의도로 인해 우울의 전염을 강하게 전염받을수도 있다. 원작이 만화였음을 알고 보았기에 망정이지, 아무 생각없이 이 영화를 보았다면 앞서의 이런 감정을 고스란히 경혐해야 할 것이다. 배경은 60년대 일본, 이제 막 고도성장의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시기. 그럼에도 여전히 절대빈곤의 생활을 겪는 이들이 존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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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반에 흐르는 무거움과 침울함에 눌려 버릴 수 있다. 알수없는 의도로 인해 우울의 전염을 강하게 전염받을수도 있다. 원작이 만화였음을 알고 보았기에 망정이지, 아무 생각없이 이 영화를 보았다면 앞서의 이런 감정을 고스란히 경혐해야 할 것이다. 배경은 60년대 일본, 이제 막 고도성장의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시기. 그럼에도 여전히 절대빈곤의 생활을 겪는 이들이 존재하고. 사회 밑바닥으로부터의 도전아닌 도전의 맹아가 꿈틀거리며. 도전과 응전이라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스토리는 그래서 눈물겹다.

 

 

한국에서도 복싱이 대단한 인기를 구가한 적이 있다. 60년대부터 80년대 중반까지였을 것이다. 그 인기는 당시 최고의 스포츠였던 프로레슬링이 몰락한 이후 더욱 두드러졌다. 방송국에서는 거의 매주말 복싱경기를 녹화중계하였고, 길가 담벼락에서는 지금의 눈물의 폭탄세일 의류광고 보다 많은 복싱 대전포스터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세계챔피온이 되어 돌아온 홍수환의 카페레이드에는 수많은 관중이 모여 축하해주기도 했다. 그의 세계챔피온은 곧 우리의 챔피온이었다. 헝그리복서, 챔피언만이 누릴 수 있는 어마어마한 부와 명예를 향해 많은 배고픈 젊은이들이 링위로 뛰어올랐다. 그들은 맞으면서, 뛰면서, 굶으면서 오직 세계챔피온의 타이틀을 향해 몸부림쳤다. 우리도 배고팠다.

 

             

허리케인죠로 우리나라에 알려진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모든 세팅을 만화보다 더 실감나게 재현했음에도(당시 흑백만화였던 걸 고려하여 심지어 영화톤도 회색톤이다), 그 분위기는 만화보다 더 우울한 잿빛으로 그려냈다. 사고무친 고아인 주인공 죠의 우울하면서도 한가닥 희망을 꿈꾸는 눈빛을 기억한다. 이를테면 크로스어카운트를 먹일때의 그 눈빛, 단페이와 함께 트레이닝하는 동안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눈빛, 오로지 할 줄아는 건 복싱뿐, 그리고 이겨야 한다는 그 단호한 의지의 그 눈빛을 기억한다. 야마시타 도모히사는 원작 만화의 주인공보다 더 잘생기고, 더 우울함에도 아쉽게도 그 눈빛의 재생에는 2%부족했다. 그래도 잘했다.

 

죠의 라이벌격인 리키이시역을 맡은 이세야 유스케의 연기는 매우 자연스럽고, 리키이시 매니져 카리나 역을 맡은 쉬라키 요코는 미안스럽게도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다. 죠의 트레이너 단페이는 정말로 만화의 모습 그대로 옮겨놓았다. 소름끼칠정도로. 영화는 복싱의 미학을 보여주는 것을 작정한 듯, 복싱무대를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켰다. 파이터들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카메라워크의 침착함에 더해 그 승부의 근성에 대한 관중의 시선도 놓치지 않는다. 지루하리만큼 공을 들인 파이팅 장면에서는 마치 홍콩 느와르의 한장면을 오마주하는듯하다. 조장된 긴장이기는 하나, 한 인간이 겪어야 하는 인생의 쓰라림으로 인해 그 감동을 거부 못하겠다. 죠의 리키이시의 마지막 결전으로 이 영화의 거의 전부를 썸머리한다. 영화의 주인공 리키이시의 이 눈빛 .

 

 

어떤 작품이든 시대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원작만화 "내일의 죠(아시타노 죠)"는 지금으로부터 40년전에 '주간소년매거진 '에 연재되었다(우리나라에서는 70년대 소년잡지 부록에서 "허리케인 죠"로 개명하여 연재). 당시 코코넛을 비롯한 동세대인들은 이 만화에 열광했고, 또 감동했다. 당시 최고의 만화였고 작품이있다. 생각해보니 그때의 메시지는 파괴와 절망속에 피어난 집념의 희망같은 것이었다. 얼마나 멋진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니 말이다. 그러나 40여년이 지난 지금, 영화로 탄생한 내일의 죠는 마치 풍요와 안락속에 상실된 집념의 잔재 같은 것이 느껴진다. 마치 20년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을 나타내는 듯 하다.

 

이 영화는 원작 줄거리의 약 삼분의 일 정도에서 끝을 맺고 있다. 아직도 할 얘기가 많이 남았다는 뜻이다. 코코넛은 이 영화의 속편을 당위했지만, 극중 카리나는 리키이시의 죽음을 빚대어 이렇게 표현함으로써 속편은 없을 것임을 암시했다. "리키이시, 그사람은 자신을 하얗게 불태웠어요.." 리키이시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에 종적을 감춘 죠가 마침내 다시 돌아옴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원작에서는 그 고통이 상상이상으로 표현되고, 마침내 죠가 그 외상을 극복하고 세계 챔피온 도전을 하게 된다. 힘들고 힘든 15회전이 끝나고 결국 마지막, 피투성이 죠는 이렇게 독백을 한다.

"후후... 불태웠어...

모두 새하얗게..." 

 

 

YES마니아 : 골드 d******2 2012.01.21. 신고 공감 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