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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읽은 책들이 분명 쌓여 있는데도, 또 뭐가 감동적인 게 없을까 리스트들을 살펴본다. 요즘,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을 다시 읽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이 리스트 저 리스트를 찾아보다 오프라 윈프리의 리스트을 다시 보게 되었다. 오프라의 리스트에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도 있고 디킨스의 소설들과 존스타인벡의 소설들도 있는데, 어찌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은 하나 없는게 좀 의아했다. 그러다 오프라의 리스트에 있는 안 읽은 책들의 리뷰들을 읽다가 왜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이 하나 없는지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읽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들은, '죄와 벌', '악령',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지하생활자의 수기'인데, 캐릭터들이 모두들 하나 같이 형이상학적이면서, 신학적, 존재론적 의문들에 신음하고 있다. 그의 소설의 마력은 그러한 뜬구름 잡을 법한 캐릭터들의 자세한 심리적 묘사를 통해, 독자의 영혼 속에 잠자고 있는 어두운 질문들을 깨우면서 그 속에 빨려 들어가게 하는 것에 있지 않나 한다. 어찌보면,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철학자이면서 동시에 범죄를 저지를 법한 인물들이다. 알베르 까뮈는 그의 책, 시지프스의 신화에서 삶이 살아야할 가치가 있는 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철학적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라며, 도스토예프스키 악령 속의 캐릭터중의 하나인, 키릴로프의 이름을 딴, chapter 를 하나 할애한다. 악령은 네차예프 사건을 모티브로 존재론적 니힐리즘과 무신론에 신음하는 캐릭터들을 함께 섞어 놓은 것이 아닌가 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주인공들 중, 외형적으로 가장 매력적이게 묘사를 한 이 책의 주인공 스타브로긴은 존재론적 니힐리즘에 허덕이는 것 같다. 그가 보여주는 기이한 행동들은 과연 그가 미쳐서 그러는지, 의도적으로 그러는지 계속 독자의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어떤면에서 삶이 어떠한 존재론적 의미를 가질 수 없음에서 오는 nothingness에서, 이유없는 행동들이 아닐까 한다. 삶이 어떤 의미가 없는데, 그의 행동의 어떻게 진지 할 수 있을 것인가? 그에게 있어 삶은 하나의 joke일 뿐이다. 따라서 삶의 존재론적 가치없음(nothingness)에 대응할 수 있는 어떤 것을 가끔 우리는 만들어 내고 어느덧 집착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그 존재론적 가치없은 텅빈 것을 채우려는, 그 집착이 도스토예프스키가 이 책에서 암시적으로 보여주는 악령을 아닐까? 오프라 윈프리의 리스트의 책들을 공통적인 특징은 아닐지라도, 어느정도의 공통점은 오프라의 책들은 형이상학적 질문에 답하기 이전에, 사회적 존재로서, 우리가 처해 있는 운명을 살아 내는 한 인간의 몸부림들이 공통적으로 들어 있지 않나 한다. 어차피 대답도 없는 것이라면, 아니 누구도 그 대답을 모르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 누구의 대답도 시원하지 않을 거라면, 그래, 행여 철학적으로 삶이 살아야 할 가치가 없는 것이란 대답이 나온다 할지라도, 영원불멸하지 못함에도, 그것을 살아야 할 가치있는 어떤 것으로 만들어 가는 것, 유한하기에 한번 살아내는 그 속에 아름다움이 있는, 그것이 인생이라는 것이기에, 오프라의 리스트들은 그런 모습에 더 집중하기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책들이 빠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밤 하늘의 별들을 볼지라도, 결국은 우리의 삶은 잠들어야 하는 밤과 그 속의 꿈들과, 낮이 밝아오면 우리가 마주하는 하루 하루의 우연으로 이루어진, - 심지어 살아야 할 만큼의 가치가 없을 만큼 힘들게 느껴질 때라도, - 현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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