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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에 뵌 여러 사람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단연 정재호 교수님(서울대학교 외교학부)이셨다. 연구자로서 방대한 실적은 물론 국내에 계시는 여러 중국전문학자 분들 중에서도 단연 손꼽히는 분으로 스스로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도 어안이 벙벙하다.
교수님과 연락을 이어가는 도중 'Between alley and Partner'라는 책을 읽고자 했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과 한반도의 미래'라는 책이 'Between alley and Partner'라는 책을 닮고 있으며, 좀 더 사례와 내용이 많이 들어가 편찬한 책이라는 것을 알고, 이를 구입했다. 절판되어 있어서 교수님께 여쭸더니 5판이 나왔다고 말씀해주셨다.
두꺼운 책인데다 모르는 게 많은 만큼 읽는 데 적잖은 시간이 소요됐다. 특히나 대중 수교 이후의 여러 사례가 녹아들어있으며, 책 막판에는 교수님께서 '명민외교'라는 해결방안을 제시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미국과 동맹을 체결하고 있으며, 중국과 동반자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입장인 대한민국 상황에 가장 필요한 해답처름 느껴진다.
방대한 자료와 여러 사례들은 우리가 수교 이후 중국을 어떻게 바라봤는지를 제대로 진단하고 있다. 이전(사실상 수교 이후)까지만 하더라도 대만에서 공부를 하고 온 학자들이 즐비했다면, 이제는 실질적으로 중국에 대해 폭넓게 접근하고 이해하는 학자님들이 뚜렷하고 많으며, 이들 모두 유명한 대학에서 근무하고 계신다. 그만큼 중국에 대한 관점이 넓어졌음을 뜻하며, 이해할 수 있는 통로 또한 단연 많아진 것이다.
중국의 엄청난 발전을 그동안 대한민국은 어떻게 인지했는가. 미국과는 안보, 중국과는 교역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대한민국에게 줄타기 외교는 상당히 중요하다. 지난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대미 교역이 우리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다. 중국과의 교역량이 가장 많고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중국과의 거래는 그만큼 우리에게 중요하며, 더 나아가 밥줄일 수 있다.
모름지기 외교란, 나와 이전에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향후 이익을 도모할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를 배제하고 이익을 위해 관계를 도모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이 아무리 우리에게 과한 요구를 하더라도 국익과 관계된 여러 안건들과 연관되어 있다면, 이성적으로 보다 신중하게 대해야 한다.
그러나 마치 한미동맹을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중국에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 불공정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이야기하는 자가 있다면, 이 사람의 저의를 의심해봐야 한다. 사드 배치를 확정했고, 가장 먼저 주장한 자가 현재에 이르러 대중 외교에 대해 마치 불공정한 것처럼 논평한다면, 전혀 국제정세를 인지하지 못한다거나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이지만, 우리 국익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이를 동맹을 배신한다는 논리로 대응한다면, 그 사람은 어느 나라 사람인지 먼저 묻고 싶다.
실제로 사드(THAAD) 배치 결정으로 우리 경제가 입은 피해는 상당하다. 우리가 상대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단순하게 무기를 구입하는 것에 대한 다른 이웃의 반대를 받았다면, 사실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아니, 이해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배치하지 않겠다고 확언해놓고, 대뜸배치한 것도 모자라 이제와서 지금 정부의 대중 외교 노선에 질타를 하는 이가 있다면, 이와 같은 이가 정부의 책임자였다면, 나라가 거덜났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드는 우리 무기가 아니다. 대한민국 안위에 도움이 되는 무기지만,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다. 하지만 대뜸 배치해 놓고 이제와서 현 정부보고 대중관계를 발전시키지 못했느니, 중국에서 혼자 밥 먹는 것을 보면 처량하다는 말을 한다면, 실로 이율배반적인 자이니 의심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인조 반정 이후 국제정세를 읽지 못하고 옛정에 구걸하다 나라를 팔아 먹은 당시 세력들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되물어 봐야 한다. 당시 지도층들은 머리를 조아렸어야 했다. 백성을 위하고, 민생을 챙기는 마음이 손톱의 때만큼이라도 있었다면, 그랬어야 했다. 그게 바로 지도층에 있는 이유이며 책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당시 중립 외교를 표방했던 광해군은 왕위를 지키지 못하고 물러나야 했다. 이후 나라를 장악한 이들은 친명배금(親明排金)을 내걸었다. 그 결과 조선의 강역은 또 한 번 쑥대밭이 됐다. 왜란이라는 불가피한 전쟁을 치러야했던 조선에게 또 다른 전쟁은 큰 부담이 됐다.
즉, 지배층의 판단이 그만큼 국민의 생황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크며, 이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 봐야 하는지 한 번 더 진지하게 잘 생각해야 할 문제다. 친중을 단순 빨갱이라 매도한다면, 지금의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자일 가능성이 실로 높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외교 역량 확대와 함께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을지를 머리를 맞대고 다 함께 고민해야 한다. 마치 흑백논리로 한미동맹만이 선이고, 그외는 악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자들의 말을 들어서는 안 된다. blog.naver.com/seung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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