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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슬픈 이유는 어느쪽도 진실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진실하고자하는 운지도, 어쩐지 남에게 이끌려 살아가는것 처럼 보인다. 여러사람들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 그들이 회상하는 기억들은 모두 어떠한 일관성을 가지는데 그 이야기들이 보여주려고 하는것은 무얼까. 뒷표지에 적힌대로 '상해가고 있음' 을 보여주는 것일까. 나는 그 '상해감'을 진실되지 못하게 되는것이라고 해석한다. 세상을 받아들일 수록, 진실은 사라진다. 그것을 몸으로 체득하고 있는 주인공들은 그래서 슬프다. 그 슬픔은 운지가 혼자서 쏟아내듯 눈물흘리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운지는 슬퍼한다. 나도 슬퍼한다.
양파껍질처럼 벗겨져간 나는 어디에 있을까. 나도 그것을 거짓이라고 조롱했을까. 양파를 읽고나면 나의 진실되지 못함에 대하여, 진심으로 슬퍼하게 된다. 그러한 감정에 대하여 낱낱히, 양파껍질 벗겨가듯이 벗겨내고 있는 김소진의 소설이 흥미롭지만 조금 두렵다는것도 느끼게 된다.
김소진, 김소진, 김소진. 책을 덮은 뒤에, 이 사람을 좋아해야할지 싫어해야 할지 조금 고민했다. [인상깊은구절] "..그렇잖아도 매운 눈에서 눈물이 막 나더라구요. 단순히 양파의 수분 때문일까요? 그게 아니죠. 아, 저 곪아터진 여드름이, 그리고 내 눈물이 한숨이 바로 나였구나. 그게 진짜 나였구나. 내가 벗겨버린 그것이 껍데기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구나, 알았습니다. 더 두려운건 그들조차 내 눈물과 한숨이 섞인 삶의 조각들을 허드레 양파껍질들처럼, 곧 썩어 문드러져버릴 쓰레기처럼 곁눈질 한번 안주고 지나갈게 너무너무 무서웠습니다. 그게 바로 제 죄입니다. 자신의 속살인지도 모르고 함부로 양파껍질처럼 벗겨버린채 그것도 모르고 희희낙락한게 바로 제 죄입니다." |
| 꿈을 안고, 나 말고 다른 그 무엇을 위해 어려움을 무릅쓴다는 것은 언제까지 가능할까. 함께 학생운동을 하고, 위장취업을 하고, 신문사에 취직해서, 의사로서 각자 소신껏 일하면서 도망도 다니고... 또한 누가 주인공이고 주변인물이고 할 것 없이 모두 살아숨쉬고 있다. 이 인물들은 모두 20대를 따로, 또 같이 지내온 친구요, 동반자들이다. 그들의 변한 모습은? 그 후, 시간이 더 흐른다면 어떻게 될까? 이 소설은 변할 수 있는 것과 그럴 수 없는 것 두 가지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주로 변한 모습은 공천을 따 내기 위해 무슨 짓이든 가리지 않는 승익으로 나타나고, 거기서 하나의 희망을 잡고 있는 것은 그의 아내 운지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진걸, 수녕, 영신, 승찬 등도 자기의 인생을 보여주고 있으며, 산업재해를 입어 입원한 연주도 이 점에 있어서는 마찬가지이다. 이 모든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생활을 엿본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을 읽음으로써 가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