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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마쳤습니다. 읽는 내내 에스프레소 한 잔 마시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 유쾌하지 않은 날은 달콤한 커피가 마시고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읽고 난 뒤에 씁쓸하면서 강렬한 느낌이 드는 것이, 설탕과 크림이 가미된 커피가 남기는 텁텁함과는 다른.. 무게가 느껴집니다.
책의 배경은 17세기 암스테르담입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당시 암스테르담은 개인의 종교적 정체성에 대해 유럽의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 관대함이 있는 도시였고, 스페인과의 오랜 전쟁에서 살아남아 번창하기 위해 네덜란드인의 비지니스 감각에 크게 의존했다고 합니다. 같은 문맥에서, 오늘날의 금융시장을 돌아보면 합자회사, 상품시장, 선물, 주식, 투기와 같은 각종 투자기법은 결국 네덜란드에서 먼저 발전된 것이라고 하니, 오래 전에 어디선가 읽은 "튤립투기 (tulipomania)"사건도 생각해보니 네덜란드에서 그 무렵에 일어난 것이었더군요.
요즘 trader는 딜링룸에 앉아서 블룸버그 모니터를 보면서 "deal done"을 외치면서 전화로 트레이딩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17세기 암스테르담의 상품시장은 무화과, 설탕, 고래기름 등을 실은 배가 들어오길 기다리는 상인들이 먼저 Exchange에 모여서 각자의 연줄을 통해 배가 난파했는지, 상품의 가격이 오르는 중인지 내리는 중인지 등의 정보를 통해, 혹은 그 정보를 중간에서 agent를 배치해 왜곡시킴으로써 옵션을 거래하고, 차익을 벌거나, 혹은 잃거나 하는 모습이 생생히 그려져 있습니다.
당시 암스테르담이 종교적 정체성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하다는 것은, 소설의 배경에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포르투갈계 유대인의 집단과, 카톨릭계 간의 미묘한 알력다툼으로 인해, 이 도시에서 유대인과 카톨릭계 인물들은 옷깃을 스치며 살아가지만 유대인은 드러내놓고 자신의 종교를 따르지 못하며 비밀집회 등을 통해 교리를 익히고 전파하는 모습이 묘사됩니다. 등장인물 또한 아주 묘하게 얽혀 있습니다. 주인공은 Portuguese Jew이고, 이에 태클을 거는 반동인물은 이 인물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유대계의 인물로, 암스테르담에서는 힘께나 쓰는 유태인입니다. 주인공의 형 (혹은 동생??)은 어릴 때부터 둘 간의 경쟁관계로 인한 열등감과 앙심을 품고 있으며, 형의 부인은 사실 주인공의 부인이 될 예정이었으나, 주인공이 고래기름의 옵션거래에서 재산을 날려서 흐지부지된 케이스. (사실 알고보면 이 여인은 주인공을 못잡아 먹어 안달인 태클형 인물의 딸내미;) 아름답고 매혹적인 네덜란드 사업가 여인. 그리고 어딘지 번뜩이는 듯한 이 여인의 충복은 멍청하고 터프하기가 아주 소름끼칠 정도이고.. 이들의 이면에는 요즘 한창 뜨는 키워드, "사채업자"가 하나 등장합니다. 이 모든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어찌보면 무섭게도 지능적인... . . . 사실, 이야기의 감을 잡기가 어려워서 몰입하는 데에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하지만, 뒷부분으로 갈수록 다음 얘기가 너무 궁금해서 자꾸 책을 펴보게 되더라는!! 뿐만 아니라, 당시 암스테르담의 환경, 활성화된 항구와 부자동네와 모습과 함께, 거지들이 득시글거리는 지역의 모습, 등장인물의 종교적 원칙에 따른 식습관, 출신별 옷차림에 대한 자세한 묘사를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책을 쓰기 위한 자료로 작가가 읽은 자료의 리스트에 보니까.. 제가 얼마 전에 읽은 책이 등장해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바로, 우리나라에는 "커피견문록"이라고 번역되어 나와있는 "The Devil's Cup".
커피를 너무 좋아하는 저자가 커피의 기원과 자취를 따라 여행한 이야기를 쓴 책인데, 커피의 역사를 면면이 볼 수 있는 각종 에피소드가 담겨 있고, 자신이 곳곳에서 맛본 희귀 커피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에게 추천합니다.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풀어가는 텍스트는 아니지만, 에피소드들 조각조각이 재미있습니다.
이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위키에 나와서 조금만 인용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The history of coffee can be traced to at least as early as the 9th century, when it appeared in the highlands of Ethiopia.[1] According to legend, shepherds were the first to observe the influence of the caffeine in coffee beans when, after their goats consumed some wild coffee berries in the pasture, the goats appeared to "dance" and have an increased level of energy.
커피의 발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염소가 춤추는 장면이 연상되어 혼자 웃었던.. ^^;
어쩌다 보니 책을 2권 소개해버렸습니다. 2권 다 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다보니 이해에 도움이 되는 듯 합니다.
p.s. 열혈독자들을 위한, 뽀나~~스!!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키워드**
Call option: 옵션거래에서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 Put option: 옵션거래에서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
Coffee의 기원:
에티오피아 고원지대에서 발견되어 섭취되기 시작한 게 9세기. 이후 이집트와 예멘으로 퍼졌고, 15세기 경에는 페르시아, 터키, 북아프리카로 확산되었음.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음료 중 하나로 자리 잡음. [중략] 다양한 역사와 사회적 배경 속에서 중요한 역할 수행. 아프리카와 예멘에서는 종교의식에 사용되었고, 17세기 오투만 제국 당시 터키에서는 정치적 반동활동과 연계된 것으로 간주되어 금지됨. 2003년 현재 수출가치로 볼 때, 세게 6대 합법적 농작물로서 상당한 경제적 영향력을 가진 상품. 건강상의 효과는 아직까지 논란의 대상이며, 커피와 특정 질병 간의 관계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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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팩션하면 항상 비교의 대상이 되는 것이 요즈음은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이다. 물론 다빈치 코드가 여러가지 fact를 바탕으로 가미한 fiction이기는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소설은 어느 한 시대를 바탕으로한 history faction이다. 예를 들면 James Clavell의 Shogun과 같은 책이 사무라이 시대 일본인의 정서와 문화를 제대로 보여주는 소설이라 하겠다. 이러한 맥락에서 David Liss의 Coffee Trader는 나에게 아주 흥미로운 책이었다. 당시 종교적인 이유로 떠돌이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비교적 자유가 보장되었던 암스테르담에서 그들이 상인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 자원은 없지만 동인도회사와 같은 무역업과 당시로서는 새로운 선물시장을 만들어냄으로써 지금의 뉴욕과 같이 세계 경제를 주도할 수 있게한 이런 배경들이 작가에 의해 잘 표현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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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사회적 포용력이 컸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살던 유태인 브로커 미구엘의 커피 '작전' 연대기이다.
렘브란트의 '야경'에 나오는 의상과 사회적 분위기를 연상하며 소설을 읽었다.
17세기에 네덜란드의 경제활동이 그렇게 발달했었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며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비록 하루 두 시간 동안의 거래이지만 요즘의 주식이나 선물 시장의 광풍을 그대로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인도에서 물자를 싣고 오는 배가 폭풍에 침몰할 수도 있고 해적에게 약탈 당할 확률이 많은데도 그런 거래를 하다니 옛사람들은 용감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당시의 벤처사업은 신종 기호물인 커피에 투자하는 것이다.ㅋㅋㅋ
더군다나 요즘 요동치는 현재 금융위기와 주식 시장을 보며 이런 광풍이 지금만의 현상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또한 그 당시 유럽에 살던 유태인들의 생존방식도 새로웠다. 이방인으로서 자신이 사는 지역에 나름대로 적응해서 살아남으려는 그들의 노력이 눈물겹고 생존전략이 또한 무섭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방식으로 그들이 2000년을 나라없이 고유 문화를 지켜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네덜란드에 사는 유태인들의 남편이 아내에게 밖에 나갈 때는 스카프를 쓰라고 강요하는 풍습이 소개되었는데 '이것 이슬람 문화 아냐?'하는 생각이 들어서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를 배타하고 미워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결국 그들은 비슷한 문화권의 사람들이다.
소설은 중간까지는 좀 지겹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이하게 나가다가 끝부분에 가서는 갑자기 배신과 사기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어가 도대체 끝이 어떻게 끝나는지 알고 싶어 정신없이 읽게 된다. 마지막 반전이 무척 흥미롭다.
영어로 읽기에 별로 어렵지 않지만 몇몇 유태인 풍습에 관련된 낯선 단어거 눈에 띄고 put, call, future 같은 쉬운 단어들의 주식거래에 관련된 뜻을 새롭게 알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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